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톱스타 전남친에게 숨겨둔 아이를 들켰다: Kabanata 81 - Kabanata 90

165 Kabanata

81화

서연은 도윤 앞에 커피를 내려놓고 같은 소파 끝에 앉았다.유나는 방에서 깊이 잠들어 있었다.집 안에는 시계 초침 소리만 작게 들렸다.도윤이 커피잔을 들었다.“안 피곤해?”“조금.”“그럼 나 때문에 자는 시간 늦어지는 거 아니야?”서연이 그를 봤다.“내가 앉아 있으라며.”“그래서 신기해서.”“뭐가.”“나 안 보내는 거.”서연은 괜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커피 마시고 가라는 거야.”“알아.”도윤은 더 캐묻지 않았다.그게 서연에게는 오히려 편했다.예전의 도윤이라면 한 번 열린 틈을 놓치지 않고 더 가까이 왔을 것이다. 지금은 자신이 내준 자리만큼만 앉아 있었다.서연이 물었다.“유나 생일 어땠어?”“좋았어.”“그게 다야?”도윤이 잠시 생각했다.“조금 무서웠어.”뜻밖의 대답에 서연이 고개를 돌렸다.“뭐가 무서워?”“너무 좋으니까.”도윤은 손에 든 잔을 내려다봤다.“내가 이런 걸 가져도 되나 싶어서.”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침에 와서 같이 밥 먹고, 유나 데려다주고, 오늘처럼 생일 챙기고.”도윤이 작게 웃었다.“별것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처음이잖아.”“앞으로 하면 되지.”“네가 계속 허락해주면.”서연의 시선이 그에게 머물렀다.도윤은 그 말을 하고도 그녀를 재촉하지 않았다.답을 요구하지도 않았다.서연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당신 요즘 허락이라는 말 자주 한다.”“해야 하니까.”“예전에는 안 그랬잖아.”“예전에는 내가 너무 내 마음대로 했어.”서연이 피식 웃었다.“이제 알았어?”“많이 늦었지.”“많이.”도윤도 웃었다.그때 방문이 열렸다.잠옷 차림의 유나가 눈을 비비며 걸어나왔다.“엄마.”“왜 깼어?”“물.”도윤이 먼저 일어나 컵에 물을 따라왔다.유나는 물을 몇 모금 마시더니 자연스럽게 도윤 옆에 붙었다.“아저씨 아직 안 갔어?”“응.”“자고 가?”서연의 손이 멈췄다.도윤도 그대로 굳었다.“유나야.”“왜?”“아저씨는 집에 가야지.”유나는 졸린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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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아침 아홉 시가 되기 전부터 식탁 위에는 밥그릇 세 개가 놓여 있었다.서연은 국을 데우다 그걸 보고 잠깐 손을 멈췄다.예전에는 늘 두 개였다.자신과 유나 것.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하나를 더 꺼내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초인종은 아홉 시 정각에 울렸다.유나가 제일 먼저 현관으로 뛰어갔다.“아저씨!”문을 열자 도윤이 서 있었다.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서연이 그의 손을 확인했다.“빈손 맞네.”“커피도 사 오지 말라며.”“잘했어.”도윤은 그 말을 듣고도 바로 들어오지 않았다.서연이 한숨을 쉬었다.“또 왜 서 있어?”“들어가라고 안 했잖아.”“어제 오라고 했잖아.”“그래도.”서연이 몸을 옆으로 비켰다.“들어와.”그제야 도윤이 웃으며 신발을 벗었다.현관 한쪽에 놓여 있던 실내화를 자연스럽게 신었다.서연은 그 모습을 보다가 먼저 주방으로 돌아갔다.유나가 도윤의 손을 잡고 식탁으로 데려왔다.“아저씨 자리 여기야.”도윤이 고개를 숙였다.자기 앞에 밥그릇이 놓여 있었다.“내 것도 있어?”“있으니까 앉아.”서연은 국을 퍼서 내려놨다.도윤이 잠깐 식탁을 바라봤다.거창한 음식은 없었다.미역국, 계란말이, 김, 어제 먹고 남은 나물 몇 가지.그런데 쉽사리 숟가락을 들지 못했다.서연이 눈썹을 올렸다.“왜.”“아니.”“또 신기해?”도윤이 웃었다.“응.”“뭐가 그렇게 매번 신기해.”“내 밥이 있다는 게.”서연의 손이 잠깐 멈췄다.유나는 이미 김에 밥을 싸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그냥 밥이야.”“알아.”도윤은 그제야 숟가락을 들었다.식사를 마치자 서연이 그릇을 정리하려 했다.도윤이 먼저 일어났다.“내가 할게.”“주말인데 손님 부려먹었다는 소리 듣기 싫거든.”도윤이 그녀를 바라봤다.“나 손님 아니라며.”서연은 대답하지 못했다.어제 자신이 했던 말이었다.도윤은 기다리지 않고 그릇을 들고 싱크대로 갔다.“세제 어디 있어?”“밑에.”“수세미는?”“오른쪽.”도윤은 물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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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유나는 완성된 블록 집을 한참 바라보다가 가장 작은 인형 하나를 집었다.“이건 나.”아이 인형을 가운데 방에 넣었다.그다음 여자 인형을 집어 옆방에 세웠다.“이건 엄마.”도윤이 남은 남자 인형을 들었다.“그럼 이건 나야?”유나는 대답하지 않고 인형을 빼앗아 현관 앞에 세웠다.“아저씨는 여기.”도윤이 헛웃음을 흘렸다.“왜 나만 밖이야?”“아저씨는 집에 갔다가 또 오잖아.”서연은 사과를 먹다가 웃었다.“정확하네.”도윤이 서연을 바라봤다.“안 도와줘?”“사실이잖아.”유나는 잠시 블록 집을 들여다보더니 남자 인형을 다시 안으로 옮겼다.이번에는 서연 인형 옆이었다.“오늘은 여기.”도윤의 손이 멈췄다.서연도 아무 말 없이 아이를 바라봤다.유나는 이미 다른 블록을 찾고 있었다.아이에게는 별 뜻 없는 행동이었다.그래서 더 마음에 남았다.오후가 되자 서연은 빨래를 개기 시작했다.도윤은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거실 바닥에 앉아 유나와 그림책을 보고 있었고, 유나는 어느새 그의 다리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이거 읽어줘.”“아까 읽었잖아.”“또.”도윤은 군말 없이 첫 장을 펼쳤다.서연은 수건을 접다 말고 둘을 바라봤다.도윤이 책 읽는 목소리는 생각보다 서툴렀다. 등장인물마다 목소리를 바꾸려다 오히려 이상해졌고, 유나는 그때마다 웃었다.“아저씨 못한다.”“그럼 네가 읽어.”“나 글자 다 몰라.”“그러니까 그냥 들어.”“아저씨 웃겨.”도윤도 웃었다.서연은 그 웃는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다 다시 빨래에 시선을 내렸다.이렇게 평범한 모습이 가장 낯설었다.연예계에서는 누구보다 눈에 띄는 사람이 자기 집 거실 바닥에 앉아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었다.그때 유나가 갑자기 물었다.“아저씨.”“응.”“아저씨는 왜 맨날 와?”서연의 손이 멈췄다.도윤도 책장을 넘기다 멈췄다.“왜?”“그냥.”유나는 고개를 젖혀 도윤을 올려다봤다.“다른 아저씨들은 안 오잖아.”도윤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서연은 본능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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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아저씨 말고 아빠면 좋겠다.”유나가 마지막 블록을 상자 안에 넣었다.도윤은 움직이지 못했다.서연도 마찬가지였다.아이에게는 별 뜻 없는 말이었겠지만 두 사람에게는 너무 정확한 곳을 건드렸다.유나는 도윤을 올려다봤다.“왜 아무 말 안 해?”도윤이 겨우 웃었다.“놀라서.”“왜 놀라?”“그냥.”유나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다시 물었다.“아저씨는 아빠 하기 싫어?”이번에는 서연이 바로 끼어들었다.“유나야.”“왜?”“그런 건 갑자기 정하는 거 아니야.”“그럼 언제 정해?”서연은 대답하지 못했다.도윤이 유나 옆에 앉았다.“유나.”“응.”“아빠는 어떤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유나는 잠깐 생각했다.“유치원 데리러 오는 사람.”도윤의 입술이 굳었다.“또?”“같이 밥 먹는 사람.”“또?”“아플 때 옆에 있는 사람.”서연은 시선을 내렸다.유나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말을 이어갔다.“놀이공원도 가고, 그림책도 읽어주고, 생일에도 오는 사람.”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윤을 가리켰다.“아저씨가 다 했잖아.”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서연은 그 얼굴을 바라보다가 결국 유나에게 손을 내밀었다.“이제 씻자.”“엄마.”“응.”“아빠는 왜 안 와?”질문이 달라졌다.그전에는 아빠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다.이번에는 왜 오지 않느냐고 물었다.서연의 손끝이 굳었다.도윤도 고개를 들었다.“유나야.”서연은 아이 앞에 앉았다.언젠가는 해야 할 말이었다.그런데 막상 그 순간이 오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아빠가 없는 건 아니야.”유나의 눈이 커졌다.“있어?”“응.”“어디 있어?”서연은 대답하지 못했다.도윤의 손이 무릎 위에서 천천히 움켜쥐어졌다.유나가 다시 물었다.“엄마는 알아?”“알아.”“그럼 왜 나한테 안 알려줬어?”서연의 목이 막혔다.아이의 질문에는 원망도 없었다.그래서 더 아팠다.도윤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서연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가지 마.”도윤이 그녀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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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아빠?”도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유나가 다시 불렀다.“아빠.”이번에는 조금 더 또렷했다.도윤이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유나는 그런 도윤이 이상한지 한참 바라보다가 작은 손을 뻗었다.“왜 울어?”“안 울어.”“또 안 운대.”유나가 손바닥으로 도윤의 뺨을 만졌다.“눈물 있잖아.”도윤은 그 손을 잡지 못했다.혹시라도 아이가 불편해할까 봐 손끝만 가만히 두었다.서연은 옆에서 두 사람을 바라봤다.이 순간을 수없이 상상한 적이 있었다.도윤이 진실을 알면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고, 유나가 아빠를 찾으면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밤마다 고민했다.그런데 실제로 닥친 순간은 생각보다 조용했다.유나는 잠시 뒤 도윤에게 물었다.“그럼 놀이공원 갔을 때도 아빠였어?”도윤이 웃었다.“응.”“내 생일에도?”“응.”“유치원 데려다줬을 때도?”“그때도.”유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왜 말 안 했어?”도윤의 웃음이 사라졌다.“아빠도 얼마 전에 알았어.”“엄마가 말 안 해줬어?”서연의 어깨가 굳었다.도윤은 바로 서연을 보지 않았다.대신 유나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엄마가 못 한 거야.”“왜?”“엄마도 많이 힘들었으니까.”유나는 이해했는지 알 수 없는 얼굴로 서연을 바라봤다.“엄마 힘들었어?”서연이 겨우 웃었다.“조금.”유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연에게도 다가왔다.그러더니 한 손으로 서연을 잡고 다른 손으로 도윤을 잡았다.“그럼 이제 안 힘들면 돼.”서연의 눈가가 뜨거워졌다.도윤은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아이에게는 모든 일이 너무 간단했다.모르면 알려주면 되고, 늦었으면 지금부터 하면 됐다.유나는 다시 도윤 쪽으로 돌아섰다.“근데 나 계속 아빠라고 불러도 돼?”도윤의 손이 움찔했다.“응.”대답이 너무 빨랐다.유나가 웃었다.“아빠.”도윤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왜 대답 안 해?”“응.”“아빠.”“응.”“아빠.”“유나야.”서연이 결국 웃었다.“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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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다음 날 아침 여섯 시 십 분.도윤의 휴대폰이 울렸다.아직 알람도 울리기 전이었다.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한 순간 그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유나.’어젯밤 서연이 번호를 저장해줬다고는 들었지만 이렇게 빨리 전화가 올 줄은 몰랐다.도윤은 곧바로 받았다.“여보세요?”잠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유나야?”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아빠.도윤의 손이 멈췄다.어제 몇 번이나 들었던 호칭인데 전화기 너머로 들으니 또 달랐다.“응.”-아빠 자?“아니.”-거짓말. 목소리 이상해.도윤은 웃으며 침대에서 내려왔다.“방금 일어났어.”-그럼 잤잖아.“그러네.”유나는 한참 키득거리더니 물었다.-아빠 오늘도 와?“갈게.”-몇 시?도윤이 시계를 봤다.“원래 여섯 시 반에 가려고 했는데.”-그럼 빨리 와.통화 너머에서 서연의 목소리가 들렸다.“유나야, 아빠 자는데 왜 벌써 전화했어?”-안 잔대.“방금 일어났대잖아.”도윤은 저도 모르게 웃었다.잠시 뒤 서연이 전화를 받아 들었다.-미안. 내가 자는 사이에 전화했나 봐.“괜찮아.”-안 괜찮아. 새벽 여섯 시잖아.“내 딸이 전화한 건데 뭐.”말이 입에서 나간 뒤 도윤은 잠깐 멈췄다.서연 쪽도 조용해졌다.‘내 딸.’아직 스스로 말할 때마다 가슴 한쪽이 묘하게 울렸다.서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아침은 먹고 올 거야?“너희랑 먹으면 안 돼?”-그럴 줄 알고 밥 세 그릇 해놨어.도윤은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곧 갈게.”전화를 끊고 십오 분 만에 집을 나섰다.도착했을 때 현관문은 초인종을 누르기도 전에 열렸다.유나가 기다리고 있었다.“아빠!”도윤은 아이가 달려드는 걸 그대로 받아 안았다.“왜 밖에서 기다려.”“아빠 오니까.”“추워.”“안 추워.”서연이 뒤에서 말했다.“양말도 안 신고 뛰어나온 애 말 믿지 마.”도윤은 유나를 안은 채 집 안으로 들어갔다.현관 한쪽에는 그의 실내화가 여전히 놓여 있었다.신발을 갈아 신는데 유나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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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화

오후 네 시 반이 되기 전부터 도윤은 유치원 근처에 도착해 있었다.차 안에서 시계를 확인했다.4시 17분.하원까지 아직 십 분 넘게 남았다.매니저에게 전화가 왔다.“회의 다섯 시 반인 거 알지?”“알아.”“지금 어디야?”도윤은 잠깐 유치원 입구를 바라봤다.“애 데리러 왔어.”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네가?”“응.”“직접?”“그럼 누가 와.”“아니, 그냥 좀 신기해서.”도윤은 대답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유치원 문이 열리기 시작하자 그는 차에서 내렸다.하원하는 아이들을 기다리던 학부모들이 하나둘 도윤을 알아봤지만 가까이 오지는 않았다.도윤은 그 시선보다 유치원 안쪽만 보고 있었다.잠시 뒤 유나가 선생님의 손을 잡고 나왔다.처음에는 도윤을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 고개를 돌린 순간 걸음이 멈췄다.“아빠!”유나는 선생님의 손을 놓고 그대로 뛰었다.도윤은 본능적으로 두 팔을 벌렸다.아이의 몸이 품에 들어왔다.“천천히 뛰어.”“진짜 왔네!”“온다고 했잖아.”“엄마 없이도?”도윤이 웃었다.“아빠 혼자 왔어.”유나는 그 말이 마음에 드는지 두 팔로 도윤의 목을 감았다.선생님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보호자분 맞으시죠?”도윤은 잠시 멈칫했다.보호자.처음 듣는 호칭이었다.“네.”대답이 조금 늦었다.선생님은 별다른 의심 없이 유나의 가방과 알림장을 건넸다.“오늘 간식도 잘 먹었고요. 낮잠은 조금 늦게 잤어요.”도윤은 알림장을 받아 들었다.“감사합니다.”차에 타자마자 유나는 계속 말을 쏟아냈다.“아빠, 나 오늘 그림 그렸어.”“뭐 그렸어?”“가족.”도윤의 손이 안전벨트를 채우다 멈췄다.“가족?”“응.”유나는 가방을 뒤져 도화지를 꺼냈다.삐뚤빼뚤한 세 사람이 손을 잡고 있었다.가운데 유나, 오른쪽 서연.그리고 왼쪽에는 자신이 있었다.이번에는 ‘아저씨’라는 글자가 없었다.그 위에 삐뚤한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아빠.’도윤은 오래 그림을 바라봤다.“왜?”유나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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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화

다음 날 오후, 도윤은 유치원 하원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이번에는 차 안에서 기다리지 않았다.문 앞에 서서 나오는 아이들을 바라보다 유나가 보이자 먼저 손을 들었다.“유나야.”유나는 선생님의 손을 놓고 달려왔다.“아빠!”도윤은 자연스럽게 아이의 가방을 받아 들었다.“오늘 뭐 했어?”“찰흙.”“뭐 만들었어?”“아빠.”도윤의 걸음이 멈췄다.“나를?”“응.”유나는 가방 안을 뒤적이다 작은 비닐봉지를 꺼냈다.안에는 검은색 머리와 길쭉한 팔이 붙은 찰흙 인형이 들어 있었다.도윤은 한참 들여다봤다.“내가 이렇게 생겼어?”“응.”“팔이 너무 긴데.”“아빠 키 크잖아.”도윤은 웃으며 인형을 다시 봉투에 넣었다.“잘 가져갈게.”“집에 놔.”“어느 집?”유나는 고민도 하지 않았다.“엄마 집.”도윤은 대답하지 못했다.유나는 이미 앞서 걸어가고 있었다.집에 도착하자 서연은 촬영 준비를 하고 있었다.대본이 식탁 위에 펼쳐져 있었고, 옆에는 제대로 먹지도 않은 샐러드가 놓여 있었다.도윤이 보자마자 물었다.“이게 저녁이야?”“아직 안 먹었어.”“그럼 저건?”“먹으려고 꺼낸 거.”도윤은 샐러드를 한번 보고 서연을 한번 봤다.“그거 먹고 촬영한다고?”“시간 없어.”“몇 시 출발인데?”“한 시간 뒤.”도윤은 말없이 냉장고를 열었다.서연이 바로 쳐다봤다.“뭐 해?”“밥.”“괜찮아.”“나는 안 괜찮아.”“도윤아.”“유나는?”“아까 간식 먹었어.”도윤은 냉장고 안에 있던 반찬과 달걀을 꺼냈다.서연이 황당한 얼굴로 바라봤다.“당신 요리할 줄 알아?”“계란 정도는 해.”“저번에 라면도 못 끓였잖아.”“그건 옛날이야.”“얼마나 옛날인데.”“며칠 전부터 연습했어.”서연이 눈을 크게 떴다.“연습을 했다고?”도윤은 대답하지 않고 프라이팬을 꺼냈다.유나가 신이 나 주방으로 달려왔다.“아빠가 밥 해?”“계란만.”“나도 먹을래.”“너 간식 먹었다며.”“배고파졌어.”결국 세 사람 몫의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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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화

촬영이 끝난 것은 새벽 한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서연은 분장을 지우기도 전에 휴대폰부터 확인했다.도윤에게 온 메시지는 하나뿐이었다.-유나 잤어.시간은 열한 시 사십 분.그 뒤로는 아무 연락도 없었다.서연은 차에 오르자마자 전화를 걸었다.신호가 오래 갔지만 받지 않았다.“자나.”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이 급해졌다.집 앞에 도착하자 거실 불이 켜져 있었다.서연은 비밀번호를 누르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현관에 도윤의 신발이 있었다.그걸 보는 순간 마음이 조금 놓였다.거실로 들어가자 발걸음이 멈췄다.도윤이 소파에 앉은 채 잠들어 있었다.그리고 그의 가슴 위에는 유나가 엎드려 자고 있었다.한 손은 도윤의 셔츠를 꼭 쥐고 있었다.서연은 소리 내지 않고 가까이 갔다.소파 옆 바닥에는 읽다 만 그림책이 펼쳐져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유나가 마신 물컵과 약봉지가 놓여 있었다.서연의 표정이 굳었다.그 순간 도윤이 눈을 떴다.“왔어?”잠긴 목소리였다.“유나 어디 아팠어?”“열이 조금 났어.”서연이 급히 아이 이마에 손을 댔다.“지금은 괜찮아.”“왜 연락 안 했어?”“촬영 중이었잖아.”“그래도 해야지.”서연의 목소리가 커지자 유나가 몸을 뒤척였다.도윤이 바로 검지를 입술에 댔다.“깰라.”서연은 목소리를 낮췄다.“몇 도였어?”“서른여덟 도 조금 넘었어. 해열제 먹이고 한 시간 뒤에 재니까 내려갔고.”“병원은?”“소아과 야간진료 하는 데 전화해서 물어봤어. 다시 오르면 바로 가라고 했고.”서연은 그를 바라봤다.“당신이 다 했어?”“응.”“혼자?”도윤이 피식 웃었다.“그럼 누구랑 해.”서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늘 자신이 하던 일이었다.체온계를 찾고, 약 용량을 확인하고, 아이가 다시 열이 오를까 잠도 못 자고 지켜보는 일.오늘은 자신이 없는 동안 도윤이 그 자리에 있었다.“나 깨워서 데려갈게.”서연이 유나를 안으려 하자 도윤이 고개를 저었다.“그냥 자게 둬.”“당신 불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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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아침 일곱 시가 조금 넘어 서연이 눈을 떴다.옆에서 자던 유나는 없었다.급히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가자 먼저 음식 냄새가 났다.주방에는 도윤이 서 있었다.어젯밤 그대로 입은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프라이팬 앞에서 무언가와 씨름하고 있었다.유나는 식탁 의자에 앉아 그 모습을 구경했다.“아빠, 또 탔어.”“안 탔어.”“까매.”“원래 이 정도야.”서연이 주방 입구에 기대섰다.“뭐 해?”도윤이 돌아봤다.“일어났어?”“그건 내가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서연은 프라이팬 안을 확인했다.계란 한쪽이 완전히 갈색이었다.“이걸 먹이려고?”“두 번째는 잘할 거야.”유나가 손가락 세 개를 폈다.“세 번째야.”도윤이 아이를 쳐다봤다.“그건 말 안 해도 되잖아.”서연은 결국 웃었다.“비켜봐.”“내가 할게.”“그러다 계란 한 판 다 쓰겠어.”서연이 옆에 서자 도윤은 마지못해 자리를 조금 내줬다.좁은 주방에서 두 사람의 팔이 자꾸 부딪혔다.서연이 계란을 깨자 도윤이 옆에서 지켜봤다.“불을 그렇게 약하게 해?”“당신이 너무 세게 한 거야.”“그래서 탔나.”“이제 알았어?”유나가 식탁에서 외쳤다.“엄마가 더 잘해.”도윤이 한숨을 쉬었다.“아빠 체면 좀 살려줘.”유나는 낄낄거리며 웃었다.서연은 완성된 계란을 세 접시에 나눠 담았다.도윤이 그걸 받아 식탁으로 옮겼다.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 몫의 수저를 꺼냈고, 유나 컵에 물을 따랐다.서연은 문득 그 모습을 바라봤다.처음에는 매번 물어봤다.숟가락이 어디 있는지.컵은 어떤 걸 쓰는지.유나는 뭘 먹는지.이제는 묻지 않았다.그만큼 자주 이 집에 왔다는 뜻이었다.세 사람은 나란히 아침을 먹었다.유나가 계란을 먹다가 말했다.“아빠.”“응.”“오늘도 유치원 데려다줘.”“오늘 일요일이야.”유나는 숟가락을 든 채 굳었다.“아.”도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치원 그렇게 좋아?”“아니.”유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그럼 우리 뭐 해?”도윤은 서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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