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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삼강(三江), 그 등불 아래: Capítulo 71 - Capítulo 80

98 Capítulos

제71화: 허물 수 없는 집 3

스물넷이 된 막내는 대패와 먹통이 든 연장통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 문에 들어서자마자 옥연에게 절하고, 휘에게 절하고, 국 냄새를 한 번 맡은 뒤 곧장 지붕으로 올라갔다."내려와서 밥부터 먹어라."옥연이 마당에서 외쳤다."썩은 데가 있는지만 보고요. 낡았다고 다 썩은 건 아니잖아요."막내는 서까래를 두드리고 이엉을 들춰보며 지붕을 한 바퀴 돌았다.얼마 뒤 흙 묻은 얼굴이 처마 끝에서 거꾸로 나타났다."용마루 쪽 이엉은 갈아야 하고, 뒤편 서까래 둘도 바꿔야 해요. 기둥은 멀쩡합니다. 담장도 새 흙을 덧바르면 되고요.""집이 무너질 것 같으냐?"휘가 물었다."아버지가 지붕 위에서 발만 구르지 않으면 백 년은 더 갑니다.""내가 언제 지붕 위에서 발을 굴렀다는 것이냐.""어머니랑 다투신 날마다 용마루가 떨렸는데요.""..."철수와 영희가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휘의 눈이 가늘어지는 동안 막내는 처마에서 재빨리 사라졌다. 잠시 뒤 뒤뜰로 내려온 그가 철수 등 뒤에 숨자 옥연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다음 날 영희가 마지막으로 돌아왔다.스물아홉의 영희는 흰 간호원 가운 대신 회색 치마저고리와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있었다. 손에는 여행 가방 하나, 품에는 주소가 빼곡한 수첩을 안았다."병원에는 사흘 말미를 받았어요. 먼저 가까운 분들부터 찾아가려고요.""환자 돌보는 사람이 자리를 비워도 되니?""제가 어릴 때 이 집도 다친 사람을 돌보느라 밤낮이 없었잖아요. 이번에는 제 동료들이 제 자리를 봐주겠대요."영희는 벽의 빗금을 천천히 훑었다."전쟁 때 여기서 치료받은 분 가운데 제가 병원에서 다시 만난 분들이 있어요. 피란민 구호소 기록에 주소가 남은 분도 있고요. 편지를 보내고, 가까운 곳은 직접 찾아가 보겠습니다.""사람들이 오래전 일을 기억할까."옥연이 묻자 영희가 벽에 손바닥을 댔다."잊은 분도 있겠지요. 그래도 밥 한 그릇 때문에 살아남았다는 사람은... 쉽게 못 잊어요. 저희가 그랬잖아요."옥연의 손이 영희의 손등 위로 포개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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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허물 수 없는 집 4

오후가 되자 주막 앞의 줄은 신작로까지 이어졌다.밥값을 외상으로 두고 갔다가 훗날 보리 한 말을 보낸 장꾼, 광복 직후 돌아갈 고향을 잃고 골방에서 사흘을 잔 모자, 전쟁통에 주막 마당에서 국을 나눠 먹었던 소년까지 저마다 한 줄씩 증언을 남겼다.모두가 같은 일을 기억하지는 않았다.누군가는 국에 무가 들었다고 했고, 다른 이는 시래기였다고 우겼다. 비가 왔다고 기억하는 사람 옆에서는 눈이 내렸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그러나 한 가지는 같았다.굶은 채 문턱을 넘었고, 이름과 돈을 묻기 전에 따뜻한 그릇을 받았다는 기억이었다.면사무소 직원은 쌓여가는 종이를 보며 난처한 얼굴을 했다."이 집을 아예 손대지 말자는 말씀들입니까? 그러면 마을 정비가 어렵습니다."옥연은 고개를 저었다."손대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썩은 곳은 갈고, 비가 새면 이엉도 새로 얹어야지요."그녀는 솥에서 국을 떠 증언자들에게 차례로 건넸다."하지만 사람을 못 들어오게 줄을 치고 구경만 하는 집으로 만들 생각도 없습니다. 이 집은 앞으로도 밥을 짓고, 배고픈 사람이 앉아야 합니다. 살아 있는 채로 고쳐주십시오."직원은 바로 답하지 못했다.철수는 진정서와 보수 계획을 한데 묶어 그의 앞에 놓았다."철거 결정부터 멈추고 현장을 다시 조사해주십시오. 그동안 필요한 보수는 주민들이 맡겠습니다.""면장님께 보고는 올리겠습니다. 다만 작업 날짜가 이미 잡혀 있어서..."직원의 말끝이 흐려졌다.옥연은 그 머뭇거림을 놓치지 않았다."무슨 작업 날짜입니까?""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마을 쪽에서 담장 정리 인원을 모아둔 것뿐입니다. 보고가 올라갈 때까지 움직이지 말라고 전하겠습니다."직원은 서류를 챙겨 서둘러 돌아갔다.휘가 등불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저자는 제 말도 믿지 못하는 얼굴이었느냐.""일을 멈추겠다는 얼굴도 아니었습니다."철수가 창밖을 보며 답했다."내일 면에 다시 가겠습니다.""나도 함께 가마."옥연이 말하자 세 아이가 동시에 그녀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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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허물 수 없는 집 5

쿵.누구도 손대지 않았으나 부엌에서 번진 진동이 대들보를 타고 흙벽까지 흘렀다. 등불의 푸른빛과 금빛이 한 줄로 겹치더니, 수백 개의 빗금 사이로 따뜻한 김이 피어올랐다.작업반장의 손이 멎었다.그의 코끝에 된장과 무가 끓는 냄새가 닿았다. 열세 살 겨울, 아버지를 잃고 장터를 떠돌다 어느 주막에서 얻어먹었던 국 냄새와 같았다.다른 인부는 갓 지은 보리밥 냄새를 맡았다.누군가는 젖은 군복을 말리던 장작불 소리를 들었고, 누군가는 잊고 있던 어머니의 기침을 들었다. 벽에서 나온 기억은 같은 모양이 아니었으나 모두가 가장 배고팠던 날의 그릇 앞에 서 있었다.휘의 손이 옥연의 어깨 너머로 올라왔다.청색 눈동자는 붉게 변했고, 손끝에는 벽의 기억을 더 선명하게 끌어낼 힘이 모였다. 옥연은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그의 손가락을 감쌌다."안 됩니다.""저들이 잊었다면 보여주면 된다.""두려워서 물러나게 하면 다시 망치를 듭니다. 사람의 입으로 듣게 해주십시오.""또 네가 혼자 말하려는 것이냐.""아니요... 이번에는 제 뒤에 사람이 많습니다."옥연이 한 걸음 옆으로 비켰다.김 씨의 아들이 벽 앞으로 나왔다. 그는 첫 번째 빗금을 짚고 아버지가 얼음물에서 살아 돌아온 날을 이야기했다."그날 이 집 주모가 국 한 그릇을 내지 않았다면 우리 아버지는 해 뜨기 전에 죽었소. 나는 태어나지도 못했겠지."피란민 노인이 다음 빗금 앞에 섰다."전쟁 때 이 벽 밑에서 다리를 치료받았습니다. 저 빗금 하나가 내 밥값이었고, 나는 쉰 해 가까이 그 외상을 마음에 두고 살았습니다."영희가 증언을 받아 적었고 철수가 돌아온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이름이 불릴 때마다 당사자나 그 자손이 앞으로 나왔다. "어머니께서 피란길에 삼강주막에서 아이를 낳고 미역국을 얻어먹었다고 평생 말씀하셨습니다. 그 아이가 바로 접니다.중년 남자가 손을 들었다."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어머니가 받은 밥까지 사라지게 둘 수는 없습니다."작업반장의 망치가 천천히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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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허물 수 없는 집 6

주막 장사는 보수하는 동안에도 멈추지 않았다.옥연은 오래 서 있지 말라는 세 아이의 명령에 못 이겨 솥 옆에 의자를 놓았다. 앉은 채 간을 보고 국자를 휘저었으며, 손님이 들어오면 누구보다 먼저 그릇을 골랐다."국이 싱겁다."휘가 첫 숟갈을 뜨고 말했다."제 입에는 맞습니다.""내가 사흘째 간을 보았다. 오늘이 가장 싱겁다.""그러면 소금 한 꼬집을 직접 넣으세요."옥연이 소금 종지를 밀자 휘는 못마땅한 눈으로 그것을 내려다보았다."주인이 있는데 신령이 간까지 맞춰야 하는 것이냐.""허리 펴고 서면 아이들이 또 달려옵니다. 도련님께서 한패가 되셨으니 책임지셔야지요."휘가 대청을 돌아보았다.철수는 서류를 쓰는 척했고, 영희는 붕대를 정리하는 척했으며, 막내는 대팻밥을 쓸면서 귀만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휘는 결국 소금 한 꼬집을 집었다.그러나 솥에 넣지 않고 옥연의 국그릇 위에만 흩뿌렸다."솥의 간은 맞다. 네 혀가 고집을 부린 것이로구나.""방금 싱겁다 하셨잖아요.""확인해본 것이다."막내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휘가 손가락을 움직이자 빗자루가 막내의 발등을 때렸다. 새 지붕 위에서 일하던 목수들은 무슨 까닭인지 모르지만 같이 웃었고, 옥연은 국자를 내려놓은 채 한동안 어깨를 떨었다.해질 무렵 마지막 이엉 단이 용마루에 묶였다.막내가 지붕에서 내려와 손에 묻은 짚가루를 털었다. 새 이엉 아래의 대들보와 등불, 무쇠솥과 빗금 벽은 예전 자리 그대로였다.휘는 집 안을 천천히 걸었다.손끝으로 문설주를 짚자 푸른 기운이 새 서까래를 따라 흘렀고, 금빛은 보수한 흙벽의 틈을 지나 오래된 빗금에 닿았다. 바뀐 나무와 새 볏짚 사이에서도 주막의 결계는 끊어지지 않았다."어떠십니까?"옥연이 물었다."달라진 것이 없다."휘는 등불 아래에 멈춰 섰다."아니, 전보다 넓어졌구나."마당에는 보수에 참여한 사람들의 발자국이 가득했다. 벽을 지킨 증언과 지붕을 고친 손길이 새로운 감사가 되어 집 안에 겹쳐 있었다."집은 나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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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다시 지키는 문턱 1

- 1980년 6월 하순 (장마가 시작된 밤) -오후부터 내린 비는 해가 진 뒤에도 그치지 않았다.강물은 누런 흙을 품고 불어났고, 삼강주막의 새 이엉 끝에서는 빗물이 굵은 줄기로 떨어졌다. 십 년 전 주민들이 함께 고친 지붕은 거센 비를 견디고 있었으나 바람이 세게 불 때마다 처마 밑의 등불이 가늘게 흔들렸다.부엌 천장에는 전구 하나가 켜져 있었다.마을에 전기가 들어온 뒤로 손님들은 기름 냄새가 덜 난다며 좋아했다. 그래도 옥연은 대들보의 등불을 내리지 않았고, 휘도 전구가 자기보다 밝게 빛나는 날에는 공연히 그 아래를 지나가 불빛을 깜빡이게 만들곤 했다."도련님, 또 그러셨습니까?"옥연이 전구를 올려다보며 물었다."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나.""도련님께서 지나가실 때마다 전구가 꺼집니다.""인간이 만든 불이 허약한 것을 어찌 나에게 묻느냐."휘는 태연한 얼굴로 대들보 아래에 기대 있었다.서른 안팎의 얼굴도, 청흑색 긴 머리도 옥연이 처음 만난 날과 다르지 않았다. 낯선 손님 앞에서는 모습을 감추는 시간이 늘었으나, 둘만 있을 때에는 여전히 주막의 가장 넓은 자리를 당연하다는 듯 차지했다.옥연은 전구에서 시선을 거두고 솥을 저었다.예순셋이 된 그녀의 허리는 젊을 때보다 조금 굽었고 손등의 마디도 굵어졌다. 흰머리는 은비녀 주위로 넓게 번졌지만, 저녁 국의 간을 보는 눈과 혀는 흐려지지 않았다."오늘은 손님이 더 없을 듯합니다. 문을 닫을까요?""닫지 마라."휘가 곧바로 답했다."아까는 비가 들이친다며 닫으라 하셨잖아요.""강둑 아래에 사람 둘이 있다. 한 명은 제대로 걷지 못하는구나."옥연의 손에서 국자가 멈췄다.휘는 문밖을 바라보았다. 빗소리에 묻혀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으나, 젖은 흙을 밟는 발소리 하나와 무언가를 끌다시피 하는 발소리 하나가 가까워지고 있었다.옥연은 부엌 의자에 걸어둔 겉옷을 집었다."내가 데려오마.""도련님은 대문을 벗어날 수 없잖습니까.""물길이 닿는 곳까지는 기운을 보낼 수 있다.""기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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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다시 지키는 문턱 2

잠시 뒤 두 학생이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대청에 나왔다. 남학생에게는 막내가 두고 간 헐렁한 바지저고리를 입혔고, 여학생에게는 영희가 주막에서 입던 치마저고리를 내주었다.옥연은 시래깃국과 보리밥을 상에 놓았다.두 사람은 수저를 들지 못했다. 배는 고픈데 먹어도 되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식기 전에 먹어라.""돈이 없습니다."남학생이 말했다."저 벽을 보아라. 빈자리가 많지?"옥연은 외상 빗금이 남은 흙벽을 가리켰다."살아서 돌아갈 생각이 있으면 한 줄 긋고 먹으면 된다."남학생이 마침내 수저를 들었다.첫 숟갈을 삼킨 뒤에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여학생도 국을 한 모금 마시자 굳게 다물고 있던 입술이 떨렸다."천천히 먹어. 급히 삼키면 체한다."옥연의 말에 여학생이 눈가를 훔쳤다."학교가 문을 닫은 뒤로 제대로 먹은 게 며칠 만인지 모르겠습니다."5월 17일 24시,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된 뒤 전국의 대학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집회와 시위가 금지되고 학교 문이 닫히자 학생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몸을 숨겼다. 그 과정에서 붙잡힌 사람도 많았고, 가족에게조차 행방을 알리지 못한 채 떠도는 학생도 생겼다.두 사람은 대구에 있는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학교 앞 시위에 참여했다가 흩어졌고, 이후 붙잡힌 동료들의 소식과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유인물을 등사해 나누려 했다. 전날 연락책 하나가 연행되면서 머물던 방이 드러났고, 두 사람은 남은 유인물과 주소 수첩을 챙겨 버스와 산길을 번갈아 이용해 도망쳤다.여학생이 기름종이 꾸러미를 풀었다.물에 젖지 않은 종이 위로 거친 등사 잉크가 번져 있었다.[붙잡힌 학생들의 행방을 밝혀라. 대학의 문을 열어라. 계엄을 거두어라.]그 아래에는 유인물을 전달할 사람들의 성과 주소 일부가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이게 잡히면 저희만 끌려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여학생이 다시 종이를 접었다."그러니 날이 밝기 전에 나가야 합니다.""저 발로 어디를 가겠다는 것이냐."등불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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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다시 지키는 문턱 3

- 1980년 6월 다음 날 아침 -비는 가늘어졌으나 강물은 더 불어 있었다.옥연은 평소처럼 대문을 열고 솥에 불을 지폈다. 두 학생에게는 골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고, 대신 낯선 사람이 오면 기름종이 꾸러미를 보이지 말라고만 당부했다.아침 첫 손님은 우산을 든 장꾼이었다.두 번째는 버스를 놓친 노인이었고, 세 번째로 들어온 사람은 젖은 회색 양복에 검은 구두를 신은 사내였다. 그의 뒤에는 제복을 입은 경찰 둘이 서 있었다."이 집 주인이시오?"회색 양복 사내가 신분증을 잠깐 내보였다.옥연은 이름과 소속을 다 읽기도 전에 그가 지갑을 닫는 것을 보았다. 사내는 대청보다 골방과 뒤뜰을 먼저 살폈다."어젯밤 젊은 남녀가 이쪽으로 오는 것을 봤다는 사람이 있소. 한 사람은 다리를 절었다는데 들어온 적 있습니까?""밥부터 드시겠습니까?""묻는 말에 답하시오.""손님이 무엇을 먹을지부터 묻는 것이 제 일입니다."사내의 입매가 비뚤어졌다."시국사범을 숨기면 주인도 곤란해질 수 있소. 집 안을 좀 봅시다."그가 대청으로 오르려 하자 옥연이 문턱 한가운데 섰다.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다만 옥연의 등 뒤로 서늘한 기운이 닿았고, 굽은 허리를 차가운 손이 곧게 받쳤다. 대들보의 등불이 소리 없이 푸른빛을 머금었다."누구를 찾는지, 무슨 일로 찾는지 먼저 분명히 말씀하십시오.""그걸 당신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소. 계엄포고를 어긴 학생들이니 순순히 협조하시오.""이름도 모르는 사람을 찾으면서 우리 집부터 뒤지겠다는 겁니까?""의심할 만한 제보가 있었소."회색 양복 사내가 옥연을 비켜 밀고 들어오려 했다.그의 손이 어깨에 닿기 직전, 휘의 기운이 붉게 달아올랐다. 옥연은 등 뒤로 손을 뻗어 보이지 않는 손가락을 붙잡았다."도련님."아주 작은 부름이었다.휘의 힘은 사내를 밀어내는 대신 문지방 안쪽에 얇은 막을 만들었다. 사내가 한 발을 올리자 젖은 구두가 미끄러졌고, 그는 문틀을 붙잡고서야 넘어지지 않았다."바닥에 뭘 발라놓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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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다시 지키는 문턱 4

1970년 주막 철거를 막았던 노인과 그 자손, 지붕을 고친 인부, 장날마다 국밥을 먹는 상인까지 비를 맞으며 대문 앞에 섰다. 정치가 무엇인지 몰라서 온 사람도 있었고, 학생들의 주장이 옳은지 확신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그래도 다친 젊은이를 치료도 하지 않은 채 끌어가는 일은 그냥 볼 수 없다고 했다."주모에게 갚을 빚이 있어 셈을 치러야하니, 오늘은 우리가 이 집 문 앞에 좀 서겠소."김 씨의 손자가 우산을 접으며 말했다.회색 양복 사내는 모인 사람들을 둘러보았다."공무집행을 방해하면 모두 책임을 져야 합니다.""그래서 길을 막지 않고 서 있기만 하지 않습니까."철수가 수첩에 시간을 적으며 답했다."들어가시려면 들어가십시오. 다만 이 사람들 앞에서 환자를 끌어내고, 책임자 성함도 밝히십시오."사내의 턱이 굳었다.그는 경찰 둘과 짧게 상의한 뒤 다시 문턱에 발을 올렸다. 이번에는 미끄러지지 않았으나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젖은 모래를 거슬러 걷는 듯 다리가 무거워졌다.휘가 옥연의 뒤에서 결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붉은 눈은 사내에게 향했지만 힘은 문턱 안쪽을 단단하게 붙드는 데만 쓰였다. 사람을 해치지도, 정신을 꺾지도 않았다.철수가 옥연의 앞으로 나섰다."어머니, 이제 뒤로 가세요.""아직 할 말이 남았다.""말씀은 제 등 뒤에서도 하실 수 있습니다."철수는 열두 살 때 동생들을 감싸던 것과 같은 자세로 두 팔을 벌렸다.영희는 골방 문 앞에 섰고, 막내는 담장 쪽으로 돌아 들어오려는 경찰의 길목을 막았다. 휘는 아무 말 없이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1950년 포탄 아래에서 주막으로 들어왔던 아이들이었다.밥 한 그릇을 의심했고, 낯선 어른의 손길을 피했으며, 막내 하나를 살리기 위해 자신들의 몫을 내놓던 아이들이 이제 같은 문턱을 지키고 있었다. 휘가 나서지 않아도 세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집과 손님 앞에 벽을 세웠다.옥연은 철수의 어깨 너머로 회색 양복 사내를 보았다."저 학생들은 발이 나을 때까지 이 집 손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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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다시 지키는 문턱 5

- 1980년 6월 사흘 뒤 새벽 -남학생의 발목은 부기가 조금 빠졌으나 여전히 땅을 제대로 디딜 수 없었다.영희는 대나무 부목을 다시 대고 단단히 묶었다. 막내는 한쪽 겨드랑이에 끼울 목발을 만들어주었고, 철수는 강 건너 검문이 덜한 길과 버스 시간을 종이에 그렸다."어디로 갈지는 저희가 정하겠습니다."여학생이 지도를 받으며 말했다."그래야 한다."철수는 목적지를 묻지 않았다."이 지도에는 길만 있습니다. 사람 이름은 쓰지 않았으니 잡혀도 다른 이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겁니다."학생들은 사흘 동안 서로의 이름조차 밝히지 않았다.옥연도 캐묻지 않았고, 가족들도 아는 척하지 않았다. 떠나기 직전이 되어서야 남학생이 민호라고, 여학생이 정애라고 처음 이름을 말했다."진짜 이름인지 묻지 않으실 겁니까?"민호가 물었다."돌아와서 다시 말해주면 그때 믿으마."옥연은 두 사람에게 주먹밥과 마른 양말을 건넸다."길에서 나눠 먹고, 발이 더 아프면 바로 멈춰라.""다시... 올 수 있을까요?"정애의 질문에 옥연은 대문을 활짝 열었다."돌아오는 길을 잊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늣어도 된다. 이 주막은 늘 이 자리에 박혀 있을 터이니."휘는 강에서 안개를 끌어왔다.하얀 물안개가 신작로와 주막 사이에 낮게 깔리자, 사흘 동안 길 건너를 지키던 사복 경찰의 시야가 흐려졌다. 김 씨의 손자는 오래 쓰지 않던 작은 나룻배를 갈대밭 뒤로 대어놓았다.휘가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였다.안개를 만들고 물살이 잔잔한 길을 알려줄 수는 있어도 두 사람이 어디에 숨고 무엇을 선택할지 정해줄 수는 없었다. 강 건너에서 이어질 시대의 싸움 또한 인간의 몫이었다.두 학생은 떠나기 전 흙벽으로 갔다.민호가 숯 조각으로 새 빗금 하나를 그었고, 정애는 그 옆에 작은 글씨를 남겼다.[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어 이 밥값을 갚겠습니다.]"이름은 쓰지 않겠습니다."정애가 말했다."언젠가 돌아와 직접 말씀드릴게요.""그래. 그때 국값이 많이 올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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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다시 그어진 외상 빗금 1

- 1997년 12월 초 (구제금융 합의가 발표된 겨울) -라디오에서는 아침부터 환율과 부도 소식이 이어졌다.정부가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는 말은 며칠 전부터 신문과 방송을 가득 채웠다. 그보다 먼저 쓰러진 회사가 많았고, 장사를 접은 가게와 월급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예천 장터까지 내려와 있었다.삼강주막 앞 신작로에는 첫눈이 녹지 않고 얼어붙었다.강을 건너던 나룻배는 오래전에 자취를 감췄고, 빈 나루터에는 관광 안내판 하나만 기울어 서 있었다. 버스도 큰길로 노선을 바꾸면서 일부러 주막을 찾지 않으면 이곳까지 들어오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마을 사람들은 삼강주막을 마지막 주막이라 불렀다.오래 남았다는 뜻은 있었으나 법으로 보호받는 집은 아니었다. 십 년 전 지붕을 고칠 때마다 군청에 자료를 냈지만, 보존이 필요하다는 말은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서류함 아래로 밀렸다.옥연은 아궁이 옆 나무의자에 앉아 솥을 저었다.여든이 된 손은 국자를 들 때마다 가늘게 떨렸다. 허리는 더 굽었고 무릎은 오래전에 똑바로 펴지지 않게 되었지만, 한 번 맛본 국의 간을 잊은 적은 없었다."소금 반 숟갈만 더 넣어야겠습니다.""조금 전에도 반 숟갈을 넣었다."휘가 등불 아래에서 말했다.그는 여전히 서른 안팎의 얼굴이었다.가족이 없는 낮에는 등불과 그림자 속에 모습을 숨겼고, 밤이 되면 옥연의 의자 옆에 자리를 잡았다. 세월이 흐를수록 낯선 사람 앞에서 실체를 드러내는 일은 더 위험해졌으나, 둘만 남은 부엌에서만큼은 젊은 얼굴을 감추지 않았다."그건 한 식경 전입니다. 무가 더 익으면서 물이 나왔어요."옥연이 소금 항아리로 손을 뻗자 국자가 솥 위에 홀로 멈췄다.휘의 염동력이 국자를 빼앗아 국물을 한 번 저었다. 그는 한 숟갈을 떠 맛본 뒤 소금 항아리를 옥연에게서 더 멀리 밀었다."맞다.""제가 맞습니까, 도련님이 맞습니까?""국의 간이 맞다는 뜻이다.""누가 맞혔는지는 말씀하지 않으시는군요.""내가 확인했으니 내가 맞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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