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 Chapter 21 - Chapter 30

33 Chapters

21화: 어디까지 물러나야 해

“그럼 내가 어디까지 물러나야 하는데?”신시안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낮게 들렸다.은소예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조심해달라고 한 것도 자신이었다.회사에서는 모르는 사이처럼 지내자고 한 것도 자신이었다.그런데 시안이 정말 그렇게 하자 이상하게 마음이 쓰였다.“나도 몰라.”결국 소예가 작게 말했다.전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모르겠어?”“응.”“그럼 프로젝트는?”“빠지지 마.”이번에는 시안이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소예가 먼저 말을 이었다.“당신이 나 때문에 들어온 것도 아니고, 내가 실력 없이 맡은 것도 아니잖아.”“맞아.”“그런데 소문 때문에 갑자기 빠지면 오히려 더 이상해.”“그게 이유 전부야?”소예의 손이 멈췄다.“뭐?”“내가 프로젝트에서 빠지는 게 싫은 이유.”소예는 괜히 창밖을 바라봤다.“자꾸 이상한 의미 붙이지 마.”“붙인 적 없어.”“지금 붙이고 있잖아.”시안이 낮게 웃었다.그 웃음소리가 이상하게 반가웠다.“알았어. 안 빠질게.”“그래.”“대신 회사에서는 계속 조심하고.”“응.”“회사 밖에서는?”소예가 입을 다물었다.시안은 재촉하지 않았다.결국 소예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건…”“응.”“그냥 지금처럼 해.”“지금처럼?”“묻고.”소예가 천천히 말했다.“내가 싫다고 하면 멈추고.”시안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그럼 좋다고 하면?”소예의 심장이 뛰었다.“그때는…”그녀가 말을 흐렸다.시안이 기다렸다.“그때는 안 멈춰도 돼.”전화기 너머로 긴 침묵이 흘렀다.소예는 뒤늦게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아니, 내 말은—”“알아들었어.”“신시안.”“왜.”“멋대로 해석하지 마.”시안이 아주 낮게 웃었다.“이번에는 네가 말한 그대로만 할게.”통화를 끊은 뒤에도 소예의 얼굴은 쉽게 식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회사에 도착한 소예는 회의실에서 시안을 다시 마주쳤다.“은소예 대리님.”“네, 대표님.”완벽하게 업무적인 목소리.그런데 자료를 건네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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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오늘은 멈추지 마

[그럼 기다릴게.]신시안의 메시지를 본 뒤, 은소예는 하루 종일 이상하게 집중이 되지 않았다.회의를 해도.자료를 봐도.자꾸 저녁 생각만 났다.퇴근 시간이 되자 소예는 일부러 평소보다 조금 늦게 자리에서 일어났다.사람들이 거의 빠진 뒤에야 엘리베이터를 탔다.1층 로비에는 시안이 기다리고 있었다.오늘은 대표가 아니라 그냥 신시안처럼 보였다.재킷도 벗었고, 넥타이도 없었다.“왔어?”“응.”“배고파?”“조금.”“뭐 먹을래?”소예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오늘은 그냥 걷자.”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런데 이상하게 어색하지 않았다.소예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까 메시지.”“응.”“뭘 물어보려고 했어?”시안이 걸음을 멈췄다.소예도 따라 멈췄다.“지금 물어봐도 돼?”“응.”시안은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하지만 이번에도 손부터 대지 않았다.“키스해도 돼?”소예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이미 몇 번 했던 질문인데도 이상하게 긴장됐다.소예는 시안을 바라봤다.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응.”시안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입술이 닿았다.이번에는 지난번보다 조금 더 길었다.소예도 피하지 않았다.오히려 시안의 재킷 자락을 손끝으로 잡았다.시안이 먼저 입술을 떼려는 순간.소예가 그의 옷을 조금 더 세게 잡았다.시안의 움직임이 멈췄다.“소예야.”“왜.”“그만할까?”소예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그리고 고개를 저었다.“아니.”시안의 눈빛이 깊어졌다.“확실해?”“응.”소예가 숨을 고르고 말했다.“오늘은 멈추지 마.”시안은 바로 다시 다가오지 않았다.정말 괜찮은지 확인하듯 한 번 더 그녀를 바라봤다.소예가 먼저 한 걸음 가까이 갔다.그제야 시안의 손이 조심스럽게 소예의 허리를 감쌌다.다시 입술이 닿았다.소예는 눈을 감았다.3년 전에는 익숙했던 품이었다.그런데 지금은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익숙하면서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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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오늘은 먼저 안 갈게

[내일 저녁 만나.][응.]은소예는 짧은 대답을 보내고도 한참 휴대폰을 바라봤다.다음 날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이상하게 마음이 들떴다.이제는 인정해야 했다.신시안을 만나는 게 싫지 않았다.오히려 기다려졌다.퇴근 후 두 사람은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오늘은 왜 보자고 했어?”소예가 묻자 시안은 물잔을 내려놓았다.“그냥.”“그냥?”“보고 싶어서.”소예의 손이 멈췄다.예전에는 좀처럼 하지 않던 말이었다.“요즘 왜 이렇게 말을 잘해?”“말 안 해서 망했잖아.”시안은 너무 담담하게 말했다.소예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밤공기가 선선했다.시안이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소예는 망설이지 않고 손을 잡았다.“이제 이건 안 물어보네.”“안 물어봐도 된다고 했잖아.”“기억하고 있었어?”“네가 한 말은 웬만하면 기억해.”소예는 괜히 웃음이 났다.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그러다 시안이 물었다.“집까지 데려다줘도 돼?”소예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응.”차는 소예의 집 앞에서 멈췄다.시안은 시동을 끄지 않았다.소예 역시 바로 내리지 않았다.차 안에 조용한 음악만 흘렀다.“나 갈게.”소예가 안전벨트를 풀었다.“응.”그런데 손잡이를 잡고도 문을 열지 못했다.시안이 눈치를 챘다.“왜?”“아니.”소예는 다시 그를 바라봤다.시안도 아무 말 없이 기다렸다.“신시안.”“응.”“오늘은…”소예가 잠시 말을 멈췄다.“먼저 안 갈게.”시안의 눈빛이 달라졌다.“무슨 뜻이야?”소예는 대답 대신 천천히 몸을 돌렸다.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졌다.이번에는 시안이 먼저 묻지 않았다.소예가 먼저 다가왔기 때문이다.아주 짧게 입술이 닿았다.소예가 먼저 한 키스였다.시안은 순간 굳었다.“왜 그렇게 봐.”소예가 민망한 듯 물었다.“네가 먼저 해서.”“싫어?”“그럴 리가.”시안이 낮게 웃었다.그리고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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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이름 붙이지 않은 사이

“그럼 조금만 더.”은소예가 작게 말했다.“이대로 있어보자.”신시안은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손을 조금 더 단단히 잡았다.“응.”그날 이후 두 사람은 이상한 관계가 되었다.다시 사귀는 건 아니었다.그렇다고 완전히 남도 아니었다.회사에서는 대표와 직원.회사 밖에서는 손을 잡고, 키스하고, 서로의 하루를 묻는 사이.소예는 이 관계에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시안도 재촉하지 않았다.대신 매일 아침 짧은 메시지가 왔다.[출근했어?]점심 무렵에는.[밥 먹어.]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오늘 늦어?]예전 결혼생활에서도 받지 못했던 사소한 관심들이었다.그래서 더 이상했다.수요일 오후.소예는 프로젝트 회의가 끝난 뒤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그때 같은 팀 동료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소예 씨.”“네?”“그 소문 있잖아요.”소예의 손이 멈췄다.“무슨 소문이요?”“대표님이랑 같이 있었다는 거.”소예는 최대한 태연하게 대답했다.“아, 그거요.”“사람들이 이제는 별말 안 하긴 하는데.”동료가 목소리를 낮췄다.“혹시 진짜 뭐 있는 건 아니죠?”심장이 순간 빨라졌다.“없어요.”대답은 바로 나왔다.동료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죠? 저는 소예 씨 믿어요.”그 말이 오히려 가슴에 걸렸다.믿는다는 말.소예는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그날 저녁.대표실에 자료를 전달하러 들어가자 시안은 소예의 얼굴을 보자마자 물었다.“무슨 일 있어?”“왜?”“표정 안 좋아.”“별일 없어.”시안이 펜을 내려놓았다.“은소예.”소예는 한숨을 내쉬었다.“사람들이 아직 우리 얘기해.”시안의 표정이 굳었다.“뭐라고.”“진짜 무슨 사이 아니냐고.”“그래서 뭐라고 했어?”소예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시안이 눈치를 챘다.“아니라고 했구나.”“응.”시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괜히 신경 쓰였다.“기분 나빠?”“아니.”“근데 왜 그래.”시안이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그냥 조금 이상해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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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다시 시작해도 될까

신시안에게 돌아가는 길을,자신도 조금씩 걷고 있었다.은소예는 현관문을 닫고도 한동안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오늘 먼저 입을 맞춘 건 자신이었다.그 사실이 이상하게 부끄럽지 않았다.오히려 마음 한구석이 편해졌다.다음 날 아침.회사에 도착하자 소예는 평소처럼 자리에 앉았다.잠시 뒤 대표실 쪽에서 시안이 나왔다.둘의 시선이 잠깐 마주쳤다.“좋은 아침입니다, 은소예 대리님.”“좋은 아침입니다, 대표님.”완벽하게 남처럼 지나쳤다.그런데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다.**[어제 먼저 한 거, 후회 안 해?]**소예는 피식 웃었다.**[회사에서는 모르는 사이랬지.]**바로 답장이 왔다.**[메시지는 회사 밖으로 치자.]****[마음대로네.]****[그럼 하나만 더 물어볼게.]**소예의 손이 멈췄다.**[뭔데.]**잠시 뒤.**[우리 다시 시작해도 될까?]**소예는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언젠가는 나올 질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막상 받으니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다시 시작한다는 건 단순히 데이트 몇 번 하고 키스하는 것과는 달랐다.3년 전의 상처까지 다시 꺼내야 하는 일이었다.점심시간이 지나도록 소예는 답하지 않았다.오후 회의에서도 시안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재촉하지 않았다.회의가 끝난 뒤 모두가 나가고 소예도 자료를 챙겼다.“소예야.”시안이 낮게 불렀다.소예가 돌아봤다.“아까 메시지.”“응.”“대답 안 해도 돼.”“왜?”“부담 주기 싫어서.”소예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난 다시 실패하는 게 무서워.”시안의 표정이 진지해졌다.“나도.”“또 똑같아지면 어떡해?”“그러면 이번엔 말하자.”“뭘.”“서운한 것도.”시안이 한 걸음 다가왔지만 거리를 남겼다.“화나는 것도.”그리고 조금 더 낮게 말했다.“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면 그것까지.”소예는 입술을 깨물었다.“당신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어?”“해야지.”“왜?”시안은 망설이지 않았다.“이번에는 널 잃기 싫으니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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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아무도 모르는 연애

3년 만에 다시 연인이 되었다.그런데 다음 날 아침, 은소예는 어제의 선택을 조금 후회했다.정확히는 연애를 다시 시작한 게 아니라,회사에 와서 신시안을 아무렇지 않게 봐야 한다는 게 문제였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안이 먼저 타고 있었다.둘만 있었다.소예는 잠깐 망설이다 안으로 들어갔다.“좋은 아침입니다, 대표님.”시안도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좋은 아침입니다, 은소예 대리님.”문이 닫혔다.정적이 흘렀다.소예는 숫자만 바라봤다.그런데 옆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어제부터 사귀는 건데.”소예가 바로 고개를 돌렸다.“회사.”“아무도 없잖아.”“엘리베이터에 카메라 있어.”시안이 천장을 한번 올려다봤다.“아.”“그러니까 조심해.”“알겠어.”몇 초 뒤 휴대폰이 울렸다.소예가 화면을 확인했다.[그럼 메시지로는 여자친구라고 불러도 돼?]소예는 어이가 없어 시안을 바라봤다.시안은 앞만 보고 있었다.소예는 답장을 보냈다.[안 돼.]곧바로 답장이 왔다.[왜.][오글거려.]시안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그럼 소예야.]소예는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두 사람은 동시에 표정을 고쳤다.“회의 때 뵙겠습니다, 대표님.”“네. 은소예 대리님.”완벽했다.적어도 오전까지는.점심시간이 가까워졌을 무렵 동료가 물었다.“소예 씨, 오늘 같이 먹어요?”소예가 대답하려는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점심 같이 먹자.]신시안이었다.소예는 잠시 화면을 바라보다 답장을 보냈다.[오늘은 안 돼.][왜.][팀 사람들이랑 먹어.]잠시 뒤 답장이 왔다.[알겠어.]정말 순순했다.그런데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 소예는 회사 건너편 카페 창가에 혼자 앉아 있는 시안을 발견했다.괜히 마음이 걸렸다.자리로 돌아온 소예는 결국 메시지를 보냈다.[저녁은 같이 먹자.]이번에는 답장이 바로 오지 않았다.몇 분 뒤.[데이트?]소예가 피식 웃었다.[응.]퇴근 후 두 사람은 회사에서 꽤 떨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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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들키면 끝이야

아무도 모르는 연애.이번에는 그 비밀이,예전의 결혼처럼 외롭지만은 않았다.은소예는 그렇게 생각했다.적어도 그날 아침까지는.출근하자마자 팀 메신저가 시끄러웠다.[오늘 오후 대표님 참석 회의 있습니다.][브랜드전략팀 전원 참석이래요.]소예는 화면을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연애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회사 공식 회의에서 신시안을 마주쳐야 했다.오전 열한 시.회의실 문이 열리고 시안이 들어왔다.“시작하시죠.”목소리도 표정도 완벽하게 대표였다.소예 역시 아무렇지 않은 척 자료를 넘겼다.“은소예 대리.”“네, 대표님.”“지난번 수정안 설명해주시죠.”소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발표는 문제없이 진행됐다.그런데 마지막 자료를 넘기던 순간, 시안의 시선이 아주 잠깐 소예에게 머물렀다.정말 잠깐이었다.그런데 회의가 끝난 뒤 동료가 소예에게 다가왔다.“소예 씨.”“네?”“대표님이 소예 씨 볼 때 좀 다른 것 같지 않아요?”소예의 손이 멈췄다.“뭐가요?”“그냥 느낌이요.”동료가 웃었다.“다른 사람 발표할 때보다 집중해서 보는 것 같아서.”“프로젝트 담당자니까 그렇겠죠.”소예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답했다.“그런가?”동료는 별생각 없이 돌아섰다.하지만 소예의 심장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점심시간.소예는 시안에게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회의에서 너무 쳐다봤어.]답장이 왔다.[내가?][응.][좋아하는 사람 보는데 어떻게 안 봐.]소예는 화면을 보자마자 미간을 눌렀다.[신시안.][알았어. 조심할게.]소예는 잠시 망설이다 한 줄을 더 보냈다.[진짜 들키면 끝이야.]이번에는 답장이 조금 늦었다.[뭐가 끝인데.]소예의 손가락이 멈췄다.[회사에서 우리 관계 들키는 거.]잠시 뒤.[우리 관계 자체가 끝나는 건 아니지?]소예는 그 문장을 한참 바라봤다.그리고 짧게 답했다.[그건 아니야.]읽음 표시가 뜨자마자 답장이 왔다.[그럼 됐어.]소예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그날 오후.복사실에서 자료를 정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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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누군가 찍었다

누군가 확실한 증거를 보기 시작한다면,지금처럼 평온하게 숨길 수는 없을 것이다.은소예는 그 생각을 하면서도 설마 이렇게 빨리 일이 터질 줄은 몰랐다.다음 날 오전.출근하자마자 팀 메신저가 평소보다 조용했다.이상했다.사람들은 말없이 모니터만 보고 있었지만, 소예가 자리에 앉는 순간 몇몇 시선이 동시에 움직였다.소예는 천천히 가방을 내려놓았다.“무슨 일 있어요?”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잠시 뒤 동료가 휴대폰을 들고 다가왔다.“소예 씨.”“네?”“이거 혹시…”화면에는 멀리서 찍힌 사진 한 장이 떠 있었다.밤거리.남자와 여자.얼굴은 선명하지 않았다.하지만 체격과 옷차림만 봐도 알 수 있었다.신시안과 자신이었다.두 사람이 나란히 걷고 있었다.그리고 손을 잡고 있었다.소예의 얼굴이 굳었다.“이거 어디서 났어요?”“사내 익명 게시판에 올라왔어요.”“뭐라고 올라왔는데요?”동료가 잠시 망설였다.그리고 화면을 내렸다.[신임 대표, 특정 직원과 사적으로 만나는 거 아닌가요?]소예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누가 올린 거예요?”“익명이니까 모르죠.”소예는 바로 휴대폰을 꺼냈다.그 순간 메신저가 울렸다.신시안이었다.[대표실로 와.]소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대표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시안도 이미 사진을 보고 있었다.“봤어?”“응.”“누가 찍었는지 확인 중이야.”소예는 입술을 깨물었다.“이거 더 커지면 어떡해.”“우선 게시글부터 내리게 할게.”“그걸로 끝날까?”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소예는 손을 꽉 쥐었다.“내가 말했잖아. 들키면 내 일까지 다르게 볼 거라고.”“알아.”“벌써 댓글에 프로젝트 얘기 나올 수도 있어.”시안의 표정이 굳었다.“그건 못 건드리게 할 거야.”“어떻게?”“사실이 아니니까.”소예가 그를 바라봤다.“우리 사귀는 건 사실이잖아.”“네가 프로젝트 맡은 이유가 그것 때문인 건 아니지.”소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맞는 말이었다.하지만 사람들은 결과보다 이야기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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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전남편입니다

“은소예 대리와 저는…”은소예의 숨이 멎었다.신시안은 한 번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팀장도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과거에 결혼했던 사이입니다.”순간 회의실 안이 완전히 조용해졌다.소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팀장의 눈이 커졌다.“결혼이요?”“네.”시안은 침착했다.“현재는 이혼한 상태고요.”소예가 결국 입을 열었다.“대표님.”시안이 그녀를 바라봤다.소예의 표정에는 당황과 화가 동시에 섞여 있었다.말하지 말자고 했다.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했다.그런데 결국 시안이 먼저 말했다.팀장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그럼 익명 게시판 사진은…”시안이 대답했다.“최근 다시 만나고 있는 것도 맞습니다.”소예의 손끝이 굳었다.여기까지 말할 줄은 몰랐다.“다만.”시안의 목소리가 단단해졌다.“은소예 대리가 현재 프로젝트를 맡은 건 저와의 개인적인 관계와 전혀 상관없습니다.”팀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프로젝트 담당자로 선정된 과정과 평가 자료 모두 남아 있습니다.”“대표님, 그건…”“필요하다면 전부 확인하셔도 됩니다.”시안은 소예를 한번 바라본 뒤 말을 이었다.“오히려 제가 직접 관여하는 게 문제가 된다면 이후 평가 과정에서는 빠지겠습니다.”소예가 바로 고개를 들었다.“그럴 필요 없어.”이번에는 소예가 먼저 말했다.팀장이 두 사람을 바라봤다.소예는 숨을 고르고 말했다.“저도 제 실력으로 맡은 프로젝트라는 걸 증명할 수 있습니다.”“은 대리.”“괜찮습니다.”소예는 시안을 바라봤다.“대표님이 빠지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싶지 않습니다.”시안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소예가 다시 팀장을 향했다.“그리고 사진 때문에 오해가 생긴 부분은 죄송합니다.”“죄송할 건 아니지.”팀장이 천천히 말했다.“개인적인 관계 자체가 잘못은 아니니까.”소예는 그 말에 조금 안도했다.“다만 회사 안에서 이해관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정리할 필요는 있을 것 같아.”“네.”시안도 고개를 끄덕였다.“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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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내가 증명할게

[그래도 도망가진 않을 거야.] [나도.] 은소예는 신시안의 답장을 확인한 뒤 휴대폰을 뒤집어 놓았다. 이제 숨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오후 내내 회사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붙었지만 소예는 프로젝트 자료만 들여다봤다. 이번 주 금요일에는 임원진 앞에서 중간 프레젠테이션이 예정되어 있었다. 소예가 실무 총괄을 맡은 뒤 처음으로 성과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은 대리.” 팀장이 다가왔다. “금요일 발표, 내가 대신할까?” 소예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지금 분위기도 그렇고.” “그래서 제가 해야 해요.” 팀장이 잠시 소예를 바라봤다. “괜찮겠어?” “네.” 이번만큼은 피하고 싶지 않았다. 금요일. 회의실에는 임원들과 각 팀 책임자가 모였다. 시안도 맨 끝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발표가 시작된 순간부터 소예는 그를 보지 않았다. 시장 데이터. 신규 고객층. 예상 매출. 위험 요소와 보완안까지. 소예는 준비한 내용을 막힘없이 설명했다. 발표가 끝난 뒤 한 임원이 물었다. “이 안을 은 대리가 직접 만든 겁니까?” “네.” “대표님 의견은 얼마나 반영됐죠?” 회의실이 순간 조용해졌다. 소예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대표님께서는 방향성 검토만 하셨습니다. 세부 전략과 수정안은 제가 담당했습니다.” 임원이 자료를 넘겼다. “수치 근거가 꽤 탄탄하네요.” 소예는 그 말에 아주 조금 숨을 놓았다. 회의가 끝났을 때 시안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말했다. “수고했습니다, 은소예 대리님.”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회의실 밖으로 나온 뒤 휴대폰이 울렸다. [멋있었어.] 소예는 화면을 바라보다 답장을 보냈다. [업무 칭찬만 받겠습니다.] 곧 답장이 왔다. [그럼 업무적으로 아주 훌륭했습니다.] 소예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자신이 이 관계를 숨기지 못하게 된 게 반드시 나쁜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이제 누구의 전처도 아닌, 은소예라는 이름으로 보여주면 되는 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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