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의 뒤편,루미나 공주가 자신이 가꾸던 작은 꽃밭 앞에 서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샤칸이 속여서 화가 났다기보다는, 그가 무사하다는 안도감과 자신을 속였다는 민망함.성치 않은 몸으로 야밤에 멧돼지를 잡았다는 사실이 화가 나서복잡한 마음이 뒤섞인 나머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했다.루미나 공주는 자신의 화끈거리는 양뺨 위에 손을 올려 열을 식히려 했다.그때, 거친 발소리와 함께 샤칸이 그녀의 뒤에 나타났다."공주, 미안합니다. 당신을 무시하거나 부려먹을 생각으로 속이려던 건 아니었습니다."샤칸이 루미나 공주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돌려세웠다.그의 은빛 눈동자에는 엄살을 부리던 장난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오직 진지하고 깊은 애정만이 서려 있었다."그저…… 당신이 내 곁에서 나만을 바라보며 간호해 주는 그 시간이 너무나 탐탁하여 그랬습니다.평생 늑대의 알파로 살며 누구에게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 왔고, 그래야만 하는데도,당신 앞에서는 자꾸만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지더군요."샤칸은 루미나 공주의 작은 두 손을 자신의 가슴 언저리로 끌어와 꽉 맞잡았다.그의 묵직한 심장 박동이 손끝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각인의 끈 때문이 아닙니다, 루미나 공주. 내 영혼이, 내 심장이 온전히 당신만을 원하고 있습니다. 인간 왕국의 성녀가 아니라, 내 눈앞에 있는 당신이라는 여인을 목숨 바쳐 사랑합니다."알파 샤칸의 진실된 고백이, 꽃밭의 조용한 바람을 타고 흘러 루미나 공주의 귀에 닿았다.루미나 공주는 그의 뜨거운 시선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엘라에게 고백했던 자신의 마음이 샤칸의 고백과 완벽하게 맞물리는 순간이었다.루미나 공주의 입가에 마침내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고,그녀는 샤칸의 품에 가만히 안기며 그의 고백을 기쁘게 받아들였다."저도 진짜 화난 거 아니에요. 그저 좀 민망해서 화난 척 했어요. 그리고, 벌써 밤에 나가 멧돼지를 잡으면 어떻게 해요? 걱정하는 저는 생각 안 나던가요?"사랑스러운 타박에 샤칸이 부드러운 미소를
Last Updated : 2026-09-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