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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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장앤소니가 감금 장소에 막 도착했을 때였다. 앤소니가 노라를 감금해 둔 오래된 창고 문을 열자, 공기 중에 습한 곰팡이 냄새와 먼지 냄새가 푹 풍겨 나왔다. 하지만 그의 숨을 턱 막히게 만든 것은 냄새가 아니었다—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었다.바닥에는 끊어진 비닐 밧줄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나무 창문은 반쯤 억지로 열린 채 덜컹거리고 있었고, 그 벌어진 틈새로 차가운 공기가 새어 들어왔다.텅 빈 공간—노라는 그곳에 없었다."미친!" 앤소니가 주먹으로 벽을 내려치며 소리쳤다. "그 빌어먹을 여자가 또 도망쳐?!"앤소니의 숨이 거칠어졌다. 그의 눈발이 마치 카드보드 상자 뒤나 어두운 구석에서 노라가 짜잔 하고 나타나기라도 바라는 것처럼 병실 안을 어지럽게 맴돌았다. 하지만 헛수고라는 것을 앤소니도 잘 알고 있었다. 노라는 이미 탈출한 뒤였다."그렇게 쉽게 내 손을 벗어날 수 있을 줄 알고, 노라?" 앤소니가 으르렁거렸다. "어디에 숨었든 찾아낼 거야. 이번에는 절대로 도망치지 못하게 만들어 주지."한편, 윌슨 가문의 저택 거실에서는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리노는 커다란 소파에 앉아 태블릿을 들고 있었다. 화면 속에는 머리를 대충 묶은 채, 조금 피곤해 보이지만 따뜻한 미소를 지은 레베카의 얼굴이 떠올라 있었다."엄마!" 리노가 기쁘게 외쳤다."안녕, 우리 아가…" 레베카가 미소를 지었다. "어제 밤은 잘 보냈어?""응, 정말 재미있었어요! 아빠가 어렸을 때 이야기도 해주셨고요. 와플도 먹었어요. 그리고 아까는 내가 아빠 오렌지주스 만드는 것도 도와드렸어요!" 리노가 눈을 반짝이며 신나서 떠들어댔다.사무엘은 리노의 옆에 앉아 아들의 들뜬 모습에 맞춰 함께 미소 짓고 있었다. 그가 몸을 기울이자 그의 얼굴도 화면에 나타났다."안녕, 레베카," 사무엘이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다.레베카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리노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애교 섞인 눈빛으로 엄마를 바라보았다."엄마…" 리노가 나지막이 입을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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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장카스티요 저택의 커다란 문이 활짝 열렸다. 하인이 허겁지겁 마중을 나왔지만, 노라는 창백한 얼굴로 몸을 부르르 떨며 곧장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대리석 복도에 깔린 붉은 카펫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하기까지 했다."노라?" 거실 뒤편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녀의 어머니인 앨리스가 어두운 색상의 드레스를 우아하게 차려입고 서 있었다. 딸의 몰골을 본 여자의 눈매가 가늘어졌다."엄마…" 노라는 몸을 떨며 앨리스를 꽉 안았다. "나 죽을 뻔했어…"앨리스는 즉시 딸의 얼굴을 감싸 잡았다. "세상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감히 누가 너한테 손을 대, 아가?"노라가 흐느껴 울었다. "앤소니랑 신디요. 그자들이 나를 가두었어요, 엄마! 창고에다가요! 손은 묶이고 입에는 갈고리가 물려 있었어요! 숨…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고요. 내가 탈출하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어요…"앨리스의 눈에 분노가 이글거렸다. 턱관절이 딱딱하게 불거졌다. 꽉 쥐어진 그녀의 두 손에 힘이 들어갔고,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했다."감히 내 피붙이한테 손을 대?" 앨리스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맹세코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게 해주마.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죽여주마…""그자들은 내 삶에 너무 깊이 관여했어요, 엄마. 신디는 항상 나를 무시했고, 앤소니 그 사이코패스는 날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상처만 줬다고요!" 노라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자들이 편하게 살게 내버려둘 순 없어요…"앨리스는 진정하기 위해 깊은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여자의 두 눈은 이미 번뜩이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하나씩 없애버리자꾸나. 그들 편에 누가 서 있든 상관없다. 이건 단순한 복수 문제가 아니야. 카스티요 가문의 명예가 걸린 일이지."노라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엄마, 나 정말 사무엘을 잃을까 봐 두려워요. 앤소니나 신디가 사무엘한테 내 비밀을 폭로하게 두고 싶지 않아요."앨리스는 오랫동안 노라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가… 방심해서는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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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장방 안의 큰 창밖으로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빗소리는 구석에 켜진 작은 침대 스탠드 조명만이 어둠을 밝히는 아늑한 방 안의 온기와 어우러졌다. 레베카는 리노의 작은 몸을 덮고 있는 이불을 매만져주며, 아이가 두 사람 사이에서 깊이 잠들었는지 확인했다.새뮤얼은 그런 레베카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고요했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서는 무언가가 솟구치고 있었다. 레베카가 고개를 돌려 돌아서자, 새뮤얼은 기척도 없이 침대에서 조용히 빠져나왔다. 그는 침대 옆에 우뚝 서서, 언제나 자신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던 여자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레베카…"레베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또 왜 그래요?"새뮤얼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한 걸음 더 다가섰을 뿐이었다. 순식간에 새뮤얼은 몸을 숙여 레베카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새뮤얼!" 레베카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며 낮게 입을 열었다.하지만 그녀가 더 거부하기도 전에, 새뮤얼은 입맞춤을 깊게 가져갔다.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닿음이 점차 깊어져 갔다. 입술이 맞물리자 레베카는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를 밀쳐내고 화를 내고 싶었지만—가슴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굴복하듯 떨림으로 응답하고 있었다.입맞춤이 천천히 끝났다. 레베카는 가슴을 가쁘게 헐떡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새뮤얼의 얼굴이 너무나 가까웠다. 숨결이 닿을 듯한 거리였다."왜 아직도 내 입맞춤에 응해 주는 거야… 나 더 이상 안 사랑해?" 새뮤얼이 바람 소리처럼 나지막이 속삭였다.레베카는 서둘러 고개를 돌려 리노 쪽을 바라보았다. 아이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레베카는 숨을 크게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나가려 했다. 하지만 새뮤얼의 손이 더 빨랐다. 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도망치지 마." 새뮤얼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새뮤얼은 리노가 깨지 않도록 레베카의 손을 꼭 쥐고 조심스럽게 방 밖으로 이끌었다.레베카는 저항할 수 없었다. 2층 거실에 도달할 때까지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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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장어젯밤에 내린 비로 아침 공기는 여전히 눅눅했다. 창밖의 하늘은 아직 완전히 밝지 않았고, 나뭇잎 끝으로 옅은 푸른빛만이 어스름히 인사하고 있었다. 벽시계는 5시 몇 분 전을 가리키고 있었다.레베카는 천천히 눈을 떴다. 양옆에서 온기가 전해졌다—등 뒤에서는 새뮤얼이 레베카를 꼭 끌어안고 있었고, 품 안에는 리노가 여전히 웅크린 채 잠들어 있었다. 세 사람은 여전히 윌슨 가의 넓은 침대에 함께 누워 있었다.레베카는 두 사람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러우면서도 천천히 새뮤얼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침대 가계에 걸터앉은 그녀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두 남자를 조용히 바라보았다.리노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잠든 와중에도 미소가 입가에 가뭇하게 남아 있었다. 새뮤얼은 피곤해 보였지만 여전히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거라 믿고 싶어지게 만드는 다정한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레베카는 한숨을 내쉬고는 옅게 미소를 지었다."하느님, 어젯밤에 내가 대체 어떻게 무너진 거지…" 레베카는 수줍음에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녀는 어젯밤 새뮤얼의 입맞춤과 속삭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빠지는 심장을 가라앉히려 자신의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 손길, 그 품… 모든 것이 너무나 생생했다.레베카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 밖으로 조용히 걸어 나갔다. 계단을 내려가 주방으로 향한 그녀는 커피 한 잔을 타기 시작했다. 그때 주방 아일랜드 식탁 위에 놓아둔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화면에는 리암 의사의 이름이 떠 있었다.레베카는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리암 의사님?"수화기 너머 리암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서려 있었다. "레베카 씨, 아직 집에 계신가요?""네, 막 깼어요. 무슨 일 있나요?""레베카 씨… 어머님이 병실에 안 계십니다. 병원 전체를 수색해 봤지만… 베티 아줌마가 사라지셨어요."레베카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사라지셨다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경비원들은 뭐 하고요?!""CCTV를 확인해 봤습니다." 리암이 심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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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장아침 해가 한층 더 밝게 솟아올랐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하나둘 들이차기 시작했다. 도로 위 차선들이 천천히 빽빽해졌고, 어젯밤에 내린 비로 젖은 아스팔트 냄새가 여전히 공기 중에 감돌고 있었다.노라는 자신의 검은색 SUV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선글라스 너머로 도로를 노려보는 그녀의 입술이 경련하듯 단단히 앙다물려 있었다. 심장이 가쁘게 뛰고 있었지만, 그것은 초조함 때문이 아닌 서늘한 결의에서 나오는 떨림이었다.저 멀리서, 환자복을 입은 한 노파가 인도 위를 절뚝거리며 걸어오는 모습이 노라의 눈에 들어왔다."저기 있네… 베티 아줌마." 노라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베티는 방향 감각을 잃은 듯 보였다. 멍한 얼굴과 불안정한 걸음걸이. 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조차 모르는 듯했다. 감속하기 시작하는 차들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노파는 작은 교차로 끝에 있는 횡단보도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노라는 휴대폰을 쥐어 들고 위치 추적 기능을 끈 뒤, 조수석 위에 던져놓았다."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아…"베티가 좌우를 살피지도 않고 길을 건너기 시작한 그 순간—노라는 가속 페달을 힘껏 짓밟았다.콰직!베티의 몸이 거세게 튕겨 나갔다. 보닛을 강하게 들이받은 몸뚱이는 몇 번을 굴러 도로 한복판에 미동도 없이 처박혔다. 머리와 깨진 몸마디에서 피가 뿜어져 나와 도로를 붉게 적시기 시작했다.순식간에 경적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고, 사람들은 패닉에 빠져 비명을 질렀다.하지만 노라는 이미 도로 끝에서 급하게 핸들을 꺾어 쏜살같이 달아난 뒤였다. 노라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떠올라 있지 않았다.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아무도 의심하지 못할 거야. 베티는 그저 정신병원에서 탈출해 길을 잃은 미친 여자일 뿐이니까." 노라는 차를 몰며 차갑게 중얼거렸다.사고 현장, 지나가던 오토바이 운전자가 차를 세우고 미동도 없는 베티의 시신에 서둘러 다가갔다. 사내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어르신! 저기요! 어르신, 제 말 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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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장아침 햇살이 얇은 구름 사이로 수줍게 고개를 내밀었다. 화장장 안의 분위기는 고요하고 무거웠다. 마치 모두와 함께 슬퍼하기라도 하듯 공기마저 얼어붙은 것 같았다.레베카는 단단히 봉인된 관 앞에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그녀의 양옆에는 새뮤얼과 리암이 서 있었다. 그들 뒤로는 몇몇 병원 직원들과 목사가 묵념을 하며 마지막 조의를 표하고 있었다. 리노는 이 자리에 없었다. 어린 아들은 당분간 보모의 보살핌에 맡겨둔 상태였다. 레베카는 아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레베카의 눈은 퉁퉁 부어있었지만, 더 이상 눈물은 흘러내리지 않았다. 그녀의 눈물은 이미 말라버린 뒤였다. 어제부터 이미 너무나 많은 눈물을 쏟아냈기 때문이다.목사의 마침 기도가 끝났다. 그러자 화장장 직원이 레베카를 향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준비되셨으면, 진행하겠습니다."떨리는 손으로 레베카는 한 걸음 나아갔다. 그녀의 손가락이 벽에 달린 커다란 빨간색 버튼에 닿았다. 기계 작동음이 나지막하게 시작되더니 이내 점점 커졌다.레베카는 두꺼운 유리 너머로 타오르기 시작하는 불길을 주시했다. 그녀의 숨이 가쁘게 솟구쳤다 내리앉았다. 심장이 요동쳤다."엄마, 미안해… 그동안 너무 침묵하고 있었어. 너무 약했어." 레베카가 나지막이 속삭였다.이어 레베카는 눈을 감고 버튼을 눌렀다. 기계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관이 화장로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모든 것이 잠시 멈춘 듯했다.레베카는 솟구치는 오열을 억눌렀다. 그녀는 쓰러지지 않으려 애써 몸을 똑바로 세우고 서 있었다.새뮤얼이 레베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레베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레베카는 리암을 돌아보았다. "CCTV로 차 번호판을 읽을 수 없었다고 했나요?"리암이 한숨을 쉬었다. "네, 영상이 너무 흐립니다. 어젯밤 내린 비 때문에 카메라 시야가 불투명했어요. 차량은 그저 검은색 SUV라는 것만 확인됩니다. 가로등 빛 반사 때문에 번호판이 너무 밝게 반사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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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장오후 하늘에 구름이 짙어지기 시작할 즈음, 레베카와 새뮤얼이 탄 검은색 차량이 카스티요 가문의 묘지 정문을 통과했다.뒷좌석에 앉은 레베카의 품에는 베티의 유골이 담긴 상자가 안겨 있었다. 그녀의 두 손은 누군가 빼앗아가기라도 할까 봐 상자를 꼭 쥐고 있었다.새뮤얼이 곁에 앉아 레베카의 무릎 위에 손을 얹었다. "어머님이 정말 이곳에 묻히길 원하실까?"레베카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유골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우리 엄마는 여기 묻힐 자격이 있어요. 살아생전 가문 사람들이 없는 사람 취급했어도, 엄연히 이 가문의 일원이었으니까요."차량이 멈춰 섰다. 묘지 끝자락에는 몇몇 사람들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올 블랙 차림의 앨리스가 가짜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하고 서 있었다. 그 곁에는 레베카의 삼촌이자 앨리스의 남편이 무표정한 얼굴로 뻣뻣하게 서 있었다. 노라는 한 걸음 뒤에서 커다란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오, 불쌍한 내 아가…" 레베카가 유골함을 안고 차에서 내리자 앨리스가 입을 열었다.레베카는 그저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와주셔서 감사해요, 이모."앨리스가 깊은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모두 상심이 크단다. 베티… 그 애도 우리 가족이었는데."레베카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지만, 입가에는 미소를 띤 채였다. "네, 맞아요. 정말 비극적이죠? 하필 병원에서 그렇게 사라지다니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엄마는 이제 계셔야 할 곳에서 편히 쉬고 계시니까요.""베티의 죽음은 정말 비극이야." 앨리스의 남편이 레베카의 시선을 피하며 나지막이 거들었다.레베카가 눈을 찌푸렸다. "네. 정말 비극적이죠. 우리 엄마를 친 사람은 책임감조차 없었어요. 엄마를 치자마자 그 검은색 차는 바로 사라져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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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장레베카와 새뮤얼이 레베카의 작은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하늘이 어두워진 뒤였다.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하며 창문을 적셨고, 집 안의 분위기를 한층 더 고요하고 썰렁하게 만들었다.레베카는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가 가방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그녀는 불을 켜고 아담한 아파트 내부를 둘러보았다.새뮤얼이 그 뒤를 따라 들어왔다. 그는 망설이는 표정으로 문가에 서서 레베카를 바라보았다."정말 괜찮겠어, 레베카?" 새뮤얼이 부드럽게 물었다. "정말로 카스티요 가문의 모든 재산을 넘겨받을 생각이야? 유산, 부동산, 주식, 자산, 그리고 전부 다?"레베카는 코트를 벗어 던지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소파에 앉았다. "네, 새뮤얼. 단단히 마음먹었어요."새뮤얼이 다가와 그녀의 곁에 앉았다. "하지만… 단순히 돈 문제만은 아니잖아, 안 그래? 당신 이모와 삼촌, 그리고 노라를 상대해야 하는 일이야. 그 사람들이 가만히 좌시하고만 있진 않을 텐데."레베카는 다리를 꼬고 새뮤얼을 곧장 응시했다. "맞아요.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겠죠. 그러니까 나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거예요. 그자들은 우리 엄마를 고통 속에 살게 했어요. 우리 엄마의 재산을 충분히 누릴 만큼 누렸다고요. 이젠 그들이 엄마에게서 빼앗아 간 모든 것을 내가 되찾아 올 차례예요."새뮤얼은 잠시 레베카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이내 나지막이 물었다. "그럼… 누구부터 시작할 생각이야?"레베카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노라요."새뮤얼이 눈살을 찌푸렸다. "노라? 왜 하필 그 애부터야?""나를 가장 질투하는 사람이니까요. 노라는 오만하지만 쉽게 파닉에 빠지는 타입이에요. 자기 삶이 흔들리는 걸 견디지 못하죠. 특히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을 때는 더더욱," 레베카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가며 대답했다.새뮤얼이 그 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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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19장밖에는 아직 비가 그치지 않고 있었다. 아파트 창문을 나지막이 두드리는 빗소리가 묘하게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리듬을 만들어냈다. 집 안에는 찬 공기 대신 점차 온기가 채워지고 있었다. 새뮤얼은 여전히 레베카의 등 뒤에서 그녀를 꼭 끌어안은 채, 턱을 그녀의 어깨에 살포시 얹고 있었다.레베카는 침묵을 지켰다. 고개를 살짝 숙인 그녀의 시선은 샹들리에 조명을 멍하니 향해 있었다. 레베카는 새뮤얼의 포옹에 응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거부하지도 않았다. 몸은 정지해 있었지만, 머릿속은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고 있었다.이어 새뮤얼이 레베카의 목덜미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여리고 고요한 스침이었다. 마치 그녀의 살결에 남아있는 모든 상처를 지워버리고 싶어 하는 듯했다. 입맞춤은 어깨로, 그리고 얇은 블라우스 너머로 드러난 백옥 같은 등 줄기를 따라 천천히 내려갔다.레베카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감동해서가 아니었다. 그녀의 몸이—젠장맞게도—반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레베카…" 새뮤얼이 입을 맞추는 사이사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내가 늘 당신만을 사랑해 왔다는 거, 알고 있잖아?"레베카는 숨을 깊게 내쉬었다. 새뮤얼을 밀쳐내고 돌아서서 "위선 떨지 마"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몸이 움직여주지 않았다.새뮤얼이 레베카의 몸을 천천히 돌려 두 사람의 얼굴을 마주 보게 했다.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예고도 없이, 새뮤얼이 레베카의 입술을 덮쳤다.레베카는 잠시 눈을 감고 그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건 잘못되었다. 오늘 밤 새뮤얼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의 마음은 한때 다른 여자—노라의 것이었다.새뮤얼을 향한 레베카의 사랑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 지금 남은 것은 오직 전략과 가식뿐이었다.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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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장시계 바늘이 밤 11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도시에는 여전히 거센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레베카의 아담한 아파트 안 공기는 전혀 정숙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부드럽게 시작되었던 입맞춤은 어느덧 격정적으로 변해 있었다. 레베카와 새뮤얼은 소파 위에 앉아 있었지만, 두 사람의 자세는 아까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새뮤얼…" 잇따르는 입맞춤 사이로 레베카가 나지막이 헐떡였다. 하지만 그녀의 입술은 다시 한번 그의 집요한 닿음에 휩쓸려 들어갔고, 가쁜 숨만을 내쉬게 만들었다.새뮤얼은 레베카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고, 어깨로 내려갔다가, 헤어지기 싫다는 듯 다시 그녀의 입술을 삼켰다. 그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지만, 레베카가 불시에 그의 셔츠 깃을 강하게 잡아끄는 순간 동작을 멈췄다.레베카는 새뮤얼이 소파 등받이에 기대도록 밀어붙인 뒤, 단호한 동작으로 새뮤얼의 몸 위에 올라탔다. 그녀의 눈빛은 날카로웠지만, 입술은 은밀하게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이젠 내 차례예요." 레베카가 나지막이 속삭였다.새뮤얼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항은 없었다. 오직 복종뿐이었다. 그리고 레베카는 모든 주도권을 자신의 손에 쥐었다.몇 분 뒤, 거실의 아늑한 조명 아래와 밖에서 여전히 쏟아지는 빗소리를 배경으로 두 사람은 소파 위에 누워 있었다.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는 거친 숨소리가 공기 중에 맴돌았다. 레베카는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오늘 밤뿐이에요." 레베카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더 이상은 기대하지 마요."새뮤얼은 천장을 지그시 바라보며 깊은한숨을 내쉬었다. "알아. 하지만 오늘 밤으로 충분해."레베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천천히 일어나 옷을 다시 챙겨 입은 뒤 주방으로 걸어갔다. 냉장고를 열어 시원한 물을 꺼내 마시며,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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