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어느 봄날 -삼강주막의 회화나무에 연둣빛 잎이 돋기 시작한 아침이었다.옥연은 대문 밖에 서서 신작로 끝을 바라보았다. 흰 운동화를 신은 발끝이 문화단지로 이어지는 길을 향해 반쯤 나가 있었다."정말 괜찮습니까?""어제도 세 번 확인했다."휘가 옥연의 곁에 섰다.그는 짙은 남색 셔츠에 검은 바지, 무릎까지 내려오는 얇은 봄 외투를 입고 있었다. 모두 신력으로 형상화한 옷이었으나, 천의 주름과 단추까지 사람의 것과 다르지 않았다.옥연도 오늘만큼은 익숙한 저고리와 치마, 흰 앞치마를 벗었다.아이보리색 블라우스 위에 연한 하늘색 카디건을 걸치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차분한 붉은색 치마를 입었다. 휘가 골라준 흰 운동화는 고무 밑창이 낯설었지만 짚신보다 훨씬 가벼웠다."도련님은 요즘 젊은이 옷도 남색뿐이군요.""너는 붉은 치마를 골랐군.""남색도 붉은색도 평생 입던 색이라 눈에 익어서요.""너는 색을 둘씩이나 마음에 두는 모양이지만, 나는 칠백 년 동안 오직 한 가지만 눈에 담아왔다. 옷 색도, 사람도."옥연은 반박하려다가 그 말이 맞아 입을 다물었다.두 사람이 현대의 옷과 물건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몇 해 전부터 막내의 손녀가 주막을 찾아올 때마다 스마트폰이라는 물건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증조할머니를 밖으로 모시고 나갈 날이 분명 올 거라며, 동영상으로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틈틈이 보여주었다.처음에는 옥연도 손바닥만 한 화면 속에서 사람들이 움직이고 말하는 광경을 신기해했다. 막내의 손녀는 현대 사람들이 입는 옷부터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법, 신호등을 건너는 법과 카드로 값을 치르는 모습까지 차례로 찾아 보여주었다.휘는 그런 것을 몰라도 사람 사는 세상에 나가면 알아서 할 수 있다며 몇 번이나 자리를 피했다. 그러나 막내의 손녀가 일부러 카드를 기계 틈에 거꾸로 꽂는 것이라 떠보자, 방금 동영상에서는 기계에 갖다 댔다며 곧바로 바로잡았다.오늘 두 사람이 형상화한 옷도 막내의 손녀가 보여준 봄나들이 동
Terakhir Diperbarui : 2026-09-05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