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 12월 중순 -다음 날부터 주막의 일은 네 사람의 손으로 나뉘었다.쉰아홉이 된 철수는 예천에서 일을 정리한 뒤 아침마다 주막에 들러 장부와 돈을 살폈다. 면서기보다 토지 서류를 더 잘 안다는 말을 듣던 젊은이는 어느새 안경 너머로 잔돈까지 꼼꼼히 확인하는 노인이 되어 있었다.영희는 솥과 약을 함께 맡았다.옥연이 맛을 보면 영희가 간을 맞췄고, 약 먹을 시간이 되면 국자보다 먼저 물컵을 내밀었다. 옥연이 싫은 얼굴을 하면 대들보의 전구와 등불이 동시에 깜빡였는데, 그것만큼은 휘와 영희가 한편이었다.쉰하나가 된 막내는 문과 지붕뿐 아니라 장작과 쌀가마니를 맡았다.그는 아직도 대문을 들어설 때마다 휘에게 번쩍 들어달라고 두 팔을 벌렸고, 그럴 때마다 몸 대신 모자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머리숱이 전보다 줄었다는 사실을 들키기 싫어 모자를 눌러쓰는 나이가 되었어도 천진한 버릇은 달라지지 않았다."아버지, 이번에는 진짜로 한 번만 들어주세요.""네 허리가 먼저 부러질 나이다.""들리는 사람 허리가 왜 부러집니까?""보는 내 마음이 꺾인다는 뜻이다."막내는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철수를 돌아보았다."아버지께서 나를 걱정하시는 말 맞지?""포기하셨다는 말에 가깝다."철수가 장부에서 눈도 들지 않고 답했다.옥연은 의자에 앉아 웃었다.예전처럼 주막 안을 쉬지 않고 오가지는 못했으나, 혼자 모든 일을 붙든 때보다 손님 얼굴을 오래 볼 수 있었다. 누가 국물을 남겼는지, 누가 돈을 세다 주머니를 닫았는지 먼저 알아보는 일은 여전히 옥연의 몫이었다.그해 12월에는 벽의 빗금이 날마다 늘었다.공장 문이 닫힌 사람, 가게 보증금을 잃은 사람,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한 사람이 큰길 버스를 기다리다 주막으로 들어왔다. 가진 사람에게는 제대로 값을 받았고, 돈이 없는 사람에게는 외상을 내주었다.철수는 장부의 수입과 지출을 맞추며 한숨을 쉬었다."이 속도면 장작값이 먼저 모자랍니다.""오늘 값을 낸 손님이 내일 장작을 보낼 거다."옥연이 말했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5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