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렸다. 며칠째 마르지 못한 궁의 담장,습기를 머금은 회랑의 나무결은 마치 오래된 눈물이 말라붙지 못한 채 쌓여가는 것 같았다.채향은 수라간을 오래 떠나지 않았다.이젠 궁녀들이 오가는 시간도 잊은 듯,매일 새벽 혼자 솥 앞에 앉아 무언가를 다듬고, 썰고, 말리고, 다시 볶았다.그녀가 그토록 긴 시간을 들여 만든 수라는,이름조차 붙이지 않은 아주 조용하고 수줍은’기억의 국'이었다.무는 많이 삶아 말캉했지만 흐물거리지 않았고,마른 미역은 기름 한 방울 없이 볶은 뒤 다시 삶아 넣었다.표고는 하루를 말린 뒤, 육수에 불리고, 마지막으로 흰 된장을 풀어 가장 깊고 담백한 맑은 국물 위에 얹었다.그녀는 그걸 ‘밥상’이 아닌 ‘위로’라 부르고 싶었다.그날, 왕은 오랜만에 아무 궁인도 들이지 않은 채 대전에서 혼자 식사를 하기로 했다.채향이 만든 국은 묵묵히 쟁반 위에 올려졌고, 그것을 들고 들어간 이는 이현이었다.“폐하, 수라 들려 하옵니다.”왕은 책에서 눈을 들지 않았다.“오늘은 누가 지은 것이냐.”“정채향이 지은, ‘기억의 국’이라 하옵니다.”왕은 눈을 가늘게 떴다.“기억이라…”그 한마디를 되뇌고는 조용히 수라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숟가락이 국에 닿고, 국물이 혀에 닿는 순간. 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 숟가락, 그리고 또 한 숟가락.표정은 없었으나, 젓가락이 멈추지 않았다.이현은 그 곁에서 말없이 서 있었다.허나, 이내 왕의 손이 멈췄다.그리고 한참 후,숟가락이 그릇 가장자리에 내려앉을 때쯤, 왕은 조용히 말했다.“이 국엔… 말이 없구나.”“…….”“허나, 말 없는 사람만이 제 어미를… 그리워하며 음식을 만들었을 것이야.”왕은 수라를 바라보며 낮게 웃었다.“이 향은… 내 어미가 병석에 누웠을 때 궁녀들이 내게 끓여주던 국과 같구나.”“너무 짜지도, 너무 밍밍하지도 않았지. 다만… 이 국을 먹고 나면 그날은 울지 않았다.”이현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폐하… 채향 낭자는 이 국을 그저 진심의 시
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8-15 อ่านเพิ่มเติ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