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화.너무 아파서 울 수도 없었다. 그가 느꼈을 상실감이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우주보다 컸다.밥을 먹는 것조차 죄스러웠다. 그에게 미안하다, 용서해달라 눈물 흘리며 무릎 꿇는 것마저 위선이었다.그래도 그녀가 재훈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용서를 구하는 것.그것이 위선이고, 식상할 만큼 흔한 말일이지 라도 그녀는 말해야 했다.‘용서해 줘. 미안해.’자신의 처한 상황에 매몰되어, 너무도 무책임하게 정재훈을 버렸다.그의 심장이 저로 인해 썩어 가는 줄도 모르고.사랑한다는 말로 그의 청춘을 붙잡고, 나락으로 무자비하게 떨어뜨렸다.저를 향한 재훈의 종잡을 수 없는 사랑은 어쩌면 모두, 그녀의 잘못된 선택의 결과물일지도.그 결과물이 암 덩어리처럼 불퉁불퉁 모난 모양일지라도, 이젠 더는 도망칠 수가 없었다.고은별은 정재훈을 사랑하니까.그것만은 명백한 진실이었다.그리고 이제는 그에게 진정한 사죄를 할 시간이었다. 2년 전, 제 입으로 말한 약속을 지킬 때였다.은별은 재훈이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침대를 덮고 있던 수많은 편지를 정리했다.편지를 원래 자리였던 재훈의 가방에 차곡차곡 집어넣었다.예전에 어린아이 같았던 정재훈의 사랑은, 저의 변절로 진화되어 어떤 형태인지 알 수 없는 모양으로 변해버렸다.그럼에도 그녀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은, ‘정재훈은 고은별을 사랑한다.’이다.재훈아.나를 향한 너의 사랑이 온전하지 못한 사랑의 모양일지라도 난, 너를 떠나지 않을 거야.그것이 너를 향한 나의 속죄가 되길.***잠시 뒤.두 사람이 식탁에 마주 앉았다.재훈이 설렁탕에 밥을 말아 수저에 가득 뜨더니, 그 위에 깍두기를 얹었다. 그러곤 은별에게 건넨다.“크게 아, 해.”은별은 말없이 입을 크게 벌려 밥과 깍두기를 한가득 입에 넣었다.우두둑, 깍두기가 씹히며 그녀의 작은 입술로 국물이 조금 새어 나왔다.“칠칠하지 못하긴. 나 없으면 당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어찌 살까. 아주 눈에 선해.”입꼬리를 행복하게 빙긋 올리며
Huling Na-update : 2026-09-20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