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톱스타 전남친에게 숨겨둔 아이를 들켰다: Bab 121 - Bab 130

165 Bab

121화

“아빠, 내 운동화 작아.”유나의 말에 도윤이 고개를 들었다.아침을 먹고 유치원에 갈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서연은 현관에 쪼그려 앉아 유나의 신발 끈을 묶어주다가 발끝을 눌러봤다.“그러네. 많이 컸네.”“아파?”도윤이 바로 물었다.유나가 고개를 저었다.“조금.”그 한마디에 도윤의 표정이 달라졌다.“왜 진작 말 안 했어?”유나는 눈을 깜빡였다.“몰랐어.”“오늘 새로 사자.”서연이 일어나며 말했다.“주말에 사면 돼.”“오늘 신을 게 작다며.”“다른 운동화 있어.”“그것도 맞아?”“맞아.”도윤은 못 믿겠다는 얼굴로 신발장 안을 확인했다.서연이 팔짱을 꼈다.“당신 지금 뭐 해.”“다른 것도 보는 중.”“뭘.”“유나 신발.”그는 운동화 하나씩 사이즈를 확인하기 시작했다.“이것도 작아 보이는데.”“그건 작년에 신던 거야.”“왜 아직 있어?”“버리려고 빼둔 거.”도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휴대폰을 꺼냈다.서연의 눈이 가늘어졌다.“뭐 하려고.”“신발 사게.”“지금?”“응.”“인터넷으로?”“매장에 연락하면 보내줘.”서연은 잠시 말을 잃었다.“무슨 신발 하나 사는데 매장에 연락까지 해.”“사이즈별로 보내달라고 하면 되잖아.”“사이즈별로?”“신겨보고 맞는 거 고르면 되고.”서연이 그의 휴대폰을 내려버렸다.“안 돼.”“왜.”“운동화 사는데 집으로 열 켤레씩 받지 마.”“그럼 어떻게 해.”“같이 가서 신겨봐.”도윤이 잠깐 멈췄다.“직접?”“응.”“오늘 저녁에?”“주말.”“왜 주말까지 기다려.”서연은 한숨을 쉬었다.“도윤아.”“응.”“유나 운동화가 지금 당장 없어진 게 아니야.”“작다잖아.”“다른 거 있다니까.”도윤은 여전히 마음에 안 드는 얼굴이었다.유나가 옆에서 말했다.“아빠.”“응.”“나 반짝이 운동화 갖고 싶어.”도윤의 표정이 바로 풀렸다.“반짝이?”“응.”“무슨 색.”“분홍색.”도윤은 다시 휴대폰을 들었다.서연이 바로 빼앗았다.“주말.”“색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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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화

다음 날 아침.도윤은 유나보다 먼저 거실 바닥에 앉아 있었다.어젯밤 완성하다 만 블록 집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서연이 주방에서 나오다 그를 보고 멈췄다.“뭐 해?”“기다려.”“누굴.”도윤이 블록 집을 가리켰다.“유나.”서연은 피식 웃었다.“아침부터 블록 하려고?”“어제 내일도 하자고 했잖아.”“그걸 기억했어?”도윤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약속했으니까.”그때 유나가 방문을 열고 나왔다.졸린 얼굴로 거실을 보더니 눈이 커졌다.“아빠!”“일어났어?”유나는 그대로 달려와 도윤 옆에 주저앉았다.“안 치웠어?”“네가 오늘 또 하자며.”“응!”유나는 잠도 덜 깬 채 블록부터 집었다.서연이 바로 말했다.“둘 다 밥부터.”유나가 입을 삐죽였다.“조금만.”“안 돼.”도윤도 블록을 내려놨다.“엄마 말 들어.”유나가 도윤을 쳐다봤다.“아빠는 맨날 엄마 편이야.”“그래야 집에서 오래 버틴대.”“누가 그래?”“아빠가 배웠어.”서연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아침을 먹은 뒤 유나는 유치원 갈 준비를 했다.서연이 머리를 묶어주려는데 도윤이 옆에서 유심히 봤다.“그건 어떻게 해?”“뭐가.”“머리.”“묶는 거?”“응.”서연은 머리끈을 하나 건넸다.“해봐.”도윤의 표정이 진지해졌다.유나 뒤에 앉아 머리카락을 한데 모았다.그런데 손가락 사이로 계속 빠져나갔다.“가만히 있어.”유나가 바로 항의했다.“나 가만히 있는데.”“머리가 자꾸 도망가.”서연이 웃었다.“머리카락이 뭘 도망가.”도윤은 다시 모았다.이번에는 너무 세게 잡았다.“아파.”“미안.”바로 손에 힘을 풀었다.세 번째에는 머리끈을 감다가 손가락에 걸렸다.도윤이 작게 욕을 삼켰다.서연이 팔짱을 끼고 지켜봤다.“어때.”“어렵네.”“돈 주고 해결할까?”도윤이 고개를 들었다.서연이 일부러 웃고 있었다.그제야 의미를 알아챈 도윤이 피식 웃었다.“안 돼.”“미용실 불러줄 수도 있잖아.”“내가 할 거야.”“왜.”도윤은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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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화

다음 날 아침.유나는 눈을 뜨자마자 작은 방으로 달려갔다.“아빠!”도윤이 이불 속에서 눈을 떴다.“응…”“머리.”도윤은 몇 초 동안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그러다 어제 연습했던 게 떠올랐다.“지금?”“응. 두 개.”유나는 이미 머리끈 두 개를 손에 들고 있었다.도윤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엄마는?”“밥 해.”“그럼 엄마한테—”유나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아빠가 해준다며.”도윤이 입을 다물었다.“알았어.”십 분 뒤.도윤은 식탁 의자에 유나를 앉혀놓고 머리카락과 씨름하고 있었다.서연은 주방에서 국을 뜨다가 몇 번이나 고개를 돌렸다.“도윤아.”“응.”“왼쪽 너무 높아.”도윤이 손을 멈췄다.“어제 사진이랑 똑같이 했는데.”“유나는 인형 아니잖아.”“알아.”“오른쪽 좀 더 올려.”도윤은 다시 머리를 풀었다.유나가 한숨을 쉬었다.“아빠.”“응.”“언제 끝나?”“거의.”“아까도 거의라며.”서연이 결국 웃었다.도윤은 진지했다.“움직이지 마.”“나 안 움직여.”“머리가 움직여.”“내 머리니까 같이 움직이지.”도윤은 대답하지 못했다.세 번째 시도 끝에 양 갈래가 완성됐다.완벽하지는 않았다.그래도 어제보다 훨씬 나았다.서연이 가까이 와서 확인했다.“괜찮네.”도윤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진짜?”“응.”유나는 거울을 봤다.양쪽 높이가 미세하게 달랐다.한참 보고 있던 유나가 웃었다.“좋아.”도윤이 바로 물었다.“안 이상해?”“응.”“확실해?”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빠가 했으니까.”도윤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서연은 그 표정을 보고 먼저 식탁으로 돌아갔다.아침을 먹고 유치원에 도착했을 때였다.유나와 같은 반 친구가 뛰어와 말했다.“유나야, 머리 예쁘다.”유나가 바로 대답했다.“우리 아빠가 해줬어.”도윤의 발이 멈췄다.친구가 도윤을 올려다봤다.“아빠가 머리도 해줘?”“응.”유나는 자랑스럽게 양쪽 머리를 흔들었다.“우리 아빠 잘해.”서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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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화

저녁을 먹고 난 뒤 유나는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엄마, 이거.”서연이 받아 들었다.유치원 가정통신문이었다.다음 주 금요일.가족 참여 수업.보호자 한 명과 함께하는 미술 활동과 간단한 체육 시간이 예정돼 있었다.“금요일이네.”서연이 일정을 떠올리는데 유나가 바로 도윤을 봤다.“아빠.”“응.”“아빠 와.”도윤은 망설이지 않았다.“갈게.”서연이 고개를 들었다.“당신 금요일 오후에 회의 있지 않아?”“몇 시.”“지난번에 싱가포르 쪽 화상회의 있다고 했잖아.”도윤은 휴대폰을 꺼냈다.“옮기면 돼.”서연이 바로 막았다.“또.”“뭐가.”“유나 일 있다고 무조건 회사 일정부터 바꾸는 거.”“참여 수업이라며.”“그렇다고 중요한 회의를 바로 미뤄?”도윤은 일정표를 확인했다.“회의는 다시 잡을 수 있어.”“유치원 행사도 내가 가면 되고.”유나의 표정이 금세 가라앉았다.“아빠 안 와?”도윤이 바로 아이를 봤다.“갈 거야.”서연이 한숨을 쉬었다.“내 말은 그게 아니라.”도윤은 이미 비서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금요일 오후 회의 오전으로 조정 가능한지 확인.서연이 그의 휴대폰을 내려다봤다.“진짜 빠르다.”“확인만 하는 거야.”“그 확인이 결국 바꾸겠다는 거잖아.”유나는 둘의 대화를 듣다가 가정통신문을 도윤에게 내밀었다.“아빠 꼭 와.”도윤이 종이를 받아 들었다.“응.”“선생님이 같이 그림 그린대.”“뭐 그리는데?”“몰라.”“준비물 있어?”유나가 고개를 저었다.“없어.”도윤은 안내문을 꼼꼼하게 읽었다.준비물 없음.편한 복장.실내화 착용.그는 마지막 줄까지 확인했다.“실내화는 내가 사야 돼?”서연이 웃었다.“유치원에 보호자용 있어.”“사이즈 안 맞으면?”“하루 신는 건데.”“불편하잖아.”서연은 그를 빤히 봤다.“벌써 시작이네.”“뭐가.”“완벽하게 준비하려는 거.”도윤은 부정하지 않았다.“잘하고 싶으니까.”“그냥 가기만 해도 돼.”“그래도 처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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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화

금요일 오후 한 시 십 분.도윤은 유치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도 바로 내리지 못했다.조수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간식도 없고, 선물도 없고, 아이들에게 나눠줄 무언가도 없었다.서연이 어제 몇 번이나 확인했다.“빈손으로 가.”도윤은 정말 빈손으로 왔다.그런데 막상 도착하니 어색했다.회의실에 들어갈 때는 이렇게 긴장한 적이 없었다.휴대폰을 꺼내 서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도착했어.답장은 금방 왔다.-들어가.-지금?-참여 수업 왔으면 들어가야지.도윤은 잠시 화면을 보다가 차에서 내렸다.유치원 입구에는 다른 보호자들이 하나둘 들어가고 있었다.엄마들이 대부분이었고, 아빠도 몇 명 보였다.도윤은 입구에서 이름을 적었다.“윤도윤 보호자분 맞으시죠?”교사가 묻자 그가 잠깐 멈췄다.이제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그 말은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네.”“유나가 아침부터 기다렸어요.”도윤의 표정이 바로 풀렸다.교실 문을 열자 유나가 가장 먼저 발견했다.“아빠!”아이들이 동시에 돌아봤다.도윤은 순간 그대로 멈췄다.유나는 그런 아빠 사정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뛰어왔다.“진짜 왔어!”“온다고 했잖아.”“친구들아!”유나가 도윤 손을 잡아끌었다.“우리 아빠야.”도윤은 갑자기 여러 아이 앞에 세워졌다.한 아이가 말했다.“TV에서 봤어.”다른 아이가 물었다.“아저씨 유명해?”유나가 대신 대답했다.“아저씨 아니야. 우리 아빠야.”도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맞아. 유나 아빠야.”그걸로 소개는 끝이었다.아이들은 금방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도윤은 오히려 더 멍해졌다.회사에서는 그의 이름 하나로 분위기가 달라졌다.여기서는 그냥 유나 아빠였다.가족 참여 수업은 그림 그리기부터 시작됐다.교사가 색연필과 도화지를 나눠줬다.“오늘은 보호자와 아이가 서로 얼굴을 그려볼 거예요.”도윤은 도화지를 보고 유나를 봤다.“아빠 그림 못 그리는데.”“괜찮아.”“진짜 못해.”“나도 못해.”유나는 이미 검은색 색연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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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화

월요일 아침.유나는 식탁에 앉자마자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아빠, 이거.”도윤이 받아 들었다.유치원 특별활동 신청서였다.발레, 미술, 영어, 수영.네 가지 항목 옆에 신청 여부를 표시하게 되어 있었다.도윤은 종이를 끝까지 읽었다.“다 하고 싶어?”유나는 잠깐 생각했다.“발레.”“발레만?”“응.”도윤은 바로 휴대폰을 들었다.서연이 커피를 마시다 눈을 좁혔다.“뭐 해.”“발레 학원 알아보려고.”“유치원에서 한다잖아.”“여기 수업만으로 충분해?”“뭐가 충분해.”“배우려면 제대로 배우는 게 낫잖아.”서연은 컵을 내려놓았다.“윤도윤.”“응.”“유나 발레리나 만들 거야?”도윤이 유나를 봤다.“하고 싶으면.”유나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나 발레리나 안 해.”“그럼 왜 발레 해?”“치마 예뻐.”도윤의 손이 멈췄다.서연은 웃음을 터뜨렸다.“들었지?”“응.”“그러니까 학원부터 찾지 마.”도윤은 조용히 휴대폰을 내려놨다.유나가 신청서의 발레 칸에 동그라미를 쳤다.“나 이거.”“영어는?”도윤이 물었다.“싫어.”“수영은?”“물 무서워.”“미술은?”“유치원에서 하잖아.”대답은 너무 간단했다.도윤은 네 과목을 한참 바라보다가 발레 하나에만 표시했다.서연이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많이 늘었다.”“뭐가.”“예전 같았으면 네 개 다 시켰을 것 같아서.”도윤은 부정하지 못했다.“할 수 있으면 많이 해보는 게 좋은 줄 알았어.”“애가 하고 싶은 걸 해야지.”도윤이 유나를 바라봤다.아이는 이미 신청서에는 관심도 없었다.김에 밥을 싸 먹고 있었다.“알았어.”그날 오후.도윤은 유나를 데리러 유치원에 갔다.차에 올라탄 유나는 평소와 달리 말이 없었다.“오늘 뭐 했어?”“그냥.”“친구랑 놀았어?”“응.”대답이 짧았다.도윤은 룸미러로 아이를 봤다.“무슨 일 있어?”유나는 입술을 삐죽였다.“없어.”도윤은 잠시 고민하다 차를 출발시켰다.집에 도착해서도 유나는 곧장 방으로 들어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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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화

유나의 발레 수업은 그 주 목요일부터 시작됐다.아침부터 유나는 들떠 있었다.분홍색 레오타드를 입고 거울 앞에서 몇 번이나 빙글 돌았다.“엄마, 예뻐?”“응.”“아빠는?”도윤은 넥타이를 매다 말고 유나 쪽을 봤다.“예뻐.”“진짜?”“응.”“얼마나?”도윤이 잠깐 고민했다.“엄청.”유나는 만족한 얼굴로 다시 한 바퀴 돌았다.서연이 도윤을 봤다.“오늘 하원 당신이 해?”“응.”“발레 끝나는 시간 다섯 시야.”“알아.”“회의는?”“네 시 전에 끝내.”서연의 눈이 바로 가늘어졌다.“또 일정 바꿨어?”“안 바꿨어.”“진짜?”“원래 네 시까지야.”도윤은 휴대폰 화면까지 보여줬다.서연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많이 컸네.”“요즘 나한테 왜 자꾸 큰다고 해.”“유나랑 같이 배우잖아.”도윤은 반박하지 못했다.오후 다섯 시 십 분.도윤은 유치원 건물 앞에서 유나를 기다리고 있었다.잠시 뒤 아이들이 하나씩 나왔다.그런데 유나가 보이지 않았다.마지막으로 선생님과 함께 나오는 아이를 본 순간 도윤의 표정이 굳었다.유나였다.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도윤이 바로 다가갔다.“유나야.”아이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왜 그래?”선생님이 조심스럽게 웃었다.“오늘 첫 수업이라 조금 속상했나 봐요.”“무슨 일 있었습니까?”도윤의 목소리가 단번에 심각해졌다.선생님이 손을 저었다.“큰일 아니에요. 동작이 생각처럼 잘 안 돼서요.”도윤이 유나를 내려다봤다.“발레?”유나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차에 탄 뒤에도 말이 없었다.도윤은 한참 기다렸다.“많이 어려웠어?”“응.”“뭐가.”유나는 입술을 내밀었다.“나만 못했어.”“처음인데 당연하지.”“다른 애들은 잘했어.”“전에 배운 애들일 수도 있잖아.”“그래도.”유나의 눈에 금세 눈물이 고였다.“나 안 할래.”도윤의 손이 멈췄다.예전 같았으면 바로 다른 방법부터 찾았을 것이다.더 좋은 학원.개인 강사.집에서 따로 받을 수 있는 수업.실제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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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화

새벽 다섯 시 반.서연은 촬영 가방을 챙기며 거실로 나왔다.도윤은 이미 소파에 앉아 있었다.“왜 안 자?”“너 나가면 자려고.”“유나 일곱 시 반에 깨워야 돼.”“알아.”“아침은 냉장고에 있고.”“알아.”“우유는 너무 차갑게 주지 말고.”“응.”“머리는 오늘 체육 있는 날이라 묶어야 하고.”도윤이 휴대폰 메모장을 켰다.서연이 바로 손을 내렸다.“적지 마.”“왜.”“몇 번 해봤잖아.”“그래도 빠뜨릴까 봐.”“아빠가 애 아침 챙기는 데 체크리스트까지 필요해?”도윤은 잠시 생각하더니 휴대폰을 내려놨다.“해볼게.”서연은 조금 못 미더운 얼굴이었다.오늘은 처음으로 아침부터 유치원 등원까지 전부 도윤 혼자 해야 했다.“진짜 괜찮겠어?”“응.”“안 되면 전화해.”“너 촬영하잖아.”“그래도.”도윤이 웃었다.“나도 이제 이 정도는 해야지.”서연은 한참 그를 보다 현관문을 열었다.“유나 늦으면 안 돼.”“안 늦어.”“가방 안에 준비물 확인하고.”“응.”“물통도.”“알았어.”문이 닫혔다.도윤은 시계를 봤다.두 시간.충분했다.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일곱 시 삼십 분.“유나야.”도윤이 방문을 열었다.아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일어나야 돼.”“싫어…”“유치원 가야지.”“오 분만.”도윤은 멈췄다.자신도 매일 하던 말이었다.“오 분만?”“응.”“진짜 오 분.”결과는 십오 분이었다.다시 깨웠을 때 유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안 갈래.”도윤의 표정이 굳었다.“왜.”“졸려.”“어제 일찍 잤잖아.”“그래도 졸려.”도윤은 시계를 확인했다.일곱 시 오십 분.예정이 벌써 틀어졌다.“유나야. 일어나면 아빠가 맛있는 거—”말하다 멈췄다.또 뭘 사주려고 하고 있었다.도윤은 침대 옆에 앉았다.“아빠도 졸려.”이불 안에서 유나 얼굴이 조금 나왔다.“아빠도?”“응.”“그럼 같이 자.”“그럼 둘 다 지각해.”유나가 피식 웃었다.“일어나자.”도윤이 손을 내밀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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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화

금요일 오후 다섯 시가 조금 넘었다.도윤은 유치원 앞에 서서 시계를 확인했다.하원 시간은 이미 시작됐는데 유나가 보이지 않았다.아이들이 하나둘 보호자 손을 잡고 나왔다.마지막 무리까지 지나가자 도윤의 표정이 굳었다.선생님이 혼자 나왔다.“유나 아버님.”도윤이 바로 다가갔다.“유나는요?”“잠깐 안에서 이야기 나누고 있어요.”“무슨 일 있습니까?”목소리가 단번에 달라졌다.선생님은 서둘러 손을 저었다.“큰일은 아니에요.”“그럼 왜 아직 안 나오죠?”“친구랑 조금 다퉜어요.”도윤의 눈빛이 굳었다.“누가 유나를 때렸습니까?”“아니요.”“다쳤어요?”“그런 것도 아니고요.”선생님이 난처한 듯 웃었다.“놀이 시간에 역할 때문에 서로 서운해진 것 같아요.”도윤은 잠깐 멈췄다.“어떤 역할이요?”“가족놀이를 했는데요.”선생님이 말을 골랐다.“한 친구가 유나한테 엄마 역할만 하라고 했대요.”도윤은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그게 왜.”“유나는 아빠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해요.”도윤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잠시 뒤 교실 문이 열렸다.유나가 나왔다.평소처럼 달려오지 않았다.입술을 꼭 다문 채 천천히 걸어왔다.“아빠.”“응.”도윤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이 가방부터 받아 들었다.차에 타고 나서도 유나는 창밖만 봤다.도윤은 시동을 걸지 않았다.“말하고 싶을 때 해.”유나가 고개를 돌렸다.“아빠 안 물어봐?”“응.”“왜?”“유나가 말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잖아.”아이는 한동안 아빠 얼굴을 바라봤다.“근데 물어봐도 돼.”도윤이 웃었다.“무슨 일 있었어?”유나는 입술을 내밀었다.“지아가 내가 아빠 역할 하면 이상하대.”“왜?”“나는 여자니까.”도윤은 잠깐 말이 없었다.유나가 계속 말했다.“그래서 내가 아빠도 할 수 있다고 했어.”“응.”“근데 자꾸 안 된대.”도윤은 아이의 표정을 살폈다.“그래서 싸웠어?”“조금.”“뭐라고 했는데.”유나는 주먹을 쥐었다.“우리 아빠는 요리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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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화

토요일 오후.유나는 거실 바닥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도윤은 그 옆에서 노트북을 보고 있었고, 서연은 소파에 앉아 대본을 읽고 있었다.평소와 다를 것 없는 오후였다.그러다 유나가 갑자기 말했다.“엄마.”“응.”“나 피아노 배울까?”서연이 대본에서 눈을 들었다.“갑자기?”“지아가 배운대.”도윤의 손이 노트북 위에서 멈췄다.“피아노?”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응.”“배우고 싶어?”“모르겠어.”도윤은 벌써 휴대폰을 꺼내고 있었다.서연이 바로 쳐다봤다.“뭐 해.”“근처 피아노 학원.”“아직 배우고 싶다는 말도 안 했는데.”도윤의 손이 멈췄다.유나가 말했다.“그냥 궁금한 거야.”도윤은 조용히 휴대폰을 내려놨다.서연이 웃었다.“많이 나아졌네.”“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그래서.”도윤은 못마땅한 얼굴로 물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돼?”서연이 유나를 봤다.“유나야.”“응.”“피아노가 궁금한 거야, 배우고 싶은 거야?”아이는 한참 생각했다.“한 번 쳐보고 싶어.”“그럼 체험 수업 한번 해볼까?”유나의 얼굴이 밝아졌다.“응!”도윤이 그제야 끼어들었다.“내가 알아볼게.”서연이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딱 체험만.”“알아.”“등록부터 하지 말고.”“안 해.”“피아노도 사지 말고.”도윤이 대답하지 않았다.서연의 눈이 가늘어졌다.“설마 벌써 사려고 했어?”“집에 있으면 연습하기 편하니까.”“윤도윤.”“안 살게.”유나가 옆에서 깔깔 웃었다.“아빠 또 혼나.”도윤은 이제 익숙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아빠는 요즘 맨날 혼나.”“왜?”“너한테 너무 많이 해주려고 해서.”유나가 고개를 갸웃했다.“많이 해주면 좋은 거 아니야?”도윤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서연도 두 사람을 바라봤다.잠시 뒤 도윤이 말했다.“아빠도 그렇게 생각했어.”“근데?”“유나가 안 원하는 것도 있잖아.”유나는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응.”“그래서 이제 물어보려고.”“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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