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50분. 파리 지사 대강당 앞 복도에는 평소보다 많은 직원이 일찍 모여 있었다. 유럽 각 거점 직원들은 사내 중계 화면으로 접속했고, 서울 본사의 인사전략실과 준법지원실 담당자도 화상으로 참석했다. 약혼 소문은 이미 전날 지사를 한 바퀴 돌았지만, 오늘 회의가 단순한 축하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은 사전 공지에 명시돼 있었다. "경영진과 직속 직원 간 사적 관계에 따른 이해 충돌 방지 절차 안내." 제목만 보면 축하보다는 내부감사 보고에 가까웠다. 쥘리앙은 강당 문 앞에서 참석자 명단을 확인하다 소율을 발견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한 팀장님." "좋은 아침이에요. 준비는 다 됐어요?" "네. 화면 공유 알림도 전부 껐습니다. 개인 메신저는 로그아웃했고, 휴대전화는 무음으로 바꿨으며, 비공식 채널에는 오늘 오전 접근 금지 공지까지 올렸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해요." "어제 교육의 학습 효과를 증명해야 합니다." 쥘리앙은 진지했다. 지나치게 진지해서 소율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그런데 한 팀장님." "네." "발표가 끝난 뒤에는 축하해도 됩니까?" 그가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어제 꽃을 보내셨잖아요." "공식 발표 전이므로 축하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적었습니다. 그건 축하가 아니라 발표 전 대기 상태를 알린 겁니다." "초콜릿도요?" "긴 대기에 당이 필요할 수 있으니까요." 소율이 웃는 순간 뒤쪽에서 구두 소리가 가까워졌다. 도현이었다. 직원들을 대하는 그의 얼굴은 이미 빈틈없는 본부장의 것으로 돌아가 있었다. 쥘리앙도 즉시 허리를 바로 세웠다. "본부장님, 중계 준비까지 모두 마쳤습니다." "확인했습니다." 도현은 짧게 대답한 뒤 소율을 바라보았다. "한 팀장, 발표 자료에 마지막 수정 사항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오전에 합의한 문안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질의응답은 예정대로 한 팀장이 먼저 답하십시오." 공식적인 말투였지만 그 안에 담
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5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