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톱스타 전남친에게 숨겨둔 아이를 들켰다: Chapter 131 - Chapter 140

165 Chapters

131화

“아빠.”유나는 아침부터 도윤의 넥타이를 잡아당겼다.“응.”“오늘 나 데리러 와.”도윤이 셔츠 소매를 정리하다 멈췄다.“오늘?”“응.”“엄마가 오는 날 아니야?”서연이 주방에서 대답했다.“나 오늘 촬영 늦게 끝나.”유나는 도윤을 올려다봤다.“아빠가 와.”도윤은 휴대폰 일정을 확인했다.오후 네 시 회의.예정대로라면 다섯 시 전에 끝난다.“갈게.”유나의 얼굴이 바로 밝아졌다.“진짜?”“응.”“몇 시?”“다섯 시.”유나는 작은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쳤다.“다섯 시.”“응.”“안 늦어?”도윤이 웃었다.“안 늦어.”서연이 식탁에 국을 내려놓으며 말했다.“그렇게 단정하지 마.”“왜.”“회사 일이 어떻게 될 줄 알고.”“시간 맞출 수 있어.”“그러다 못 맞추면?”도윤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연락하면 되지.”서연이 잠시 그를 봤다.“나한테는 그래도 돼.”“그럼?”“유나는 아직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도윤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유나는 이미 밥을 먹느라 두 사람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있었다.서연이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못 지킬 수도 있는 약속이면 처음부터 설명해.”도윤은 잠깐 생각했다.그리고 유나를 불렀다.“유나야.”“응?”“아빠 오늘 회사 일이 조금 늦어질 수도 있어.”아이의 숟가락이 멈췄다.“그럼 안 와?”“아니. 갈 건데 다섯 시보다 조금 늦을 수도 있다고.”유나는 입술을 삐죽였다.“얼마나?”“아빠도 아직 몰라.”“나는 다섯 시에 끝나는데.”도윤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서연이 가만히 지켜봤다.잠시 뒤 도윤이 말했다.“최대한 다섯 시까지 갈게.”“최대한 말고.”유나가 바로 말했다.“와.”도윤의 입이 다물어졌다.“알았어.”이번에는 가볍게 대답하지 않았다.“갈게.”오후 네 시.회의는 예정대로 시작됐다.문제는 사십 분쯤 지났을 때 생겼다.검토해야 할 안건이 하나 더 붙었다.임원이 자료를 넘기며 말했다.“대표님, 이 부분까지 오늘 결정하면 바로 진행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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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화

토요일 아침.유나는 식탁에 앉자마자 색종이를 잔뜩 꺼냈다.풀, 가위, 스티커까지 줄줄이 늘어놓자 도윤이 커피를 마시다 물었다.“뭐 해?”“선물.”“누구 선물?”“지아.”서연이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며 말했다.“내일 지아 생일이래.”도윤은 바로 유나 옆에 앉았다.“뭐 갖고 싶대?”“몰라.”“그럼 물어보면 되잖아.”유나가 고개를 저었다.“비밀로 해야 돼.”도윤은 잠시 생각하더니 휴대폰을 들었다.서연이 바로 쳐다봤다.“왜 또.”“아이들 생일 선물 뭐 하는지 보려고.”“유나가 지금 만들고 있잖아.”“이게 선물이야?”도윤이 테이블 위 색종이를 봤다.유나는 분홍색 종이를 접고 있었다.“카드.”“카드만?”“응.”도윤의 표정이 미묘해졌다.“선물도 있어야 하지 않아?”“있어.”유나는 가방에서 작은 비닐봉지를 꺼냈다.안에는 캐릭터 지우개 두 개와 연필 한 자루가 들어 있었다.도윤은 한동안 그것을 바라봤다.“이게 다야?”서연이 웃었다.“왜.”“너무 적은데.”“유치원 친구 생일이야.”“그러니까.”“그러니까 이 정도면 돼.”도윤은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었다.“조금 더 좋은 걸 해줘도 되잖아.”유나가 물었다.“좋은 게 뭐야?”도윤이 휴대폰을 보여주려다 멈췄다.어린이용 가방, 장난감, 브랜드 문구 세트가 화면에 떠 있었다.서연은 그걸 보고 바로 말했다.“끄세요.”“보기만 했어.”“당신은 보기만 하다가 결제하잖아.”유나가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봤다.“이거 예쁘다.”도윤의 눈이 바로 밝아졌다.“그치?”“응.”“사줄까?”유나가 고개를 저었다.“내 거 아니잖아.”“지아 주면 되지.”유나는 이상하다는 듯 도윤을 봤다.“지아는 이거 갖고 싶다고 안 했는데?”도윤의 말이 끊겼다.서연이 웃음을 참았다.“들었지?”“응.”“아이가 당신보다 낫다.”도윤은 휴대폰을 뒤집어 내려놓았다.유나는 다시 카드를 만들기 시작했다.종이를 반으로 접고 앞면에 삐뚤빼뚤한 하트를 그렸다.“아빠.”“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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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화

유나는 유치원에서 돌아오자마자 식탁에 공책을 펼쳤다.“아빠.”도윤이 물을 마시다 돌아봤다.“응.”“숙제 해야 돼.”“뭔데?”유나는 공책을 앞으로 밀었다.제목은 우리 가족을 소개합니다.엄마가 좋아하는 것.아빠가 좋아하는 것.엄마가 잘하는 것.아빠가 잘하는 것.칸마다 그림을 그리고 짧게 글을 쓰는 숙제였다.엄마 칸은 이미 절반쯤 채워져 있었다.엄마는 커피를 좋아해요.엄마는 연기를 잘해요.도윤이 읽다가 물었다.“아빠는?”유나가 연필을 들고 한참 그를 쳐다봤다.“몰라.”“뭐가.”“아빠가 뭐 좋아하는지.”도윤의 표정이 멈췄다.“아빠가 좋아하는 거?”“응.”유나는 정말 모른다는 얼굴이었다.도윤은 쉽게 대답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뭘 좋아하지.커피.차.영화.그런데 유나가 숙제에 적을 만큼 자신을 설명할 만한 게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커피?”유나가 고개를 저었다.“엄마랑 똑같잖아.”“차?”“자동차?”“응.”“그건 재미없어.”도윤이 헛웃음을 냈다.“왜.”“다른 거.”“뭐가 있어야 다른 건데.”유나는 턱을 괴었다.“아빠가 진짜 좋아하는 거.”도윤의 입이 다물어졌다.마침 주방으로 들어오던 서연이 둘을 봤다.“뭐 해?”유나가 공책을 들었다.“엄마, 아빠 뭐 좋아해?”서연은 바로 대답했다.“일.”도윤이 고개를 돌렸다.“야.”“틀렸어?”“애 숙제잖아.”“그래서 정확하게 알려준 건데.”유나는 연필을 들었다.“아빠는 일을 좋아해요.”도윤이 바로 공책을 막았다.“그거 쓰지 마.”서연이 웃음을 터뜨렸다.“왜. 대표님답고 좋네.”“다른 거 생각할 거야.”도윤은 유나 맞은편에 앉았다.“질문해봐.”“뭘?”“아빠한테 궁금한 거.”유나가 눈을 반짝였다.“다 물어봐도 돼?”“응.”“제일 좋아하는 음식 뭐야?”“고기.”“무슨 고기?”“다.”유나가 못마땅한 얼굴을 했다.“하나만.”도윤은 고민했다.“갈비.”유나는 공책 옆에 작게 적었다.갈비.“좋아하는 색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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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화

밤 아홉 시.유나는 이를 닦고 침대에 들어갔다.도윤은 이불을 덮어준 뒤 불을 끄려고 했다.“아빠.”“응.”“책.”도윤이 손을 멈췄다.“무슨 책?”유나는 베개 옆에 놓인 동화책을 가리켰다.“이거 읽어줘.”도윤이 책을 집어 들었다.표지에는 커다란 곰과 토끼가 그려져 있었다.“이거 전에 읽은 거 아니야?”“응.”“또 읽어?”“응.”도윤은 이해가 안 되는 얼굴이었다.“새 책 사줄까?”유나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싫어.”“왜.”“이게 좋아.”“같은 내용인데?”“응.”도윤은 잠깐 책을 바라봤다.자신에게 책은 한 번 읽으면 다음 걸 찾는 것이었다.그런데 유나는 이미 내용을 다 아는 책을 또 읽어달라고 했다.“알았어.”도윤은 침대 옆 바닥에 앉았다.첫 장을 펼쳤다.“옛날 어느 숲속에—”“아빠.”“응.”“재미없어.”도윤의 시선이 책 위에서 멈췄다.“아직 한 줄 읽었는데.”“선생님처럼 읽어.”“책인데 원래 이렇게 읽는 거 아니야?”유나가 고개를 저었다.“곰이 말할 때는 곰처럼 해야 돼.”도윤은 잠깐 굳었다.“곰처럼?”“응.”“곰이 어떻게 말하는데.”유나는 낮은 목소리를 냈다.“토끼야아.”도윤이 황당한 얼굴로 아이를 봤다.“그걸 내가 하라고?”“응.”“꼭?”“응.”도윤은 다시 책을 내려다봤다.회사에서는 수십 명 앞에서 발표도 했다.카메라 앞에서 감정이 큰 장면도 수없이 찍었다.그런데 다섯 살짜리 딸 앞에서 곰 목소리를 내는 일은 이상하게 더 민망했다.“그냥 읽으면 안 돼?”유나는 이불을 코끝까지 올렸다.“엄마는 해주는데.”그 말에 도윤의 표정이 바뀌었다.“엄마는 어떻게 해.”“곰도 하고 토끼도 해.”“다?”“응.”잠깐의 침묵.도윤은 책을 다시 들었다.“알았어.”첫 장부터 다시 시작했다.“옛날 어느 숲속에 큰 곰이 살고 있었습니다.”곰이 등장했다.도윤이 문장을 읽다가 멈췄다.그리고 평소보다 목소리를 조금 굵게 냈다.“토끼야.”유나가 바로 웃었다.“그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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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화

밤 열한 시가 넘어서부터 비가 거세졌다.서연은 지방 촬영 때문에 오늘 집에 들어오지 못했다.도윤은 작은 방에서 노트북을 보고 있었고, 유나는 진작 잠들어 있었다.쾅.갑자기 천둥이 울렸다.도윤의 손이 멈췄다.잠시 뒤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방문이 열리더니 유나가 서 있었다.토끼 인형을 안고 맨발이었다.“아빠.”도윤은 바로 노트북을 덮었다.“왜 깼어?”유나는 대답하지 않았다.또 한 번 번개가 치자 어깨가 움찔했다.도윤은 그제야 며칠 전 알게 된 걸 떠올렸다.유나가 무서워하는 것.천둥.“무서워?”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도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유나 앞으로 갔다.“엄마한테 전화할까?”“엄마 촬영하잖아.”“그래도 받을 수도 있어.”유나는 고개를 저었다.“깨우지 마.”도윤은 잠시 아이를 바라봤다.“그럼 아빠랑 있을래?”유나는 이번에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응.”도윤이 유나 방까지 데려갔다.이불을 다시 덮어주고 침대 옆에 앉았다.“자.”유나는 눈을 감았다.삼십 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떴다.“아빠.”“응.”“가지 마.”“안 가.”“진짜?”“응.”유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도윤은 침대 옆 바닥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휴대폰이 울렸다.비서였다.내일 오전 회의 자료 수정본이 도착했다는 메시지였다.도윤은 화면을 보다가 답장을 보냈다.-내일 아침 확인하겠습니다.휴대폰을 뒤집어 내려놨다.쾅.다시 천둥이 울렸다.유나의 손이 이불 밖으로 튀어나왔다.“아빠.”도윤이 그 손을 잡았다.“여기 있어.”“불 켜줘.”도윤은 곧장 스탠드를 켰다.“이 정도?”“조금 더 밝게.”그는 방 천장등까지 켰다.유나가 눈을 찡그렸다.“너무 밝아.”도윤의 손이 멈췄다.“그럼 어떻게.”“문 열어놓고 거실 불 켜.”도윤은 시키는 대로 했다.거실 불을 켜고 방문을 반쯤 열어두니 방 안으로 은은하게 빛이 들어왔다.유나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누웠다.“이게 좋아.”“알았어.”잠시 뒤 또 물었다.“아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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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화

아침을 먹던 유나가 갑자기 숟가락을 내려놨다.“엄마.”“응.”“가족사진 가져가야 돼.”서연이 고개를 들었다.“어디에?”“유치원.”“왜?”“교실에 붙인대.”유나는 가방을 뒤적이더니 구겨진 안내문을 꺼냈다.우리 가족 소개하기.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1장을 보내주세요.도윤이 안내문을 받아 들었다.“언제까지?”“내일.”서연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이걸 왜 이제 줘.”“까먹었어.”도윤은 이미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오늘 찍으면 되겠네.”서연이 그를 봤다.“뭘.”“가족사진.”“오늘 나 촬영 있어.”“몇 시에 끝나.”“밤 열 시 넘어서.”도윤은 바로 일정을 확인했다.“그럼 내일 아침에 찍고—”서연이 손으로 휴대폰을 눌렀다.“사진관 갈 생각 하지 마.”“왜.”“그냥 있는 사진 보내면 돼.”“제대로 된 가족사진이 없잖아.”도윤의 말에 식탁이 잠깐 조용해졌다.사실이었다.셋이 같이 찍힌 사진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있어도 휴대폰으로 급하게 찍은 것들뿐이었다.유원지에서 찍은 사진.집에서 밥 먹다 찍힌 사진.도윤이 유나 머리를 처음 묶어주던 날 서연이 몰래 찍은 사진.그리고 가족 참여 수업 때 선생님이 찍어준 사진.도윤이 말했다.“이번 기회에 하나 제대로 찍자.”“오늘 못 찍는다니까.”“사진관은 예약하면 늦게도—”“아빠.”유나가 끼어들었다.“응.”“나 사진 있어.”“어디?”유나는 의자에서 내려와 방으로 뛰어갔다.잠시 뒤 작은 사진 한 장을 들고 나왔다.가족 참여 수업 날 찍은 사진이었다.유나는 가운데에서 활짝 웃고 있었고, 도윤은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게다가 셔츠 소매는 한쪽만 조금 올라가 있었다.유나 손에는 미술 수업에서 쓴 물감까지 묻어 있었다.도윤이 사진을 받아 들었다.“이걸?”“응.”“다른 걸로 하자.”유나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왜?”“아빠 이상하게 나왔어.”서연이 옆에서 사진을 들여다봤다.“맞네.”도윤이 그녀를 봤다.“너까지 왜 그래.”“당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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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화

유나는 요즘 하원 시간이 가까워지면 자꾸 시계를 봤다.선생님이 물었다.“유나야, 누구 기다려?”유나는 망설이지 않았다.“아빠.”“오늘도 아빠가 와?”“응.”“아빠 바쁘지 않아?”유나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바쁜데 와.”그 말이 마음에 드는지 혼자 웃었다.오후 다섯 시.도윤은 약속한 시간보다 삼 분 먼저 유치원 앞에 도착했다.이번에는 차 안에서 기다리지 않았다.입구 앞에 서 있었다.문이 열리자 유나가 가장 먼저 뛰어나왔다.“아빠!”도윤은 자연스럽게 허리를 숙였다.유나가 목을 끌어안았다.“오늘 안 늦었네.”“삼 분 일찍 왔어.”“진짜?”“응.”유나는 뿌듯한 얼굴로 선생님 쪽을 돌아봤다.“우리 아빠 빨리 왔어요.”도윤은 묘하게 민망해졌다.선생님이 웃었다.“유나가 오늘 계속 아빠 온다고 자랑했어요.”“자랑을요?”“네. 요즘 아버님이 자주 오셔서 좋은가 봐요.”도윤은 유나를 내려다봤다.아이는 이미 자기 가방을 도윤에게 내밀고 있었다.“들어줘.”“응.”가방을 받아 들자 유나가 손까지 내밀었다.도윤은 아무 말 없이 잡았다.주차장으로 가던 중 유나가 갑자기 멈췄다.“아빠.”“왜.”“오늘 집에 바로 가?”“응.”“회사 안 가?”“오늘은 끝났어.”유나의 눈이 반짝였다.“그럼 놀이터 가자.”도윤은 시계를 봤다.다섯 시 십 분.“얼마나?”“많이.”“많이가 몇 분인데.”유나는 손가락을 펴고 한참 고민했다.“백 분.”도윤이 웃었다.“너 백 분이 얼마나 긴지 알아?”“몰라.”“한 시간 사십 분.”“그럼 더 좋아.”도윤은 잠시 생각했다.서연은 오늘 일곱 시쯤 들어온다고 했다.저녁까지 시간이 있었다.“알았어.”“진짜?”“응.”유나는 신이 나 그의 손을 잡아당겼다.놀이터에는 아이들이 꽤 많았다.도윤은 벤치에 앉으려다가 유나에게 붙잡혔다.“아빠도 와.”“어디.”“그네.”“아빠가 밀어줄까?”“아니.”유나는 옆 그네를 가리켰다.“같이 타.”도윤이 작은 그네를 봤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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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화

유나는 유치원에서 돌아온 뒤에도 말이 없었다.가방을 내려놓고 손을 씻은 다음, 평소라면 도윤부터 찾았을 텐데 곧장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도윤이 현관에 선 채 물었다.“오늘 왜 저래?”서연도 유나의 닫힌 방문을 봤다.“나도 모르지. 당신이 데리고 왔잖아.”“차에서도 아무 말 안 했어.”“물어봤어?”“세 번.”서연이 도윤을 쳐다봤다.“그러니까 말을 안 하지.”“왜.”“말하기 싫어 보이는데 계속 물으면 더 싫잖아.”도윤은 못마땅한 얼굴로 방문을 봤다.“아픈 건 아니겠지?”“열은 없어?”“없었어.”“그럼 기다려.”기다리는 건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다.도윤은 십 분도 안 돼 유나 방 앞을 세 번이나 오갔다.결국 서연이 소파에서 말했다.“윤도윤.”“응.”“앉아.”“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문 앞 닳겠다.”도윤은 마지못해 소파에 앉았다.잠시 뒤 방문이 열렸다.유나가 종이 한 장을 들고 나왔다.눈은 조금 빨갰다.도윤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울었어?”유나는 대답하지 않고 서연 옆에 붙어 앉았다.서연이 아이 등을 쓸어줬다.“무슨 일 있었어?”그제야 유나가 종이를 내밀었다.다음 달 유치원에서 작은 발표회가 열린다는 안내문이었다.노래와 율동, 짧은 동화극.유나는 동화극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나 공주 하고 싶었는데.”도윤이 물었다.“못 하게 했어?”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민지가 해.”“왜?”“선생님이 정했어.”도윤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유나는 무슨 역할인데.”“나무.”잠깐의 침묵.도윤이 되물었다.“나무?”“응.”“대사는?”유나가 더 시무룩해졌다.“없어.”도윤은 안내문을 다시 봤다.“왜 유나는 나무고, 민지는 공주인데?”서연이 곧장 말했다.“그걸 왜 그렇게 물어.”“궁금하잖아.”“배역 정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도윤은 유나를 봤다.“공주 역할 진짜 하고 싶었어?”“응.”“그럼 선생님한테 말했어?”“말했어.”“그런데 안 된대?”유나의 눈에 다시 눈물이 고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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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화

발표회 날 아침.유나는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눈을 떴다.도윤은 아직 자고 있었는데 방문부터 열렸다.“아빠.”“응…”“오늘이야.”도윤이 눈을 떴다.“뭐가.”유나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내 나무.”그제야 정신이 들었다.도윤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알지.”“방금 몰랐잖아.”“잠깐 잠이 덜 깨서 그랬어.”“진짜 와야 돼.”“가.”“몇 시?”“두 시.”“몇 시까지 와?”도윤은 이번에는 정확하게 대답했다.“한 시 사십 분.”유나가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늦으면 안 돼.”“안 늦어.”주방에서 듣고 있던 서연이 말했다.“지난번처럼 확답부터 하지 마.”도윤이 바로 정정했다.“늦을 일 생기면 먼저 전화할게.”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건 돼.”도윤은 서연을 봤다.“나 이제 잘하지?”“아침부터 칭찬받고 싶어?”“조금.”유나가 도윤 옆에 와 양팔을 머리 위로 올렸다.“아빠, 마지막 연습.”“지금?”“응.”도윤도 침대에서 내려왔다.양팔을 벌리자 유나가 바로 지적했다.“아니야. 손 더 위.”“이렇게?”“손가락도 펴.”도윤은 시키는 대로 했다.유나가 몸을 좌우로 흔들었다.“바람 불면 이렇게.”도윤도 따라 움직였다.문 앞에 선 서연이 웃었다.“둘이 아침부터 뭐 해.”도윤이 진지하게 대답했다.“최종 점검.”“당신이 공연해?”“연습 상대잖아.”유나는 만족스럽게 박수를 쳤다.“됐어.”도윤이 팔을 내렸다.“통과?”“응.”그 말에 도윤이 괜히 뿌듯해졌다.오후 한 시 삼십칠 분.도윤은 유치원 강당에 도착했다.서연은 촬영 때문에 조금 늦는다고 했다.보호자들이 앞쪽부터 자리를 잡고 있었다.도윤은 빈 의자를 찾다가 두 번째 줄 가운데에 앉았다.잠시 뒤 서연에게 전화가 왔다.-도착했어?“응.”-자리 잡았어?“두 번째 줄.”-왜 그렇게 앞이야.“잘 봐야지.”-유나 나무인데 앞에 있어도 잘 보일걸.도윤의 얼굴이 굳었다.“나무라서 안 보일 수도 있잖아.”서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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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화

발표회 다음 날 아침.유나는 식탁 위에 꽃 한 송이를 올려놨다.어제 도윤에게 줬던 꽃이었다.도윤이 커피를 마시다 물었다.“이거 왜 여기 있어?”“아빠 거잖아.”“어제 받았어.”“근데 아빠 방에 안 놨잖아.”도윤은 잠시 꽃을 내려다봤다.작은 방 책상 한쪽에는 회사 서류와 노트북만 놓여 있었다.“어디다 놔야 돼?”유나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컵에.”서연이 옆에서 웃었다.“꽃병 없으면 컵에 꽂으면 되지.”도윤은 잠시 고민하다 주방에서 작은 유리컵을 하나 꺼냈다.물까지 채우고 꽃을 꽂았다.유나는 그걸 들고 작은 방으로 갔다.“여기.”책상 모서리에 직접 올려놨다.“예쁘지?”“응.”“아빠 방 같다.”도윤이 멈췄다.“원래 아빠 방인데.”유나가 고개를 갸웃했다.“전에는 그냥 방 같았어.”서연이 뒤에서 웃음을 참았다.도윤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물었다.“꽃 하나 놨다고?”“응.”“기준이 그거야?”“응.”유나는 더 설명할 필요 없다는 듯 방을 나갔다.도윤은 한동안 책상 위 꽃을 바라봤다.이 집에서 자기 물건은 많이 늘었다.칫솔도 있었고, 옷도 있었고, 충전기도 있었다.그런데 유나가 처음으로 이 방을 ‘아빠 방 같다’고 했다.이상하게 그 말이 오래 남았다.점심 무렵.서연은 촬영이 있었고, 도윤은 쉬는 날이었다.유나는 거실 바닥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도윤은 소파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아빠.”“응.”“이거 봐.”유나는 종이를 들고 왔다.세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엄마.유나.아빠.예전부터 종종 그리던 가족 그림이었다.그런데 이번에는 아빠 옆에 작은 글씨가 하나 적혀 있었다.도윤이 눈을 좁혔다.“이거 뭐라고 쓴 거야?”유나가 읽어줬다.“아빠가 잘하는 거.”“뭔데.”“많아.”도윤은 그림 옆 글씨를 하나씩 읽었다.머리 묶기.책 읽기.데리러 오기.블록 하기.나무 하기.도윤이 마지막 줄에서 웃었다.“나무는 잘하는 거 아니야.”“잘했어.”“유나보다 못했잖아.”“그래도 같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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