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해원은 세 번 가라앉고 네 번째에 수면으로 올라왔다.폐가 타는 것처럼 아팠다. 왼팔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갈비뼈가 안쪽을 찔렀다.‘당황하면 죽어.’구조 훈련 때 수없이 들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해원은 입을 다물고 코로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파도가 지나갈 때는 몸에 힘을 빼고, 잔잔해지는 순간에만 팔을 움직였다.멀지 않은 곳에 흰색 물체가 떠 있었다. 요트 의자에서 떨어져 나온 부력 쿠션이었다.해원은 5m를 가는 데 온 힘을 다 썼다. 마지막에는 손가락으로 끈을 걸어 끌어당겼다. 쿠션 위로 상체를 올리자 비로소 입이 물 밖에 머물렀다.비는 잦아들지 않았다.해원은 쿠션의 끈을 손목에 2번 감았다. 의식을 잃더라도 몸이 떨어져 나가지 않게 하려는 조치였다. 파도가 올 때마다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지나간 뒤 입안의 물을 뱉었다. 물속에서 젖은 옷을 벗느라 힘을 쓰는 편이 더 위험했다.상처에서는 피가 계속 배어 나왔지만 손으로 누를 수 없었다. 한 손은 쿠션을 잡아야 했고 다른 팔은 갈비뼈 통증 때문에 힘을 쓰지 못했다. 해원은 쿠션에 가슴을 붙이고 무릎을 당겼다. 훈련용 수조에서 배운 저체온 생존 자세였다.머릿속에는 자꾸 따뜻한 곳이 떠올랐다. 어릴 때 아버지와 갔던 실내수영장, 사무실의 커피 냄새, 햇빛이 든 침실. 그 장면으로 따라가면 잠들 것 같아 일부러 차가운 현실을 확인했다.“나는 바다에 있다.”입술이 굳을 때마다 소리 냈다.“아직 구조되지 않았다.”지금은 다음 숨을 놓치지 않는 게 먼저였다.보트의 불빛도, 다른 뗏목의 경광등도 보이지 않았다. 바다에는 침몰한 요트의 잔해만 떠다녔다.멀리서 엔진음이 들린 듯해 고개를 들었지만 파도뿐이었다. 해원은 다시 1부터 숫자를 셌다. 가만히 기다리면 그대로 잠들 것 같았다.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처음에는 이가 부딪혔다. 그다음에는 손이 떨리지 않았다. 추위가 사라진 듯 편안해지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는 걸 해원은 알고 있었다.“잠들면 안 돼.”
Last Updated : 2026-08-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