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 씨가 주말에 받은 소원 쿠폰 중에 일요일 늦잠 보장권 있었죠?""오늘은 월요일이야.""긴급 확대 적용할게요.""발행자가 마음대로 조건을 바꾸면 어떡해.""환자가 계약서 검토할 정신은 있네요.""그리고 난, 지금 쓸 생각이 없어. 그러니까 노트북 돌려줘.""안 돼요."소율은 두 기기를 들고 침실 밖으로 나갔다. 곧이어 서재의 작은 금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도현은 이불 속에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봤다.인간 AI의 업무 시스템은 오전 여섯 시 사십 분, 한소율이라는 강제 종료 프로그램에 의해 완전히 차단됐다.한 시간 뒤, 펜트하우스를 방문한 의사는 도현의 상태를 살핀 뒤 충분한 수분과 휴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열이 지속되거나 상태가 악화되면 곧바로 추가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주의도 덧붙였다.의사가 돌아간 뒤에도 도현은 처방받은 해열제를 한참 내려다봤다."먹어요."소율이 물컵을 내밀었다."빈속이야.""그래서 죽 만들었어요.""당신 오늘 출근해야 하잖아.""오전 반차 냈어요. 오후에는 집에서 처리할 거고요.""나 때문에 일정 바꾸지 마.""도현 씨가 제 브뤼셀 출장 때문에 일정표를 책 한 권처럼 만들어줬던 것 기억 안 나요?""그건 필요한 지원이었어.""저한테도 이게 필요한 지원이에요."소율은 그의 무릎 위에 작은 쟁반을 올렸다. 부드럽게 끓인 흰죽과 물, 약이 놓여 있었다.도현은 숟가락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입맛 없어.""세 숟갈만 먹어요.""두 숟갈.""...다섯 숟갈로 올릴까요?"도현은 말없이 죽을 한 숟갈 떠먹었다.평소의 차도현이라면 아픈 기색을 숨긴 채 혼자 해결했을 것이다. 누군가 자신 때문에 일정을 바꾸거나 걱정하는 상황 자체를 비효율이라 여겼을 테니까.하지만 오늘은 도망칠 노트북도 없고, 자신보다 고집 센 간병인이 바로 앞에 앉아 있었다.겨우 반 그릇을 먹고 약까지 삼킨 뒤, 도현은 다시 베개에 기대었다. 소율은 그의 이마에 미지근한 수건을 올리고 쟁반을
Last Updated : 2026-08-2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