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형편없는 쌀이로군. 하지만 정성은 있다." 1936년, 마지막 쌀 한 줌으로 올린 밥이 70년간 잠들어 있던 삼강의 터주신을 깨웠다. 그는 영원히 늙지 않고, 그녀는 하루하루 늙어간다. "네 눈가에 진 주름이 우리가 함께 살아온 증거인데, 왜 부끄러워하느냐." 불멸의 신과 필멸의 여자, 낡은 주막에서 피어난 시간조차 갈라놓지 못한 사랑. 《이 작품은 경상북도 예천군 삼강리에 실존하는 삼강주막(경상북도 민속문화재)과, 그곳을 마지막까지 지킨 주모 유옥연 여사(1900년대~2005년)의 삶을 모티브로 하였습니다. 세 강이 만나는 나루터 위의 낡은 주막, 외상값을 흙벽에 새기던 풍경, 그리고 한 여인이 평생을 바쳐 지켜낸 부뚜막의 온기는 실제 역사에서 빌려왔습니다. 다만 등장인물과 사건은 허구이며, 실존 인물과는 무관합니다.》
View More식사를 마친 뒤에는 장터 끝의 작은 카페로 향했다. '강끝 찻집'이라는 간판 아래로 커다란 통유리창이 나 있었다. 창가에서는 봄볕이 든 논과 멀리 흐르는 강줄기가 한눈에 보였다. 휘는 검은 커피를 주문했고, 옥연은 딸기크림이 올라간 우유와 작은 케이크를 골랐다.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보던 옥연이 가격을 보고 휘에게 몸을 기울였다. "국밥보다 비쌉니다." "먹고 싶은 것을 고르거라." "딸기 몇 알에 이 돈이면 국을 몇 그릇이나..." "오늘은 장사하러 나온 것이 아니다." 휘가 카드를 기계에 갖다 댔다. 옥연은 결제가 끝나는 짧은 소리를 들으며 입술을 달싹였다. 외상 장부에 빗금 하나 긋지 않고 음식값이 오가는 세상은 여전히 신기했다. 창가에 앉은 휘가 검은 커피를 마셨다. 그의 미간이 즉시 좁아졌다. "어떠십니까?" "탄... 물 같구나." "요즘 사람들은 그 맛으로 마신답니다." "왜 돈을 내고 탄 물을 마시느냐." 옥연은 웃음을 참으며 딸기크림을 한 숟갈 떴다. 휘는 그 모습을 보다가 아무렇지 않게 옥연의 잔을 가져가 한 모금 마셨다. "그건 제 것입니다." "간을 보았다." "우유에도 간을 봅니까?" "지나치게 맛있... 아니, 달군." 휘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한 모금 마셨다. 옥연은 잔을 돌려받지 않고 케이크를 잘라 그의 접시에 놓았다. 휘가 거절하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자기 몫을 먹었다. 카페 한쪽에는 네 장의 사진이 한 줄로 나오는 작은 촬영 기계가 있었다. 젊은 손님들이 그 안에 들어가 우스운 머리띠를 쓰고 사진을 찍었다. 옥연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자 휘는 빈 컵을 내려놓았다. "해보자." "저 안에서 무엇을 하는 겁니까?" "아마도 사진을 찍는 모양이다." 옥연의 걸음이 멈췄다. 휘는 오랫동안 낯선 사람의 눈에도, 사진기에도 제대로 모습을 남기지 못했다. 옥연이 인간으로 살던 시절 두 사람이 함께 찍힌 사진은 한 장도 없었다. 지
두 사람은 먼저 삼강문화단지의 봄 장터로 향했다.주말을 맞아 강문화전시관 앞에는 천막과 작은 노점들이 늘어서 있었다.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녔고, 잔디밭 한쪽에는 봄 행사 기간에만 운영하는 작은 유원시설이 들어서 있었다.회전목마와 미니 관람차, 어린이용 범퍼카가 알록달록한 불빛을 켜고 손님을 기다렸다.옥연은 입구에 서서 한참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저 말들은 살아 있지도 않은데 계속 같은 자리를 도는군요.""타보고 싶으냐?""아이들이 타는 것 아닙니까?""저기 어른도 타고 있다."휘가 가리킨 곳에는 어린 딸을 안은 아버지가 작은 백마 위에서 더 신나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옥연이 망설이는 사이 휘는 이미 표를 샀다. 막내의 손녀가 준 카드를 기계에 갖다 대자 짧은 소리와 함께 결제가 끝났다."도련님, 방금 돈이 나간 겁니까?""그렇다는군.""장부에도 적지 않았는데요?""이 안에 장부가 들어 있다고 했다."휘가 카드를 들어 보였다.옥연은 얇은 카드 안에 수많은 빗금이 들어 있는 모습을 상상하느라 잠시 진지해졌다.회전목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옥연은 남색 안장이 얹힌 흰 말을 골랐고, 휘는 바로 옆의 검은 말에 올랐다. 두 사람의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자 말들이 음악에 맞춰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처음 한 바퀴 동안 옥연은 손잡이를 놓지 못했다.두 번째 바퀴에 들어서자 굳었던 어깨가 풀렸고, 세 번째 바퀴에는 휘를 돌아보며 웃었다. 봄바람이 그녀의 치맛자락과 풀어 내린 머리카락을 가볍게 흔들었다.휘는 말이 위로 올라가도 옥연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앞을 보셔야지요.""말이 정해진 길로 가는데 볼 필요가 있느냐.""그럼 왜 타셨습니까?""네 얼굴을 보려고."옥연의 두 뺨이 금세 붉어졌다.회전목마를 세 번 더 태워도 좋을 만큼 만족한 휘와 달리, 옥연은 한 바퀴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내렸다. 주변의 젊은 연인들이 두 사람을 보고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다음에는 저것을 타자."휘가 미니 관람차를 가리켰다.
- 2026년 어느 봄날 -삼강주막의 회화나무에 연둣빛 잎이 돋기 시작한 아침이었다.옥연은 대문 밖에 서서 신작로 끝을 바라보았다. 흰 운동화를 신은 발끝이 문화단지로 이어지는 길을 향해 반쯤 나가 있었다."정말 괜찮습니까?""어제도 세 번 확인했다."휘가 옥연의 곁에 섰다.그는 짙은 남색 셔츠에 검은 바지, 무릎까지 내려오는 얇은 봄 외투를 입고 있었다. 모두 신력으로 형상화한 옷이었으나, 천의 주름과 단추까지 사람의 것과 다르지 않았다.옥연도 오늘만큼은 익숙한 저고리와 치마, 흰 앞치마를 벗었다.아이보리색 블라우스 위에 연한 하늘색 카디건을 걸치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차분한 붉은색 치마를 입었다. 휘가 골라준 흰 운동화는 고무 밑창이 낯설었지만 짚신보다 훨씬 가벼웠다."도련님은 요즘 젊은이 옷도 남색뿐이군요.""너는 붉은 치마를 골랐군.""남색도 붉은색도 평생 입던 색이라 눈에 익어서요.""너는 색을 둘씩이나 마음에 두는 모양이지만, 나는 칠백 년 동안 오직 한 가지만 눈에 담아왔다. 옷 색도, 사람도."옥연은 반박하려다가 그 말이 맞아 입을 다물었다.두 사람이 현대의 옷과 물건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몇 해 전부터 막내의 손녀가 주막을 찾아올 때마다 스마트폰이라는 물건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증조할머니를 밖으로 모시고 나갈 날이 분명 올 거라며, 동영상으로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틈틈이 보여주었다.처음에는 옥연도 손바닥만 한 화면 속에서 사람들이 움직이고 말하는 광경을 신기해했다. 막내의 손녀는 현대 사람들이 입는 옷부터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법, 신호등을 건너는 법과 카드로 값을 치르는 모습까지 차례로 찾아 보여주었다.휘는 그런 것을 몰라도 사람 사는 세상에 나가면 알아서 할 수 있다며 몇 번이나 자리를 피했다. 그러나 막내의 손녀가 일부러 카드를 기계 틈에 거꾸로 꽂는 것이라 떠보자, 방금 동영상에서는 기계에 갖다 댔다며 곧바로 바로잡았다.오늘 두 사람이 형상화한 옷도 막내의 손녀가 보여준 봄나들이 동
"아무도 안 계세요?"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아이는 닫히지 않은 대문을 밀었다. 눈 묻은 운동화 한 켤레가 1936년 늦가을 옥연의 젖은 짚신이 그랬던 것처럼 삼강주막의 문턱을 넘었다. 부엌 안은 어두웠다. 그 순간 아궁이 깊은 곳에서 푸른 불씨와 금빛 불씨가 함께 피어났다. 마른 장작에 저절로 불이 붙었고 무쇠솥의 뚜껑 사이로 하얀 김이 올랐다. 아이의 얼어붙은 손가락이 조금씩 녹았다. 솥 안에서는 시래기와 무가 든 국이 끓고 있었다. 빈 상 위에는 보리밥 한 그릇과 김치가 놓였고, 젖은 신발을 말릴 짚과 수건도 가지런히 나타났다. 등불 아래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남색 도포를 입은 젊은 사내와 남색 치마에 흰 앞치마를 두른 젊은 여인이었다. 여인의 검은 머리에는 은빛 불씨로 된 비녀가 꽂혀 있었고, 국자를 든 손바닥에는 오래된 흉터가 남아 있었다. 아이는 무서워 달아나지 않았다. 따뜻한 밥 냄새가 먼저 배를 울렸기 때문이다. 여인은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려고 대청 끝에 무릎을 굽혔다. "길을 잃었니?" "엄마를 놓쳤어요." "이름과 버스를 기억하느냐?"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휘는 대문 밖 눈길을 바라보았다. "큰길에서 사람들이 찾고 있다. 먹는 동안 길을 밝혀두면 곧 이곳으로 올 것이다." 그의 손끝에서 푸른빛이 흘러나가 눈 쌓인 신작로에 낮은 길을 만들었다. 불빛은 멀리서 아이를 찾는 어른들의 발 앞까지 이어졌다. 옥연은 국자를 내려놓고 아이 앞으로 다가앉았다. 마른 짚을 엮어 만든 작고 포근한 짚신 한 켤레를 아이의 발치에 가만히 내려놓으며, 그녀는 눈을 곱게 접어 웃었다. "얼어붙은 발로 더 걷다간 발가락이 다 상하겠구나. 이 짚신으로 신고 툇마루 위로 올라앉으렴." 아이의 젖은 운동화 끈을 조심스레 풀어낸 옥연이 아이의 어깨에 둘러진 가방끈으로 손을 뻗었다. "젖은 신발과 무거운 가방은 밥을 다 비우는 동안 아궁이 곁에 두어 뽀송하게 말려줄 터이니. 자, 어서 뜨신 국물부터 한술 뜨고 있거라."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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