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병원에 갈 준비를 하며 집 안을 서성거리면서 필요한 것들을 챙겼다. 나는 테트라 집안 남자들과 아무런 약속도 없었고,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지도 않았기에 안나에게 가는 것이 좋은 생각처럼 느껴졌다. 사실, 그게 내가 가진 유일한 생각이었다. 데이비드와 약속이 없다면 레인과 함께하게 될 것이고, 레인과도 아무런 일이 없다면 결국 안나에게 가야 했다. 가끔 새로운 친구, 여자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언제나 그 생각을 뒤로 미뤄버리고 말았다.내 숄더백은 주방 조리대 위에 놓여 있었고, 나는 머리를 묶어 올려 번으로 만들었다. 새 병원까지는 꽤 먼 거리였기에 냉장고에서 물 한 병을 꺼냈다. 가방을 집어 드는 순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방금 우리가 확인했듯이 나는 친구가 없었으니, 방문객을 기대하고 있던 것은 절대 아니었다. 머릿속으로 생각해봐도 아버지나 아들일 리는 없었다. 내가 알기로 두 사람 모두 일정이 굉장히 빡빡했다.노크 소리가 다시 들려오면서 나는 머릿속에서 하던 생각에서 벗어났다. 머릿속의 의심은 더욱 심해졌다. 거의 동시에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섬뜩한 느낌이 생각 속으로 스며들었다.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완전히 움직이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문을 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누구든 그냥 돌아가게 내버려두면 됐다.숨을 멈춘 채, 나는 기다리면서 머릿속으로 양을 세었다.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불안감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고 이상하게도 더 화가 난 듯했다. 그 때문에 나는 더욱 꼼짝도 하지 않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폐가 따끔거리며 공기를 갈망했지만, 이상하게도 숨을 참는 것이 옳은 일처럼 느껴졌다.수없이 긴 시간 동안 호흡을 계산하고 소리 없이 숨을 삼킨 뒤에야, 나는 점점 멀어지는 발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나무 바닥을 구두가 내리찍는 듯한, 끔찍한 울림이 더 이상 들리지 않는
Last Updated : 2026-10-0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