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상사가 전남편이라는 걸 아무도 모른다 : Chapter 31 - Chapter 40

48 Chapters

31화: 대표의 전처

소문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신시안과 은소예가 실제로 과거 부부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 대표의 전처. 탕비실에서도. 엘리베이터에서도. 소예가 지나간 뒤 작은 목소리가 따라왔다. “진짜 결혼까지 했었대.” “그래서 프로젝트 맡은 거 아니야?” “근데 발표는 잘하던데.” 소예는 모르는 척했다. 하지만 괜찮은 척하는 것과 정말 괜찮은 것은 달랐다. 점심시간. 혼자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같은 팀 동료가 맞은편에 앉았다. “소예 씨.” “네.” “저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소예는 컵을 내려놓았다. “뭔데요?” “대표님이랑 결혼했던 거 왜 아무도 몰랐어요?” 예상했던 질문이었다. “그때도 서로 회사에는 알리지 않았어요.” “왜요?” 소예는 잠시 생각했다. “그땐 그게 편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은요?” 이번에는 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그때는 숨기면 둘만의 관계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둘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말을 하지 못했다.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동료는 더 묻지 않았다. 그날 저녁. 소예가 퇴근하자 시안이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힘들었어?” “조금.” “무슨 말 들었어?” “대표의 전처래.” 시안의 표정이 굳었다. “누가.” “됐어.” 소예가 그의 팔을 잡았다. “찾아내서 뭐 하게.” “기분 나쁘잖아.” “맞는 말이긴 해.” 시안이 소예를 바라봤다. “넌 그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인데.” 소예의 눈빛이 흔들렸다. 시안이 낮게 말했다. “누구 전처라서 네가 된 게 아니잖아.” 소예는 잠시 침묵하다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럼 기다려.” “뭘?” “사람들이 은소예라고 부를 때까지.” 시안은 그 손을 단단히 잡았다. “얼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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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질투할 자격

프로젝트에 외부 자문사가 합류했다. 회의실에 들어온 남자를 본 순간 은소예는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오랜만이네요.” “은소예?” 대학 선배였다. 졸업 이후 몇 번 연락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업무로 만난 건 처음이었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눴다. 문제는 회의실 반대편에 앉아 있던 신시안이었다. 회의가 끝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 있었다. 오후 늦게 소예에게 메시지가 왔다. [친해?] 소예는 바로 알아들었다. [누구?] [아까 그 사람.] 소예는 웃으며 답했다. [대학 선배.] 잠시 뒤. [그게 끝?] [뭐가 더 있어야 돼?] 답장이 없었다. 소예는 일부러 그대로 두었다. 퇴근 후 두 사람이 차에 탔을 때도 시안은 평소보다 조용했다. “왜.” 소예가 먼저 물었다. “뭐가.” “질투하지?” “아니.” “거짓말.” 이번에는 소예가 그의 말을 그대로 돌려줬다. 시안이 한숨을 쉬었다. “조금.” “조금?” “많이.” 소예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전남편일 때보다 더 질투하네.” “지금은 남자친구니까.” 그 말에 소예의 표정이 잠시 부드러워졌다. “그래도 회사에서는 티 내지 마.” “알아.” “선배한테도 이상하게 굴지 말고.” “노력해볼게.” “노력이 아니라 해야지.” 시안은 소예를 바라보다 물었다. “그럼 나도 하나 물어봐도 돼?” “뭔데.” “질투할 자격은 있는 거지?” 소예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았다. “있어.” 시안의 표정이 단번에 풀렸다. “대신.” “응.” “귀찮게 굴면 박탈.” “그건 너무한데.” “그러니까 잘해.” 시안은 결국 웃었다. 소예도 따라 웃었다. 예전이었다면 서로 숨겼을 감정이었다. 이번에는 질투조차 말로 확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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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전처가 아니라 여자친구

며칠 뒤 회사 안의 소문은 조금 잠잠해졌다. 대신 사람들은 신시안과 은소예의 현재 관계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 다시 만나는 거야?” 점심시간, 동료의 직설적인 질문에 소예는 숟가락을 멈췄다. “왜 그렇게 궁금해요.” “전남편이 대표로 나타났는데 안 궁금한 사람이 어디 있어요.” 소예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편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관계까지 회사에 공식적으로 밝히고 싶진 않았다. “그건 사생활이에요.” “그럼 만나는 건 맞네.” “제가 언제요?” 동료는 웃었다. “부정은 안 했잖아요.” 소예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시안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그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그냥 말해도 되는데.” “뭐라고.” “내 여자친구라고.” 소예가 바로 그를 노려봤다. “회사에서?” “싫어?” “당연하지.” 시안은 조금 아쉬운 얼굴이었다. “왜.” “대표의 전처 소리도 겨우 지나가고 있는데 이번엔 대표 여자친구라고 불리고 싶겠어?” 시안은 입을 다물었다. 소예가 그의 손등을 툭 건드렸다. “밖에서는 괜찮아.” “뭐가.” “여자친구라고 해도.” 시안이 고개를 돌렸다. “진짜?” “응.” “다시 말해봐.” “싫어.” 소예가 웃으며 먼저 걸었다. 시안이 따라왔다. “은소예.” “왜.” “한 번만.” “뭘.” “내 여자친구.” 소예가 결국 뒤를 돌아봤다. “맞아.” 시안의 걸음이 멈췄다. 소예가 웃으며 덧붙였다. “신시안 여자친구.” 그 순간 시안이 아무 말도 못 하자 소예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좋아서.” “그렇게 좋아?” “응.” 소예는 웃음을 터뜨렸다. 전남편이라는 이름보다, 지금의 여자친구라는 이름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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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다시 집 앞에서

늦은 회의가 끝난 날이었다. 신시안은 은소예를 집까지 데려다줬다. 익숙한 골목에 차가 멈췄다. 소예는 안전벨트를 풀다가 시안을 바라봤다. “오늘은 안 물어봐?” “뭘.” “키스.” 시안의 눈빛이 바로 달라졌다. “먼저 말한 거야?” 소예는 조금 민망해졌다. “아니, 그냥.” “그럼 물어볼게.” 시안이 몸을 조금 돌렸다. “키스해도 돼?” 소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입술이 닿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처음처럼 조심스럽지만은 않았다. 이미 서로가 원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참 뒤 소예가 먼저 물러났다. 시안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허리에 머물러 있었다. “소예야.” “응.” “오늘 네 집 올라가도 돼?” 소예의 심장이 순간 크게 뛰었다. 시안은 바로 덧붙였다. “싫으면 안 가.” 소예는 그를 한참 바라봤다. 예전에는 같은 집에 들어가는 게 당연했다. 이제는 문 하나를 넘는 것도 허락이 필요했다. “커피만.” 소예가 말했다. 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진짜 커피만.” “알았어.” 두 사람은 함께 집으로 올라갔다. 소예가 문을 열자 시안이 현관 앞에서 잠시 멈췄다. “왜 안 들어와.” “이상해서.” “뭐가.” “네 집에 다시 들어가는 게.” 소예도 잠시 조용해졌다. 3년 전 두 사람이 함께 살던 집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었다. “여긴 우리 집 아니야.” 소예가 말했다. “내 집이야.” 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그러니까 오늘은 손님.” “네.” 시안이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소예는 피식 웃었다. 하지만 문을 닫는 순간, 둘 다 알고 있었다. 오늘 밤이 단순히 커피 한 잔으로만 기억되지는 않을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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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커피만 마시기로 했는데

은소예는 주방에서 커피 두 잔을 들고 나왔다. 신시안은 거실 소파 끝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왜 그렇게 긴장해.” “손님이라며.” “그래서?” “예의 지키는 중.” 소예가 웃으며 맞은편에 앉았다. “예전에는 내 집처럼 굴더니.” “그때는 남편이었으니까.” 말이 떨어지자 둘 사이가 잠시 조용해졌다. 남편. 이미 지나간 이름이었다. 시안이 먼저 말했다. “미안.” “왜.” “괜히 말했나 싶어서.” 소예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괜찮아.” 두 사람은 한동안 평범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시안이 벽에 놓인 사진 하나를 바라봤다. 소예가 혼자 여행 갔을 때 찍은 사진이었다. “이거 언제야?” “작년.” “혼자 갔어?” “응.” “좋았어?” “많이.” 시안은 사진을 바라보다 작게 말했다. “네가 나 없이도 잘 살았구나.” 소예의 손이 멈췄다. “당연하지.” “알아.” 그는 웃었지만 조금 쓸쓸해 보였다. 소예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옆에 앉았다. “당신도 잘 살았잖아.” “살긴 했지.” “그런 표정 하지 마.” “무슨 표정.” 소예는 대답 대신 그의 손을 잡았다. 시안이 소예를 바라봤다. 두 사람의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이번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까워졌다. 입술이 닿았다. 커피만 마시기로 했다는 말이 무색해질 만큼 키스는 길어졌다. 시안이 먼저 멈췄다. “소예야.” “응.” “여기서 더 해도 돼?” 소예는 가쁜 숨을 고르며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 짧은 허락 뒤에도 시안은 서두르지 않았다. 소예가 먼저 그의 셔츠를 잡아당겼다. “왜 또 멈춰.” “확실히 하고 싶어서.” 소예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괜찮아.” 그제야 시안이 다시 입을 맞췄다. 3년 전에는 너무 익숙해서 묻지 않았던 것들. 이번에는 하나씩 확인하며 다시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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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아침이 오면

다음 날 아침. 은소예는 낯선 무게감에 눈을 떴다. 옆에는 신시안이 잠들어 있었다. 순간 3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같은 침대에서 눈을 뜨고. 먼저 일어난 소예가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아침. 하지만 여기는 그때의 집이 아니었다. 그리고 둘도 그때와 달랐다. 소예가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이자 시안이 눈을 떴다. “몇 시야?” “일곱 시.” 그가 눈을 감은 채 소예의 손을 잡았다. “조금만 더.” 소예는 웃음이 났다. “회사 가야 돼, 대표님.” 시안이 눈을 떴다. “아.” “정신 들었어?” “응.” 잠시 뒤 시안이 소예를 바라봤다. “후회해?” 아침부터 첫 질문이었다. 소예는 잠시 생각했다. “안 해.” 시안의 얼굴이 조금 풀렸다. “당신은?” “내가 왜.” “그냥 물어보는 거야.” “전혀.” 소예는 그의 대답에 웃었다. 하지만 출근 준비를 시작하자 현실이 돌아왔다. 둘이 같은 시간에 회사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당신 먼저 가.” 소예가 말했다. “내가?” “응.” “왜.” “같이 출근하면 바로 들키잖아.” 시안은 아쉬운 듯 넥타이를 매었다. “어제는 숨기지 말자며.” “회사에 다 공개하자는 뜻은 아니었어.” “알겠어.” 시안은 현관 앞에서 신발을 신다가 돌아봤다. “저녁에 또 와도 돼?” 소예가 팔짱을 꼈다. “벌써?” “싫어?” “아니.” 그 대답이 너무 빨랐다. 시안의 입가가 올라갔다. 소예가 바로 말했다. “웃지 마.” “안 웃었는데.” “웃었어.” 시안은 소예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췄다. “다녀올게.” 소예의 표정이 순간 멈췄다. 다녀올게. 예전에는 너무 많이 들었던 말이었다. 시안도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는지 잠시 굳었다. 소예가 먼저 웃었다. “응.” 그리고 덧붙였다. “회사에서 봐.” 문이 닫힌 뒤에도 소예는 한참 현관 앞에 서 있었다. 이번에는 그 말이 이상하게 무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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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두 번째 연애의 규칙

다시 연애를 시작한 뒤, 은소예는 규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퇴근 후 신시안과 마주 앉은 소예가 메모장을 꺼냈다. “뭐 해?” “규칙 정하려고.” “무슨 규칙.” “우리.” 시안이 웃었다. “연애 계약서라도 쓰게?” “비슷해.” 소예는 진지했다. “첫 번째. 회사에서 사적인 감정으로 업무 결정하지 않기.” “동의.” “두 번째. 서운한 거 있으면 바로 말하기.” “동의.” “세 번째. 혼자 결론 내리지 않기.” 시안이 잠시 멈췄다. “그건 나 때문에 넣었지?” “당연하지.” 시안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 “네 번째.” 소예가 펜을 멈췄다. “헤어지고 싶어져도 바로 이혼 같은 말부터 하지 않기.” 시안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건 나도 넣고 싶어.” “왜.” “다시 그런 말 듣기 싫어서.” 소예는 잠시 시선을 내렸다. “나도.” 시안이 손을 뻗어 소예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내 규칙 하나.” “뭔데.” “혼자 참지 않기.” 소예가 고개를 들었다. “너도 그랬잖아.” 시안이 말했다. “나한테 서운한 거 다 참고 있다가 한 번에 끝내버렸잖아.” 틀린 말이 아니었다. 소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시안이 웃었다. “그럼 계약 완료?” “잠깐.” 소예가 마지막 줄을 적었다. “다섯 번째.” “뭐.” “지키지 못했으면 사과하기.” “그건 당연한 거 아니야?” “당연한 걸 안 해서 우리가 이혼했잖아.” 시안은 더 이상 웃지 않았다. “맞아.” 그는 소예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이번에는 지킬게.” 소예는 그를 바라보다 말했다. “나도.” 두 번째 연애는 첫 번째 결혼보다 느렸다. 하지만 이상하게 더 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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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사내 소문보다 무서운 것

회사 분위기는 점차 평소로 돌아갔다. 하지만 은소예에게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외부 자문사 선배가 계속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오기 시작한 것이다. [저녁 시간 괜찮으면 밥 한번 먹자.] 소예는 업무적인 자리인 줄 알고 물었다. [프로젝트 관련인가요?] 답장은 의외였다. [아니. 그냥 오랜만에 이야기하고 싶어서.] 소예는 화면을 바라보다 거절하려 했다.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신시안이었다. “대표님.” 소예는 바로 화면을 끄려 했다. “봤어?” “이름만.” 시안의 표정이 이미 좋지 않았다. “그 선배?” “응.” “뭐래.” “저녁 먹자고.” 시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예가 웃었다. “또 질투해?” “응.” 이번에는 숨기지도 않았다. “근데 네가 알아서 할 거니까 아무 말 안 할게.” 소예가 놀랐다. “진짜?” “우리 규칙 있잖아.” 시안은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그런데 오후 내내 표정이 굳어 있는 건 숨기지 못했다. 퇴근 후 소예가 먼저 말했다. “거절했어.” 시안의 눈이 바로 돌아왔다. “진짜?” “응.” “왜.” “남자친구 있는데 단둘이 만날 이유 없으니까.” 시안이 잠시 말을 잃었다. 소예가 웃었다. “왜.” “한 번 더 말해봐.” “뭘.” “남자친구.” 소예는 고개를 저었다. “싫어.” 시안이 따라왔다. “소예야.” “왜.” “한 번만.” “신시안.” “응.” 소예는 결국 웃으며 말했다. “남자친구 있어.” 시안의 표정이 환하게 풀렸다. 소예가 혀를 찼다. “사내 소문보다 당신 질투가 더 무서워.” “앞으로 더 잘할게.” “뭘.” “질투.” “그걸 잘하지 말라고.” 두 사람은 동시에 웃었다. 이번에는 질투도 싸움의 시작이 아니라 대화의 이유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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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당신 집에 처음 가는 날

이번에는 신시안의 집이었다. 은소예는 현관 앞에 서서 잠시 멈췄다. “왜 안 들어와?” “이상해서.” “뭐가.” “당신 집에 처음 오는 거잖아.” 시안이 피식 웃었다. “전처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이 집은 처음이니까.” 이혼 후 시안이 새로 얻은 집이었다. 깔끔했고. 넓었고. 너무 정돈되어 있었다. 소예가 거실을 둘러보다 물었다. “혼자 사는 집 맞아?” “응.” “왜 이렇게 아무것도 없어.” “뭘 놔야 할지 몰라서.” 소예는 소파 옆 선반을 보다가 작은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이건 뭐야?” 시안의 표정이 굳었다. “그건.” 소예가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오래된 사진 몇 장이 들어 있었다. 두 사람의 결혼식 사진. 여행 사진. 그리고 함께 살던 집에서 찍은 사진까지. 소예의 손이 멈췄다. “이걸 아직 가지고 있었어?” 시안은 대답하지 못했다. 소예가 사진 하나를 꺼냈다. 두 사람이 웃고 있었다. 이혼 직전의 기억만 남아 있어서 잊고 있었다. 좋았던 날도 많았다는 걸. “왜 안 버렸어?” 시안이 천천히 말했다. “못 버렸어.” “3년 동안?” “응.” 소예는 사진을 한참 바라봤다. “나는 다 정리했는데.” “알아.” 시안의 목소리가 조금 가라앉았다. 소예는 상자를 다시 닫지 않았다. 대신 사진을 한 장 더 꺼냈다. “이거 기억나?” 시안이 가까이 다가왔다. “제주도.” “응.” “비 와서 하루 종일 숙소에 있었잖아.” 소예가 웃었다. “당신이 우산 안 챙겨서.” “네가 안 챙겼잖아.” “당신이 챙기기로 했어.” 둘은 한동안 사진을 보며 웃었다. 과거가 더 이상 상처만은 아니었다. 좋았던 기억까지 다시 꺼낼 수 있게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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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우리 사진

은소예는 신시안의 집에서 오래된 사진들을 한 장씩 넘겼다. 둘이 결혼했던 사실을 증명하는 것들. 하지만 이상하게 이제는 무겁지 않았다. “이것도 가져갈래?” 시안이 물었다. “왜.” “네 사진이잖아.” “당신이 가지고 있어.” 시안의 눈빛이 달라졌다. “괜찮아?” “응.” 소예는 사진 한 장을 들어올렸다. “대신 이건 내가 가져갈게.” 결혼식 날 찍은 사진이었다. 두 사람 모두 카메라를 보지 않고 서로를 보고 웃고 있었다. “왜 그걸.” “우리 별로 안 행복했던 줄 알았는데.” 소예가 사진을 바라봤다. “이거 보니까 아니었네.” 시안도 옆에 앉았다. “행복했어.” “그럼 왜 그렇게 됐을까.” “행복한 것만으로는 안 됐나 봐.” 소예는 잠시 조용해졌다. 맞는 말이었다.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고 해서 저절로 관계가 유지되는 건 아니었다. “이번에는?” 소예가 물었다. “뭐.” “행복하기만 하면 안 되잖아.” 시안이 소예를 바라봤다. “말해야지.” “또?” “계속.” 그가 웃었다. “지겨울 정도로.” 소예도 웃었다. 시안은 휴대폰을 꺼냈다. “사진 찍자.” “갑자기?” “지금 우리 사진도 하나 있어야지.” “회사에 걸리면 어떡해.” “내 폰에만.” 소예는 잠시 망설이다 그의 옆에 붙어 앉았다. 찰칵. 화면 속 두 사람은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다시.” 이번에는 소예가 먼저 시안의 어깨에 기대었다. 찰칵. 조금 더 자연스러웠다. 시안이 사진을 확인하며 말했다. “이거 안 지울 거야.” “알아서 해.” “3년 지나도.” 소예가 그를 바라봤다. “이번에는 3년 뒤에도 같이 보면 되잖아.” 시안의 표정이 잠깐 멈췄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웃었다. “그래.” 이번에는 과거를 보관하는 사진이 아니라, 미래까지 남겨둘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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