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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가지 마, 내 허락 없이: Kabanata 101 - Kabanata 110

164 Kabanata

101화.

101화.꽃이 피려나.동해라지만 북쪽에 위치한 바닷가다 보니 도시보다 꽃이 늦게 폈다. 그래도 봄밤을 배회하는 바람은 따뜻하게 느껴졌다.재훈은 바람에 날려 제 이마를 덮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점심시간에 느닷없이 단체 손님이 몰리는 바람에 은별의 점심을 챙겨주지 못했다.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해서 보냈지만, 고은별이 잘 챙겨 먹었을지 모를 일이다.“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재훈은 숙소 문 앞에 봉지째 그대로 놓인 배달 음식을 바라보며 짧게 한숨을 쉬었다.그가 허리를 숙여 봉지를 들었다.어젯밤, 하도 기진맥진하길래 따뜻한 설렁탕을 배달시켰었다. 한데 이미 차갑게 식어 버린 음식을 보니 하루 종일 굶었을 그녀가 걱정되었다.“애가 따로 없어. 숟가락을 들고 먹여줘야 먹지.”도통 말을 들어 먹지 않는 은별을 생각하며 재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윽고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은별아.”“….”고은별은 침대에 목석처럼 앉아 있었다.재훈이 들어왔는데도 고개 한번 들지 않았고, 숨은 쉬나 싶을 정도로 고요했다.재훈이 들어왔는데도 고개 한번 들지 않았고, 숨은 쉬나 싶을 정도로 고요했다.“뭐야, 계속 그 상태로 있었던 거야?”재훈은 테이블 위에 식어 빠진 설렁탕을 올려놓고는 겉옷을 벗어 의자에 걸며 말했다.마지막으로 그는 안경까지 벗었다.지금 은별의 반응은, 재훈의 예상을 살짝 빗나간 상황이었다.고은별이 제가 쓴 편지를 읽고 감동해 문을 열자마자 저를 껴안고 미안하다, 잘못했다, 용서해달라 울며불며 매달릴 줄 알았는데….생각보다 싱거웠다.“눈 뜨고 자는 거야? 서방님 왔는데 좀 반겨.”“….”돌덩이가 따로 없지. 애교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여자다.고은별이 반응하길 기다리다가는 제가 돌덩이가 될 것 같아 재훈은 은별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침대가 그의 무게에 푹 꺼지며 움직였다.그 반동에 침대 위를 가득 덮고 있던 재훈의 편지가 후드득,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래봤자, 새 발의 피만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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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화.

102화.너무 아파서 울 수도 없었다. 그가 느꼈을 상실감이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우주보다 컸다.밥을 먹는 것조차 죄스러웠다. 그에게 미안하다, 용서해달라 눈물 흘리며 무릎 꿇는 것마저 위선이었다.그래도 그녀가 재훈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용서를 구하는 것.그것이 위선이고, 식상할 만큼 흔한 말일이지 라도 그녀는 말해야 했다.‘용서해 줘. 미안해.’자신의 처한 상황에 매몰되어, 너무도 무책임하게 정재훈을 버렸다.그의 심장이 저로 인해 썩어 가는 줄도 모르고.사랑한다는 말로 그의 청춘을 붙잡고, 나락으로 무자비하게 떨어뜨렸다.저를 향한 재훈의 종잡을 수 없는 사랑은 어쩌면 모두, 그녀의 잘못된 선택의 결과물일지도.그 결과물이 암 덩어리처럼 불퉁불퉁 모난 모양일지라도, 이젠 더는 도망칠 수가 없었다.고은별은 정재훈을 사랑하니까.그것만은 명백한 진실이었다.그리고 이제는 그에게 진정한 사죄를 할 시간이었다. 2년 전, 제 입으로 말한 약속을 지킬 때였다.은별은 재훈이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침대를 덮고 있던 수많은 편지를 정리했다.편지를 원래 자리였던 재훈의 가방에 차곡차곡 집어넣었다.예전에 어린아이 같았던 정재훈의 사랑은, 저의 변절로 진화되어 어떤 형태인지 알 수 없는 모양으로 변해버렸다.그럼에도 그녀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은, ‘정재훈은 고은별을 사랑한다.’이다.재훈아.나를 향한 너의 사랑이 온전하지 못한 사랑의 모양일지라도 난, 너를 떠나지 않을 거야.그것이 너를 향한 나의 속죄가 되길.***잠시 뒤.두 사람이 식탁에 마주 앉았다.재훈이 설렁탕에 밥을 말아 수저에 가득 뜨더니, 그 위에 깍두기를 얹었다. 그러곤 은별에게 건넨다.“크게 아, 해.”은별은 말없이 입을 크게 벌려 밥과 깍두기를 한가득 입에 넣었다.우두둑, 깍두기가 씹히며 그녀의 작은 입술로 국물이 조금 새어 나왔다.“칠칠하지 못하긴. 나 없으면 당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어찌 살까. 아주 눈에 선해.”입꼬리를 행복하게 빙긋 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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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화.

103화.일주일 뒤, 카페 디데이.한번 피기 시작한 꽃은 어느새 마을을 울긋불긋 꽃밭으로 만들었다.무진은 카페 밖에서 꽃이 가득 핀 화분을 장식하고 있었고, 카페 안에서는 재훈이 가희에게 라테아트를 가르치고 있었다.“야, 똑바로 안 할래? 이러다 여기 커피 맛없다고 SNS에 올라오겠네. 올라오겠어.”“퍽! 이나 유!”우유 피처를 들고 거품을 내던 가희가 눈을 가늘게 뜨며 응수했다.“너, 방금 나한테 욕했냐?”가희를 삐딱하게 쳐다보며 재훈이 확인하듯 물었다. 가희의 말은 분명 욕이었다.가희는 억울하다는 듯 눈을 말똥말똥 뜨고는 불쌍한 고양이처럼 눈꺼풀을 연신 깜빡거렸다.“설마. 내가 감히, 오빠한테?”“이게 어디서 애교를 부려. 눈 똑바로 안 떠? 어리다고 봐주니까 막 기어오르지.”“누가 어려요? 오빠나 나나, 거기서 거긴데.”“가희야, 네가 뱃속에 있을 때 난 우주를 뛰어다녔어. 어디서 맞먹으려고 그래.”“뭐야, 이십 대 꼰대네.”“뭐?”“오십 대 사장님보다 오빠가 더 꼰대라고!”“그래? 그럼 꼰대 짓 제대로 보여주지.”그러면서 재훈은 스팀 다이얼을 최대치로 팍! 돌려버렸다.“으아아아! Oh my god!”우유 피처에 담겨있던 우유가 최강력 스팀으로 순식간에 화산이 분출되듯 여기저기 사정없이 튀었다.가희가 뒤늦게 스팀 다이얼을 돌려 스팀을 잠갔지만, 이미 그녀의 옷은 엉망진창이었다.그때 딸랑, 하며 풍경이 울리더니 밖에 있던 무진이 카페로 들어왔다.재훈은 무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얼른 행주를 들어 가희의 옷에 묻은 우유를 닦아주었다.“가희야, 조심하라니까. 다친 곳은 없어?”“하!”뭐 이런 개, 엑스엑스가 다 있어!가희는 순식간에 순둥순둥한 멍멍이가 된 재훈을 바라보며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왔다.카페에 들어온 무진은 두 사람을 보며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사장님!”가희가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속상한 표정으로 무진을 불렀다.우유로 얼룩진 가희의 옷이 그제야 무진의 눈에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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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104화.자신에 관한 질문이면 모를까, 은별에 관한 질문은 받고 싶지 않았다.고은별, 며칠 있으면 이곳을 떠날 여자였다.무엇이 됐든 간에 은별에 관한 건 다 지켜주고 싶은 게 기태의 마음이었다.그날, 비가 오던 날.은별은 허물을 벗고 사라진 사람처럼 젖은 옷만 남겨 둔 채 그렇게 그의 집을 완전히 떠났다.걱정이 안 된 것은 아니었으나, 그녀의 선택을 기태는 존중했다.그리고 은별에게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기태 씨, 나 며칠 뒤에 재훈이와 이곳을 떠나.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미안해. 항상 건강해. 그리고 고마워.]마치 몇 초 뒤에 폭파되는 비밀지령처럼 기태는 그 메시지를 확인하고 곧장 삭제했다.삭제.그랬다. 이제 그의 삶에, 또 은별의 삶에, 두 사람은 삭제되어야 했다.그래야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테니까.“뭐가 궁금한 건지 모르겠지만, 나에 관한 게 아니라면 질문은 사절이에요.”“아, 아저씨에 관한 거 맞아요! 아저씨,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없으면 저랑 사겨요!”가희는 제 말을 단호박으로 끊어내는 기태의 반응에 조바심을 느꼈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런데 너무 막 들이댔나.상한 고기를 먹은 사람처럼 기태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아니나 다를까.“가희 씨, 지금 장난합니까?”“장난 아니에요! 진짜예요! 저 아저씨한테 첫눈에 반했다고요!”진심을 다해 말하는 가희를 보며 기태는 대놓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가희 씨.”“네, 아저씨.”“정신 차려요. 아직 시차 적응 안 됐어요?”“아니에요! 저 완전 멀쩡해요!”“됐고. 난 못 들은 걸로 할게요.”기태 또한 진심으로 제 생각을 전했다.저보다 한참이나 어린 여자를 상대로 이런 대화를 나누고 싶지는 않았다.무엇보다, 그는 핸디캡이 있었다.당분간 연애 따윈 관심이 없었다. 일에만 전념할 생각이었다.기태가 가희에게 몸을 돌려 걸음을 툭. 툭. 옮겼다.“가지 마세요!”어느새 움직였는지 가희가 두 팔을 활짝 벌려 기태의 앞을 막았다. 심지어 맨발인 채였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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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화.

105화.“은별아! 이 시간에 어떻게 왔어?”기태는 놀란 얼굴로 은별을 맞이하면서도 그녀의 뒤를 살폈다. 혹여 정재훈도 함께 왔나 싶어서였다. 한데 은별은 혼자였다.“기태 씨, 미안해. 연락도 없이 왔어.”“우선 들어와.”은별은 현관문을 잡고 있는 기태를 지나 거실로 들어갔다.기태는 갑자기 방문한 은별이 반가우면서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풀지 못한 채 현관문을 닫았다.두 사람이 거실에서 마주 보았다.“기태 씨, 나 내일 떠나. 새벽에… 갈 것 같아.”은별은 기태와 시선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채 말했다.“어디로 가?”기태가 물었다.“모르겠어.”“어디로 가는지도 모른다고?”“응. 아마 서울이 아닐까 싶어.”“하아….”아마, 라니.정재훈은 고은별을 막무가내로 데려가면서 목적지도 알려주지 않았나 보다.왜, 뭐가 두려워서. 아니, 두려워서가 아니겠지.고은별을 저 혼자 온전히 소유하려 아무도 못 찾게 꼭꼭 숨겨 두려는 것일 테다.은별을 누구도 만나지 못하게 청솔민박에 가둬놨던 것처럼.정재훈은 진짜 미친놈이었다.“기태 씨, 나 시간이 별로 없어. 짐, 짐 정리하려고 왔어. 미안해.”은별은 죄인처럼 여전히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말했다.그녀의 상황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기태는 더는 궁금한 것을 묻지 못했다.“필요한 것만 챙겨. 나머진 내가 업체 불러서 정리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그래도 기태 씨한테 어떻게 다 맡겨….”“은별아, 나 봐봐.”부드러운 기태의 음성에 그제야 은별이 그와 온전히 시선을 마주했다.“너, 정재훈이랑 같이 가는 거 후회하지 않겠어?”기태는 은별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마지막으로 묻고 싶었다.그 선택, 네가 한 게 맞는 거냐고.다시 확인받고 싶었다.“기태 씨, 나… 후회, 같은 거 할 자격이 없어. 재훈이한테 내가 너무 큰 잘못을 했어. 후회라면, 일 년 전에 재훈이한테 파리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지 않은 거야.”“그게 무슨 소리야. 정재훈이 아직도 파리 사건을 모른다는 말이야?”기태는 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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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화.

106화.잠시 뒤.소중한 것을 품듯 노트북을 양손으로 교차해 가슴에 품은 은별이 현관문 앞에서 기태와 마주 보고 섰다.“갈게.”은별이 씁쓸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그래, 건강하고.”기태 또한 나오지 않은 미소를 애써지어 보였다.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며 은별이 정원을 가로질러 대문으로 향했다.그때, 살랑하며 바람이 옅게 불었다. 그 바람에 봄꽃의 향기가 기태의 코끝을 스치며 지나갔다.바람만 불지 않았더라면, 기태는 은별을 부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저기, 은별아.”“…어?”은별이 대문 앞에 서서 기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그가 툭. 툭. 걸으며 은별에게 향했다.“요 앞에 갈림길까지만 같이 가자. 바래다줄게.”“그래, 갈림길까지만.”은별이 엷게 웃으며 화답했다.***툭. 툭. 타박. 타박.기태의 걸음 속도에 맞춰 은별은 봄밤의 길을 걸었다.간간이 살랑거리는 바람에 꽃내음이 흘러들었다. 저 앞에 보이는 밤하늘에 별이 총총히 떠 반짝 빛나고 있었다.“지난번에 읽어준 동화 있잖아. 그거 너무 좋았어. 기회 되면 꼭 출판해.”“어떤 거였지?”“숲에 둘러싸인 초록 지붕 이야기.”“아, 그거?”“은별이 네가 그거 읽어 주는 데 마음이 참 따뜻해졌었거든.”“고마워, 기태 씨.”“뭐가?”“그냥 다.”툭. 툭. 타박. 타박.그렇게 평온한 대화가 오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갈림길에 도착했다.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작별의 시간이 도래했다.“들어가.”기태가 말했다.“기태 씨도 조심히.”은별이 마지막 말을 하려는 순간이었다.갈림길로 올라오는 골목에서 투덕거리는 남녀의 목소리가 들렸다.기태와 은별 둘 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내렸다.“내가 많이 봐준 거 알지?”재훈의 목소리였다.“…!”순간 은별은 귀신을 본 것처럼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노트북을 땅에 떨어뜨렸다.기태 또한 본능적으로 미간을 좁혔다.“뭐래. 내가 똑똑하니까 빨리 터득한 거지!”설가희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월월, 지나가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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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화.

107화.마지막 날이라고 나에게 주는 서프라이즈 선물인가?“하하.”허탈한 웃음소리가 재훈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어? 아저씨!”가희도 그제야 기태를 발견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알은 채를 했다. 그러곤 해맑게 웃으며 기태에게 가려 했다.그때, 확! 하고 옷의 뒷덜미가 잡혔다.“윽!”가희의 등이 다시금 재훈의 가슴팍에 닿았다.재훈은 은별과 기태에게, 정확히 말하자면 김기태에게 서늘한 시선을 고정한 채 조금 전 실랑이할 때처럼 가희의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마치 어린 새끼를 손에 쥐고 있는 사냥꾼처럼.“왜, 왜 이래?”가희는 갑자기 또 목덜미가 잡히자 고개를 비틀어 재훈을 쳐다봤다.“….”재훈은 대답 없이 보란 듯이 가희의 옷깃을 더 꽉 그러쥐었다.“오빠, 이거 놔! 나 아저씨한테 갈 거란 말이야.”가희가 재훈에게만 들리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지금 재훈이 장난을 치고 있다고 생각했다.얼마 전 비가 오던 날, 기태가 자신의 이상형이라고 재훈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그리고 며칠 동안 재훈에게 음료를 배우며 나름 기태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다. 고백했는데 차였다는 말도 했었다.그래도 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들이댈 거라고 당당히 말했었다. 그래서 카페 일을 하며 이 어촌 마을에 더 머물 거라는 말까지 했다.이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개구쟁이 정재훈이 저를 놀리고자 옷의 목덜미를 잡고 있다고 가희는 생각했다.한데 장난이 아닌가?장난이라고 치부하기엔 생각보다 재훈의 행동이 거칠었다.거기다 기태를 바라보는 재훈의 눈빛은, 짓궂은 눈빛이 아닌 싸늘함과 함께 살벌함이 묻어나 있었다.“오빠…, 아저씨랑 무슨 일, 있었어? 아, 그리고 이거 좀 놔요. 아프다고.”이번에도 재훈에게만 들리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쉿. 잠깐 가만히 있어.”손에 쥐고 있던 가희의 옷깃을 재훈이 보이지 않게 느슨하게 풀었다.재훈은 기태의 반응을 즐기는 것도 나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저에게 목덜미가 잡힌 가희를 보며 기태의 눈동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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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화.

108화.가희는 갑자기 산을 오르다 어마어마한 금광을 발견한 것처럼 너무 신이 났다.그럼 그렇지. 나한테 랜턴을 주고, 소고기를 주고, 다 이유가 있었다니까.괜히 한번 튕겨 본 거였어.당긴다고 바보처럼 줄줄 따라오는 남자보단 아저씨처럼 밀당할 줄 아는 남자가 더 매력적인 걸 말해 뭐해.이럴 줄 알았으면, 재훈 오빠한테 옷이 아니라 진짜 뒷덜미를 잡힐걸. 헤헤.기태와 함께 발걸음을 옮기던 가희는 순간 재훈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고개만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어라?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발소리도 없이 언제 사라졌대. 귀신보다 더 무섭다더니, 진짜였나 봐.그녀가 듣기로 재훈은 내일 이 마을을 떠난다고 했다.그래도 커피를 가르쳐준 스승이라고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조금 걸렸다.“가희 씨.”기태가 발걸음을 멈추고 가희를 불렀다. 가희도 덩달아 걸음을 멈추고 밝게 웃으며 기태를 바라봤다.“네, 아저씨.”“팔, 풀죠.”“네?”“팔짱이요. 풀어도 된다고.”“싫은데요?”“가희 씨. 이러지 말고….”기태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가희의 팔에 엉킨 제 팔을 빼려 했다. 한데 쉽사리 팔이 빠지지 않았다.매몰차게 힘을 줘 팔을 빼다간 바짝 엉켜있는 가희가 넘어질 것 같았다.가희는 기태의 팔에 제 팔을 더 칭칭 옭아매며 말했다.“나한테 먼저 산책하자고 꼬신 건 아저씨예요.”기태의 말문이 막혔다. 변명할 여지 없는 사실이었으니까.***재훈이 은별을 끌다시피 데리고 향한 곳은 민박 주차장이었다.그곳엔 그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그의 차는 평범한 승용차였다.삑. 소리와 함께 차 문이 열렸다.그가 조수석 문을 열고 은별을 우격다짐으로 그 자리에 태웠다.은별은 재훈의 행동에 반항할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종이를 구겨 넣듯 저를 차에 태우는 그의 행동에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탁! 신경질적인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이내 운전자석 문이 열렸다.재훈은 은별에게 시선 초자 주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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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

109화.24시간 운영되는 수목장이었으나, 평일이었고 늦은 밤이었다.고요하고 적막하며 으스스함이 느껴질 정도로 숲은 음산했다.“고은별, 고개 들어.”명령에 순종하는 어린아이처럼 은별이 순순히 고개를 들었다.수목장 입구를 밝히는 가로등 불빛이 그녀의 눈동자를 비췄다.언제부터 맺혀 있었던 것일까.그녀의 눈가에 걸린 투명한 액체가 반짝이며 빛나더니, 주르륵 새하얗게 질린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2년 전, 그녀가 정재훈을 달래며 했던 말이 떠올라서다.‘어머니 수목장에 같이 가자. 우리, 그걸로 혼인 신고서 대신 하는 거야.’그랬다. 재훈은 그 말을 이루고자 이곳에 온 것이었다.“표정을 보아하니 잊진 않았나 보네. 이거 감동인데? 눈물까지 흘리고.”“….”“가자. 혼인 신고서 작성해야지.”그러면서 재훈은 은별의 어깨를 단단한 팔로 강하게 휘감았다. 그의 품에 은별이 휘청이며 안겼다.어떻게 언덕을 올랐는지 모르겠다.정신없이 그의 보폭에 맞춰 올라가다 보니 어머니의 수목장에 도착했다.재훈은 엄마의 수목장 앞에서 더 바짝 은별을 끌어안았다. 은별의 얼굴이 그의 가슴팍에 짓눌려갔다.“엄마, 갑자기 와서 놀랐어?”초록의 소나무는 말이 없었다.은별은 그 소나무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울음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재훈은 양쪽 입가를 말아 올리며 엄마를 향해 말했다.“내가 기대하라고 했었지? 은별이 데려올 거라고. 원래는 내일 오려고 했는데, 좀 급해서 지금 왔어.”재훈의 품에 안겨 있던 은별은 파르르 몸을 떨었다.울음소리를 내지 않으려 애쓰니, 몸이 지나치게 떨렸다. 마치 얼음 동굴 속에 발가벗겨진 채 서 있는 것만 같았다.그녀의 떨림을 느꼈는지 재훈은 은별을 옭아매고 있던 팔을 풀고는, 입고 있던 점퍼를 벗어 그녀의 어깨 위에 덮어주었다.그러곤 은별을 저를 보게 돌려세웠다.그가 큼지막한 두 손을 그녀의 어깨 위에 올리고는 살이 눌릴 정도로 꽉 그러쥐었다.“이다음 순서는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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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

110화.“신혼집?”“은별아, 내가 당신을 찾은 그 순간부터 난 모든 걸 다 준비해 놨었어. 그중 가장 처음이 우리 신혼집이었고.”“신혼집이 어디에… 있어?”“그건, 가 보면 알아. 아마 깜짝 놀랄걸. 춥다. 이제 내려가자.”혼인 신고서를 작성한 재훈은 더는 지체하지 않고 수목장을 뒤로 하고 은별을 데리고 주차장으로 향했다.재훈의 차가 빠른 속도로 어둠을 가로지르며 달려갔다.그들의 신혼집을 향해.***다음 날.은별이 아침에 눈을 떴을 땐 낯설고도 낯선 방이었다.그녀는 침대에 일어나 앉으며 온몸에 둔통을 느꼈다. 입에서 절로 가는 신음이 흘러나왔다.어젯밤.재훈은 그가 준비한 신혼집에 은별을 데리고 들어왔다. 신혼집은 보완이 철저한 최고급 빌라의 최상위층이었다.은별은 집안의 내부를 살펴볼 겨를도 없이 재훈의 품에 갇혀 밤이 새도록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재훈은 마치 은별의 몸뿐 아니라, 이 집안 곳곳에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려 작정한 짐승처럼 달려들었다.‘은별아, 첫날밤은 평생 기억에 남게 해줄게. 기대해.’이 말을 시작으로 거실 소파에서부터 시작된 행위는 식탁을 지나, 새로운 장소로 이동했는데 아마도 그곳은 서재 같았다.한쪽 벽을 두르고 있는 전면 책장 앞으로 길고 커다란 대리석 테이블이 있었다.그 위에 그녀의 맨살이 닿았을 때 뜨거운 열기에도 불구하고 파르르 소름이 돋았다.재훈은 테이블에 아래에 무릎을 꿇었다. 테이블에 걸쳐있던 은별의 엉덩이를 단숨에 제 얼굴로 갖다 대더니, 이미 누구의 체액인지 모를 것들로 축축하게 젖은 음부를 게걸스럽게 빨아댔다.추릅, 추릅, 춥. 콩알만 한 음핵을 혀로 잘근 깨물며 희롱할 때 은별은 무섭게 밀려드는 쾌감에 허리를 파득거리며 튕겨댔다.‘아흐흐, 으읏…!’‘아래에서 그렇게 박아댔는데도 여전히 좋다지. 이러니 내가 당신한테 환장하는 거야.’음부에서 얼굴을 들은 재훈이 제 입술에 묻은 체액을 혀로 쓱 문질러 먹어 치우더니, 배꼽 위로 빨딱 발기한 길고 두툼하고 단단한 것을 손으로 두어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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