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톱스타 전남친에게 숨겨둔 아이를 들켰다: Chapter 101 - Chapter 110

165 Chapters

101화

아침 여섯 시 반.서연은 냉장고 문에 붙은 메모를 다시 봤다.우유는 냄비 안에.어젯밤에도 봤고, 아까 일어나자마자도 봤는데 이상하게 자꾸 눈이 갔다.별말도 아니었다.그런데 그 한 줄이 너무 도윤다웠다.사랑한다는 말은 아직 한 번도 제대로 못 하면서 우유가 어디 있는지는 꼭 적어두는 사람.서연은 냄비 뚜껑을 열었다.정말 우유가 들어 있었다.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엄마.”유나가 졸린 얼굴로 걸어왔다.“아빠는?”“아직 자.”유나는 거실을 봤다.소파에서 자고 있는 도윤의 긴 다리가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다.“아빠 불쌍해.”“왜?”“침대에서 안 자잖아.”서연은 대답하지 않았다.유나는 도윤에게 다가가 이불 끝을 끌어올려줬다.그 순간 도윤이 눈을 떴다.“뭐 해?”“아빠 추울까 봐.”도윤은 웃으며 유나를 품으로 끌어당겼다.“안 추워.”“소파 작아?”“조금.”“그럼 엄마 방에서 자.”서연의 손이 멈췄다.도윤도 굳었다.유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말했다.“엄마 침대 커.”“유나야.”“왜?”“아침부터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씻어.”유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욕실로 갔다.도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왜 웃어.”“아니.”“웃었잖아.”“유나가 맞는 말 해서.”서연이 바로 노려봤다.“정신 차려.”도윤은 입을 다물었다.그런데 입꼬리는 내려가지 않았다.잠시 뒤 세 사람은 식탁에 앉았다.도윤이 우유를 마시려다 서연을 봤다.“왜.”“아니.”“뭔데.”“내가 어제 여기서 잤잖아.”“그래서?”도윤은 잠깐 말을 고르더니 물었다.“우리 이제 사귀는 거야?”서연의 숟가락이 허공에서 멈췄다.유나가 바로 고개를 들었다.“사귀는 게 뭐야?”두 사람이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서연이 도윤을 쏘아봤다.“애 앞에서 꼭 그런 걸 물어야겠어?”“나도 지금 생각나서.”“생각나면 참아.”유나가 다시 물었다.“엄마랑 아빠 사귀어?”서연은 이마를 짚었다.도윤은 웃음을 참으면서도 대답하지 못했다.“밥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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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화

저녁 여덟 시가 넘어서야 도윤은 서연의 집에 도착했다.문을 열어준 유나가 먼저 말했다.“아빠 늦었어.”“미안.”“엄마 화났어.”도윤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왜?”유나는 목소리를 낮췄다.“물 안 나와.”“물이?”“뜨거운 물.”그제야 욕실 쪽에서 서연의 목소리가 들렸다.“유나야, 수건 가져와.”“응!”유나가 뛰어가고, 도윤은 재킷도 벗지 않은 채 욕실 앞으로 갔다.서연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싼 채 보일러 조절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고장 났어?”“온수가 안 나와.”“언제부터?”“아까부터.”도윤이 바로 소매를 걷었다.“내가 볼게.”서연이 천천히 그를 바라봤다.“당신이?”“왜.”“할 줄 알아?”도윤은 대답 대신 조절기 앞에 섰다.버튼을 눌렀다.한 번.두 번.화면에 숫자가 바뀌었다.도윤이 자신 있게 말했다.“됐다.”서연이 수도꼭지를 틀었다.찬물이 그대로 쏟아졌다.잠시 침묵이 흘렀다.서연이 도윤을 봤다.“됐다고?”“잠깐 기다려봐.”“얼마나.”“조금.”일 분이 지났다.여전히 찬물이었다.서연이 팔짱을 꼈다.“밖에서는 회사 대표라면서.”도윤이 조절기를 다시 눌렀다.“대표가 온수기도 고쳐야 돼?”“적어도 된 척은 하지 말아야지.”“된 척 안 했어.”“방금 됐다며.”도윤은 입을 다물었다.옆에서 보고 있던 유나가 말했다.“아빠 또 못해.”도윤이 아이를 바라봤다.“아빠 할 수 있어.”“계란도 그렇게 말했어.”서연이 결국 웃었다.도윤은 휴대폰을 꺼냈다.“관리실에 전화할게.”“내가 이미 했어.”“뭐래?”“십 분 뒤에 온대.”도윤은 조용히 휴대폰을 다시 넣었다.서연이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그럼 당신은 왜 그렇게 열심히 만진 거야?”“혹시 내가 알 수도 있잖아.”“몰랐잖아.”“이제 알면 되지.”“뭘 알았는데.”도윤은 조절기를 다시 한번 봤다.“아무 버튼이나 누르면 안 된다는 거.”서연이 결국 소리 내 웃었다.도윤은 조금 억울한 얼굴이었다.“그렇게 웃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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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화

도윤이 밥을 다 먹고 나서야 서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릇 놔둬.”“내가 씻을게.”“온수기도 못 고치는 사람이?”도윤이 그녀를 쳐다봤다.“설거지는 할 줄 알아.”“세제 반 통 쓰는 것도 설거지면.”“요즘은 안 그래.”도윤은 정말로 그릇을 들고 싱크대로 갔다.서연은 굳이 말리지 않았다.물을 틀고 접시를 씻는 모습이 이제는 제법 자연스러웠다.문제는 그다음이었다.도윤이 손을 닦더니 욕실 쪽으로 향했다.“뭐 해?”“씻으려고.”“뭘.”도윤이 이상하다는 듯 돌아봤다.“양치.”“당신 칫솔 없잖아.”그가 잠시 멈췄다.“그러네.”서연은 어이없어 웃었다.“어제도 그냥 잤어?”“가글했어.”“자랑이다.”도윤이 욕실 수납장을 열어봤다.서연이 바로 말했다.“거기 뒤지지 마.”“새 칫솔 있을 수도 있잖아.”“없어.”“확실해?”“내 집이야.”그 말에 도윤은 조용히 문을 닫았다.잠시 뒤 재킷을 집어 들었다.“편의점 갔다 올게.”“지금?”“칫솔 사러.”“그냥 집에 가서 닦아.”도윤의 손이 멈췄다.서연 역시 말을 뱉고 나서 잠깐 멈췄다.집에 가라는 말.예전에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지금은 묘하게 들렸다.도윤이 물었다.“가?”“칫솔 없잖아.”“사오면?”“뭘 또 그렇게까지.”“오늘 여기 있으면 안 돼?”서연은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말투는 평범했지만 묻는 표정은 꽤 진지했다.“왜 나한테 매번 허락받아.”“네 집이니까.”“며칠째 여기서 자면서 이제 와서.”“그래도.”서연은 한숨을 내쉬었다.“사 와.”도윤의 표정이 바로 풀렸다.“금방 올게.”“칫솔만.”“응.”십오 분 뒤 현관문이 열렸다.도윤은 작은 편의점 봉투를 들고 있었다.서연이 안을 확인했다.칫솔 두 개.치약 하나.면도기.세안제.그리고 양말까지.서연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칫솔만 사랬지.”“필요할 수도 있잖아.”“뭐가 이렇게 많이 필요해?”“아침에 씻어야 하니까.”“당신 내일도 여기서 잘 생각이야?”도윤은 입을 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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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아침부터 도윤은 세면대 앞을 차지하고 있었다.서연은 문에 기대 그 모습을 한참 바라봤다.칫솔 하나 늘어난 것뿐인데 욕실 분위기까지 달라진 것 같았다.“다 했어?”“응.”도윤이 물을 끄고 돌아봤다.“왜.”“출근 안 해?”“해.”“근데 왜 안 가.”“유나 일어나면 보고 가려고.”서연은 시계를 봤다.“당신 회의 아홉 시라며.”“맞아.”“지금 여덟 시 십 분이야.”“충분해.”“여기서 회사까지 얼마나 걸리는데.”도윤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서연이 눈을 좁혔다.“설마 회의 미뤘어?”“십 분.”“윤도윤.”“십 분밖에 안 돼.”“그 십 분 때문에 몇 명이 기다리는데.”“여덟 명.”서연이 헛웃음을 터뜨렸다.“그걸 자랑이라고.”도윤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유나 보고 가는 게 더 중요한데.”“그런 식으로 자꾸 일정 바꾸지 마.”“왜.”“왜긴 왜야. 당신 일도 해야지.”도윤이 그녀를 한참 바라봤다.“나 여기 있는 거 싫어?”서연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그 얘기가 왜 그렇게 돼.”“자꾸 가라며.”“회사 가라는 거잖아.”“그래도.”서연은 잠시 말이 막혔다.연애를 시작했다고 생각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런 식이었다.붙어 있으면 좋으면서도 너무 붙어 있으면 신경 쓰였고, 가라고 하면 정말 갈까 봐 또 마음에 걸렸다.“당신 원래 이렇게 귀찮아?”도윤이 묻지도 않고 대답했다.“너한테만.”서연은 한숨을 쉬었다.“그게 더 문제야.”그때 방문이 열렸다.유나가 눈을 비비며 나왔다.“아빠.”도윤의 표정이 곧바로 풀렸다.“일어났어?”“응.”“잘 잤어?”유나는 대답 대신 도윤 품에 안겼다.서연은 두 사람을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이제는 저 장면도 너무 익숙했다.아침을 먹는 동안에도 도윤은 계속 시계를 확인했다.유나가 물었다.“아빠 바빠?”“조금.”“그럼 가.”도윤이 젓가락을 멈췄다.“왜.”“엄마가 아까 가라 그랬잖아.”서연이 바로 유나를 봤다.“유나야.”“응?”도윤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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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화

밤 열한 시가 넘었는데 도윤은 작은 방을 들락거리고 있었다.서연은 소파에 앉아 대본을 보다가 세 번째로 고개를 들었다.“뭐 해?”“옷 정리.”“그걸 왜 지금 해.”“아까 아무렇게나 걸어놨잖아.”“셔츠 세 장 정리하는 데 얼마나 걸린다고.”도윤이 작은 방에서 고개를 내밀었다.“세 장 아니야.”서연이 대본을 내렸다.“또 늘었어?”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답이었다.서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방으로 갔다.옷장 문을 여는 순간 그대로 굳었다.어제 없던 옷이 또 있었다.셔츠 두 장.바지 하나.얇은 니트까지.“윤도윤.”“응.”“이게 뭐야.”“옷.”“그건 나도 알아.”서연이 옷장을 가리켰다.“당신 집 옮기는 중이야?”“아니.”“그럼 왜 계속 늘어나.”도윤은 꽤 진지한 얼굴로 설명했다.“촬영장 갈 때 입을 거, 회사 갈 때 입을 거 다르잖아.”“당신 집에서 갈아입으면 되잖아.”또 그 말이 나왔다.도윤의 표정이 바로 가라앉았다.서연이 알아채고 한숨을 쉬었다.“또 삐졌어?”“안 삐졌어.”“당신은 삐지면 꼭 안 삐졌다고 하더라.”“진짜 아닌데.”“그럼 그 표정은 뭔데.”도윤이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물었다.“너는 내가 여기 있는 게 불편해?”서연은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멈췄다.“갑자기 그 얘기가 왜 나와.”“며칠째 계속 집에 가라고 하니까.”“그건 당신 집도 있으니까 그렇지.”“나도 알아.”“그런데.”“거기 가면 혼자잖아.”서연의 말이 끊겼다.도윤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여기는 너도 있고 유나도 있고.”아주 단순한 이유였다.그래서 서연은 더 뭐라고 하지 못했다.“그래도 짐은 적당히 가져와.”“얼마나가 적당한데.”“그걸 왜 나한테 물어.”“네 집이니까.”서연은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짚었다.“당신 회사에서는 결정 잘하지?”“잘해.”“근데 왜 여기만 오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물어.”도윤이 태연하게 답했다.“잘못하면 쫓겨날까 봐.”서연은 결국 웃었다.“누가 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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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화

아침 일곱 시.서연이 방문을 열자 작은 방 문도 거의 동시에 열렸다.도윤은 셔츠 단추를 채우며 나왔다.서연이 그를 위아래로 봤다.“잘 잤어?”“응.”“소파보다 낫지?”“훨씬.”“그럼 됐네.”서연이 주방으로 가려는데 도윤이 뒤에서 불렀다.“서연아.”“왜.”“이거 어떻게 해?”그의 손에는 셔츠 한 장이 들려 있었다.“뭘.”“빨래.”서연이 천천히 돌아봤다.“빨래를 왜 나한테 물어.”“어디다 넣어?”“세탁기에.”“그건 아는데.”도윤이 욕실 옆에 있는 세탁실을 가리켰다.“흰옷이랑 색 있는 거 같이 돌려도 돼?”서연은 한동안 그를 쳐다봤다.“당신 지금 진심이야?”“응.”“서른 넘을 때까지 빨래 한 번도 안 해봤어?”도윤이 잠깐 고민했다.“해봤겠지.”“했겠지가 뭐야.”“집에서는 해주는 사람이 있었고.”“혼자 살 때는?”“세탁 맡겼어.”서연은 기가 막혀 웃었다.“당신 양말도?”“응.”“속옷도?”도윤이 입을 다물었다.서연의 표정이 더 황당해졌다.“진짜?”“그게 왜.”“아니, 그냥.”서연은 세탁기 문을 열었다.“흰 셔츠는 따로.”“왜?”“이염되니까.”“이염?”“색 물드는 거.”도윤은 꽤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그리고 이건 건조기 넣지 마.”“왜.”“줄어.”도윤이 셔츠를 들어봤다.“옷이 줄어든다고?”서연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윤도윤.”“응.”“당신 회사 어떻게 운영해?”“그거랑 이게 무슨 상관인데.”“수백억짜리 계약은 하면서 세탁 표시도 모르잖아.”도윤이 셔츠 안쪽 라벨을 들여다봤다.작은 기호들이 줄지어 있었다.“이게 세탁 표시야?”서연은 어이가 없어서 한숨을 쉬었다.“됐어. 줘.”“아니, 알려줘.”“그냥 내가 할게.”“그러면 계속 모르잖아.”도윤이 셔츠를 빼지 않았다.“배울게.”그 말에 서연이 잠깐 멈췄다.도윤은 세탁기 앞에 쪼그려 앉았다.“이 버튼은?”“전원.”“이건?”“코스.”“표준으로 하면 돼?”“대부분.”“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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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화

토요일 아침.도윤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세탁기 앞에도 가지 않았고, 커피 머신을 건드리지도 않았다.소파에 앉아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서연이 지나가다 멈췄다.“뭐 해?”“찾아봐.”“뭘.”“데이트할 데.”서연의 발이 멈췄다.“갑자기?”“우리 사귀잖아.”“그래서?”도윤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데이트해야 되는 거 아니야?”서연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웃었다.“당신 그걸 검색하고 있었어?”“왜.”“검색어 뭐라고 쳤는데.”도윤은 화면을 뒤집었다.서연이 더 수상한 눈으로 봤다.“보여줘.”“안 돼.”“왜 안 돼.”그가 끝까지 숨기자 서연이 휴대폰을 낚아챘다.검색창에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여자친구랑 데이트 어디 가야 좋아함서연은 몇 초 동안 말을 잃었다.그러다 그대로 웃음을 터뜨렸다.“윤도윤, 미쳤어?”“뭐가.”“좋아함이 뭐야.”“검색 빨리 하려고.”“누가 보면 연애 처음 하는 줄 알겠다.”도윤이 진지하게 대답했다.“맞는데.”서연의 웃음이 잠시 멈췄다.“전에 사귄 사람들 있었잖아.”“밥 먹고, 영화 보고, 시간 맞으면 만났지.”“그게 연애 아니야?”“그때는 이렇게까지 고민 안 했어.”“왜 지금은 고민해.”도윤은 대답하지 않고 휴대폰을 다시 가져갔다.서연이 팔짱을 꼈다.“왜.”“네가 좋아해야 하니까.”말이 너무 쉽게 나왔다.서연은 괜히 주방으로 걸어갔다.“아무 데나 가면 되지.”“아무 데가 어디야.”“카페도 있고, 영화도 있고.”“영화는 두 시간 동안 말 못 하잖아.”“그게 좋은 건데.”도윤이 눈을 좁혔다.“나랑 말하기 싫어?”“또 시작한다.”서연은 냉장고에서 물을 꺼냈다.도윤이 따라왔다.“그럼 오늘 나가자.”“유나는?”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거실로 향했다.유나는 바닥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바로 고개를 들었다.“나도 갈래.”도윤이 곧장 말했다.“그럴 줄 알았어.”“어디 가?”서연이 웃으며 물었다.“아빠랑 엄마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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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화

데이트를 다녀온 뒤에도 도윤은 이상하게 조용했다.유나를 씻기고, 머리를 말려주고, 그림책까지 읽어줬는데 평소보다 말수가 적었다.서연은 주방에서 컵을 정리하다 몇 번이나 거실 쪽을 봤다.“왜 그래?”“뭐가.”“오늘 계속 이상하잖아.”“안 이상해.”“그 말 하는 사람이 제일 이상해.”도윤은 유나가 덮고 있던 이불 끝을 정리했다.“피곤해서 그래.”서연은 믿지 않는 얼굴이었다.한 시간 뒤 유나가 잠들었다.도윤은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물을 마시고 들어갔다가 또 나왔다.서연이 소파에서 대본을 내려놨다.“도윤아.”“응.”“왜 자꾸 왔다 갔다 해.”“목말라서.”“아까 마셨잖아.”“또 말랐어.”“당신 지금 긴장했지?”도윤의 걸음이 멈췄다.“내가 왜.”“그러니까.”서연이 그를 빤히 봤다.“데이트하고 와서 왜 갑자기 눈치 봐.”도윤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결국 서연 맞은편에 앉았다.“나 하나 물어봐도 돼?”“뭔데.”“우리 오늘 데이트한 거 맞지?”서연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이 데이트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그러니까.”“근데?”도윤이 손가락으로 컵 가장자리를 만졌다.“보통 데이트 끝나면 뭐 해?”서연이 천천히 눈을 가늘게 떴다.“또 인터넷 봤어?”도윤은 부정하지 않았다.“윤도윤.”“검색은 안 했어.”“그럼.”“그냥 생각난 거야.”“뭐가.”도윤은 대답을 미뤘다.서연은 그의 얼굴을 보다가 뒤늦게 알아챘다.“설마.”도윤이 고개를 들었다.서연은 바로 시선을 피했다.“아니야.”“뭔데.”“아무것도.”“너도 알았잖아.”“몰라.”“알았는데.”서연이 대본을 들었다.“잘 거면 가서 자.”도윤은 움직이지 않았다.“서연아.”“왜.”“우리 사귀잖아.”“알아.”“근데 손만 잡아?”서연의 대본이 천천히 내려갔다.“그럼 뭘 더 하려고.”도윤이 이번에는 말을 잃었다.서연은 그 표정을 보고 피식 웃었다.“말도 못 하면서.”“할 수 있어.”“해봐.”도윤은 입을 열었다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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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

다음 날 아침.서연이 눈을 뜨자마자 어젯밤 일이 떠올랐다.‘내일 다시 물어볼게.’도윤이 했던 말까지 정확하게.서연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렸다.“진짜 미쳤나 봐.”문밖에서 유나 목소리가 들렸다.“엄마! 아빠가 계란 태웠어!”서연은 눈을 감았다.로맨틱한 기분은 정확히 삼 초 만에 사라졌다.거실로 나가자 주방에는 익숙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도윤은 프라이팬을 들고 있었고, 유나는 식탁에서 코를 막고 있었다.“아빠, 냄새 나.”“조금 탄 거야.”서연이 프라이팬을 확인했다.“조금?”“먹을 수는 있어.”“당신 먹어.”도윤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연은 웃음을 참으며 새 계란을 꺼냈다.“비켜.”“내가 다시 할게.”“유나 굶길 생각 아니면 비켜.”도윤은 순순히 옆으로 물러났다.그런데 자꾸 서연을 봤다.한 번.두 번.세 번째에 서연이 결국 물었다.“왜.”“아니.”“아니긴 뭘 아니야.”도윤은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그냥.”“할 말 있으면 해.”“지금?”서연의 손이 멈췄다.도윤의 표정을 보는 순간 어젯밤 말이 다시 떠올랐다.서연은 바로 계란을 뒤집었다.“아니. 하지 마.”“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그래서 하지 말라고.”유나는 둘을 번갈아 봤다.“엄마 아빠 또 싸워?”“안 싸워.”이번에는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유나는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됐어.”아침 식사 내내 도윤은 평소보다 말이 없었다.서연도 괜히 유나 반찬만 챙겼다.둘 사이에서 유나만 아무것도 모른 채 떠들었다.식사가 끝난 뒤 도윤이 설거지를 시작했다.서연은 식탁을 닦다가 물었다.“오늘 일정은?”“오전에 회사.”“오후는?”“비었어.”“일부러 비운 거 아니지?”도윤이 고개를 돌렸다.“아니야.”“진짜?”“진짜.”“요즘 당신 말 못 믿겠어.”“왜.”“회사보다 여기 있는 시간이 더 긴 것 같으니까.”도윤은 물을 잠갔다.“싫어?”또 그 질문이었다.서연이 한숨을 쉬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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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

다음 날 아침.서연은 도윤과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어젯밤 자신이 한 말이 자꾸 떠올랐다.‘다음에는 그렇게 짧게 하지 마.’왜 그런 말을 했을까.생각할수록 얼굴이 뜨거워졌다.문제는 도윤도 똑같다는 것이었다.평소 같으면 주방을 기웃거리거나 유나 옆에 붙어 있었을 사람이 오늘은 식탁에 앉아 신문만 보고 있었다.정확히는 같은 페이지를 십 분째 보고 있었다.서연이 결국 물었다.“그거 재밌어?”“뭐?”“신문.”도윤이 내려다봤다.“응.”“십 분 동안 한 장만 보는데?”도윤은 말없이 다음 장을 넘겼다.서연이 피식 웃었다.“당신도 신경 쓰이지?”“뭐가.”“어젯밤.”신문 넘기던 손이 멈췄다.“안 쓰이는데.”“귀 빨개졌어.”도윤은 그대로 신문을 접었다.“커피 마실래?”“도망가네.”“커피 물어본 거야.”그때 유나가 방에서 뛰어나왔다.“엄마!”서연이 바로 돌아봤다.“응.”“오늘 할머니 집 가도 돼?”“갑자기?”“할머니가 오라고 했어.”유나는 어린이용 휴대폰을 보여줬다.서연의 어머니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주말이라 유나를 데려가 하루 재우고 싶다는 내용이었다.도윤이 조용히 물었다.“하루?”유나가 신나게 고개를 끄덕였다.“응. 내일 와.”도윤의 시선이 아주 천천히 서연에게 향했다.서연은 바로 알아챘다.“왜 봐.”“안 봤어.”“봤잖아.”“그냥.”“표정 관리해.”도윤은 입을 다물었지만 늦었다.오후가 되어 유나를 보내고 돌아오자 집 안이 유난히 조용했다.서연은 현관에서 신발을 벗다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유나 없는 집에 도윤과 단둘이 있는 건 생각보다 드문 일이었다.도윤도 똑같은지 거실 한가운데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왜 안 앉아?”“앉으려고.”“앉아.”“응.”도윤은 소파에 앉았다.서연도 반대쪽에 앉았다.거리가 꽤 멀었다.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뒤 도윤이 리모컨을 들었다.“TV 볼까?”“봐.”채널을 하나 틀었다.광고였다.다른 채널.뉴스였다.또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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