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화.카페에 나가는 것은 기존에 했던 일상 중 하나였지만, 이곳에 매일 오라니….은별은 명령과 같은 그 말에 기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기태와 한집에 살면서 매일 밤, 재훈을 만나러 나가야 한다니.그건 기태에게 참 못 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기태와 자신이 연인 사이가 아니더라도 말이다.“왜, 못하겠어?”“그, 그게 아니라….”“미안하다는 말, 또 거짓말이었어?”“아니야, 아니야! 거짓말 아니야. 진심이었어.”은별은 고개까지 강하게 가로저으며 거짓이 아니라 항변했다.“아니면, 그 새끼가 걸리나?”“….”“대답해.”“…재훈아. 여기 매일 오는 건, 나한테 시간을 좀 줘.”“고은별, 당신이 착각하는 게 있는데. 난 누구처럼 김기태가 다리 망가졌다고 그 인간을 불쌍하게 생각하지 않아. 망가진 다리 때문에 당신이 그 새끼 옆에 붙어 있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쓸데없이 착해 빠져서는. 당신, 그 새끼 사랑해?”“….”“대답해. 당신이 말없이 사라진 지 자그마치 일 년이야. 미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로 답답하게 살아온 시간이고. 나, 들을 자격 충분한 것 같은데.”“필, 필요한 사람이야.”“누가, 누구한테!”재훈이 그녀를 무섭게 내려다보며 고성을 질렀다. 은별은 순간 그의 표정에 온몸이 굳어져 갔다.재훈은 겁에 질린 듯한 은별을 보며 허공을 향해 고개를 들고는 화를 참듯 숨을 내쉬었다.하! 필요한 사람이라니…!그럼 난, 고은별한테 불필요한 사람이었나. 그래서 날 떠난 거야? 군대에 손발 묶여 있으니까, 갖다 쓸 데가 없었나 보지?경멸에 가득찬 재훈의 시선이 다시 은별에게 향했다.“와아, 씨. 진짜 욕 나오려고 한다. 그 새끼가 왜 당신한테 필요한데? 왜! 밤마다 위로해 줄 사람이 필요했어? 당신, 나랑 살 때도 아닌 척하면서 내가 밤마다 안아주면 좋아하더니, 남자 없이는 못 사는 그런 여자가 된 건가?”“재훈아! 그런 거 아니.”“잔말 말고 내가 하라는 대로 해. 기간은 내 맘이 풀려서 당
Last Updated : 2026-09-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