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은 빗물에 흠뻑 젖어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서린을 조심스럽게 부축해 조수석에 앉혔다.물에 젖은 무거운 캐리어를 트렁크에 싣고 운전석에 올라탄 우진은, 차 문을 닫자마자 히터 온도를 올렸다.거친 빗소리가 차단된 차 안에는 오직 규칙적으로 유리창을 닦아내는 와이퍼 소리와 낮게 울리는 엔진음, 그리고 점점 더워지는 공기만 가득했다. 서린은 가죽 시트에 젖은 옷과 더러운 흙탕물이 배어들까 봐 잔뜩 몸을 웅크린 채 마른침을 삼켰다.비 오는 날 남편 민석의 차에 탈 때마다 생긴 습관이었다. 그는 비에 젖은 아내보다 자동차 시트를 더 걱정하는 사람이었다. 치마 아래로는 찌릿한 통증과 함께, 왈칵 흘러나오는 오로의 비릿한 냄새가 좁은 차 안을 메워가고 있었다.모든 것이 수치스러웠다.남편에게 버림받은 처지도, 아이를 잃고 피를 흘리는 제 몸뚱이도, 그리고 그런 꼴을 하필 이 남자에게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다는 사실조차."미안해... 시트, 다 젖는데..."파리하게 질린 입술로 겨우 뱉어낸 서린의 사과에, 우진은 핸들을 쥔 채 묵묵히 전방만을 응시했다."시트에 편하게 기대고 있어. 말할 힘도 없으면서."낮고 차분하게 가라앉은 음성.그 메마른 목소리 어디에도 경멸이나 조소는 섞여 있지 않았다.도리어 서린의 거친 숨소리 하나, 덜덜 떨리는 손끝의 미세한 떨림까지 신경 쓰고 있는 듯한 깊은 배려가 묻어났다.차는 도심의 번화가를 벗어나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초고층 주상복합의 지하 주차장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선 펜트하우스의 문이 열리자,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집안의 모습이 펼쳐졌다. 어두운 대리석 바닥과 거대한 통유리창 너머로 번지는 비 내리는 서울의 야경.유리창을 때리는 장대비 소리조차 닿지 않는 완벽한 차단과 고립의 공간이었다."아윽...!"거실에 들어서기도 전, 아랫배의 날카로운 통증에 서린의 무릎이 꺾였다.수술 부위가 팽팽하게 당겨오며 몸이 바닥으로 고꾸라지려는 찰나, 우진의 단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5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