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화.“어? 아, 아냐. 좀 피, 피곤해서.”은별은 멋쩍어하며 손으로 제 얼굴을 가볍게 쓸었다.“진짜 속상하게. 건강 좀 잘 챙겨.”“응, 그럴게. 앉자.”연이은 친구의 걱정에 은별은 애써 웃어 보이며 자리에 앉았다. 선주도 더는 다그치지 않고 은별과 마주 앉았다.실로 오랜만에 만남이었다. 근심 걱정으로 시간을 보내기엔 둘 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여기 음식 다 맛있어. 뭐 먹을까?”선주가 메뉴판을 펼치며 물었다.“아무거나. 선주 너 좋아하는 걸로 시켜. 내가 살게.”“됐어. 네가 무슨 돈이 있니? 너 백수 된 지 오래됐잖아. 오늘은 결혼 턱으로 내가 살 거야. 비싼 거 먹어, 내 친구.”백수 된 지 오래된 건 사실이나, 돈이 없지는 않았다.그녀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돈도 있었지만, 재훈과 결혼 후, 그가 생활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책임지고 있었다.무엇보다 집 밖에 나가는 일이 거의 드물었으니 돈을 쓸 일이 없었다.은별은 결혼 턱을 내고 싶다는 친구의 말에 더는 제 의견을 내세우지 않았다.잠시 뒤.두 사람이 주문한 음식이 테이블에 놓였다.연어 샐러드와 안심 스테이크, 해물 스파게티였다.안심 스테이크를 주문했던 선주가 스테이크를 먹기 좋게 썰어 은별의 앞접시에 놓아주었다.“얼굴이 그게 뭐야. 많이 좀 먹어.”은별은 제 앞접시에 놓인 스테이크를 보고 잠시 미간을 좁혔다.매일 질리도록 먹는 게 고기였다.재훈은 은별의 식단을 집안일을 하는 아주머니에게 맡겼는데, 매일매일 식단에 고기가 꼭 들어가 있었다.민박집에서부터 재훈과 함께 산 지 몇 달 동안, 은별은 매일 고기를 먹었다. 그녀의 식성에 맞지 않은 고기를 억지로 먹어야 했다.은별이 재훈과 함께하는 시간 중 가장 곤혹스러운 시간이었다.“왜, 입맛이 없어?”“아, 아니. 선주야, 나 고기는 별로. 미안.”“여기 스테이크 진짜 맛있어. 우리 자기는 여기서만 먹어. 다른 곳은 질겨서 못 먹겠대.”우리 자기, 라고 말하는 걸 보니 선주의 예비 신랑을 말하는 것 같
Last Updated : 2026-09-2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