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고, 배우와 스태프들은 제대로 앉아 밥을 먹을 틈도 없이 다음 장면을 준비했다. 서연은 유나가 배고프다고 할까 봐 미리 김밥을 챙겨 왔지만, 아이는 오전 내내 자신을 따라다닌 탓에 어느새 의자에 기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그러다 어디선가 컵라면 냄새가 퍼지자 유나가 고개를 들었다.“엄마, 나 라면 먹고 싶어.”“많이 배고팠어?”“응. 조금만 먹을래.”서연은 뜨거운 물을 받아 컵에 부었고, 유나가 젓가락을 들고 기다리는 동안 포장지를 정리했다. 그런데 면이 익자마자 유나가 성급하게 젓가락을 넣으려 하자, 옆에 있던 도윤이 먼저 컵을 가져갔다.“아직 뜨거워.”“괜찮은데.”“안 괜찮아. 입 데.”도윤은 면을 들어 올려 몇 번 불었고, 손등으로 온기를 확인한 뒤에야 유나에게 건넸다. 유나는 아무 의심 없이 입을 벌렸고, 한입 받아먹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며 도윤을 올려다봤다.“맛있어.”“천천히 먹어.”“한 번 더.”도윤은 다시 면을 집었고, 유나가 기다리는 동안 조금 더 식혀 주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서연은 손에 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별것 아닌 행동인데도 가슴이 이상하게 저려 왔다. 도윤이 유나에게 음식을 식혀 주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마치 처음 해 보는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서연은 그 순간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 수 없었다. 도윤의 시선이 아이에게 머무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향하는 것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 애매한 마음이 오히려 서연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고,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시선을 돌렸다.그 순간 5년 전의 밤이 떠올랐다. 병원에서 유나를 혼자 낳은 뒤 처음 이유식을 먹이던 날이었다. 작은 숟가락에 음식을 담아 몇 번이고 입김을 불었고, 혹시라도 아이가 뜨거워할까 손등으로 온도를 확인하면서 조심스럽게 입가에 가져갔다. 겨우 한 숟갈을 받아먹은 유나가 입술을 오물거리자 서연은 그 모습만 바라보다 눈물을 흘렸다. 아무도 곁에 없었지만 그때만
Zuletzt aktualisiert : 2026-09-04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