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 11월 (첫서리가 내린 아침) -삼강주막 맞은편 초가가 사흘 만에 사라졌다.낫으로 이엉을 걷어내고 삽으로 흙벽을 밀어낸 자리에는 잿빛 블록이 허리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그 옆집 지붕에는 새 슬레이트가 얹혀, 햇빛을 받을 때마다 강물보다 희게 번들거렸다.옥연은 대청에 서서 마을의 달라진 지붕선을 바라보았다.나루로 내려가는 길은 버스가 다니는 신작로에 밀려 좁아졌고, 빈 배를 묶은 말뚝에는 낙엽만 걸렸다. 서른네 해 동안 주막 앞을 채웠던 삿대 소리보다 트럭의 엔진 소리가 더 가까워진 지 오래였다."주모님, 오늘은 무릎이 더 아프십니까?"장작을 들여놓던 젊은 아낙이 물었다."첫서리가 내리면 원래 좀 뻣뻣해진단다. 솥 앞에 서 있으면 곧 풀려."옥연은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손바닥으로 오른쪽 무릎을 한 번 눌렀다.쉰셋이 된 몸은 예전처럼 속일 수 없었다. 새벽마다 장작 두 단을 나르던 허리는 물동이 하나에도 묵직해졌고, 오래 쪼그려 앉았다 일어나면 무릎 안쪽이 바늘로 찌른 듯 저렸다.그래도 아침 국은 옥연이 직접 끓였다.가을 무를 납작하게 썰고 된장을 푼 뒤, 전날 삶아둔 시래기를 넣었다. 장날에 받은 돈은 보리와 소금으로 돌아왔고, 단골이 맡기고 간 콩과 들깨는 겨울 장사의 밑천이 되었다.주막은 더 이상 한 끼를 내고 다음 날을 걱정하던 집이 아니었다.나루 손님은 줄었으나 버스를 놓친 장꾼과 자전거로 강을 건너온 행상들이 자리를 채웠다. 낮에는 근처 공사판의 인부들이 국밥을 먹었고, 밤이면 길을 잘못 든 운전수가 빈방을 찾았다.옥연이 솥뚜껑을 덮는 순간 대문 밖에서 자전거 방울이 연달아 울렸다.면사무소 직원 둘과 마을 이장이 들어왔다. 한 사람은 겨드랑이에 도면을 끼고 있었고, 다른 사람은 붉은 글씨가 찍힌 종이 뭉치와 풀통을 들고 있었다."주모님, 말씀드린 환경 정비 건으로 나왔습니다."면사무소 직원이 대문 기둥을 살피며 말했다."나는 처음 듣는 말인데요.""며칠 전에 이장님께 전달했습니다. 새마을 가꾸기를 시작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3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