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법을 어긴 건 아니오나, 왕실의 체면을 깎은 죄는 크다.”왕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그날, 어전회의는 칼날처럼 서늘했다.이현의 발언 이후, 대신들은 한목소리로 반발했고, 중전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손끝을 떨고 있었다.이현은 무릎 꿇고 앉아 있었다.책봉을 앞둔 이가 아닌, 사람 하나를 지키고자 예를 거스른 자로.“폐하, 이 죄는 세자 한 사람의 독단이옵니다.”“허나 그 독단은 그 아이의 숨결 하나로 감당할 수 있사옵니다.”왕은 이현을 오래 바라보다 마침내 천천히 말했다.“그렇다면, 그 숨결을 지켜보도록 하여라.”“정채향은 궁을 떠난다. 그러나 죄인으로 내보낼 수는 없다.”“외궁 남원당 별채, 삼경 이외 외출 불가, 외부 접견 금지.”“그대가 택한 향이라면, 그 향을 스스로 지켜내는지 지켜보도록 하여라.”그렇게, 채향은 궁에서 조용히 ‘내쳐졌다.’그녀는 말 한 마디 없이 짐을 쌌다.그 누구의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단 하나 ‘조금은 식어버린 미역국’만을 보자기에 감싸 들었다.그 국은 그녀가 자신에게 남긴 마지막 국이었다.외궁 남원당.궁의 가장 바깥, 산기슭에 묻힌 듯한 낡은 별채.그곳은 원래 하급 관리가 머물던 처소였으나 십여 년 가까이 비어 있던 공간이었다.그 안엔 부엌 하나, 방 두 칸, 작은 화분 몇 개, 그리고 오래된 장독이 있었다.그녀는 조용히 방 한가운데에 앉았다. 오랜만에, 혼자였다.혼자이되 혼자라는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이곳은… 내가 처음으로,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곳이옵니다.”그녀는 장독에서 메주를 꺼냈다.마른 생강을 썰고, 염분이 빠진 된장을 손으로 다시 빚어 올렸다.그 손놀림은 서글펐지만 단단했다.다시 한 번, ‘음식’으로 하루를 살아내겠다는 몸의 기억이었다.그리고 그날 저녁. 이현은 텅 빈 내전에서 아무도 차려주지 않은 식탁을 마주하고 있었다.그의 앞엔 숟가락 하나, 그릇 하나. 손수 국을 끓일 줄 모르는 세자에게 그 공간은 무심하고 차가웠다.그때, 복도 끝에서 익숙
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8-23 อ่านเพิ่มเติ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