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삼강(三江), 그 등불 아래: Bab 1 - Bab 2

2 Bab

제1화: 대문을 부수고 강림하신 까탈스러운 구원자

- 1936년 11월 (일제강점기 후반, 늦가을) -​낙동강과 내성천, 금천의 세 물길이 거칠게 엉켜 드는 삼강 나루터의 바람은 살을 에듯 차가웠다.​볕 한 점 내리쬐지 않는 스산한 먹구름 아래로, 강 건너편에서 불어오는 습한 강바람에 말라붙은 갈대가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힘없이 꺾여 나갔다.​유옥연은 피멍이 든 손가락 끝을 찌들어버린 붉은 치맛자락 속에 사정없이 문질러 넣었다.​짚신 나부랭이 사이로 스며드는 젖은 흙탕물에 발가락 마디마디가 감각을 잃고 얼어붙어 가고 있었다.​"여기가...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던 그곳인가."​옥연의 잔잔한 시선이 허물어져 가는 초가지붕 끝자락에 오래도록 머물렀다.​기둥은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비스듬히 기울어 있었고, 흙벽은 곳곳이 터져 나가 집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몰골이었다.​경성에서 쫓기듯 밤길을 달려온 지 오늘로 딱 보름째였다.​독립운동에 가담했던 아버지가 차가운 감옥 바닥에서 숨을 거두고, 가문이 풍비박산 난 뒤 남은 것은 어머니의 유품인 때 탄 집문서 한 장뿐이었다.​친척들의 차가운 외면과, 늙은 최 참판의 후처 자리로 팔아넘기려던 모진 손길을 피해 도망쳐 온 끝이 이 외딴 나루터의 폐가라니.​옥연은 품속 깊은 곳에 넣어둔 꼬질꼬질한 종이 조각을 부서뜨릴 듯 꽉 쥐었다.​"주막이라더니, 당장 귀신이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겠구나."​나직하게 읊조린 목소리가 서리 품은 강바람 속으로 맥없이 지워졌다.​옥연은 떨리는 등을 똑바로 펴고, 비스듬히 기운 대문 틀을 지나 캄캄한 부엌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부엌 안은 바깥보다 훨씬 어둡고 스산했다.​바닥에는 말라붙은 흙과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었고,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거미줄이 아궁이 위를 어지럽게 덮고 있었다.​옥연은 족두리 대신 두르고 있던 낡은 수건을 풀어서 머리를 단단히 고쳐 매었다.​슬퍼하거나 주저앉아 눈물을 흘릴 여유 따위는 자신에게 존재하지 않았다.​당장 오늘 밤의 추위를 버티지 못하면 얼어 죽거나, 저 아득한 강물에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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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은혜 갚는 신령은 대문짝을 고쳐라

​동녘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기도 전에 차가운 서리가 마당 구석구석을 하얗게 덮어 나갔다.​강바람을 품은 새벽 공기가 찌그러진 부엌 창살 틈으로 스며들어 옥연의 뺨을 서늘하게 찔렀다.​옥연은 밤새 어깨에 얹혀 있던 차가운 무게감을 떠올리며 천천히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자신을 안고 쓰러졌던 남자는 새벽녘 푸른 연기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그가 정말 신령인지, 아니면 환각을 본 것인지조차 헷갈릴 지경이었다.​하지만 마당 한가운데에 처참하게 박살 난 대문짝과 흙담장의 파편이 어젯밤의 일이 현실이었음을 똑똑히 말해주고 있었다.​옥연은 무릎을 펴고 일어나 낡은 짚신을 고쳐 신었다.​어깨와 목덜미에는 남자의 차가운 머리칼이 스쳤던 감각과 얼음 같은 체온이 여전히 아리게 남아 있었다.​"생각할 시간에 몸이라도 움직여야지."​옥연은 나직하게 중얼거리며 부엌 구석에 놓인 낡은 빗자루를 집어 들었다.​마당으로 들어서자 살얼음이 박힌 흙바닥 위로 부서진 목재와 짚가루가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최 참판의 수하들이 날아간 담장 벽에는 짚단과 흙이 움푹 파여 있었다.​그 자리에 남아 있던 기분 나쁜 핏자국은 밤새 내린 서리에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옥연은 빗자루를 틀어쥐고 부서진 대문나무 조각들을 한곳으로 끌어모으기 시작했다.​나무토막을 줍는 손끝이 추위에 붉게 마비되어 갔지만, 옥연의 입술은 굳게 다물어져 있었다.​당장 대문이 없으면 밤사이에 짐승이나 나쁜 사람이 들어와도 막을 방법이 없었다.​목수에게 맡겨 대문을 새로 짜려면 적어도 돈 한 냥은 족히 들어갈 터였다.​주머니 속에는 먼지 뿐.​옥연은 한숨을 삼키며 쪼그려 앉아 부서진 경첩을 짚어 들었다.​그때였다.​"미물아."​공기를 가르고 들려오는 서늘하고 나직한 음성에 옥연의 어깨가 굳어졌다.​인간의 목소리라기엔 지나치게 맑고, 깊은 강물 밑바닥에서 울려 나오는 듯한 울림이었다.​옥연은 천천히 고개를 올려 대문 틀 옆을 바라보았다.​아침 햇살이 비스듬히 비쳐드는 기둥 옆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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