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톱스타 전남친에게 숨겨둔 아이를 들켰다: บทที่ 111 - บทที่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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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화

김치찌개는 생각보다 먹을 만했다.정확히는 서연이 중간에 두 번 손을 댄 덕분이었다.도윤은 식탁에 앉아 찌개를 한 숟가락 먹더니 꽤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맛있는데.”서연이 바로 말했다.“내가 살렸잖아.”“내가 시작했어.”“김치 넣고 물 부은 게 시작이면 그렇지.”“고기도 넣었어.”“양파는 내가 썰었고.”도윤은 더 따지지 않았다.대신 한 숟가락을 더 먹었다.“그래도 다음에는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연이 웃었다.“그 자신감으로 세탁기도 거품냈지.”“그건 한 번 실수한 거고.”“계란은?”“그것도.”“온수기는?”도윤이 숟가락을 내려놨다.“너 은근 오래 기억한다.”“재밌으니까.”“내가 망하는 게?”“집안일 앞에서만.”도윤은 못마땅한 얼굴로 다시 밥을 먹었다.그 모습이 웃겨서 서연은 한동안 웃음을 참지 못했다.유나가 없는 집은 여전히 낯설었지만 아까처럼 어색하지는 않았다.입을 맞추고, 찌개를 끓이고, 서로 놀리고.그게 전부였다.그런데 오히려 그 평범함 때문에 둘 사이가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식사를 마친 뒤 도윤이 먼저 그릇을 들었다.“내가 할게.”“이번에는 세제 적당히.”“알아.”서연은 소파에 앉아 대본을 펼쳤다.잠시 뒤 주방에서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한 번.두 번.세 번째 소리가 유난히 컸다.서연이 고개를 들었다.“안 깨졌지?”“응.”“확실해?”대답이 없었다.서연은 대본을 내려놓고 주방으로 갔다.도윤이 깨진 접시 조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둘 사이에 잠깐 침묵이 흘렀다.“안 깨졌다며.”“방금 깨졌어.”“내가 물어볼 때 이미 깨져 있었잖아.”“거의 동시에.”서연은 허리에 손을 얹었다.“비켜.”“내가 치울게.”“손 베여.”“이 정도는 할 수 있어.”도윤이 큰 조각을 집으려 하자 서연이 손목을 잡았다.“맨손으로 왜 잡아.”“그럼?”“휴지나 장갑.”도윤은 순순히 손을 뺐다.서연은 고무장갑을 끼고 깨진 조각을 치웠다.도윤은 옆에서 빗자루를 들고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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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화

새벽 다섯 시 오십 분.서연은 눈을 떴다.삐리릭.어디선가 알람이 울렸다.서연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휴대폰을 찾았다.자신의 것이 아니었다.잠시 뒤 작은 방에서 소리가 멈췄다.서연은 다시 눈을 감았다.그리고 정확히 십 분 뒤.삐리릭.또 울렸다.서연의 눈이 번쩍 떠졌다.“뭐야.”이번에도 작은 방이었다.알람은 한참 울리다가 멈췄다.서연은 베개를 끌어안고 다시 누웠다.그런데 육 시 십 분.또.삐리릭.이번에는 서연이 침대에서 일어났다.작은 방 문을 열자 도윤은 세상 편하게 자고 있었다.휴대폰만 침대 옆에서 열심히 울고 있었다.서연이 알람을 껐다.“윤도윤.”대답이 없었다.“도윤아.”그제야 눈을 뜬다.“응…”“당신 알람 몇 개야.”도윤은 잠이 덜 깬 얼굴로 휴대폰을 봤다.“다섯 개.”서연은 그대로 굳었다.“다섯 개?”“응.”“왜?”“못 일어날까 봐.”“지금 세 개 울렸는데도 안 일어났잖아.”도윤이 눈을 다시 감았다.“두 개 남았어.”서연은 이불을 확 걷었다.“일어나.”“십 분만.”“안 돼.”“왜.”“나는 이미 깼어.”도윤이 겨우 몸을 일으켰다.머리는 엉망이었고 눈도 반쯤 감겨 있었다.서연은 어이가 없었다.“당신 원래 이렇게 못 일어나?”“아침 약해.”“매일 여섯 시 반에 우리 집 밑에 있던 사람 맞아?”도윤이 하품했다.“그때는 안 잤어.”“뭐?”“너 데리러 와야 해서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그냥 거의 안 자고 왔어.”서연의 표정이 굳었다.“미쳤어?”“그때는 그랬어.”“그걸 이제 말해?”“말하면 오지 말라고 할 것 같아서.”서연은 한동안 도윤을 바라봤다.화가 났다가, 어이가 없다가, 또 마음 한쪽이 이상해졌다.“앞으로 그러지 마.”“응.”“잠은 자.”“응.”“알람은 하나만.”도윤이 바로 고개를 들었다.“그건 안 돼.”서연의 눈이 좁아졌다.“왜.”“하나로는 못 일어나.”“그럼 두 개.”“네 개.”“두 개.”“세 개.”“두 개.”도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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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화

토요일 오전.서연은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한숨을 쉬었다.“먹을 게 없네.”거실에서 유나와 블록을 쌓던 도윤이 바로 고개를 들었다.“뭐 사야 돼?”“대충.”“대충 뭐.”“우유, 계란, 과일.”서연은 냉장고 안을 한 번 더 살폈다.“두부도 없고. 유나 요구르트도 다 먹었네.”도윤은 휴대폰을 꺼냈다.“적어.”“뭘.”“살 거.”“마트 가서 보면 생각나.”도윤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목록 없이 가?”서연이 웃었다.“마트 가는데 무슨 목록까지.”“빠뜨리면?”“다음에 사지.”도윤은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한 번에 끝내면 되잖아.”“장보기가 무슨 프로젝트야?”유나가 블록을 들고 끼어들었다.“나 과자.”서연이 바로 말했다.“집에 있어.”“초코 과자.”“그것도 있어.”도윤이 휴대폰에 적었다.“초코 과자.”서연이 눈을 좁혔다.“왜 적어.”“유나가 먹고 싶대.”“안 사도 돼.”도윤은 지웠다.유나가 입을 삐죽였다.“아빠는 엄마 말만 들어.”도윤이 진지하게 대답했다.“그래야 오래 살아.”서연이 결국 웃었다.한 시간 뒤 세 사람은 마트에 도착했다.카트를 잡은 도윤이 입구에서 멈췄다.“어디부터 가?”“그냥 가.”“동선 없다고?”“무슨 동선.”도윤은 매장 안내판을 올려다봤다.“채소 먼저 갔다가 유제품, 육류, 생활용품 순서로 가면—”서연이 카트를 빼앗았다.“따라와.”“효율적으로 가자는 건데.”“장보면서 효율 찾지 마.”유나는 이미 과자 코너 방향으로 뛰고 있었다.“유나!”도윤이 바로 따라가 아이를 안아 들었다.“혼자 가면 안 돼.”“과자 보려고.”“같이 가.”서연은 두 사람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채소 코너에서는 더 심했다.서연이 대파 한 단을 카트에 넣자 도윤이 물었다.“이걸로 며칠 먹어?”“몰라.”“몰라?”“쓰는 만큼 쓰지.”“그러다 부족하면?”“또 사.”도윤은 계속 이해가 안 되는 얼굴이었다.계란 앞에서는 가격표를 한참 봤다.서연이 한 판을 집었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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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화

저녁 일곱 시 반.서연은 식탁 위의 국을 다시 데웠다.한 번.그리고 여덟 시 십 분에 또 한 번.유나는 이미 밥을 다 먹고 거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엄마.”“응.”“아빠 언제 와?”서연은 휴대폰을 봤다.도윤에게 온 마지막 메시지는 오후 네 시였다.-회의 들어가.그게 끝이었다.“회사 일이 늦나 봐.”“전화해봐.”“바쁘겠지.”“아빠 맨날 전화하잖아.”서연은 대답하지 않았다.유나가 다시 물었다.“아빠 밥은?”“모르겠어.”말이 조금 딱딱하게 나왔다.유나는 눈치를 보더니 다시 그림으로 돌아갔다.아홉 시가 넘어서야 현관문이 열렸다.도윤이 들어왔다.“나 왔어.”서연은 소파에 앉아 대본을 보고 있었다.고개도 들지 않았다.“응.”도윤은 신발을 벗다가 멈췄다.평소와 다르다는 걸 바로 알아챈 얼굴이었다.“유나는?”“씻고 있어.”“밥 먹었어?”“응.”도윤이 식탁을 봤다.자기 자리에 밥그릇 하나가 덮여 있었다.“내 것도 해놨어?”서연이 대본을 넘겼다.“먹을 거면 먹어.”도윤은 재킷을 벗다 말고 그녀를 봤다.“왜 그래?”“뭐가.”“화났잖아.”“안 났어.”“났는데.”서연은 그제야 대본을 내려놨다.“당신 오늘 몇 시에 온다고 했어?”도윤의 표정이 멈췄다.“일곱 시쯤.”“지금 몇 시야.”그가 시계를 확인했다.“아홉 시 십오 분.”“두 시간 넘었네.”“회의가 길어졌어.”“그럴 수 있지.”“그러니까.”“근데 연락은?”도윤이 입을 다물었다.서연은 그 표정을 보고 더 화가 났다.“휴대폰 없었어?”“있었어.”“손 없었고?”“서연아.”“늦는다고 한 줄 보내는 데 몇 초 걸려?”도윤은 바로 변명하지 않았다.잠시 뒤 말했다.“회의 중에 계속 폰 보기 어려웠어.”“회의 끝나고는?”“끝나자마자 처리할 게 있어서.”“차 타고 오는 동안은?”도윤이 더 이상 대답하지 못했다.서연은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결국 까먹은 거네.”“응.”그가 순순히 인정하자 오히려 서연의 말이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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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화

다음 날 오전 아홉 시 십 분.서연의 휴대폰이 울렸다.-회사 도착했어.서연은 대본을 보다가 화면을 확인했다.별생각 없이 답장을 보냈다.-응.십 분 뒤 다시 진동이 왔다.-회의 들어가.서연은 눈썹을 살짝 올렸다.-잘해.열한 시 이십 분.-회의 끝났어.열한 시 사십 분.-점심 먹으러 가.열두 시 십 분.-밥 먹었어.서연은 결국 휴대폰을 내려놓고 웃었다.옆에 있던 매니저가 물었다.“왜?”“아무것도 아니야.”그런데 오후 한 시 반.-다음 회의.두 시 오십 분.-끝.세 시.-커피 마시는 중.이번에는 서연이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었다.도윤은 기다렸다는 듯 바로 받았다.-응.“당신 지금 뭐 해?”-커피 마셔.“그건 알아.”-내가 보냈잖아.“그러니까.”잠깐 침묵이 흘렀다.도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또 늦는다고 연락 안 했어?“그게 아니라.”-그럼?서연은 이마를 짚었다.“왜 하루 일과를 전부 나한테 보고해.”도윤이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연락하라며.“늦을 때 연락하라고 했지.”-연락 많이 하면 싫어?“많은 정도가 아니잖아.”서연이 메시지창을 다시 봤다.“당신 오늘 화장실 간 거 빼고 다 말했어.”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서연이 눈을 좁혔다.“설마 그것도 보내려고 했어?”-아니.“왜 대답 늦었어.”-진짜 아니야.서연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도윤아.”-응.“연애가 업무 보고는 아니야.”-그럼 어느 정도 해야 돼?“그걸 또 나한테 물어?”-몰라서 그렇지.서연은 잠깐 생각했다.“그냥 생각날 때.”-언제가 생각날 때인데.“내가 어떻게 알아. 당신 생각날 때지.”도윤이 말이 없었다.“왜.”-그럼 너무 자주 해야 되는데.서연의 웃음이 멈췄다.-너 계속 생각나니까.너무 아무렇지 않게 나와서 오히려 할 말이 없었다.“됐어.”-뭐가.“회의나 해.”-지금은 회의 없어.“그럼 일해.”-끊어?“응.”-저녁에 갈게.서연이 잠깐 멈췄다.“몇 시.”-여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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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화

저녁 열 시가 조금 넘어서 도윤에게 전화가 왔다.-나 아래야.서연은 유나 머리를 말려주던 손을 멈췄다.“아래면 올라오면 되지.”-초인종 누르면 유나 잘까 봐.“아직 안 자.”-그럼 올라갈게.잠시 뒤 초인종이 울렸다.유나가 신이 나 현관으로 뛰어갔다.“아빠!”서연은 뒤에서 그 모습을 보다가 문득 물었다.“당신 아직도 매번 벨 눌러야 돼?”도윤이 신발을 벗으며 돌아봤다.“그럼?”“아니, 요즘 거의 매일 오잖아.”“그래도 네 집인데.”서연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칫솔도 있었다.옷도 있었고, 작은 방 하나도 사실상 도윤이 쓰고 있었다.냉장고에는 자기 칸까지 생겼다.그런데 현관문 앞에서만큼은 매번 손님처럼 기다렸다.“휴대폰 줘봐.”“왜?”“줘.”도윤이 순순히 내밀었다.서연은 메모장을 열어 숫자 네 자리를 입력했다.“현관 비밀번호.”도윤의 표정이 멈췄다.“뭐?”“매번 내가 문 열어주기 귀찮아.”“나한테 알려줘도 돼?”“알려줬잖아.”“진짜?”서연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그럼 가짜 번호 적었겠어?”도윤은 화면에 적힌 숫자를 한동안 바라봤다.유나가 옆에서 고개를 들이밀었다.“아빠 우리 집 비밀번호 몰랐어?”“응.”“나는 아는데.”도윤이 아이를 봤다.“유나는 가족이니까 알지.”말이 나온 뒤 도윤이 잠깐 멈췄다.서연도 마찬가지였다.유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아빠도 가족이잖아.”도윤의 시선이 서연에게 향했다.서연은 괜히 수건을 접었다.“왜 봐.”“아니.”“유나가 한 말이야.”“나 아무 말 안 했어.”그런데 표정은 전혀 아니었다.서연이 손가락으로 경고했다.“대신 아무 때나 들어오면 안 돼.”도윤의 얼굴이 바로 진지해졌다.“어느 때가 안 돼?”“그걸 꼭 설명해야 돼?”“알아야 안 하지.”“내가 없을 때.”“유나만 있으면?”“그것도 안 돼.”“네가 자고 있으면?”서연이 점점 지쳐갔다.“연락하고 와.”“씻고 있으면?”“윤도윤.”“응.”“비밀번호 다시 지울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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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화

토요일 오전.서연은 현관문을 열었다가 그대로 멈췄다.문 앞에 상자가 쌓여 있었다.하나.둘.셋.아래쪽까지 세어보니 여섯 개였다.“뭐야, 이게.”뒤에서 도윤이 고개를 내밀었다.“왔네.”서연이 천천히 돌아봤다.“당신 거야?”“응.”“뭘 이렇게 많이 샀어?”“필요한 거.”도윤은 아무렇지 않게 첫 번째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서연이 송장을 확인했다.휴지.두 번째는 물티슈.세 번째는 생수였다.그런데 양이 이상했다.“잠깐.”서연이 상자를 열어봤다.물티슈가 스무 개 넘게 들어 있었다.“이걸 왜 이렇게 많이 사?”“쓰잖아.”“쓰기는 하지.”“그럼 됐네.”“한 번에 이만큼은 안 사.”도윤은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어차피 쓸 건데?”서연이 이번에는 휴지 상자를 열었다.대용량 묶음이 세 개였다.“이건?”“휴지.”“그건 나도 알아.”“떨어지면 불편하잖아.”서연은 깊게 한숨을 쉬었다.“도윤아.”“응.”“우리 집 몇 평인지 알아?”그가 집 안을 한 번 둘러봤다.“정확히는 몰라.”“근데 창고는 없는 거 보여?”도윤은 그제야 상자들을 봤다.현관 절반이 막혀 있었다.“어디다 둘까.”“그걸 지금 나한테 물어?”“네가 집 구조 더 잘 아니까.”서연은 이마를 짚었다.유나가 방에서 나오다가 상자들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우와.”“우와 아니야.”서연이 바로 잘랐다.유나는 생수 상자를 두드렸다.“우리 이사 가?”도윤이 웃음을 터뜨렸다.서연은 웃지 못했다.“아빠가 집을 마트로 만들었어.”“왜?”“몰라.”도윤이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필요한 것만 샀어.”서연은 마지막 상자를 열었다.이번에는 어린이용 요구르트였다.한 박스가 통째로 들어 있었다.“이것도 필요해서?”“유나 먹잖아.”서연이 유통기한을 확인했다.“이걸 다 언제 먹어.”도윤도 날짜를 봤다.“하루에 많이 먹으면—”“안 돼.”유나가 바로 물었다.“왜?”“배 아파.”도윤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서연은 요구르트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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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화

일요일 오전.서연은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그대로 멈췄다.안쪽이 평소보다 훨씬 빽빽했다.생수.요구르트.과일.샐러드.그리고 처음 보는 고급 식재료 몇 개까지.“윤도윤.”거실에서 노트북을 보던 도윤이 고개를 들었다.“응.”“이거 뭐야.”“뭐.”“냉장고.”도윤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왔다.“어제 채웠어.”“왜.”“비어 있길래.”서연이 천천히 그를 바라봤다.“어제 장 봤어?”“아니.”“그럼.”“배송.”도윤은 너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서연은 냉장고 안을 다시 봤다.딸기만 세 팩이었다.한우도 있었다.수입 치즈.유기농 버터.어린이용 주스가 박스째 들어가 있었다.“도윤아.”“응.”“우리 어제 얘기했지.”“뭘.”“많이 사지 말라고.”“많이 안 샀어.”서연이 딸기를 들어 올렸다.“이게 안 많아?”“유나 좋아하잖아.”“한 팩이면 된다니까.”“금방 먹잖아.”“금방 안 먹어.”도윤이 잠시 계산하는 얼굴이 됐다.“하루에 반 팩씩 먹으면 육 일.”“유나가 왜 매일 딸기를 반 팩씩 먹어.”도윤이 입을 다물었다.서연은 이번에는 고기를 들었다.“이건?”“저녁 해먹으려고.”“얼마짜리야.”도윤이 대답을 피했다.서연의 눈이 좁아졌다.“윤도윤.”“가격은 중요하지 않잖아.”“우리 집에서는 중요해.”그 말에 도윤이 멈췄다.서연은 고기를 내려놨다.“당신한테는 얼마 안 되는 돈인 거 알아.”“응.”“근데 나는 그냥 먹을 만큼 사고, 남기지 않는 게 익숙해.”도윤은 말없이 냉장고를 바라봤다.서연이 덧붙였다.“많이 사놓고 버리는 거 싫어.”“버리려고 산 건 아니야.”“결국 못 먹으면 버리게 되잖아.”도윤은 잠깐 생각하더니 휴대폰을 꺼냈다.서연이 바로 눈을 찌푸렸다.“또 적으려고?”“응.”“뭘.”“한 번에 많이 안 사기.”서연은 헛웃음을 냈다.“그걸 또 메모해?”“안 까먹으려고.”“당신 머리 좋잖아.”“회사 일은 안 까먹어.”“집 일은?”“자꾸 틀리잖아.”너무 솔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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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화

밤 열한 시가 넘어서야 집 안이 조용해졌다.유나는 이미 잠들었고, 도윤은 작은 방에서 노트북을 들고 나왔다.서연은 소파에 앉아 대본을 보고 있었다.“안 자?”“이것만 보고.”도윤이 자연스럽게 옆에 앉았다.예전처럼 끝자리도 아니었다.이제는 어깨가 닿는 거리가 당연해졌다.서연이 대본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회사 일 끝났어?”“응.”“메일도?”“응.”“회의 자료도?”“응.”“진짜?”도윤이 노트북을 닫아 테이블에 내려놨다.“오늘은 진짜 끝.”“웬일이래.”“너 또 일한다고 할까 봐.”서연이 피식 웃었다.“많이 배웠네.”“요즘 칭찬 자주 받는다.”“그 정도는 아니고.”잠시 조용해졌다.TV도 켜지 않은 거실에 둘만 앉아 있었다.서연은 대본을 한 장 넘기다가 멈췄다.연애를 시작한 뒤 달라진 건 많았다.도윤의 칫솔이 생겼고, 옷이 생겼고, 작은 방에는 노트북 충전기까지 자리를 잡았다.늦으면 연락했고, 출근할 때는 입을 맞추고 나가는 날도 생겼다.그런데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서연이 대본을 내려놨다.“도윤아.”“응.”“우리 사귀는 거 맞지?”도윤이 바로 그녀를 봤다.“갑자기?”“맞아?”“응.”“확실해?”도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내가 뭐 잘못했어?”서연은 웃었다.“왜 항상 잘못부터 찾아.”“이런 식으로 물으면 보통 그렇잖아.”“아니야.”“그럼 왜.”서연은 잠깐 망설였다.물어놓고 보니 괜히 민망했다.“당신 나한테 말 안 한 거 있는 것 같아서.”도윤의 눈썹이 좁혀졌다.“뭐.”“몰라?”“뭔데.”서연은 한동안 그를 바라봤다.정말 모르는 얼굴이었다.“됐어.”“뭐가 됐어.”“그냥 잊어.”“말하다 말면 더 신경 쓰이잖아.”도윤이 몸을 돌려 그녀 쪽을 향했다.“내가 뭘 안 했는데.”서연은 대본으로 얼굴을 가렸다.“진짜 모르네.”“서연아.”“왜.”“말해줘.”“싫어.”“내가 또 고쳐야 되는 거야?”그 말에 서연이 대본을 내렸다.“왜 모든 걸 고칠 생각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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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화

다음 날 아침.서연은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부터 확인했다.도윤에게 온 메시지는 없었다.어젯밤 마지막으로 받은 건 하나였다.-내일은 할게.서연은 피식 웃었다.“해보시든가.”방문을 열자 고소한 냄새가 났다.주방으로 가보니 도윤이 앞치마까지 두르고 서 있었다.서연은 문에 기대 그 모습을 바라봤다.“뭐 해?”도윤이 돌아봤다.“아침.”“당신이?”“응.”프라이팬 위에는 계란이 있었다.이번에는 타지 않았다.서연이 가까이 가 확인했다.“웬일이래.”“연습했어.”“언제.”“아까.”서연은 싱크대를 봤다.실패한 흔적이 있었다.깨진 노른자 두 개가 접시에 따로 담겨 있었다.“몇 번 했는데.”“중요한 건 성공한 거지.”“세 번째구나.”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서연이 웃었다.“유나는?”“아직 자.”“당신 오늘 회사 안 가?”“가.”“몇 시?”“아홉 시.”서연이 시계를 봤다.일곱 시 십 분.“시간 남네.”“응.”도윤은 식탁 위에 접시를 놓았다.밥과 계란, 김.아주 단순한 아침이었다.그런데 서연은 앉지 않고 그를 보고 있었다.도윤이 물었다.“왜.”“잊은 거 없어?”그의 손이 순간 멈췄다.알아들은 얼굴이었다.서연이 웃음을 참았다.“어제 뭐 한다며.”“알아.”“그런데.”“밥부터 먹어.”“또 미루네.”“안 미뤄.”도윤은 물컵까지 놓은 뒤 맞은편에 앉았다.그런데 평소와 달랐다.젓가락을 들었다가 다시 놓고, 물을 마셨다가 또 서연을 봤다.서연이 결국 웃었다.“그 말 하나가 그렇게 어려워?”“응.”“왜.”“어제 말했잖아.”“너무 커서?”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서연은 밥을 한 숟가락 먹었다.“그럼 하지 마.”도윤의 표정이 굳었다.“뭐?”“억지로 할 필요 없다고.”“억지 아니야.”“근데 그렇게 긴장하잖아.”“그건.”“나는 이미 알아.”도윤이 그녀를 봤다.서연은 아무렇지 않게 김을 집었다.“당신이 나 좋아하는 거.”“좋아하는 거랑은 달라.”서연의 손이 멈췄다.도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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