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화.“어?”“여기서, 그 꼴로 설명하려고? 음…, 상상하니까 무진장 땡기는 말이긴 하네.”그의 말인즉, ‘고은별한테 미쳐있는 정재훈에게 감히 욕실에서 다 벗은 채로 변명이라는 걸 하려는 거냐, 아주 잡아 먹히고 싶어서 안달이 났지.’ 이 말이었다.재훈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은별은 새까맣게 잊고 있었던 제 상태를 인지했다. 몸통만 간신히 가린 제 상태를.“아! 옷, 옷 입을게.”은별은 타월을 본능적으로 더 단단히 여미며, 욕실 선반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선반 위에는 그녀가 갈아입을 옷이 놓여있었다. 우선 속옷을 집어 들었다. 이걸 입어야 하는데.정재훈의 사나운 눈빛이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를 눈에 담고 있었다.은별은 입술을 달싹거리며 망설이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옷 좀 입게 고개 좀….”“새삼스럽게. 그냥 입어. 시간 없으니까.”“그래도….”“은별아, 그 새끼 지금 씻고 있더라. 곧 나올 텐데 당신이랑 나랑 욕실에서 이러고 있는 거 보여주고 싶은 거야? 당신이 굳이 원한다면, 보여주고. 나야 좋지.”“…!”“당신 찾는다고 비 맞아서 홀딱 다 젖었는데, 욕실 들어온 김에 씻을까?”“아, 아니야!”“그러니까, 그냥 입어. 남들이 보면 내가 강간범인 줄 알겠다. 당신이랑 내가 그런 사이는 아니잖아.”마치 굉장히 서운하다는 듯 눈꼬리를 일그러트리던 재훈이 매끈하게 드러난 은별의 둥근 어깨를 커다란 손으로 턱, 잡았다.“…!”은별은 얼음처럼 차가운 손이 어깨에 닿자 순간 몸을 움츠렸다.“긴장하긴. 설마 내가 여기서 당신을 잡아먹을까.”싱긋 웃으며 뱉어내는 말이 꼭 장난말 같았으나, 재훈의 눈빛은 결코 장난이 아님을 말하고 있었다.그의 서늘하고 날카로운, 지독히도 선득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간단하게만 입어. 몇 분 있다 벗을 옷, 여러 겹 입을 필요 없잖아.”“…어?”“어차피 집에 가는 길에, 비에 다 젖을 거 아니야. 집에 가서 내가 다시 깨끗하게 씻겨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적당히 입으라고.”“…!”바짝 긴
Huling Na-update : 2026-09-19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