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삼강(三江), 그 등불 아래: Bab 41 - Bab 50

98 Bab

제41화: 첫눈과 반려의 계약 2

그는 얼어붙은 문서의 가장자리를 엄지로 한 번 쓸어 성에를 지웠다."...네 고집을 꺾는 일이 저 관가의 문을 부수는 것보다 어렵구나.""이제야 아셨습니까."옥연이 문서를 다시 봉투 안에 넣었다.휘의 입매가 못마땅한 듯 굳어 있었지만, 종이를 향해 다시 손을 뻗지는 않았다.정오가 되기 전 김 씨가 노인 두 사람을 데리고 주막으로 찾아왔다.한 사람은 허리가 활처럼 굽고 흰 수염이 가슴까지 내려온 나루터 토박이였고, 다른 한 사람은 낡은 갓 아래로 먹물이 밴 손가락을 감춘 퇴직 서리였다."주모 어머니가 이 터를 물려받던 때를 기억하는 박 노인이오."김 씨가 흰 수염의 노인을 가리켰다."이쪽 권 서방은 면사무소에서 장부를 만지다 물러난 사람이니, 종이 싸움에는 우리보다 밝을 것이오."옥연은 두 사람을 상마루로 모시고 따뜻한 숭늉부터 내왔다.박 노인은 떨리는 손으로 집문서를 한참 들여다보더니, 모서리에 찍힌 흐린 인장을 손톱으로 짚었다."틀림없네. 옛 주모가 제 딸에게 이 집을 넘길 때 내가 증인으로 섰지."노인의 쉰 목소리가 숭늉 김 사이로 흘렀다."그 딸이 경성으로 올라가며 훗날 제 아이에게 주겠다고 했는데, 그 아이가 자네였구먼."옥연은 무릎 위에 놓인 두 손을 단단히 맞잡았다.어머니의 입으로 몇 번 들었던 이야기가 낯선 노인의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자, 오래된 집문서의 종이 냄새마저 다르게 다가왔다.권 서방은 품에서 둥근 안경을 꺼내 코에 걸고 집문서의 글자와 인장을 차례로 확인했다."토지조사 때 만든 원부에 이 양도 사실이 옮겨졌다면 끝날 일이오.""옮겨지지 않았다면 어찌 됩니까.""증인과 원문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25
Baca selengkapnya

제42화: 첫눈과 반려의 계약 3

풍양면 출장소를 거쳐 읍내 등기 담당이 있는 건물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중천 가까이 올라 있었다.회칠한 벽과 반듯한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건물 안에서는 먹 냄새와 오래된 종이 냄새가 차갑게 뒤섞여 있었다.옥연은 문턱 앞에서 은비녀 끝을 한 번 만졌다.머리 위의 작은 온기가 흐트러지지 않은 것을 확인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등기 담당자는 마른 얼굴에 금테 안경을 쓴 일본인이었다.그는 옥연이 내민 집문서를 못마땅한 듯 집게손가락으로 들고, 권 서방이 적어준 원부 번호와 대조했다."너무 오래된 문서다.""그러니 원부를 확인해 주십시오."옥연은 의자에 앉지 않은 채 책상 앞에 꼿꼿이 섰다.담당자는 혀를 차며 뒤편 서가에 있는 조선인 서기에게 손짓했다.먼지가 켜켜이 내려앉은 장부 몇 권이 책상 위로 올라왔다.두꺼운 종이가 넘어갈 때마다 옥연의 손바닥에서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장부의 끝을 쫓던 담당자의 손가락이 어느 한 줄에서 멈추었다.그가 안경을 밀어 올리고 집문서의 인장과 장부 옆에 찍힌 흐린 도장을 번갈아 바라보았다."삼강리 주막 터와 가옥."담당자가 낮게 읽어 내렸다."소유 명의, 유옥연."그 한마디가 떨어지자 옥연의 발밑에서 힘이 빠질 듯 흔들렸다.그녀는 치맛자락 안에 감춘 손가락을 힘껏 말아 쥐었다."모친의 별도 재산을 딸에게 양도한 것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26
Baca selengkapnya

제43화: 첫눈과 반려의 계약 4

대문 안쪽 상마루에는 휘가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앉아 있었다.한쪽 무릎을 세우고 나무 숟가락을 굴리는 모습은 느긋했지만, 부엌 천장에 걸린 등불의 불꽃은 바람도 없는데 가늘고 빠르게 흔들리고 있었다.옥연이 문지방을 넘는 순간이었다.불안하게 흔들리던 불꽃이 단숨에 반듯하게 섰다.휘의 손가락 사이에서 돌던 숟가락도 딱 멈추었다."늦었구나.""아직 해가 지기 전입니다."옥연은 눈 묻은 짚신을 벗고 상마루 아래에 섰다."장부에는 제 이름이 있었습니다. 주막은 어머니께서 제게 남기신 별도 재산이 맞습니다."휘는 당연한 일을 들었다는 듯 턱을 들어 보였다."처음부터 네 것이라 하지 않았느냐.""그 말씀을 믿지 않은 적은 없습니다."옥연이 품에서 관인이 찍힌 서류를 꺼내 그의 앞에 펼쳤다."하지만 이것은 제가 제 이름으로 받아온 것입니다."휘의 시선이 종이 위의 '유옥연'이라는 세 글자에 오래 머물렀다.그리고 그는 서류가 아니라 옥연의 손등 위로 손바닥을 내려놓았다."잘 돌아왔다, 주모 유옥연."낮게 가라앉은 음성이 손등을 타고 가슴까지 번졌다.옥연은 손가락을 조금 굽혀 그의 손바닥을 마주 잡았다가, 장터에서 사 온 꾸러미를 내밀었다."오늘은... 약속드린 것도 있습니다."고기 꾸러미를 확인한 휘의 눈썹이 올라갔다.그의 입매 끝에 감추지 못한 만족이 번졌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까다로웠다."고작 한 근이냐.""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시래기국으로 바꾸지요.""어허, 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였느냐."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26
Baca selengkapnya

제44화: 첫눈과 반려의 계약 5

그의 입매가 못마땅한 듯 굳었다가, 이내 낮은 숨과 함께 풀렸다."...아니다."휘는 옥연의 손을 쥔 힘을 조금 늦추었다."나의 반려가 되어 주겠느냐."적어도 옥연이 보아온 휘는 단 한 번도 이처럼 답을 강요하지 않고 기다린 적이 없었다.옥연은 맞잡은 손과 변하지 않는 그의 얼굴을 차례로 바라보았다.자신의 머리카락에는 언젠가 서리가 내리고, 지금은 곧은 손가락도 세월이 흐르면 마디마다 굽어질 터였다.그날이 와도 눈앞의 사내는 지금과 같은 얼굴로 남아 있을 것이다."저는 도련님처럼 오래 살지 못합니다.""안다.""언젠가는 저만 늙을 것이고, 먼저 떠날 것입니다."휘의 손가락이 옥연의 손등을 더 깊이 감쌌다."오지 않은 이별을 핑계로 오늘의 네 손을 놓으라 하지는 말거라."그의 금빛 눈동자가 옥연의 시선을 한 치의 틈도 없이 받아냈다."내게 허락된 날이 하나라면 그 하루를 받고, 네 평생이라면 그 평생을 받겠다."옥연은 입술을 다물고 그 말을 가슴 안에 천천히 눌러 담았다.그리고 맞잡은 손에 제 쪽에서도 힘을 주었다."저도 오지 않은 이별 때문에 지금을 버리고 싶지는 않습니다."휘의 엄지 아래에서 옥연의 맥박이 빠르게 뛰었다."저는... 당신의 반려가 되겠습니다."천장에 걸린 등불이 낮게 울었다.푸른 불꽃과 금빛 불꽃이 동시에 솟아올라 부엌 벽에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휘는 옥연을 등불 아래로 이끌었다.그가 손바닥을 낡은 등불의 밑면에 대자 옥연도 그 옆에 손을 올렸다."서로를 지키되, 상대의 뜻을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26
Baca selengkapnya

제45화: 빼앗기지 않는 솥 1

- 1940년 11월 (전쟁 물자 공출이 거세진 늦가을) -쾅.놋대접 하나가 수레 바닥으로 내던져지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그 위로 숟가락과 젓가락, 찌그러진 놋주전자까지 쏟아져 내렸다.서로 부딪힌 쇠붙이의 울음이 매서운 강바람을 타고 삼강 나루터까지 길게 번졌다.유옥연은 부엌 문지방 앞에 서서 대문 밖의 수레를 바라보았다.사 년 전 첫눈 속에서 휘가 장작을 가르던 도끼 소리와 비슷한 울림이었으나, 오늘의 소리는 사람들의 밥상을 하나씩 비워내며 가까워지고 있었다."다음 집! 감춘 놋붙이가 나오면 배급표를 거둘 것이니 알아서들 내놓아!"누런 완장을 찬 사내가 명부를 들고 고함쳤다.그의 뒤에서는 마을 여인 하나가 빈 보자기를 가슴에 끌어안은 채, 수레 위에 실린 마지막 놋그릇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옥연은 소매를 걷어 올리고 무쇠솥 앞으로 돌아섰다.아궁이 위의 솥은 사 년 전과 같은 자리에 놓여 있었지만, 그 주변의 부엌은 더 이상 금방이라도 무너질 폐가의 모습이 아니었다.새 흙을 바른 벽은 단단하게 말라 있었고, 도깨비들과 뱃사공들이 고친 들보에는 그을음 대신 말린 시래기와 무청이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다만 한쪽 흙벽을 빼곡하게 채운 빗금만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 거칠고 어두워졌다.세로줄은 막걸리 한 주전자, 가로줄은 안주 하나.수많은 선 사이에는 돈이 없어 다음을 기약한 사람의 사정과, 기어이 돌아와 제 몫을 갚고 간 손길이 겹겹이 남아 있었다.옥연은 김이 오르는 시래기국을 깨진 옹기 사발에 조심스럽게 담았다.금이 간 자리를 옻과 삼베로 여러 번 기운 그릇은 모양이 반듯하지 않았으나, 뜨거운 국물 한 방울 새지 않고 온기를 품었다."여기 앉으세요."옥연은 대문 밖에 서 있던 여인을 불러 평상에 앉혔다."그릇이 없는데 어찌...""주막 그릇은 아직 남았습니다."여인은 두 손으로 옹기 사발을 받으면서도 바로 숟가락을 들지 못했다.손가락 끝이 그릇의 갈라진 자리를 몇 번 쓸었다."시집올 때 친정어머니가 쥐여준 놋대접이었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27
Baca selengkapnya

제46화: 빼앗기지 않는 솥 2

그는 빛바랜 갈색 제복 위에 공출반 완장을 차고 있었다.경찰 직무에서 밀려난 흔적은 어깨에서 계급장이 사라진 자리로 남았지만, 옥연을 향해 비스듬히 올라가는 입꼬리에는 사 년 전의 끈적한 기색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오랜만이구만, 주모."오카다가 마당 한가운데에 멈춰 섰다."그동안 장사가 제법 번창한 모양이야. 벽에 외상까지 달아가며 사람들을 먹였다지?"옥연은 물에서 손을 빼 앞치마에 닦았다."공출 명부를 보여주십시오."인사 대신 내놓은 말에 오카다의 입꼬리가 굳었다.일본인 감독관이 눈썹을 들자, 오카다는 곧 비웃음을 되찾고 손에 든 종이를 펼쳤다."놋주전자 두 점, 놋대접 세 점, 놋수저 여섯 벌."옥연은 그가 읽는 수량을 하나씩 마음속에 새겼다."명부에 적힌 것만 내놓겠습니다.""전쟁을 치르는 제국을 위해 쇠붙이를 바치는 일이다. 천한 주막 계집이 흥정할 일이 아니야."오카다가 부하들에게 턱짓했다.완장을 찬 사내들이 부엌 선반으로 들어와 놋그릇들을 꺼냈다.옥연은 물러서지 않고 그들의 손과 명부를 번갈아 보았다.놋주전자 두 개가 나갔고, 대접 세 개가 수레로 옮겨졌다.수저 여섯 벌까지 실린 뒤에도 사내들은 부엌 안을 뒤지기를 멈추지 않았다."거기까지입니다."옥연이 선반 안쪽으로 손을 뻗는 사내의 팔을 막았다."적힌 수량을 모두 가져가셨습니다.""쇠붙이는 더 있지 않으냐."오카다의 가느다란 눈이 아궁이 위로 향했다.무쇠솥을 발견한 그의 입매가 길게 찢어졌다."저 큼직한 것이 빠졌군.""생업에 쓰는 조리 솥은 명부에 없습니다.""명부는 현장에서 고칠 수 있는 법이지."오카다가 감독관을 향해 일본말로 빠르게 무언가를 말했다.감독관은 귀찮은 듯 서류판에서 눈도 들지 않고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오카다의 손톱이 무쇠솥을 가리켰다."솥도 싣고, 천장에 매달린 등잔도 떼어내라."평상에 앉아 있던 여인이 숨을 들이켰다.옥연의 시야에서는 천장의 등불이 크게 흔들렸고, 부엌 바닥으로 푸른 파문이 둥글게 번졌다.휘의 형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27
Baca selengkapnya

제47화: 빼앗기지 않는 솥 3

"당겨!"사내들이 밧줄에 매달렸다.굵은 팔뚝에 핏줄이 솟고 맨발이 부엌 바닥의 흙을 깊게 파냈다."하나, 둘!"밧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끼익 소리를 냈다.그러나 무쇠솥은 손톱만큼도 움직이지 않았다.사내 한 명이 이를 악물고 발을 기둥에 받쳤고, 다른 두 명이 더 달라붙었다.여섯 장정의 체중이 한꺼번에 실리자 밧줄의 삼 껍질이 터질 듯 비명을 질렀다.솥은 그대로였다.옥연은 무쇠 표면 위로 잔잔한 물결이 번지는 것을 보았다.흙벽에 새겨진 수백 개의 빗금에서 금빛 실이 하나씩 흘러나와 솥의 둥근 몸체를 감싸고 있었다.김 씨가 살아 돌아가며 남긴 첫 감사, 병든 아이의 어미가 쏟아낸 눈물, 전날 빈속으로 들어와 한술 뜨고 나간 이름 모를 사람들의 고개 숙임.그외에도 모든 흔적이 빛의 겹이 되어 솥 아래로 차곡차곡 내려앉았다.휘는 손 하나 보태지 않았다.그는 등불 아래에 서서 한쪽 손바닥으로 흔들리는 푸른 불꽃을 감쌌을 뿐이었다.금빛 실이 끊어지지 않도록 숨을 고르듯 불꽃의 크기를 일정하게 붙들고 있었다."더 당겨!"오카다가 악을 썼다.팽팽하게 버티던 밧줄이 마침내 툭 끊어졌다.뒤로 나자빠진 사내들이 서로 엉켜 바닥을 굴렀고, 한 명의 엉덩이가 물동이에 빠지며 마당에 물이 쏟아졌다.도깨비들이 장독대 뒤에서 입을 틀어막고 킥킥거렸다.옥연 역시 웃음이 새어 나오려는 것을 누르며 무쇠솥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이 솥은 가져갈 수 없습니다.""요술이다!"오카다가 감독관에게 달려가 솥을 가리켰다."저 머슴 놈이 사특한 술수를 부리는 것입니다. 당장 사람을 더 불러 부숴야 합니다!"감독관은 대꾸하지 않고 수레에 실린 물건을 하나씩 세고 있었다.그가 자신의 명부보다 많은 수량을 확인할 때마다 입매가 아래로 내려갔다.그때 대문 밖에서 무거운 발걸음이 줄지어 들려왔다.늙은 김 씨를 앞세운 뱃사공들과 농부들이 저마다 쇠붙이 하나씩을 들고 마당으로 들어섰다.부러진 낫날, 이가 빠진 호미, 못 쓰게 된 쟁기 조각과 녹슨 못 꾸러미였다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27
Baca selengkapnya

제48화: 빼앗기지 않는 솥 4

옥연의 가슴 안에서 은비녀의 불씨가 강하게 뛰었다."손을 빼라."감독관이 경고했다.오카다는 듣지 않았다.그가 품속에서 꺼낸 것은 경찰에서 물러난 자가 지닐 수 없는 검은 권총이었다."모, 모두 저 요괴 놈에게 홀린 것이다!"오카다가 총구를 휘와 옥연 사이로 휘둘렀다."저것들만 없으면 장부도, 증언도 전부 바로잡을 수 있어!"마을 사람들이 뒷걸음질을 쳤다.휘가 옥연의 앞을 가로막으려 했으나, 그보다 먼저 흙벽의 빗금들이 검게 빛났다.서걱, 서걱.아무도 손대지 않은 벽에서 마른 흙을 긁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수백 개의 세로줄과 가로줄에서 검은 그림자가 바닥으로 길게 흘러내렸다.그림자들은 뱀처럼 문지방을 지나 오카다의 군홧발과 발목을 휘감았다."이게 무슨...!"오카다가 발을 빼려 몸을 비틀었다.하지만 사람들이 남긴 빚의 흔적은 그의 발을 흙바닥에 깊이 눌러 붙였다.그가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자, 권총을 든 팔까지 아래로 꺾였다.감독관과 공출반원들이 달려들어 오카다를 덮쳤다.권총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긴 손톱이 흙을 긁으며 부러졌다."으아아! 놓아라! 나는 오카다 쇼이치다!"오카다가 엎드린 채 몸부림쳤다."나, 나는 제국을 위해 일한 경부란 말이다!""네놈은 이미 경부가 아니다."감독관이 그의 등을 군화로 눌렀다."공출품 횡령과 불법 무기 소지로 넘기겠다. 사 년 전 방화와 뇌물 기록까지 다시 열어보면 입을 놀릴 시간도 없을 것이다."오카다의 얼굴이 흙바닥 위에서 일그러졌다.그는 고개를 비틀어 부하들을 찾았지만, 조금 전까지 그의 명령에 솥을 당기던 사내들은 모두 시선을 내렸다.어느 누구도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오카다는 양팔이 묶인 채 수레 뒤에 매달렸다.그가 대문 밖으로 끌려갈 때 검게 번졌던 빗금의 그림자도 하나씩 벽으로 돌아왔다.마지막까지 옥연을 향해 저주를 뱉으려던 입은 감독관이 물린 천 조각으로 막혔다.수레가 움직였다.놋그릇이 부딪히는 요란한 소리와 오카다의 흐린 신음이 강바람 속으로 점점 멀어졌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27
Baca selengkapnya

제49화: 만세가 지나간 자리 1

- 1945년 8월 15일 (한여름, 해방의 날) -“일본이 졌다!”강 한가운데서 터진 외침이 삼강 나루터의 뜨거운 한낮을 갈랐다.삿대를 놓칠 듯 휘청거리며 배를 몰아온 젊은 사공이 물살을 가르고 있었다.그는 배가 모래톱에 닿기도 전에 강물로 뛰어내려, 무릎까지 물에 잠긴 채 주막 쪽으로 달려왔다.“전쟁이 끝났어요! 일본 천황이 항복한다고 선언했답니다!”평상에 앉아 국밥을 먹던 사람들의 숟가락이 허공에서 한꺼번에 멎었다.누군가는 입안의 밥을 삼키지 못했고, 누군가는 사공의 젖은 바짓단만 멍하니 바라보았다.유옥연도 무쇠 국자를 든 채 솥 앞에 굳어 있었다.아궁이 불길이 팔뚝을 달구고 있었지만 손가락 끝에서는 감각이 빠져나간 듯 국자 자루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무슨 말을 하는 게냐.”늙은 김 씨가 평상에서 천천히 일어났다.아홉 해 전보다 등이 더 굽고 머리카락은 희어졌으나, 삿대를 쥔 팔뚝만큼은 여전히 굵었다.“천황의 목소리가 라디오에서 나왔답니다.”젊은 사공이 숨을 몰아쉬며 마당으로 올라섰다.“면사무소 앞에서 모두 들었어요. 일본이 전쟁에서 졌고, 조선도 이제...”말끝이 목구멍에 걸렸다.그가 입술을 깨문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자, 손가락 사이로 뜨거운 물방울이 흘러내렸다.“우리가... 풀려났답니다.”아무도 곧장 환호하지 못했다.너무 오래 기다린 말은 정작 귀에 닿고도 믿음으로 바뀌지 못한 채, 마당 한가운데에서 낯선 물건처럼 놓여 있었다.옥연은 국자를 솥 가장자리에 조심스럽게 걸었다.손이 흔들려 무쇠와 나무가 두어 번 부딪혔다.“확인하고 오겠소.”김 씨가 삿대를 들고 대문을 나섰다.평상에 있던 장정 셋도 숟가락을 내려놓고 그의 뒤를 따랐다.남은 사람들은 식어가는 국밥 앞에서 말없이 기다렸다.강바람이 초가지붕을 스칠 때마다 처마에 매단 마른 무청이 바스락거렸다.옥연은 부엌 천장에 걸린 등불을 올려다보았다.푸른 불꽃은 평소와 같은 크기로 타고 있었으나, 심지 옆의 금빛이 그녀의 맥박을 따라 가늘게 흔들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29
Baca selengkapnya

제50화: 만세가 지나간 자리 2

휘는 마당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들을 한 번 둘러보았다.“인간들은 빼앗겼던 것을 되찾았다고 저리 우는 것이냐.”“그렇지. 이름도, 땅도, 말도 빼앗겨본 사람만 아는 울음이 있네.”김 씨의 쉰 목소리에 휘의 시선이 옥연에게 향했다.옥연은 열기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다시 빈 사발을 채우고 있었다.휘는 잠시 후 팔을 들어 올렸다.그의 손짓을 따라 등불의 황금빛이 주막 지붕 위로 둥글게 퍼져 나갔다.한여름의 햇살보다 따뜻한 빛이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의 어깨에 내려앉았다.그날 밤, 옥연은 흙벽 앞에 서서 젖은 행주를 들었다.빼앗긴 시대에 그어진 외상 빗금들을 해방된 첫날만큼은 말끔히 지워주고 싶었다.“무얼 하려는 게요, 주모.”김 씨가 다급히 행주를 붙잡았다.“오늘로 모두 갚은 셈 아닙니까.”“아니오.”김 씨가 벽의 첫 세로줄을 거친 손끝으로 쓸었다.“이건 돈을 못 내서 생긴 흠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남았다는 자국이오.”사람들이 하나둘 벽 앞에 모였다.누구는 제 빗금을 찾았고, 누구는 돌아오지 못한 이의 선을 대신 짚었다.“지우지 마시오.”김 씨가 옥연의 손에서 행주를 받아 물대야 옆에 내려놓았다.“언젠가 우리 아이들이 이 벽을 보면, 우리가 무엇으로 이 세월을 견뎠는지 알 것 아니오.”옥연은 빗금을 따라 늘어선 손가락들을 바라보았다.등불의 황금빛 아래에서 검은 선들은 더 이상 빚처럼 보이지 않았다.그날을 버텨 다음 날로 건너간 사람들의 발자국처럼, 한 줄 한 줄이 벽 깊숙이 박혀 있었다.- 같은 해 11월 (해방 석 달 뒤, 늦가을) -만세 소리가 지나간 자리에 서로를 의심하는 말들이 자라기 시작했다.누가 어느 모임에 나갔는지, 누구의 형제가 일본 밑에서 일했는지, 누가 어떤 전단을 돌렸는지 따지는 목소리가 국밥 김보다 먼저 주막 안을 채웠다.같은 평상에서 술잔을 나누던 사람들이 완장을 달리 차고 마주 앉았다.한쪽이 나라를 팔았다고 하면 다른 쪽은 나라를 붉게 물들이려 한다고 맞받았고, 숟가락은 자주 그릇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29
Baca selengkapnya
Sebelumnya
1
...
34567
...
10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