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톱스타 전남친에게 숨겨둔 아이를 들켰다: บทที่ 61 - บทที่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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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화

“서연아—”도윤은 이름을 부른 뒤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서연은 기다렸다. 아침부터 수십 번 상상했던 말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아이 때문만은 아니라는 말, 아직 마음이 남아 있다는 말, 어쩌면 자신도 같은 곳을 보고 있었다는 말.하지만 도윤의 입에서 나온 것은 전혀 다른 말이었다.“미안해.”서연의 눈이 흔들렸다.“뭐가?”“다.”도윤은 짧게 대답했다.“네가 유나를 혼자 낳은 것도, 혼자 키운 것도.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너 미워했던 것도.”“그건 당신 잘못 아니야.”“아니.”도윤이 바로 잘랐다.“내가 몰랐다는 게 잘못이 아니라고 해도, 모르고 했던 짓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서연은 입술을 다물었다.처음 다시 만났던 날, 연회장에서 자신을 몰아붙이던 얼굴이 떠올랐다. 촬영장에서 일부러 모른 척했고, 상처받은 만큼 돌려주겠다는 듯 굴었던 시간도.그런데 이상하게 원망은 먼저 나오지 않았다.도윤이 지금 어떤 얼굴로 그 시간을 돌아보고 있는지 보여서였다.“나도 당신한테 말 안 했어.”“알아.”“그러니까 혼자 다 책임지려고 하지 마.”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서연이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오늘 할 말이 그거였어?”그의 시선이 잠깐 흔들렸다.“아니.”서연의 심장이 세게 뛰었다.“그럼?”도윤은 그녀를 오래 바라봤다. 입술이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불과 한 걸음이었다.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였는데, 도윤은 끝내 그 거리를 좁히지 않았다.“네가 왜 나한테 말하지 못했는지.”서연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그거부터 알고 싶어.”“도윤아.”“대답하라는 거 아니야.”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네 입으로 말하기 힘든 거면 하지 마. 내가 알아볼게.”서연은 순간 숨을 멈췄다.“뭘 알아본다는 거야?”“5년 전.”도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우리가 헤어진 날 전후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서연은 본능적으로 손을 움켜쥐었다.“하지 마.”도윤의 눈빛이 달라졌다.“왜?”“그냥 지나간 일이야.”“너한테는 지나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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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도윤은 재생 버튼을 멈추지 못했다.“박서연 씨, 내 아들 인생에서 사라져요.”서미란의 목소리는 냉정했다. 오래전 일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또렷했다.잠시 뒤 서연의 목소리가 들렸다.“제가 싫으신 건 알아요. 그래도 도윤 씨한테는 제가 직접 말하게 해주세요.”도윤의 손가락이 굳었다.“직접 말해서 뭘 하려고요? 임신했다는 말이라도 하게?”짧은 침묵 뒤에 서연이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도윤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그동안 수없이 맞춰보려 했던 조각 하나가 제자리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그 아이가 정말 우리 집안 핏줄이라고 생각해요?”서미란이 말을 이었다.“검사 결과도 봤잖아요.”도윤의 눈썹이 일그러졌다.녹음 속 서연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 검사가 잘못됐을 수도 있어요.”“그래서 내 아들 붙잡고 확인해보겠다는 거예요?”“저 그런 뜻 아니에요.”“그럼 조용히 떠나요. 도윤이 앞길 막지 말고.”도윤은 휴대폰을 귀에서 뗐다가 다시 들었다.목 안쪽이 타들어 갔다.5년 전 자신은 서연이 아무 말 없이 떠났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버렸다고, 다른 삶을 선택했다고 믿었다.그래서 다시 만난 뒤에도 마음껏 미워했다.그런데 그녀는 떠나기 전날까지 자신에게 말할 기회를 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녹음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서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돈 필요 없어요.”“그럼 원하는 게 뭐죠?”“도윤 씨만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도윤은 눈을 감았다.그 한마디가 가장 아팠다.자신은 그녀에게 가장 잔인한 사람이 되어 있었는데, 정작 서연은 떠나는 순간까지 자신이 다치지 않기를 바랐다.녹음이 끝났다.거실은 조용했다.도윤은 한동안 휴대폰만 내려다봤다.곧바로 어머니에게 전화할 수도 있었다. 당장 찾아가 따져 묻고,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소리칠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러지 않았다.지금 필요한 건 끝까지 확인하는 일이었다.그는 매니저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그때 친자 검사 자료도 찾아.”-친자 검사?“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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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도윤은 그날 촬영이 끝나자마자 본가로 향했다.서미란은 거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도윤이 예고도 없이 들어오자 찻잔을 내려놓으며 그를 바라봤다.“이 시간에 웬일이니?”도윤은 대답 대신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그리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박서연 씨, 내 아들 인생에서 사라져요.”서미란의 얼굴이 굳었다.녹음은 계속 흘렀다.“검사 결과도 봤잖아요.”서연의 떨리던 목소리까지 나오자 서미란이 손을 뻗어 휴대폰을 끄려 했다.도윤이 먼저 집어 들었다.“끝까지 들으세요.”“도윤아.”“저는 끝까지 들었습니다.”서미란은 입을 다물었다.녹음이 끝난 뒤에도 도윤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화를 내고 싶었다.그런데 막상 어머니를 마주하자 분노보다 먼저 떠오른 건 서연의 얼굴이었다.유나를 혼자 낳았고, 혼자 키웠고, 다시 만난 뒤에도 아무 말 하지 못한 여자.그 시간을 만든 사람이 눈앞에 있었다.“검사도 어머니가 손댄 겁니까?”“무슨 소리니.”도윤은 인쇄한 서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내려놨다.“검체 번호가 다릅니다.”서미란의 시선이 종이 위에 떨어졌다.“접수된 번호하고 결과지 번호가 달라요.”“난 모르는 일이야.”“외부 요청자 이름도 어머니예요.”그제야 서미란의 표정이 조금 흔들렸다.도윤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왜 그러셨어요?”“너를 위해서였다.”예상했던 말인데도 숨이 막혔다.“그 말 하지 마세요.”“그때 넌 앞길이 한창 열리던 때였어. 작품 하나 잘못 엮여도 몇 년이 흔들릴 시기였고, 그 여자까지 임신했다는 소문이 돌면 네가 가진 걸 전부 잃을 수도 있었어.”“그래서 제 아이까지 없던 아이로 만들었습니까?”서미란이 시선을 피했다.“확실하지 않았어.”“확실하지 않으니까 바꾸셨어요?”“나는 가능성을 없애려 했던 거야.”도윤이 헛웃음을 흘렸다.“누구 마음대로요?”“도윤아.”“제 인생이라면서요.”목소리가 높아지지는 않았다.오히려 낮아진 만큼 더 단단했다.“왜 제 인생을 어머니가 결정했습니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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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다음 날 아침, 서연은 촬영장에 도착하자마자 도윤부터 찾았다.어제부터 이상했다. 분명 가까워졌는데 도윤은 다시 한 발 물러나 있었다. 말을 아끼고, 필요 이상으로 다가오지 않았고, 자신을 볼 때마다 무언가 삼키는 사람처럼 굴었다.분장실 앞에서 마주친 도윤은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왔어?”“응.”서연은 그를 지나치려다가 멈췄다.“어제 어디 갔었어?”도윤의 시선이 잠깐 흔들렸다.“집에.”“당신 집?”“본가.”서연의 얼굴이 굳었다.도윤은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왜 그렇게 놀라.”“안 놀랐어.”“서연아.”그가 이름을 부르자 서연은 결국 시선을 피했다.“어머니 만났어?”“응.”“왜?”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그 침묵만으로 충분했다.서연의 손이 천천히 굳었다.“내 얘기 했어?”“했어.”“왜 그랬어.”“해야 하니까.”“내가 하지 말랬잖아.”서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지나가던 스태프가 두 사람을 힐끗 보자 도윤이 먼저 복도 끝 비상계단 쪽으로 걸었다.서연도 따라갔다.문이 닫히자마자 그녀가 물었다.“뭐까지 말했는데?”“다.”“다라니.”“녹음 파일 찾았어.”서연의 입술이 멎었다.도윤은 더 숨기지 않았다.“5년 전 어머니가 널 만나서 했던 말, 네가 나한테 직접 말하게 해달라고 했던 것도 들었어.”서연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오래 묻어둔 시간이 갑자기 눈앞에 되살아난 것처럼 그녀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걸 왜 이제 와서 찾아.”“이제라도 알아야 하니까.”“알면 뭐가 달라져?”도윤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서연이 웃었다. 웃음이라기보다 숨이 새는 소리에 가까웠다.“당신은 항상 그래.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면 끝까지 파헤쳐야 직성이 풀리잖아.”“이번엔 달라.”“뭐가.”“네가 그 안에 있었으니까.”서연의 눈이 흔들렸다.도윤은 한 걸음 가까이 갔다가 멈췄다.“검사 기록도 확인했어.”서연이 눈을 들었다.“검체 번호가 바뀌어 있었어.”그 말에 서연은 벽을 짚었다.이미 의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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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서연은 약속 시간보다 십 분 일찍 도착했다.5년 전에도 이 집에 온 적이 있었다.그때는 현관을 통과하는 것만으로 숨이 막혔고, 서미란 앞에 앉아 있는 동안 두 손을 무릎 아래 감춰야 할 만큼 떨었다.오늘은 달랐다.비서가 거실 문을 열자 서미란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앉아요.”서연은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테이블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차도, 과일도, 예전에 자신에게 내밀었던 두툼한 봉투도 없었다.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바라봤다.먼저 입을 연 것은 서미란이었다.“도윤이가 보냈어요?”“아니요.”“그럼 왜 왔죠?”서연은 가방을 내려놓았다.“제가 오고 싶어서요.”서미란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도윤이한테 녹음 파일 들었다면서요.”“네.”“검사 이야기도?”“들었어요.”서미란은 시선을 돌렸다.서연은 그 얼굴을 보며 이상할 만큼 아무 감정도 올라오지 않는 자신을 깨달았다.5년 동안 머릿속에서 수없이 미워했던 사람이었다.다시 만나면 따지고 싶었다. 왜 자신한테 그랬는지, 왜 아무 죄 없는 아이까지 지우려고 했는지 묻고 싶었다.막상 마주하고 나니 오래된 피로만 남아 있었다.“제가 하나만 물어볼게요.”서미란이 다시 그녀를 봤다.“그때 정말 검사 결과를 바꾸셨어요?”잠시 침묵이 흘렀다.“직접 바꾼 건 아니에요.”서연의 손가락이 움직였다.“그게 무슨 뜻이에요?”“사람을 시켰어요.”처음 듣는 인정이었다.서연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왜요?”서미란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도윤이는 그때 가진 게 너무 많았어요.”“그래서요?”“한 번 무너지면 다시 올라가기 어려운 자리였고, 회사에서도 도윤이를 두고 말이 많았어요. 연예계 활동을 계속할지, 경영으로 돌아올지도 정하지 못한 시기였으니까.”“그래서 제가 방해였어요?”“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어요.”서연은 헛웃음을 삼켰다.“제가 아니라 임신한 아이까지요?”서미란의 얼굴이 굳었다.“그 아이가 도윤이 아이인지 확신할 수 없었어요.”“그러니까 검사 결과를 바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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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나 이번에는 안 도망쳤어.”전화기 너머에서 한동안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서연은 괜히 휴대폰을 귀에서 떼어 화면을 확인했다. 통화는 끊기지 않았다.“도윤아?”그제야 낮은 목소리가 돌아왔다.“거기 있어.”“왜?”“가지 말고 기다려.”“나 집 가려고 했는데.”“십 분이면 돼.”통화가 끊겼다.서연은 대문 앞에 서서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십 분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채 칠 분도 지나지 않아 검은 차 한 대가 골목 안으로 들어왔다.도윤이 직접 운전하고 있었다.차가 멈추자마자 문이 열렸다.도윤은 거의 뛰다시피 다가왔다.“괜찮아?”첫마디가 그거였다.서연은 어이가 없어 웃었다.“뭐가?”“어머니가 무슨 말 했어?”“많이.”도윤의 얼굴이 굳었다.“또 뭐라고 했는데?”“그런 표정 하지 마.”“서연아.”“사과받았어.”도윤이 그대로 멈췄다.“뭐?”“당신 어머니가 사과했다고.”그는 선뜻 믿지 못하는 얼굴이었다.서연은 가방에서 접어둔 메모를 꺼냈다.5년 전 자신이 남겼던 글이었다.도윤은 메모를 받아 펼쳤다.‘돈은 필요 없습니다. 도윤 씨한테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겠습니다.’그 아래 문장을 읽는 순간 그의 손이 멈췄다.‘대신 제 아이만은 건드리지 말아주세요.’도윤은 한참 동안 종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이거 네가 쓴 거야?”“응.”“왜 난 이런 게 있는지도 몰랐지?”“당연하지. 당신한테 안 보여주려고 쓴 건데.”서연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도윤은 웃지 못했다.그가 메모를 다시 접으려 하자 서연이 손을 내밀었다.“줘.”도윤은 건네주지 않았다.“왜.”“잠깐만.”그는 다시 펼쳤다.오래된 종이 위에 눌러 쓴 글씨를 손가락으로 짚었다.“이때도 유나 지키려고 했네.”서연은 대답하지 않았다.“혼자서.”도윤의 마지막 말이 유난히 오래 남았다.서연은 메모를 빼앗듯 가져와 가방에 넣었다.“그만 봐.”“미안해서 그래.”“또 그 말.”“해야 할 때 못 했으니까.”서연이 그를 바라봤다.“당신이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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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유나는 도윤의 손을 잡은 채 거실로 끌고 갔다.“이거 봐.”바닥에는 색연필과 도화지가 잔뜩 펼쳐져 있었다.도윤이 무릎을 굽혀 앉자 유나가 그림 한 장을 내밀었다.세 사람이 나란히 서 있었다.가운데에는 유나, 양옆에는 서연과 도윤이 있었다. 머리 위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름까지 적혀 있었다.도윤은 아무 말 없이 그림을 바라봤다.“이게 엄마.”“응.”“이게 나.”“응.”유나가 마지막 사람을 손가락으로 짚었다.“이건 아저씨.”도윤의 시선이 잠깐 멈췄다.“나도 있어?”“응. 놀이공원 갔으니까.”유나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더니 색연필 하나를 집어 들었다.“근데 아저씨 머리 이상하게 그렸어.”“왜?”“진짜보다 못생겼어.”주방으로 가던 서연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도윤이 그녀를 돌아봤다.“웃어?”“유나가 맞는 말 했는데.”“둘이 아주 잘 맞네.”서연은 냉장고를 열었다.“밥 먹었어?”도윤이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아직.”“그럴 줄 알았어.”서연은 남아 있던 반찬을 꺼내기 시작했다.도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뭐 해?”“도울게.”“됐어.”“앉아만 있으라고 들여보낸 건 아니잖아.”서연은 그를 한번 쳐다봤다가 빈 그릇을 건넸다.“그럼 이거나 놔.”도윤은 말없이 식탁 위에 그릇을 놓았다.유나가 뒤따라와 의자에 올라앉았다.“아저씨도 밥 먹고 가?”“엄마가 가라고 하면.”유나가 곧장 서연을 바라봤다.“엄마.”서연은 밥을 푸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왜?”“아저씨 밥 먹고 가도 돼?”도윤도 서연을 바라봤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먹으라고 차리는 거잖아.”도윤의 입가가 조금 올라갔다.“알았어.”세 사람이 한 식탁에 앉았다.거창한 음식은 없었다. 된장국과 계란말이, 김치 몇 조각이 전부였다.그런데 도윤은 좀처럼 젓가락을 들지 못했다.서연이 물었다.“왜 안 먹어?”“먹어.”“그럼 먹어.”도윤이 뒤늦게 밥을 한 숟갈 떴다.유나는 계란말이를 먹다가 자기 접시에서 가장 큰 조각 하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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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다음 날 아침, 서연은 현관문을 열자 문고리에 걸린 작은 종이봉투를 발견했다.안에는 우유 한 팩과 유나가 좋아하는 요구르트가 들어 있었다.봉투 손잡이에 메모 한 장이 끼워져 있었다.‘물티슈도 문 앞에 뒀어.’서연은 복도 바닥을 내려다봤다.옆에는 물티슈 두 묶음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휴대폰을 꺼내 도윤에게 전화를 걸자 한 번 만에 받았다.“왜?”“이거 당신이지?”“뭐가.”“모르는 척하지 마.”도윤이 잠깐 웃었다.“어제 떨어졌다며.”“내가 사면 되잖아.”“나도 살 수 있잖아.”“당신 지금 어디야?”“촬영장 가는 중.”서연이 창밖을 내다봤다.“설마 이것 때문에 일부러 왔다 간 거야?”“지나가는 길이었어.”“당신 집에서 여기 지나가려면 길을 완전히 돌아와야 하거든?”잠시 침묵이 흘렀다.“그럼 좀 돌아왔나 보지.”서연은 결국 웃었다.“진짜 이상해졌어.”“끊는다. 늦겠다.”“도윤아.”“응.”“고마워.”이번에는 도윤 쪽이 아무 말이 없었다.몇 초 뒤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응.”전화가 끊기자 서연은 메모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유나가 방에서 뛰어나왔다.“엄마, 우유!”“봤어?”“아저씨가 샀어?”서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유나는 우유를 품에 안았다.“아저씨 착하다.”서연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게 웃었다.촬영장에서도 도윤은 달라진 게 없었다.서연에게 일부러 다가오지 않았고, 필요 없는 말을 붙이지도 않았다.다만 촬영이 밀려 서연이 점심을 놓쳤을 때 대기실 테이블에는 샌드위치와 따뜻한 커피가 놓여 있었다.누가 두고 갔는지 물을 필요도 없었다.옆에 있던 스태프가 말했다.“도윤 씨 매니저가 두고 갔어요.”서연은 샌드위치 포장을 뜯다가 손을 멈췄다.메모 같은 건 없었다.그게 더 도윤다웠다.멀리서 다음 장면을 준비하던 도윤과 눈이 마주쳤다.서연이 샌드위치를 살짝 들어 보이자 그는 고개만 한번 끄덕이고 다시 대본을 봤다.그날 오후, 도윤은 촬영이 끝나자 곧장 회사로 향했다.책상 위에는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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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그것까지 사과해야 할 것 같아서 전화했어요.”서연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서미란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당신한테 들어가기로 했던 작품 두 편, 광고 하나. 내가 사람을 통해 막았어요.”서연의 손끝이 차가워졌다.5년 전 일이 한꺼번에 떠올랐다.오디션까지 끝내고 출연이 확정됐던 작품이 하루아침에 취소됐고, 계약서에 도장까지 찍었던 광고도 이유 없이 엎어졌다. 당시에는 임신 사실이 새어 나간 줄 알았다. 혹은 자신이 부족해서 밀려난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더 악착같이 버텼다.아이까지 가진 자신이 망가진 건 전부 자신의 선택 때문이라고 믿으면서.“왜요?”서연이 겨우 물었다.“제가 도윤 씨한테 다시 갈까 봐요?”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잠시 뒤 서미란이 말했다.“그랬어요.”서연은 눈을 감았다.“사모님은 제가 그렇게 무서웠어요?”“당신이 무서웠던 게 아니라 도윤이가 변하는 게 무서웠어요.”“무슨 뜻이에요?”“그 애는 원래 누구 때문에 자기 계획을 바꾸는 아이가 아니었어요.”서미란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그런데 당신을 만난 뒤 처음으로 자기 것을 내려놓으려고 하더군요. 작품도, 회사 일도, 내가 정해놓은 미래도.”서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때는 그게 망가지는 거라고 생각했어요.”“그래서 저를 망가뜨렸네요.”서미란이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그 침묵이 대답이었다.서연은 창가로 걸어갔다.유나가 거실 바닥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색연필을 바꿔가며 무언가를 열심히 채우고 있었다.“저 그때 정말 힘들었어요.”서연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일이 다 끊기니까 당장 병원비부터 걱정했어요. 유나 낳고도 산후조리원 못 갔고, 몸도 제대로 못 추스른 채 일자리 찾았어요.”서미란의 숨소리가 들렸다.“그때마다 내가 능력이 없어서 그런 줄 알았어요.”“미안해요.”“그 말 듣는다고 그때로 돌아가지는 않아요.”“알아요.”서연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예전 같았으면 전화를 끊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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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화

다음 날 아침, 서연이 유나의 머리를 묶어주고 있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문을 열자 도윤이 서 있었다.한 손에는 종이봉투, 다른 손에는 커피 두 잔이 들려 있었다.서연이 시간을 확인했다.“이 시간에?”“아침 먹으라며.”“내가?”“아무거나 먹고 싶다고 했잖아.”“그게 사달라는 뜻은 아니었는데.”도윤은 대꾸하지 않고 봉투를 내밀었다.“유나는 계란 들어간 거.”그 순간 안쪽에서 유나가 달려왔다.“아저씨!”도윤의 표정이 바로 풀렸다.“일어났어?”“응.”유나는 봉투를 발견하고 눈을 반짝였다.“내 거야?”“네 거 있어.”“들어와!”아이의 말에 도윤의 발이 움직이다 멈췄다.그는 먼저 서연을 봤다.서연은 그 시선을 알아차리고 문을 더 열었다.“먹고 가.”도윤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세 사람은 식탁에 둘러앉았다.유나는 샌드위치를 먹느라 바빴고, 도윤은 컵에 우유를 따라줬다. 서연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이런 장면이 이제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다.그 사실이 오히려 낯설었다.식사를 마친 뒤 유나가 방으로 들어가자 서연이 물었다.“오늘 스케줄 없어?”“오후부터.”“그럼 일부러 일찍 온 거야?”“응.”이번에는 둘러대지 않았다.서연이 그를 바라봤다.“요즘 진짜 이상하다.”“뭐가.”“예전에는 솔직한 말 하나 듣기가 그렇게 힘들었는데.”도윤이 피식 웃었다.“너도 마찬가지였어.”“나는 사정이 있었거든.”“나도 있었어.”“무슨 사정?”도윤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서연은 그 얼굴을 보다가 웃었다.“봐. 또 말 안 하잖아.”“그건 아직.”“뭐가 그렇게 어려운데?”도윤은 대답 대신 식탁 위 컵을 정리했다.서연은 그런 그를 한참 바라봤다.말하지 않는 대신 행동하는 사람.며칠 사이 도윤은 어머니를 찾아갔고, 과거의 기록을 다시 뒤졌고, 자신이 미처 몰랐던 일들까지 확인했다.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우유를 사고, 아침을 들고 왔다.서연은 문득 물었다.“그 자료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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