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 Chapter 11 - Chapter 20

33 Chapters

11화: 붙잡아도 돼?

“지금이라도 붙잡으면.”신시안의 손이 은소예에게 닿기 직전 멈췄다.“너 또 도망갈 거야?”소예는 대답하지 못했다.호텔 라운지의 잔잔한 음악만 두 사람 사이를 채웠다.3년 전이었다면 화부터 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왜 이제 와서 그래?”“늦은 거 알아.”“너무 늦었어.”“그래도 해야 할 말은 해야지.”시안의 손이 천천히 내려갔다.소예는 이상하게 그 손을 바라봤다.닿지 않아서 다행이어야 하는데.조금 아쉬웠다.그 사실이 더 싫었다.“나 아직 당신한테 화나 있어.”“알아.”“다시 좋아한다는 말도 안 했어.”“그것도 알아.”“그런데 왜 자꾸 기다리겠다고 해?”시안이 잠시 침묵했다.“이번에는 네 대답을 듣고 싶으니까.”소예의 눈빛이 흔들렸다.과거의 시안은 늘 혼자 결정했다.소예가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고, 기다려줄 거라고 믿었다.그리고 소예 역시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그럼 하나만 물어볼게.”소예가 말했다.“왜 이 회사에 온 거야?”시안의 표정이 굳었다.“정말 나 때문이야?”잠시 침묵이 흘렀다.“전부는 아니야.”“그럼 일부는?”“맞아.”소예는 숨을 삼켰다.“내가 여기 있는 거 알고 있었어?”“대표직 제안받고 알았어.”“그런데도 왔고?”“그래.”“왜?”시안이 소예를 바라봤다.“한 번쯤은 다시 만나고 싶었으니까.”소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시안이 낮게 덧붙였다.“우연히라도.”잠시 뒤 소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오늘은 여기까지 하자.”시안은 붙잡지 않았다.두 사람은 말없이 객실 층으로 올라갔다.소예가 방문 앞에 섰을 때 시안이 뒤에서 불렀다.“소예야.”그녀가 돌아봤다.“다음에는.”시안이 잠시 말을 멈췄다.“손 잡아도 되는지 먼저 물어볼게.”소예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그러니까.”그가 낮게 말했다.“그때는 대답해줘.”문을 닫은 뒤에도 소예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그리고 문 너머로 시안의 발소리가 멀어질 때까지,손잡이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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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손 잡아도 돼?

다음 날 아침.은소예는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어젯밤 신시안이 했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다음에는 손 잡아도 되는지 먼저 물어볼게.별것 아닌 말인데 이상하게 마음이 흔들렸다.예전의 시안은 묻지 않았다.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행동했고, 소예도 대부분 받아들였다.그래서 두 사람은 사랑하면서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 못했다.소예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정신 차리자.”출장은 업무였다.오늘 일정만 끝내면 서울로 돌아간다.그렇게 생각하며 방을 나섰다.호텔 로비에 내려가자 시안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잘 잤어?”“네.”“오늘은 거짓말 아니네.”소예가 그를 노려봤다.“아침부터 왜 그래요.”시안이 웃었다.“밥 먹자.”“일정 먼저 확인해야죠.”“아침도 일정이야.”두 사람은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마지막 미팅 장소로 이동했다.오전 일정은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현지 담당자들과 인사를 마친 뒤 소예는 휴대폰으로 기차 시간을 확인했다.“서울 올라가면 몇 시쯤 도착하겠네요.”“바로 집 갈 거야?”“네.”“회사 안 들르고?”“오늘 일정 끝났잖아요.”시안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소예는 오히려 그 반응이 낯설었다.예전 같았으면 뭐라도 이유를 만들어 붙잡았을 텐데.두 사람은 부산역으로 향했다.역 안은 주말을 앞둔 사람들로 붐볐다.소예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다가 뒤에서 밀려오는 인파에 몸이 휘청했다.그 순간 시안이 팔을 뻗었다.하지만 소예의 손목에 닿기 직전 멈췄다.“소예야.”“왜?”시안이 그녀를 바라봤다.“손 잡아도 돼?”소예의 심장이 순간 크게 뛰었다.정말 물어봤다.어젯밤 말했던 그대로.주변에서는 사람들이 계속 지나가고 있었다.시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소예는 잠시 망설였다.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놓치지만 마.”그 말이 끝나자 시안의 손이 소예의 손을 잡았다.세게 끌어당기지도 않았다.그저 놓치지 않을 정도로만.소예는 괜히 시선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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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이번엔 내가 먼저

서울로 돌아온 다음 날.은소예는 평소보다 조금 늦게 출근했다.출장 후유증 때문인지 몸이 무거웠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어제 서울역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던 일.생각할수록 얼굴이 뜨거워졌다.“사람 많아서 그런 거였어.”혼잣말로 중얼거렸지만 스스로도 믿기 어려웠다.자리로 돌아오자 동료가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출장 어땠어요?”“그냥 일했죠.”“대표님이랑 계속 같이 있었잖아요.”소예는 순간 움찔했다.“업무니까요.”“왜 그렇게 딱딱하게 말해요?”“원래 그렇잖아요.”동료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소예를 보다가 웃었다.“근데 대표님, 소예 씨한테만 좀 다르게 대하는 것 같던데.”소예의 손이 멈췄다.“뭐가요?”“그냥 느낌.”“아니에요.”이번에도 너무 빨리 대답했다.그때 메신저 알림이 떴다.[대표실. 10분 후.]보낸 사람은 신시안이었다.소예는 한숨을 내쉬었다.대표실에 들어가자 시안은 평소처럼 서류를 보고 있었다.“부르셨습니까?”“응.”“업무죠?”시안이 고개를 들었다.“왜 그렇게 경계해.”“누구 때문에요.”“어제는 먼저 손도 내밀더니.”소예의 얼굴이 바로 굳었다.“그 얘기 하지 마.”“왜.”“사람 많아서 그런 거였어.”“알아.”“진짜 알아?”“응.”시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래도 좋았어.”소예는 괜히 시선을 피했다.“그런 말도 하지 마.”“그럼 뭐라고 해야 돼?”“업무 얘기.”시안은 웃음을 참듯 입꼬리를 눌렀다.“알겠습니다, 은소예 대리님.”그가 파일을 건넸다.“출장 결과 정리해서 오늘까지.”소예는 파일을 받아 들었다.“이거 때문에 부른 거죠?”“그리고 하나 더.”“뭔데요?”시안이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오늘 저녁.”소예가 눈을 가늘게 떴다.“또 업무예요?”“아니.”“그럼 안 돼요.”“아직 말도 안 했는데?”“업무 아니면 안 된다고요.”시안이 잠시 조용해졌다.소예는 그대로 돌아서려 했다.그런데 이번에는 시안이 붙잡지 않았다.대신 낮게 말했다.“그럼 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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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밥만 먹는 거야

[밥만 먹는 거야.][응. 밥만.]메시지를 보내고도 은소예는 한동안 휴대폰을 내려다봤다.먼저 저녁을 먹자고 한 건 자신이었다.괜히 보냈나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잠시 뒤 신시안이 대표실에서 나왔다.“가자.”“잠깐.”소예가 주변을 살폈다.아직 퇴근하지 않은 직원들이 있었다.“따로 나가.”시안이 눈썹을 올렸다.“왜?”“회사 사람들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하잖아.”“대표랑 담당자가 저녁 먹는 게?”“둘이서 먹는 건 다르지.”시안은 잠시 소예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가 먼저 내려갈게.”순순히 받아들이는 모습이 오히려 낯설었다.십 분 뒤.소예는 회사에서 두 블록 떨어진 식당으로 향했다.시안은 이미 구석 자리에 앉아 있었다.“뭐 먹을래?”“아무거나.”“그 말 아직도 하네.”소예가 그를 노려봤다.“과거 이야기 안 하기로 하지 않았어?”“그런 약속 한 적 없는데.”“그럼 지금부터 해.”시안이 웃었다.“알았어.”식사가 나오자 두 사람은 의외로 평범한 이야기를 나눴다.프로젝트 일정.출장 결과.다음 주 회의.마치 정말 대표와 직원이 식사를 하는 것 같았다.그런데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시안이 물었다.“왜 먼저 연락했어?”소예의 젓가락이 멈췄다.“그냥.”“그냥?”“밥 안 먹었다며.”“걱정됐어?”“아니.”시안이 소예를 빤히 바라봤다.“그럼?”“당신이 기다린다고 했잖아.”“응.”소예는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그래서 계속 기다리게 하는 것도 좀 이상해서.”시안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소예야.”“왜.”“그렇게 말하면 기대해.”“뭘?”“네가 나한테 다시 마음 열고 있다고.”소예는 대답하지 못했다.부정하면 됐다.아니라고.착각하지 말라고.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비가 내리고 있었다.“우산 있어?”시안이 물었다.“없어.”시안은 차를 세워둔 곳을 바라봤다.“여기 있어. 차 가져올게.”“같이 가.”“비 맞아.”“이 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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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다음에는 허락할게

“다음에는.”신시안의 손이 멈췄다.“다음에는 뭐?”은소예는 끝내 그를 보지 않았다.“그때 다시 물어봐.”잠시 정적이 흘렀다.“응.”시안의 목소리가 낮게 내려앉았다.그날 이후 소예는 괜히 그 말을 떠올렸다.다음.자신이 먼저 만들어버린 단어였다.월요일 아침.소예는 평소처럼 출근해 자리에 앉았다.그런데 메신저 알림이 울렸다.[오늘 오후 4시, 대표실.]소예는 화면을 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이번에는 정말 업무겠지.오후 네 시.대표실 안에는 시안 혼자 있었다.“부르셨습니까?”“응. 앉아.”소예는 맞은편에 앉았다.시안은 자료를 넘겨주며 말했다.“지난 출장 결과 반영해서 최종안 수정해줘.”“오늘까지요?”“내일까지.”소예가 눈을 가늘게 떴다.“왜 오늘은 안 재촉해요?”시안이 웃었다.“내가 맨날 괴롭힌 것처럼 말하네.”“아니었어?”“조금.”소예는 자료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런데 시안이 불렀다.“소예야.”“또 왜.”“저녁.”소예가 바로 고개를 돌렸다.“안 돼.”“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미리 거절.”시안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너무 쉽게 포기했다.소예는 오히려 이상했다.“진짜?”“응.”“안 붙잡아?”“네가 싫다며.”소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며칠 전부터 시안은 정말 달라져 있었다.묻고.기다리고.거절하면 물러났다.예전에는 없던 방식이었다.“왜 그렇게 봐?”“아니야.”소예는 대표실을 나왔다.그날 저녁.야근하던 소예는 시계를 확인했다.밤 아홉 시가 넘었다.사무실에는 거의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소예는 자료를 저장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대표실 쪽 불이 켜져 있는 게 보였다.아직 있네.그냥 가면 됐다.그런데 몇 걸음 걷다가 멈췄다.잠시 후 소예는 대표실 문을 두드렸다.“들어와.”시안이 고개를 들었다.“왜 안 갔어?”“그건 내가 물어볼 말인데.”“일 좀 남았어.”소예는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저녁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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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다시 닿은 입술

“지금은 괜찮아.”은소예가 그렇게 말한 순간, 신시안의 눈빛이 달라졌다.그는 서두르지 않았다.정말 마지막으로 확인하듯 소예를 바라봤다.그리고 아주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입술이 닿았다.짧고 조심스러운 키스였다.그런데 소예는 그 짧은 순간에 3년 전의 기억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 같았다.같은 집.같은 침대.퇴근한 시안의 넥타이를 풀어주던 밤.말없이 등을 돌리고 누웠던 마지막 몇 달까지.소예는 먼저 입술을 뗐다.시안도 따라 물러났다.“괜찮아?”그가 물었다.소예는 대답 대신 시선을 내렸다.“왜 아무 말 안 해.”“나도 모르겠어.”“후회해?”그 질문에 소예가 고개를 들었다.“아직은.”시안의 표정이 굳는가 싶더니 소예가 덧붙였다.“후회하는지 아닌지도 모르겠다는 뜻이야.”시안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됐어.”“뭐가.”“지금 당장 밀어내진 않았으니까.”소예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기준이 너무 낮은 거 아니야?”“너한테는 이 정도도 많이 온 거야.”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다시 가까워질 생각조차 없었다.그런데 이제는 먼저 저녁을 제안했고.먼저 손도 잡았고.결국 키스까지 허락했다.소예는 한숨을 내쉬었다.“오늘 일은 회사에서는 절대 티 내지 마.”“알아.”“그리고 이걸로 우리가 다시 만나는 것도 아니야.”“응.”“진짜 알아들었어?”시안이 작게 웃었다.“알아들었어.”다음 날 아침.소예는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다.괜히 시안보다 먼저 회사에 도착하고 싶었다.하지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안에 신시안이 서 있었다.둘만.소예는 잠시 멈췄다.시안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안 타?”소예는 결국 안으로 들어갔다.문이 닫혔다.시안은 앞만 봤다.소예 역시 숫자만 바라봤다.어젯밤 키스했던 남자와 아침부터 좁은 공간에 둘만 있으려니 이상하게 숨이 막혔다.“왜 그렇게 긴장해.”시안이 낮게 물었다.“안 했어.”“또 거짓말.”소예가 곧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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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실수 아니었어

[아직은 안 해.]은소예는 자신이 보낸 메시지를 다시 확인했다.후회하지 않는다는 말.그걸 신시안에게 직접 보냈다는 사실이 뒤늦게 실감났다.잠시 뒤 답장이 왔다.[그럼 됐어.]짧은 문장이었는데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았다.그날 오후.소예는 회의 자료를 들고 대표실로 향했다.문을 열자 시안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왔어?”소예는 바로 눈을 가늘게 떴다.“회사.”“아.”시안이 표정을 고쳤다.“은소예 대리님, 앉으세요.”“처음부터 그렇게 해.”소예는 맞은편에 앉아 자료를 건넸다.시안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내용을 확인했다.“수정 잘했네.”“당연하죠.”“칭찬해도 싫어?”“업무 칭찬은 괜찮아요.”“그럼 개인적인 칭찬은?”소예가 그를 바라봤다.“하지 마.”시안은 작게 웃었다.“알겠습니다.”그렇게 말하면서도 눈빛은 전혀 얌전하지 않았다.소예는 괜히 자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다 봤으면 갈게요.”“잠깐.”시안이 파일을 내려놓았다.“어제.”소예의 손이 멈췄다.“또 그 얘기?”“확인만.”“뭘.”“실수 아니었지?”소예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시안은 재촉하지 않았다.그저 기다렸다.그 모습에 오히려 소예가 먼저 입을 열었다.“응.”시안의 눈빛이 달라졌다.“실수 아니었어.”소예는 다시 한번 말했다.“근데 그게 우리가 다시 사귄다는 뜻은 아니야.”“알아.”“키스 한 번 했다고 바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그것도 알아.”“그런데 왜 웃어?”시안은 결국 숨기지 않았다.“좋으니까.”소예는 어이가 없어 한숨을 내쉬었다.“진짜 단순해.”“너한테만.”그 순간 노크 소리가 들렸다.소예는 바로 자리에서 떨어졌다.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대표님, 다음 회의 10분 남았습니다.”“알겠습니다.”비서가 나가자 소예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저도 가볼게요.”“소예야.”“또 왜.”시안이 낮게 말했다.“다음에도 물어볼게.”소예는 그 의미를 알아들었다.“뭘.”“키스해도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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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데이트 신청

[데이트 신청.]은소예는 그 네 글자를 한참 바라봤다.신시안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한 적이 있었던가.결혼 전에도 그랬다.좋아한다는 말보다 먼저 차 문을 열어줬고, 보고 싶다는 말 대신 집 앞에서 기다렸다.그런 사람이 이제 와서 데이트라고 했다.소예는 한참 고민하다 답장을 보냈다.[어디서?]읽음 표시는 바로 떴다.[네가 정해.]소예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예전의 시안이라면 장소부터 시간까지 이미 정해놨을 텐데.[내가?][응.][왜?]잠시 뒤 답장이 왔다.[이번엔 네가 원하는 데 가고 싶어서.]소예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또 이런 식이었다.달라졌다는 걸 자꾸 보여준다.억지로 설명하지 않고, 행동으로.다음 날 저녁.소예가 고른 장소는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와인바였다.너무 특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업무 식사처럼 느껴지지도 않는 곳.먼저 도착한 시안이 소예를 보며 일어났다.“왔어?”“응.”“여기 자주 와?”“두어 번.”시안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누구랑?”소예는 피식 웃었다.“벌써 질투해?”“질문만 했는데.”“표정은 아닌데.”시안은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소예가 자리에 앉자 그가 물었다.“뭐 마실래?”“한 잔만.”“내일 출근해야 하니까?”“응.”주문을 마치자 두 사람 사이에 잠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회사도 아니고.업무도 아니고.출장도 아니었다.정말 둘이 만나기 위해 나온 자리였다.소예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상하다.”“뭐가?”“당신이랑 이렇게 다시 앉아 있는 거.”“나도.”“당신도 이상해?”“응.”시안이 잔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전에는 너무 당연했으니까.”소예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맞는 말이었다.결혼했을 때는 함께 밥을 먹는 것도, 같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당연했다.당연해서 소중한 줄 몰랐다.“그래서 이번에는.”시안이 말을 이었다.“당연하게 생각 안 하려고.”소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옆 테이블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소예가 무심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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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목격자 발생

다음 날 아침.은소예는 평소처럼 회사 로비에 들어섰다.그런데 엘리베이터 앞에 서자 이상하게 시선이 느껴졌다.한두 명이 자신을 보고는 금세 시선을 피했다.“뭐지? 무슨일이지? .”소예는 괜히 옷매무새를 확인했다.특별한 건 없었다.자리로 돌아오자 동료가 바로 다가왔다.“소예 씨.”“네?”“어제 어디 갔었어요?”소예의 손이 멈췄다.“왜요?”“그냥.”동료가 웃으며 말했다.“누가 소예 씨 봤다길래.”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어디서요?”“회사 근처에서.”소예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유지했다.“저녁 먹으러 갔었는데요.”“혼자?”질문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더 위험했다.소예는 잠시 망설였다.“아니요.”“누구랑?”그 순간 메신저 알림이 울렸다.보낸 사람은 신시안이었다.[대표실. 지금.]소예는 화면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대표님이 찾으시네요.”“아, 네.”동료는 더 묻지 않았다.소예는 대표실까지 가는 동안 계속 생각했다.누가 봤다는 거지?어디까지 본 걸까?손 잡은 것?아니면 키스까지?대표실 문을 닫자마자 소예가 물었다.“누가 봤대.”신시안의 표정이 굳었다.“뭘?”“어제 우리 같이 있던 거.”시안은 잠시 생각했다.“누가.”“몰라.”“어디서 봤대?”“회사 근처라고만 했어.”소예는 불안한 듯 팔짱을 꼈다.“우리 손 잡고 있었잖아.”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키스한 것도 봤으면 어떡해?”그제야 시안이 입을 열었다.“그럼 내가 설명할게.”소예가 바로 그를 바라봤다.“뭘 어떻게 설명해?”“내가 만나자고 했다고.”“그게 더 이상하잖아.”“그럼 사실대로.”소예의 얼굴이 굳었다.“우리 전부 말하겠다고?”“필요하면.”“안 돼.”소예는 단호했다.“회사에선 절대 안 돼.”“왜.”“당신은 대표야.”소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사람들이 내가 프로젝트 맡은 이유부터 다르게 볼 거야.”시안은 말이 없었다.“내가 지금까지 한 일도.”“그건 네 실력인데.”“사람들이 그렇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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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소문이 시작됐다

“근데 은소예 대리 아니었어?”은소예의 손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뒤쪽 직원들은 소예가 듣고 있다는 걸 모르는 듯 계속 속삭였다.“나도 정확히는 못 봤어.”“그래도 대표님이랑 같이 있었던 건 맞다며.”“응. 둘이 걷고 있었어.”소예는 애써 모니터만 바라봤다.심장이 빠르게 뛰었다.손을 잡은 것까지 본 걸까.그보다 더한 것도?잠시 뒤 동료가 자리로 돌아왔다.“소예 씨.”소예는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들었다.“네?”“괜찮아요?”“왜요?”“얼굴이 좀 안 좋아 보여서.”“잠을 못 자서 그래요.”또 거짓말이었다.그때 메신저 창이 떴다.신시안이었다.[점심 같이 먹자.]소예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안 돼.]잠시 뒤.[소문 때문에?]소예의 손이 멈췄다.[알고 있었어?][방금 들었어.]소예는 주변을 확인한 뒤 짧게 적었다.[당분간 회사에서는 더 조심해.]읽음 표시가 뜬 뒤 한참 답이 없었다.그러다 메시지가 왔다.[알았어.]정말 짧았다.예전 같았으면 바로 대표실로 부르거나 자신이 해결하겠다고 나섰을 사람이다.이번에는 달랐다.소예가 원한 대로 물러났다.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오후 회의에서도 시안은 철저했다.“은소예 대리님.”“네, 대표님.”“자료 세 번째 항목 다시 확인해 주세요.”“알겠습니다.”시선도 오래 머물지 않았다.말투도 다른 직원들과 똑같았다.완벽하게 대표와 직원.소예가 원했던 모습이었다.그런데 회의가 끝날수록 기분이 이상해졌다.왜 서운하지.자신이 그렇게 해달라고 했으면서.퇴근 시간이 가까워졌을 무렵, 팀장이 소예를 불렀다.“은 대리.”“네.”“잠깐 이야기 좀 하지.”회의실로 들어가자 팀장은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 들어.”소예의 가슴이 철렁했다.“네.”“요즘 대표님하고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냐는 이야기가 조금 있더라고.”역시.소예는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했다.“프로젝트 때문에 자주 뵙는 것뿐입니다.”“그렇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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