Home / 로맨스 / 이혼을 후회하다 / Chapter 41 - Chapter 50

All Chapters of 이혼을 후회하다: Chapter 41 - Chapter 50

60 Chapters

41

41저물어가는 저녁 하늘이 지평선을 황록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코를 골며 자고 있는 페넬로페 옆에서 휴식을 취하기보다는 노을을 즐기고 싶었던 클레어는 그 장관에 감탄하며 아래층으로 내려왔다.머피 가문의 저택은 사실 절벽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었다. 푸르름으로 가득 찬 숨 막히게 아름다운 산세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었다. 자연과 프라이버시를 사랑했던 쇼원의 고조부가 지은 건물로, 그는 절벽 위에 이 웅장한 저택을 세우고 주변에 울타리를 둘러 배회하는 위험한 야생 동물들의 접근을 막았다.머피 가문 사람들은 이 울타리 안의 공간을 자신들만의 '안식처'라고 불렀다.클레어는 나무 아래 놓인 벤치에 앉아 경치를 감상했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렸고,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나도 결혼하고 나서 매일 저녁 여기에 앉아 산을 바라보곤 했단다."클레어는 고개를 돌려 뒤에 서 있는 에이브리 할머니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할머니가 벤치에 앉을 수 있도록 도우며 답했다. "마치 디즈니 공주가 된 기분이셨겠어요. 이곳은 정말 이국적이에요. 평생 여기서 살 수도 있을 것 같아요.""디즈니 공주?" 에이브리가 픽 웃었다. "어느 정도는 그랬지. 이 환상적인 풍경에서 도망치고 싶어 했던, 갇혀 있는 공주 말이다.""할머니..." 클레어의 가슴속에 답답한 불안감이 밀려왔다.에이브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벤치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산봉우리들을 직시했다."내 삶은 이 장소가 보여주는 것만큼 동화 같지 않았단다, 얘야. 나에게도 나만의 아픈 기억들이 있지.""제 기억들처럼요." 클레어는 나지막이 속삭였다.노부인은 그녀의 말을 놓치지 않고 받았다. "앳, 장담하는데 네 비극은 내 것에 비하면 양반일 게다.""할머니는 제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정말 모르세요." 클레어의 입술이 고통스러운 미소를 그렸다."바로 그거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고통에 대한 관점을 착각하곤 하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지독한 법이란다." 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1
Read more

42

42다음 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숀과 스콧은 갸웃하며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머물기 시작한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지만, 타일러의 모습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스콧은 눈짓으로 친구에게 '부모님께 여쭤봐'라는 신호를 보냈다.숀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색한 침묵을 깨뜨렸다. "엄마, 형은 어디 있어요? 아침에도 못 봤는데. 얼마나 바쁘길래 가족들도 보러 못 오는 거예요?""너 몰랐니?" 나새니얼이 아내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넓게 올려 웃었다. "네 형이 이 저택에서 나간 거?"" 분가했다고요? 언제, 어떻게 그렇게요? 왜 저한테는 아무도 말을 안 해줬어요?"숀의 어머니인 티아가 그의 접시에 카레를 담아주었다. 엄마와 할머니가 직접 만든 집밥 냄새가 그의 감각을 자극했다. 감칠맛 나는 향이었다."네 할머니가 끝없이 퍼붓는 결혼이랑 아이 타령을 견딜 수가 없었던 게지. 불쌍한 내 아들이 결국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 나간 거란다." 나새니얼이 스테이크 한 조각을 입으로 가져가며 말했다.에이브리 할머니는 눈을 흘겼다. "그래서 뭐? 증손주들 가지고 놀고 싶은 건 모든 할머니의 당연한 권리다. 내가 타일러한테 잔소리 안 하면 누구한테 하겠니? 번듯한 손주가 십수 명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제 기대할 건 내 큰손주뿐인데..." 그녀는 숀에게 시선을 돌리며 덧붙였다. "숀이 나이를 더 먹을 때까지는 말이다."숀은 음식을 먹다 헉 소리를 내며 사레가 들렸다. 눈물까지 쏙 빼며 기침을 해댔다.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스콧은 친구의 등판을 두드려주며 물컵을 쥐여주었다."할머니, 저 당분간 결혼할 생각 눈곱만큼도 없으니까 꿈도 꾸지 마세요. 저 이제 막 열여덟 살 됐거든요. 결혼 같은 거 고려해 보려면 아직 10년은 까마득하다고요." 숀의 찌푸린 눈썹이 한데 모였다."글쎄다 얘야, 두고 보면 알겠지." 할머니가 손을 흔들며 대꾸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2
Read more

43

43하늘은 더없이 푸르렀고,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새들의 지저귐에 클레어는 가슴이 설렜다. 카메라도, 따라붙는 시선도 없이 혼자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자유였다. 다시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그녀의 발걸음 따라 흥분이 춤을 추듯 퍼져나갔다. 이 먼 곳까지 홀로 찾아온 이유는 순전히 이 장소가 가진 특별함 때문이었다. 그녀는 축복의 강 위를 지지하는 다리 위에 올라서 있었다.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축복의 강은 수많은 신자들의 삶을 바꿔놓았어요, 누나. 인생에서 버리고 싶은 것을 강에 던지면, 당신이 원하는 무엇이든 축복으로 내려준대요. 대신 소원은 아주 신중하게 빌어야 해요."비록 숀이 유명한 관광지라고 덧붙이긴 했지만, 그녀는 내심 반신반의했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숨 쉬는 생명체라곤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그녀뿐이었다.유명한 관광지라기에 이토록 한적하고 적막한 분위기는 다소 의아했다.어쨌든 그녀는 다리 중앙을 향해 걸어갔다. 난간에 두 손을 얹고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세차게 요동치는 물결에 그녀의 눈동자가 경이로움으로 흔들렸다.햇살이 수면 위로 쏟아지며 강물은 마치 반짝이는 보석의 바다처럼 빛나고 있었다. 거센 파도가 일어 다리를 받치고 있는 거대한 교각들을 세차게 때렸다."난간이 그다지 높지 않네. 여기서 떨어지면 시신은커녕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겠어." 그녀는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하지만 풍경만큼은 가슴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차분하고 따스한 기운이 눈가를 감쌌다. 그녀는 오늘 이곳에 관광객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속으로 감사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타인의 집요한 시선 때문에 꽤나 불편했을 테니까.잠시 후, 그녀는 숨을 깊이 내쉬었다. 이제 소원을 빌 시간이었다.클레어는 크로스백의 자크를 열었다. 그 속에서 이혼 증서, 그리고 청소년 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3
Read more

44

44"뭐라고? 스콧!"그녀는 눈을 쟁반만큼 크게 뜨며 버럭 소리를 질렀고, 타일러는 나지막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분노에 찬 그녀의 일갈이 묘하게 운율을 맞추고 있었다."말도 안 돼요. 내 남동생이 대체 왜 당신한테 가서 내 남자친구가 되어달라고 하겠어요? 정말이지... 하필이면 왜 당신인데요! 이 지구상에 남자가 넘쳐나는데 왜 하필 당신을 골라요?" 그녀는 몸을 돌려 그를 쏘아보며 추궁하듯 따져 물었다."이게 순전히 우연일 리가 없어요. 당신은 내 전남편의 가장 큰 숙적이고, 스콧은 당신을 택했죠. 타일러 머피, 내가 멍청해서 속아 넘어가줄 거라 생각했다면 날 몰라도 한참 잘못 본 거예요. 당신은..." 클레어는 말을 잇지 못하고 무릎 위에 놓인 두 손을 불끈 쥐었다.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속사포처럼 뱉어내고 있었지만, 사실 타일러는 숀의 친형이기도 했다. 그녀가 헌터를 알기 전부터 그를 본 기간이 훨씬 길었다.어릴 적 숀이 집으로 놀러 올 때마다 형인 타일러가 동생을 데리러 오곤 했었기에, 그에게 다짜고짜 이런 혐의를 씌우는 건 스스로 생각해도 다소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타일러는 절대로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적의 아내나 자식을 이용해 상대를 치사하게 흔드는 치졸한 부류의 남자가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정면승부를 고집하는 인물이었다.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에 차는 구 머피 가문의 저택에 도달했다. 타일러는 차에서 내려 대문 앞을 지키던 경비원에게 차 열쇠를 던져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내릴 때까지 기다려주지도 않은 채 저택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어머, 저 남자 배짱 좀 봐!" 클레어는 황당함에 입을 쩍 벌렸다.그녀는 차에서 내려 곧바로 그를 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누군가를 말로 갈기갈기 찢어놓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얼굴에 가득했으나, 저택 거실에서 에이브리 할머니를 품에 안고 있는 타일러를 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Read more

45

45클레어는 그의 뒤에 서서 흰 셔츠의 뒷자락을 움켜잡았다. 그가 그녀 쪽으로 반쯤 돌아설 때까지 셔츠를 세차게 잡아챘다."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예요, 타일러?" 그녀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정작 타일러는 눈 하나 깝짝하지 않았지만, 옆에 있던 두 남동생은 턱이 빠질 듯 얼어붙고 말았다. 파리가 주위를 날아다니는데도 눈을 깜빡이거나 입을 다물 생각조차 못 했다."형, 헌터가 어떻게 누나한테 안 빠질 수가 있었겠어? 저 대담함은 진짜 미쳤다." 숀이 얼이 빠진 스콧에게 속삭였다.남동생으로서 두 사람이 저렇게 강렬하게 붙어 있는 모습이 싫어야 마땅했지만, 스콧 역시 등 위에 10킬로그램짜리 덤벨을 얹고 푸시업을 하던 정지 자세 그대로 멈춰 서서, 누나가 베프의 형 깃을 잡아채 끌어당기는 장관을 감상하고 있었다.두 사람의 가슴이 닿을 듯 밀착했으나, 치솟는 클레어의 분노와 그에 못지않게 도전적으로 찌푸린 타일러의 굳은 표정 때문에 두 사람 모두 그것을 인지하지도 못했다."근데 네 형 말이야... 내 기억에 예전에 자기 옷깃 잡으려던 사람 팔을 부러뜨렸다고 했던 것 같은데?""팔 하나가 아니라 둘 다 부러뜨렸지.""오호!" 스콧의 눈이 마치 격렬한 언쟁 끝에 맞붙은 두 명의 베테랑 축구 선수를 관람하듯 흥분으로 빛났다. "우리 누나한테 어떻게 하나 보자."숀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이 누나한테 키스할 것 같냐?""쯧! 그건 너무 빠르지." 스콧이 혀를 찼다.다시 치열한 눈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클레어와 타일러 쪽으로 돌아와서, 두 사람 중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남동생들이 등 위의 덤벨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끙 소리를 내며 바닥에 처박힐 때까지,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았다.그 소리에 주의가 산만해지면서 비로소 두 사람의 시선이 떨어졌다."너희 때문에 라이벌 마누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Read more

46

46클레어는 거실로 내려왔다. 에이브리 할머니는 할아버지 나새니얼의 부름을 받고 그의 의견을 들어주러 자리를 비운 참이었다.넓은 거실에는 오직 타일러 혼자만이 남아 있었다. 클레어는 주변을 180도로 둘러보며 두 사람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주저 없이 그를 향해 곧장 걸어갔다.그녀는 그 앞에 서서 팔짱을 끼고 헛기침을 하며 그의 시선을 끌었다.그가 아주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그녀와 눈을 맞추는 순간, 클레어는 묘하게 무릎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무슨 필요하신 거라도 있습니까, 맥인타이어 부인?"클레어의 입술이 삐죽 올라갔다. 그의 입가에 옅게 스쳐 지나가는 비웃음 같은 장난기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가 자신을 놀리는 게 분명했다."에즈마한테 어떻게 복수했는지 알고 싶어서요." 그녀는 그의 장난스러운 분위기를 무시하며 직구로 물었다."복수요? 내가 왜 그 여자한테 복수를 합니까?" 그가 자세를 바로잡으며 앉았다."에이, 신사인 척 굴지 마요. 오늘날처럼 이렇게 냉정하고 완벽하게 집중하는 사람이 되기까지, 에즈마한테 무슨 짓이든 했을 거 아니에요." 그녀의 시선이 그의 완벽한 몸매를 훑으며 되물었다."어떠한 복수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럴 필요조차 없었으니까." 그가 어깨를 가볍게 으쓱해 보였다.클레어는 코웃음을 쳤다. 그녀는 그를 맞은편에 두고 앉으며 불신의 기색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거짓말할 필요 없어요, 타일러. 난 당신의 과거를 알고 있고, 당신을 비난할 생각도 없으니까. 그러니까 걱정 말아요. 당신이 응징했던 수법을 안다고 해서 내가 당신을 보는 눈이 달라지진 않을 테니까. 나만 알고 있을게요."타일러는 자세를 바르게 고쳐 잡고 수트 상의 버튼을 채웠다. 그는 무릎 위에 손을 얹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맥인타이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Read more

47

47블룸크레스트,헌터는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던 중이었다. 작업에 몰두해 있던 그때, 그의 휴대전화가 시끄럽게 울려댔다. 그는 나른하게 눈꺼풀을 올려 블랙커피 잔 옆에 놓인 전화기를 확인했다.발신인: 자라…화면을 바라보는 그 미간에 옅은 주름이 패였다. 영화를 함께 보며 강제로 보냈던 그날 밤 이후, 자라는 마치 그림자처럼 그의 뒤를 쫓아다녔다. 그의 일상과 업무, 식사 여부 등 그가 전혀 공유하고 싶지 않은 모든 것들을 물어대면서 말이다.그는 피곤한 기색으로 전화를 집어 들어 무음으로 바꿨다. 그러고는 다시 전화가 걸려와 화면이 켜지더라도 보이지 않도록, 왼쪽에 쌓인 서류 더미 뒤로 전화기를 치워버렸다.헌터는 다시 노트북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이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그의 집중을 깨뜨렸다. 들어오라고 말하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장님, 워즈스미스 씨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중요한 일이라고 하십니다.""들어오라고 해." 그는 무심하게 대답하고 다시 하던 일에 집중했다.헌터는 콜이 자신을 찾아온 이유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이혼한 이후 콜은 이 힘든 시기에 자신에게 필요한 친구라기보다는, 마치 전처의 편에 서서 잔뜩 화가 난 사람처럼 굴었기 때문이다.다가오는 발소리에 헌터가 고개를 들었다. 콜은 평소처럼 손과 소매에 진흙 자국이 묻은 편안한 차림이었다. 헌터의 눈길을 끈 것은 그가 짓고 있는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이었다."표정이 왜 그렇게 어둡냐. 공방에서 말리던 조각상이라도 실수로 망가뜨려서 나한테 화풀이라도 하러 온 거야?" 헌터는 의자를 뒤로 젖히며 좌우로 흔들었다."그따위 썰렁한 농담이나 할 때가 아니야, 헌터 맥인타이어. 내가 이유를 말해주면 넌 이것보다 훨씬 더 지독하게 반응할 테니까." 콜은 눈썹을 찌푸린 채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헌터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Read more

48

48레이븐무어,타일러는 자신의 회사 건물 밖에서 클레어를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모습을 보는 순간 클레어의 무릎이 떨려왔다. 그는 그녀가 지금까지 본 남자들 중 단연 가장 잘생긴 축에 속했다. 몸에 딱 맞춰 떨어진 스리피스 그레이 수트는 마치 소설 속 완벽한 남주인공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클레어는 검은색 치마에 손을 문질렀다. 그녀는 오늘 단정하고 격식 있는 차림을 선택했다. 무릎 위로 살짝 올라오는 핏되는 치마에 커다란 리본 장식이 달린 짙은 블루 컬러의 시폰 탑을 매치한 상태였다.그녀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채 그를 향해 걸어갔다."안녕하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고, 그 옆에서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스스로도 감을 잡을 수 없었다."나만의 안식처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맥인타이어 부인!" 그녀의 미소가 순식간에 찌푸린 표정으로 변했다.타일러는 헛웃음을 지으며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장난입니다. 당신에게 기분 전환이 조금이라도 필요할 것 같아서요.""고마워요. 사실 정말 긴장했거든요." 그녀가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건물 내부 역시 외관만큼이나 화려했다. 두 사람이 함께 들어서자 로비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 클레어는 몇몇 여성들이 서로 소곤거리는 것을 눈치채고 시선을 아래로 깔았다.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전남편의 숙적인 타일러의 곁을 걷고 있으니, 이런 시선을 받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사람들 시선에 신경 쓰지 마세요, 클레어. 그저 놀란 것뿐이니까. 내 전여친이 당신 전남편과 갑자기 공식 석상에 나타난다면 나라도 똑같이 반응했을 겁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에요." 엘리베이터가 그들을 전용 승강장으로 끌어올리는 동안 타일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엉뚱한 이유로 그녀를 비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8
Read more

49

 49어쨌든 그녀는 그가 검토해 보라고 남겨둔 프로젝트들을 살펴보기 위해 그의 노트북을 자기 앞으로 확 끌어당겼다.클레어가 한창 몰두해 있던 그때, 누군가의 전화에 그녀의 휴대전화 화면이 밝게 빛났다. 그녀는 시선을 노트북에서 떼지 않은 채 전화를 받고는 전화기를 귀로 가져갔다."여보세요?"노트북 화면에 떠 있는 프로젝트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었기에, 그녀는 1분이 지나도록 수화기 너머의 상대방이 단 한마디도 건네지 않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그녀의 집중력을 흔들어 놓은 것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숨소리였다. 그녀는 노트북 화면에서 시선을 떼고 휴대전화를 내려다보았다."여보세요?" 모르는 번호였기에 그녀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여보세요, 누구신가요?"아무런 대답이 없자, 그녀는 전화를 끊고 다시 프로젝트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클레어."전화기를 귀에서 떼어내려던 바로 그 순간, 아득해져 가는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음성이 들려왔다.그녀는 전화기를 다시 귀에 대었다. 이번에는 그 목소리가 똑똑히 들렸고,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도 즉각 알아챌 수 있었다."내 번호도 기억 못 하는 거야? 이상하네."가슴속에서 심장이 비틀려지는 것만 같았다. 속이 요동치고 손가락이 떨려오며, 감당하기 힘든 감정이 그녀를 집어삼켰다.클레어는 이것이 그저 꿈이기를 바라며 눈을 빡빡 감았다 떴다. 하지만 또다시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꿈이 아님을 깨달았다."네가 외우고 있을 번호 중 하나가 내 번호라고 생각했는데."그녀는 어쩔 수 없이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했다. 호흡이 가빠졌다. 그것은 정말이지... 그녀가 달달 외우고 있던 그의 번호였다. 아버지의 번호 다음으로, 비상시에 걸기 위해 가장 먼저 머릿속에 외워두었던 번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9
Read more

50

 50클레어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는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어떻게든 미소를 지어 보이려 애썼다."머피 부인, 저는..." 너무 긴장한 탓에 말문이 막혀버렸다.티아의 눈에 담긴 원망과 불만은 명백했다. 그녀는 비웃음을 내비치며 자신의 혐오감을 숨기려 하지도 않았다."난 언제나 너를 아꼈단다, 클레어. 널 딸처럼 여겼어. 네가 겪은 일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동정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티아는 클레어의 손을 잡더니 모질게 꽉 쥐었다. "내 아들을 네 진흙탕 싸움에 끌어들이는 건 절대 좌시할 수 없다.""머피 부인,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저는 아무것도—""돌려 말하지 않으마, 클레어. 그 기사와 사진들을 봤는데 내 눈으로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더구나. 네가 어떻게 감히 내 아들한테 키스를 할 수 있니?"클레어의 입에서 경악 어린 숨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녀는 아니라는 뜻으로 고개를 격렬히 저으며 눈을 미친 듯이 감았다 떴다."타일러한테 키스하지 않았어요, 머피 부인. 사진이 묘한 각도로 찍혀서 마치 키스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에요. 하지만 믿어주세요, 절대로 그런 게 아니에요."티아가 잔인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조금 전까지 조만간 다 괜찮아질 거라며 클레어를 위로해주던 따뜻한 여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그녀는 팔짱을 끼고 눈을 가늘게 뜨며 쏘아붙였다. "네가 키스를 했든 안 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 사진들 때문에 내 아들의 이미지에 먹칠이 되고 있다는 게 핵심이지.""넌 인터넷에서 나쁜 일로 관심을 받는 게 익숙할지 몰라도, 클레어. 내 아들은 아니야. 내 아들이 이혼녀 따위 때문에 남들 입에 내리내려지며 평가당할 이유가 없단 말이다."클레어는 입을 벌린 채 뒤로 물러섰다. 티아의 입에서 나온 단어의 충격에 온몸의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30
Read more
PREV
123456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