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루미나와 엘라는 요새의 한적한 화원 길의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맑은 바람이 루미나 공주의 은빛 모피 드레스를 부드럽게 흔들었다.엘라는 잠시 망설이다가, 루미나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공주님, 실은…… 아까부터, 아니 쭈욱 여쭤보고 싶은 게 있었어요.""응? 뭔데 그렇게 뜸을 들여, 엘라?"루미나가 엘라를 가만히 바라보자, 엘라는 진지한 눈빛으로 루미나 공주의 두 손을 꼭 잡았다."공주님은…… 우리 샤칸 알파님을 정말로 좋아하시나요? 숙명적인 각인이나 성녀로서의 의무 말고, 한 여자로서 알파님을 사랑하고 계시는지 내내 궁금했어요. 정말로 알파님이 좋아지신 건지... 아니면 의무나 책임, 감사한 맘으로 곁에 계시는 건지, 공주님의 진심을 알고 싶어요."직설적인 질문에 루미나 공주는 당황하며 한순간 숨을 멈추었다.머릿속으로 샤칸의 강인한 실루엣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모하게 부딪히던 모습,밤새 자신을 안아주던 뜨거운 체온과 그와의 키스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처음엔 도망치기 위한 수단이었고, 그 다음엔 거부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그가 곁에 없으면 불안함으로 가슴이 뛰어 숨을 쉴 수 없고,그의 상처에 가슴이 찢어질 만큼 괴로워 하고..이젠 매일 밤 그의 따듯한 품을. 그 입술을...공주는 그를 원하고 있었다."……응, 엘라. 그를 사랑하게 된 것 같아."루미나 공주의 입술 사이로 마침내 진심 어린 고백이 흘러나왔다.그녀의 황금빛 눈동자에 서린 감정은 그 어떤 신성한 능력력보다 더 깊고 고결했다."각인이 없었더라도, 난 그 사람을 사랑했을 거야. 각인은 그가 한 거지, 인간인 내가 한 것이 아니잖아. 내 지독한 트라우마를 깨부수고 세상 밖으로 나를 꺼내준 유일한 구원자니까. 어느샌가 그에게 스며들었어, 이젠 그가 없는 삶을 상상 할 수가 없어."루미나 공주의 확신에 찬 대답에 엘라는 눈물을 글썽이며 화사하게 웃었다.두 여인의 깊은 대화는 서로의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1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