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이름도 자리를 묻지 않았고, 그저 손을 덜덜 떨며 음식을 입에 넣었다.채향은 웃지 않았다.다만 깊이,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때, 그 상 옆자리에 앉은 또 다른 궁녀, 단이는 미묘하게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그녀는 고운령 측에서 密命을 받은 자였다.“빈궁에서 무슨 음식이 오르며, 누구를 곁에 들이는지 그 모든 걸 말하라.”단이는 처음엔 두려웠고, 그 후엔 혼란스러웠고, 지금은… 마음이 흔들렸다.그녀가 이곳에서 본 것은 권력이 아니라, 손으로 국을 짓는 여인의 뒷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그날 밤, 연회가 끝나고 모두 물러간 뒤,단이는 조심스레 채향의 방 앞에 섰다. 그 손엔 운령이 건넨 봉투가 쥐어져 있었고, 심장은 뚝뚝 떨리고 있었다.그때, 문이 열렸다.채향은 등불 하나만 켜둔 채 조용히 앉아 있었다.그녀는 단이를 보자 말없이 찻잔을 내밀었다.“오늘, 다들 입을 통해 마음을 나누었으니…”“…그대도 그 잔으로 자신의 마음을 덜어내보시옵소서.”단이는 봉투를 내려두었다.“…마마. 저… 폐하께서 아시면 안 되는…”그녀는 더 말하지 못했다.그저 울었고, 채향은 다가가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사람은 죄를 짓기도, 마음을 돌리기도 하옵니다.”“…헌데 국이란, 죄의 입에도 따뜻할 수 있어야 하옵니다.”그 말에, 단이는 봉투를 찢었다.그리고,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이 국의 곁에서 살고 싶사옵니다.”채향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그날 밤부터 단이의 손엔 국자 하나가 들려 있었다.그녀는 이제, 채향의 곁에서 하루에 한 그릇씩 국을 배워가기 시작했다.背叛이 아니라, 국으로 맺은 충심의 시작이었다.연회가 끝난 다음 날 아침, 采香堂의 마루 끝엔 낯선 기척이 있었다.채향은 고개를 들었고, 그 문 앞에는 뜻밖에도 이현이 서 있었다.그는 군복도 아니고, 의관도 아니며, 그저 백의(白衣) 차림의 사내였다.“…오늘은, 궁의 주인이 아닌 사내로 왔소.”채향은 무릎을 꿇고 인사했지만, 그는 조용히 손을 뻗어 그녀를 일으켰다.
Last Updated : 2026-09-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