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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사람들은 물었사옵니다. 죽은 언니를 기억하냐고. 

Penulis: 데이지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8-21 10:53:03

새벽의 내전. 책봉 명단이 담긴 목패가 중궁전 앞에 도착했다.

금줄이 감싸진 붉은 함, 그 위에 적힌 다섯 명의 이름 중 첫 칸.

분명히 그곳에는 ‘정채향’이라는 이름이 올라갈 것이었다.

허나, 새벽을 찢는 문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또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전마마께, 조용히 전하옵니다. 수라간 정채향 낭자의 과거…그 이름은 진짜가 아니옵니다.”

비밀리에 도착한 편지 한 장. 그 안에는 지금까지 채향이 감춰왔던 진실,

아니, ‘감추었으나 끝내 묻히지 못한 슬픔’이 담겨 있었다.

그녀의 진짜 이름은 정채연. 채향은 어릴 적 병으로 죽은 언니의 이름이었다.

그들은 어린 채연을 언니의 이름으로 입적시켰다.

무명의 어린아이로는 궁녀 시험조차 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는 ‘죽은 자의 이름’으로 살아남았고, 지금껏 모든 하루를 그 이름 안에서 삼켜왔다.

서화령은 그 기록을 들고 중전전의 향로 앞에 앉았다.

매화향이 은은히 감도는 방 안에서 그녀는 조용히 웃었다.

“이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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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국이 끓지 않았다.수라간에도 불이 들어오지 않았고, 솥은 조용히 비워져 있었다.그러나 누구도 그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왜냐하면, 그날은 정채향이 처음으로 ‘국을 끓이지 않아도 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조용히 궁 밖으로 나왔다.머리에 쓴 흰 비단 건은 궁녀의 표식이 아니었고,몸에 두른 저고리와 치마는 수라간의 규범이 아니었다.그녀는 오늘, 사람으로서의 하루를 살기로 했다.그곳은 한강 어귀의 평지였다.봄볕이 내려앉은 들녘,바람에 물결처럼 일렁이는 보리밭 너머로 한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이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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