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톱스타 전남친에게 숨겨둔 아이를 들켰다: Kapitel 31 – Kapitel 40

161 Kapitel

31화

축하연이 시작된 지 한참이 지났지만 박서연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30화에서 마주친 정체불명의 인물이 남긴 말이 자꾸 머릿속을 건드렸다.무슨 뜻이었는지, 왜 하필 자신에게 그런 말을 남겼는지 생각할수록 불편한 마음이 커졌지만, 서연은 애써 다른 생각을 했다.지금 당장 확인할 수 없는 일이라면 잠시 묻어 두는 편이 나았다.“일단은 신경 쓰지 말자.”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뒤 서연은 잔을 내려놓았다.그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조정우가 자연스럽게 그녀의 빈 접시를 채워 주었다.“이거 먹어. 아까부터 제대로 못 먹었잖아.”“저 괜찮아요.”“괜찮은 사람이 얼굴이 왜 이렇게 피곤해 보여.”서연은 피식 웃었다.“정우 씨는 남 걱정할 처지가 아니면서.”조정우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했다.“나는 원래 남 걱정하는 게 취미야.”그 말에 서연은 웃었다.둘 사이에 편안한 분위기가 번졌다.그 모습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윤도운이 보고 있었다.그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대본을 펼쳐 놓았지만, 몇 분째 같은 페이지에서 눈이 움직이지 않았다.손끝에 잡힌 대본 모서리가 조금씩 구겨졌다.강혜원은 그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그녀는 일부러 도운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오빠, 저 둘 진짜 잘 어울리지 않아?”도운은 대답하지 않았다.“서연 씨랑 정우 씨 말이야. 요즘 보면 정말 부부 같더라.”“그래?”혜원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둘이 같이 있으면 편해 보여. 아무래도 오래 같이 지낸 사이니까 그런가 봐.”도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그런 얘기를 왜 나한테 해.”“왜? 틀린 말도 아닌데.”혜원은 일부러 서연 쪽을 바라봤다.“오빠는 별로 안 궁금해?”도운은 잔을 내려놓았다.“안 궁금해.”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의 눈은 이미 서연에게 가 있었다.조정우가 서연의 어깨에 흘러내린 숄을 챙겨 주려 손을 뻗었다.그 모습을 본 순간 도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나 먼저 갈게.”혜원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벌써?”“할 일이 있어.”도운은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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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원래 촬영팀 사람들한테 다 이렇게 세심해요?”조정우의 질문에 윤도운이 천천히 돌아봤다.“무슨 뜻이야?”“말 그대로예요”정우는 서연의 어깨에 걸린 숄을 바라보다가 도운에게 시선을 옮겼다.“사람들 앞에서는 별 관심 없는 척하더니, 서연 씨한테는 꽤 신경을 쓰는 것 같아서”“그냥 떨어져 있어서 그런 거야”도운은 더 묻지 말라는 듯 대본을 접었다.그러나 정우는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그렇구나”짧은 대답이었지만 그 안에는 쉽게 넘기지 않겠다는 마음이 묻어 있었다.서연은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긴장을 느끼면서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괜히 한마디를 보태면 서로의 감정만 더 선명해질 것 같았다.그때 진행 스태프가 인터뷰 준비가 끝났다고 알려왔다.두 사람은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조명이 켜지자 조금 전의 분위기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서연은 카메라가 꺼진 뒤에도 방금 들은 말을 떨쳐내지 못했다.사이가 좋긴 하죠.도운이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을 것이다.그런데 그 말은 오래전 자신이 알고 있던 윤도운과 너무 닮아 있었다.서연이 무심코 웃음을 보이면 따라 웃고, 자신이 힘들어하면 가장 먼저 알아차리던 사람.그 시절에는 그런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당연해서 소중한 줄도 몰랐다.지금은 달랐다.그 작은 다정함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렸다.“두 분이 이번 작품에서 호흡이 정말 좋았다는 평가가 많습니다”기자가 웃으며 질문을 이어갔다.“혹시 사적으로도 사이가 좋은 거 아니에요?”서연은 잠시 웃었다.“호흡이 잘 맞는 것뿐이에요”대답이 끝나자마자 도운이 자연스럽게 말을 받았다.“사이가 좋긴 하죠”말을 뱉은 순간 도운 자신도 멈칫했다.서연이 옆에서 그를 바라봤고, 기자의 눈빛에는 재미가 번졌다.“두 분 정말 친한 사이 맞네요?”도운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웃었다.“작품을 같이 오래 하다 보니 편해진 것뿐입니다”카메라가 돌아가는 동안에는 누구도 그 말의 의미를 파고들지 않았다.하지만 인터뷰가 끝나자 도운은 서연과 눈을 마주치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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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아침부터 촬영장 안팎이 부산스러웠지만 박서연은 대본에 좀처럼 집중하지 못했다. 어젯밤 윤도운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가 끝내 아무것도 아니라고 돌아섰던 순간이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다. 무슨 말을 하려 했던 것인지 궁금했으나, 먼저 묻는 순간 자신이 아직도 그의 말 한마디에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같아 애써 마음을 접었다.그렇게 촬영을 준비하고 있는데 유나가 서연의 손을 잡아끌었다.“엄마, 저기 뭐 왔어.”현관 쪽을 보니 커다란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발신인을 확인한 서연은 금세 누가 보낸 것인지 알아차렸고, 유나가 상자부터 열겠다고 조르는 바람에 더 묻지 못한 채 함께 바닥에 앉았다.뚜껑을 열자 그림책과 색연필, 작은 가방과 인형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생일까지 시간이 남았는데도 정우가 미리 선물을 보낸 모양이었다.“이거 다 내 거야?”“그런가 봐. 정우 아저씨가 보냈네.”“아저씨 최고다.”유나는 좋아서 상자 안을 뒤적였고, 서연 역시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다만 그 웃음 뒤에는 묘한 미안함이 남았다. 정우는 늘 이렇게 아무 말 없이 자신과 유나를 챙겼고, 서연은 그 다정함을 고맙게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에게 너무 많은 마음을 받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그때 촬영장 한쪽에 있던 윤도운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닿았다. 그는 다른 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누는 척했으나, 유나가 상자에서 선물을 꺼낼 때마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돌아갔다.손에 들린 대본은 어느새 구겨지고 있었다.“도운 씨, 촬영 들어갑니다.”스태프의 말에 도운은 대본을 펼쳤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촬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몇 번이나 같은 장면을 다시 확인했고, 결국 감독에게 괜찮다는 말을 들은 뒤에도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촬영이 끝난 뒤 도운은 평소보다 늦게까지 현장에 남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문을 닫은 장난감 가게 앞에서 걸음까지 멈췄다. 쇼윈도 안쪽에 놓인 작은 곰인형 하나가 눈에 들어왔는데, 한쪽 귀가 접힌 모양을 보는 순간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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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유나의 질문이 떨어진 순간, 박서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아빠도 이런 거 사줘?”아이에게는 그저 궁금해서 던진 말이었지만, 서연에게는 가슴 깊은 곳을 건드리는 한마디였다.“왜 갑자기 아빠 이야기를 해?”서연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물었으나, 유나는 오히려 고개를 갸웃했다.“친구들은 아빠가 생일 선물 사준대. 그래서 우리 아빠도 사주는지 궁금했어.”그때 도운이 유나 앞에 쪼그려 앉았다.“유나야.”“응?”“아빠가 꼭 있어야 선물을 받는 건 아니야.”유나는 곰인형의 귀를 만지면서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물었다.“그럼 아저씨는 왜 사줬어?”도운의 시선이 흔들렸다.서연도 숨을 죽인 채 그를 바라봤지만, 도운은 잠시 말을 고르다가 유나의 손에 들린 곰인형을 가리켰다.“갖고 싶어 보였으니까.”“내가 갖고 싶다고 말했어?”“말 안 해도 알 수 있어.”서연은 그 대답이 너무 자연스러워 오히려 가슴이 먹먹해졌다.유나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보면 눈을 반짝이는지 도운은 어느새 하나씩 알아가고 있었다.“엄마가 사주면 되잖아.”유나가 서연을 바라보며 웃었다.“엄마도 사줘?”“당연하지.”서연은 아이를 안아 주었고, 품 안으로 파고드는 작은 몸 때문에 마음이 더 아파졌다.그날 오후, 유나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촬영팀과 연계한 행사가 열렸고 서연도 함께 참석했다.도운 역시 촬영팀 대표로 자리에 나왔으며, 행사가 시작되자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처음에는 어색하게 주변을 둘러보던 도운도 유나가 종이비행기를 접어 달라고 조르자 결국 아이 옆에 앉았다.“이렇게 접는 거 맞아?”“아니. 거기 반대로.”“너보다 못 접네.”유나가 깔깔 웃자 도운도 따라 웃었고, 서연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입가를 올렸다.그러다 유나가 종이비행기를 들고 일어서려는 순간 발을 헛디뎠고, 도운은 생각할 틈도 없이 아이의 몸을 붙잡았다.“괜찮아?”“응. 하나도 안 아파.”도운은 아이의 무릎을 살피다가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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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공개수업 영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퍼졌다.처음에는 행사에 참석했던 학부모들이 재미 삼아 올린 짧은 영상에 불과했으나, 윤도운이 유나 옆에 앉아 종이비행기를 접어 주고 아이가 넘어지려는 순간 망설임 없이 붙잡는 장면이 퍼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특히 유나가 도운의 손을 잡고 웃는 모습이 함께 찍히자 댓글에는 비슷한 질문이 쏟아졌다.‘도윤이 진짜 아이 아빠 아니야?’‘저 정도면 친딸처럼 대하는데?’‘박서연이랑 무슨 사이였던 거야?’서연은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야 영상을 확인했고, 화면 속 유나와 도운을 한참 바라보다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사람들의 추측이 무서운 건 아니었다.문제는 자신도 그 질문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도운은 유나에게 지나치게 자연스러웠고, 유나 역시 그를 낯선 사람처럼 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서연에게는 아직 분명한 결과가 있었다.유나는 윤도운의 친딸이 아니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말이 아무리 커져도 서연은 쉽게 흔들리지 않으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도운이 아이를 바라보던 순간만큼은 자꾸 마음에 남았다.“이게 왜 이렇게까지 퍼졌지?”매니저가 휴대전화를 내려다보며 걱정하자 서연은 한숨을 삼켰다.“유나한테만 안 보이면 돼.”“이미 기사까지 준비하는 곳이 있대요.”서연은 대답하지 못했다. 아이에게 상처가 되는 일만큼은 막고 싶었지만, 이제는 자신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더구나 5년 전 자신이 도운과 헤어진 뒤에도 사람들의 관심을 피해 유나를 지켜야 했던 시간을 생각하면, 이번 일은 단순한 연예계 소문으로 넘길 수 없었다. 서연은 괜히 유나의 손을 한 번 더 꼭 잡았고, 아이가 아무것도 모른 채 웃는 모습을 보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지켜야 한다고 마음먹었다.그날 저녁 촬영장에 도운이 나타나자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몰렸다.“도운 씨, 요즘 인기 장난 아니던데요.”“왜요?”“유나랑 찍힌 영상 때문에 난리 났어요. 진짜 딸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던데.”농담처럼 던진 말이었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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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촬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고, 배우와 스태프들은 제대로 앉아 밥을 먹을 틈도 없이 다음 장면을 준비했다. 서연은 유나가 배고프다고 할까 봐 미리 김밥을 챙겨 왔지만, 아이는 오전 내내 자신을 따라다닌 탓에 어느새 의자에 기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그러다 어디선가 컵라면 냄새가 퍼지자 유나가 고개를 들었다.“엄마, 나 라면 먹고 싶어.”“많이 배고팠어?”“응. 조금만 먹을래.”서연은 뜨거운 물을 받아 컵에 부었고, 유나가 젓가락을 들고 기다리는 동안 포장지를 정리했다. 그런데 면이 익자마자 유나가 성급하게 젓가락을 넣으려 하자, 옆에 있던 도윤이 먼저 컵을 가져갔다.“아직 뜨거워.”“괜찮은데.”“안 괜찮아. 입 데.”도윤은 면을 들어 올려 몇 번 불었고, 손등으로 온기를 확인한 뒤에야 유나에게 건넸다. 유나는 아무 의심 없이 입을 벌렸고, 한입 받아먹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며 도윤을 올려다봤다.“맛있어.”“천천히 먹어.”“한 번 더.”도윤은 다시 면을 집었고, 유나가 기다리는 동안 조금 더 식혀 주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서연은 손에 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별것 아닌 행동인데도 가슴이 이상하게 저려 왔다. 도윤이 유나에게 음식을 식혀 주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마치 처음 해 보는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서연은 그 순간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 수 없었다. 도윤의 시선이 아이에게 머무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향하는 것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 애매한 마음이 오히려 서연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고,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시선을 돌렸다.그 순간 5년 전의 밤이 떠올랐다. 병원에서 유나를 혼자 낳은 뒤 처음 이유식을 먹이던 날이었다. 작은 숟가락에 음식을 담아 몇 번이고 입김을 불었고, 혹시라도 아이가 뜨거워할까 손등으로 온도를 확인하면서 조심스럽게 입가에 가져갔다. 겨우 한 숟갈을 받아먹은 유나가 입술을 오물거리자 서연은 그 모습만 바라보다 눈물을 흘렸다. 아무도 곁에 없었지만 그때만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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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유나의 말이 끝난 뒤에도 도윤은 한동안 젓가락을 내려놓지 못했다. 정우가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고, 그 이유를 묻고 싶은 마음과 묻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서로 부딪쳤다.“왜요?”서연이 도윤을 바라보자 그제야 그는 젓가락을 내려놓았고, 유나가 곰인형을 끌어안은 채 옆에 앉아 있는 모습을 바라봤다.“아무것도 아니야. 먹어.”서연은 그 말이 끝난 뒤에도 도윤의 눈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괜히 마음이 불편해졌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아이 앞에서 굳이 어른들의 감정을 꺼내고 싶지 않았고, 자신 역시 도윤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으니까.다음 날 촬영장에는 어제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공개수업 영상이 온라인에서 계속 퍼지면서 도윤과 유나를 둘러싼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고, 서연은 휴대전화를 확인할 때마다 새로운 기사와 댓글이 올라오는 것을 보게 됐다.“요즘 유나 이야기하는 사람들 많더라.”정우가 촬영장에 들어오며 그렇게 말했지만, 서연은 그가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어제는 갑자기 못 와서 미안해.”“괜찮아. 무슨 일 있었어?”서연이 묻자 정우는 잠시 그녀를 바라봤고, 곧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별일 아니었어. 신경 쓰지 마.”서연은 더 캐묻지 않았지만, 어제와 달라진 정우의 표정이 마음에 남았다. 그러던 중 촬영 준비가 시작됐고, 정우는 서연이 얇은 외투 하나만 걸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추워.”“괜찮아.”“괜찮기는.”정우는 서연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녀의 외투 앞부분을 여며 주었다. 바람이 세게 불어 옷깃이 벌어져 있었기에 단추를 하나씩 채우고 목 부분까지 정리해 주었는데, 서연은 가까워진 그의 얼굴을 보며 잠시 말을 잃었다.“이제 됐어.”“아직.”정우가 마지막 단추를 확인하고 손을 거두자 서연은 어색하게 웃었다.“고마워.”“이런 건 고맙다고 하는 거 아니야.”그 장면을 분장실에서 나오던 도윤이 보게 됐다. 그는 두 사람을 향해 걸어오다가 멈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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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유치원에서 전화가 온 것은 오후 늦게였다.서연은 촬영을 잠시 멈추고 전화를 받았지만,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어머니, 혹시 지금 유치원으로 오실 수 있으세요?”“무슨 일인데요?”“조금 전에 정문 앞에 낯선 사람이 계속 서 있었어요. 처음에는 학부모인가 싶었는데,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저희 선생님에게 유나가 어느 반인지, 몇 시에 나오는지 물었어요.”서연의 손에서 휴대전화가 미끄러질 뻔했다.“유나한테는 아무 일 없었어요?”“네. 아이들은 안쪽에 있어서 직접 마주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오늘은 제가 유나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와 있으려고요.”“알겠습니다. 지금 갈게요.”전화를 끊자 서연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5년 동안 숨겨 온 일이 한꺼번에 떠올랐다.혹시 자신이 아니라 유나를 찾아온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조차 생각나지 않았으며, 가슴은 이미 무언가를 예감한 것처럼 거칠게 뛰고 있었다.서연은 가방을 챙기면서도 자꾸 손이 떨렸고, 평소라면 매니저에게 상황을 알리고 함께 움직였겠지만 오늘만큼은 주변에 사람이 많다는 사실조차 불안했다.혹시 누군가 유나를 알아보고 일부러 접근한 것이라면, 자신이 도착하기 전에 아이가 밖으로 나오는 일이 생길 수도 있었다.선생님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유나가 안전한지 확인한 뒤 서연은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지만, 몇 걸음 걷지 못하고 멈춰 섰다.다리에 힘이 풀렸고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배어 있었다.그때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정우였다.서연은 급하게 휴대전화를 열어 연락처를 찾았고, 화면 위에 정우의 이름이 뜨자 손가락이 그쪽으로 향했다.그런데 누르려던 순간 멈췄다.정우에게 전화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유나를 데려간다고 말할 수도 없었고, 자신이 왜 이렇게 겁에 질렸는지 설명할 자신도 없었다.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자신을 믿고 움직여 줄 사람이 필요했다.서연의 손가락이 정우의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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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유치원으로 향하는 내내 서연은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선생님에게 다시 연락해 유나가 안에 있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지만,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도윤에게 주소를 보낸 뒤에는 그가 얼마나 빨리 올 수 있을지 계산하듯 시간을 확인했고, 그때마다 초조함이 더 커졌다.유치원에 도착했을 때 선생님은 서연을 보자마자 안쪽으로 데려갔다. 다행히 유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 다른 아이들과 떨어져 선생님 옆에 앉아 있었고, 서연을 발견하자 곧장 달려와 품에 안겼다.“엄마, 왜 이렇게 늦게 왔어?”“미안해. 엄마가 금방 오려고 했는데 조금 늦었어”서연은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안도의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았고, 유나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면서 혹시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살폈다.“선생님, 그 사람은 아직 밖에 있어요?”“아니요. 조금 전에 자리를 옮겼어요. 그런데 유나에 대해 물어본 건 확실해요. 이름까지 묻길래 이상해서 말씀드린 거예요”서연의 얼굴이 굳었다. 단순한 팬이라면 아이의 이름과 하원 시간까지 알아내려 했을 리 없었고, 혹시 자신이 모르는 누군가가 유나를 알고 있는 것이라면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위험했다.그때 유치원 밖에서 차가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문이 열리더니 도윤이 안으로 들어왔다.“서연아”그 목소리를 듣자 서연은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안도할 틈도 없이 도윤은 곧장 유나에게 다가갔다.“유나야, 괜찮아?”“응. 나 아무 일도 없었어”“그래?”도윤은 아이의 얼굴을 살핀 뒤 서연에게 시선을 옮겼다. 서연이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숨을 내쉬었지만, 손끝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밖에 누가 있었는지 확인했어?”“선생님 말로는 남자였대. 모자랑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은 못 봤고”도윤은 잠시 생각하다가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유치원 주소 보낼게. 주변 CCTV부터 확인해 줘. 그리고 오늘 촬영장하고 유치원 근처에 기자나 팬들이 있었는지도 알아봐”전화를 끊은 뒤에도 그는 서연과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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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팬 사건이 지나간 뒤에도 도윤의 하루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사람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촬영을 이어갔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유나의 얼굴과 서연의 표정이 번갈아 떠올랐고, 결국 그는 침대에 누운 채 한참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날 밤도 마찬가지였다. 도윤은 몇 번이나 눈을 감았다가 다시 휴대전화를 확인했고, 새벽 두 시가 가까워졌을 무렵 서연에게서 온 메시지를 발견했다.‘우리 둘 다 무사히 잘 거야.’짧은 문장이었다. 별다른 의미도 없어 보였지만, 그 글자를 읽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다. 도윤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눈을 감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화면을 켰다.왜 이러는 걸까.유나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설명이 됐다. 아이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 신경이 쓰이는 것도 당연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역시 책임감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이상했다. 유나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5년 전에도 서연을 떠올렸으니까.도윤은 결국 몸을 일으켜 침대 끝에 앉았다. 창문 사이로 들어온 달빛이 바닥에 길게 걸쳐 있었고, 그는 한동안 그 빛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유나가 있다는 걸 몰랐을 때도… 왜 나는 너를 떠올렸지?”대답할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선명했다. 자신이 그동안 ‘유나 때문’이라는 이유 뒤에 숨겨 두었던 감정이 사실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는 것.도윤은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5년 동안 애써 세워 놓았던 벽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는 아직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싶지 않았다.다음 날 촬영장에 도착하자 혜원이 먼저 그를 찾아왔다. 어제부터 도윤의 주변을 맴돌던 그녀는 서연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자연스럽게 그의 앞을 막아섰다.“오빠, 어젯밤 새벽 2시까지 온라인이던데.”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누구 생각했어요?”장난처럼 던진 질문이었지만, 혜원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도윤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옆으로 옮겼고, 그 끝에 서연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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