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너는 피폐해, 나는 로맨스할게: Capítulo 41 - Capítul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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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게슴츠레 눈을 뜨고 황녀를 바라봤다. 황녀는 비릿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자네 당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머릿속에서 소설 쓰나?”“헬바르크. 숲속에서의 납치.”황녀는 담담하게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봤다.“정말 모르는 일이신가요?”“모르는 일이다.”“그럼 세레나님도 불러서 독대하셨나요? 이렇게?”라리엘이 살짝 찌푸린 얼굴로 대답했다.“하지 않았어. 하지만 자네 때문에 곧 해야 되겠군. 내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 말이야.”비뚜름하게 웃는 얼굴이 꿍꿍이가 있어 보였지만 더 이상 캐묻지 못했다. 노엘이 들어왔기 때문이다.“누님, 말씀 끝나셨으면 델리아 영애를 제가 데려가도 될까요?”“그래라. 저 여자랑 대화라는 것을 할 수가 없구나. 데려가렴.”저년이?네가 거짓말을 하려니까 대화가 안 되는 거겠지!목구멍까지 험한 욕들이 가득 들어찼다. 가서 잽 한 대만 쳐도 기절할 것 같은 것이 까분다.아오, 많이 죽었다 이서린.나가자고 독촉하는 황태자의 손을 잡고 살며시 일어났다. 방을 나서자마자 황태자에게 발을 쿵쿵 굴러댔다.“황태자님, 왜 산통을 깨요! 내가 이기고 있었는데.”“한마디 더 했으면 그대의 목이 단두대에 올랐을 거라. 급하게 막았네만?”서린은 목을 만지작거렸다.아, 그런 깊은 뜻이…….‘나 목 날아갈 뻔할 정도였어?’사교계 너무 어렵다. 말 하나 하기에 목을 걸다니.“그렇다면!!! 고마워요. 나중에 저도 도움 한 번 줄게요.”노엘의 눈이 커졌다.지금 모든 걸 다 가진 자신에게 한 번 빚졌으니 다시 갚겠다는 건가? 아마 엉뚱하고 기발한 방법이겠지. 누님에게 반항해서라도 구하고 싶은 자신의 마음이 무엇인지, 노엘은 아직은 작은 호기심이라고 생각했다.‘저 여자는 정말 어디까지 가려는 걸까.’노엘은 혼자 키득키득 웃음을 삼켰다.서린은 노엘과 황궁 정원을 한 바퀴 돌고 공작저로 돌아갔다.그곳에는 분노에 가득 찬 공작이 환영의 의미로 현관에서 서린을 기다리고 있었다.왜 눈만 웃고 있지?오늘 무슨 일 있었나?서린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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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황태자는 이 상황이 재미있는지 소파에 앉아 팔짱을 끼고 키득거리며 빈정댔다.“델리아 양, 공작의 의처증이 도를 넘네요. 그냥 나한테 오지 그래요? 저는 저렇게 미친 집착은 안 하는데.”황태자님, 제발 불난 집에 기름 붓지 마시라고요.다정한 녹안의 눈깔도 저리 치우시고요.다시 몸에 힘을 주는 에르딘을 말리며 서린은 집으로 돌아가자고 살살 달랬다.늑대도 이거보다는 키우기 편할 듯했다. 칼을 검집에 넣지 않는 에르딘의 손을 쥐고는 마차로 끌고갔다. 서린은 젖먹던 힘을 다해 마차까지 에르딘을 쑤셔 넣고 마른침을 한 번 삼킨 뒤 자신도 마차에 몸을 실었다. 변명거리 백 가지 정도가 머릿속에서 정리되고 있었다.정작 에르딘은 창밖을 보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아, 또 장르 혼자 심각하게 잡네.’차가운 에스코트를 받으며 방으로 돌아갔다.황당한 것은 아무 일도 없으니 오히려 불안해지는 서린의 모습이었다.‘나 생각보다 그에게 많이 길들여졌나 봐…….’에르딘의 하얀 분노 꼭대기를 본 서린은 그 뒤로 에르딘의 눈치를 보게 됐다. 에르딘은 예의를 차렸지만 거리를 뒀다.오히려 차갑게 변해버린 에르딘이 반갑지는 못할망정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조금만 더 하면 뭔가를 알 것 같은데.’‘일단 당장은 닥치고 공작저에 있자.’‘나도 눈치가 있는 사람이다.’하지만 서린도 사람인지라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결국 제복을 입고 기사들의 연무장으로 찾아갔다.서린에게는 한 사람만 생각하며 주먹을 휘두를 시간이 필요했다.글러브가 없으니 대충 천으로 손을 말았다.기사들은 극구 반대했으나 그녀는 예비 공작부인.거지 메이드가 아니지.“저기, 일로 나와봐. 한 번만 겨뤄줘.”서린에게 지목당한 기사는 울상이 되어 그녀 앞에 섰다.“난 칼을 못 쓰니 주먹으로 해. 봐주지 않아도 돼.”결국 어쩔 수 없이 기사는 맨손으로 공작부인을 패게 생겼다.윗사람의 명령인데 어떻게 하란 말인가.울면서 기사는 라이트 훅을 천천히 넣었다.부인의 얼굴에 닿기도 전에 잽이 기사의 얼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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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내심을 시험 중이라면, 성공했어. 축하해.”그의 빨간 눈동자가 괴기스럽게 빛났다.“그건 그냥 훈련 중 하나라고…….”“다른 사내 밑에 깔려 그런 소리를 내는 게 훈련이라고.”에르딘의 숨이 곧 닿을 듯해 얼굴을 돌렸다. 목에 뜨거운 숨이 닿았다. 서린은 재빨리 기술명을 말해주려고 말을 꺼냈다.“그건 기술 중에!”그러나 그는 더 듣지 않았다.“한 번만 더 연무장으로 가봐. 그 기사 놈의 목이 걸려 있을 테니.”에르딘은 손목을 쥔 손에 한번 더 힘을 꽉 줬다. 뼈가 으스러질 듯한 압박감에 서린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삼켰다. 서린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그의 살기를 버텨냈다. 입술에 피가 고였다.그러자 그는 살기를 거두고는 엄지로 말려 들어간 입술을 내렸다. 이윽고 손목을 거칠게 튕겨내듯 놓아주며 몸을 일으켰다.“연무장에는 출입 금지다. 이서린.”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갔다. 침대 위에 덩그러니 남겨진 서린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빨개진 손목을 감싸 쥐었다.‘나는 어디서 화를 풀라는 말인가.’ 이것도 저것도 못 하게 새장 속으로 밀어넣는 공작에게 숨 막힘을 느끼며 가슴을 그러쥐었다.‘개자식. 진짜 미친놈이야.’‘네가 날 가두려 할수록 나는 더욱더 발버둥 칠 거다.’서린은 빨개진 손목을 움직여 다시 초대장을 끄적거렸다. 황녀가 분명 에르딘의 과거 약혼녀가 있다고 했다. 어딜 가면 소식을 들으려나. 세레나에게 가봐야겠다. 아무래도 세레나도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대놓고 물어보기도 편하고.저주에 관한 건 에르딘이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아무래도 세레나도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일단 세레나를 만나기 위해 급히 전보를 부쳤다.‘내일 만나기를 희망함!’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세레나가 황녀를 만나러 갔다는 것이었다!세레나가 황녀와 독대를 하다니. 이거 뭔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 것 같았다. 서린은 다급히 노엘에게 전보를 부쳤다.‘나 내일 빨리 초대 좀!’이번엔 노엘에게도 통하지 않았다. 황태자도 나름 바쁜 사람인데 매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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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고 보니 에르딘의 몸 위에 서린의 팔과 다리가 걸쳐져 있었다.‘나 잠버릇 험하구나.’그의 숨결에 팔이 위아래로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슬그머니 몸을 들어 올려 치워봤다. 에르딘은 금방 눈치채고 자신의 손으로 서린의 팔을 그의 가슴에 고정시켰다. 그의 들숨과 날숨이 머리맡을 스치며 머리카락을 흔들었다.아침부터 이성이 마비되는 기분에 서린은 재빨리 힘을 줘 침대 밑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뭔가 데자뷔를 느끼지만.아니, 일어났는데 왜 자세를 안 바꾸냐고.‘내 마음이 불편하단 말이다.’민망함에 서린은 오늘도 열심히 책상으로 가서 펜대를 굴렸다.왕국 무도회의 초대장에 확인 답장을 쓰고 외출 준비를 했다.느릿하게 일어난 에르딘이 나른한 눈으로 서린을 쳐다봤다.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며 머리를 쓸어 올리는 모습이 햇살에 비쳐 요정인 줄 알았다.“오늘은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벌써 움직이지.”요정은 무슨 악마다. 저건 사람을 홀리는 마귀다. 말도 못 되게 하는 악마 중의 악마.“왕국 무도회에 갈 옷이랑 보석 사러 가요. 돈 많이 써도 돼요?”그렇다. 에르딘의 돈을 펑펑 쓰러 갈 예정이었다. 그리고 보석 좀 사서 세레나한테 공작 이름으로 보내고. 할 일이 태산처럼 많았다. 에르딘의 허락이 없어도 어차피 쓸 거지만 말이나 해놓으면 좋잖아?에르딘은 “알았다.” 하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방 밖으로 나가려다 말고 다시 돌아온 에르딘은 다른 드레스를 꺼냈다.“이 옷으로 입고 가는 게 좋겠군.”지금 입고 있는 옷은 가슴이 조금 많이 파이긴 했다.‘더우니까 최대한 시원한 거 입고 싶은데.’에르딘이 준 옷은 가슴 쪽이 다 가려진 드레스였다.“지금 더운데요.”에르딘의 눈이 차게 식어갔다.아, 추워져 가네?“알겠어요. 빨리 나가요. 옷 입게.”서린은 에르딘을 돌려세워 등을 밀어 밖으로 쫓아냈다. 어이가 없어 일단 밀려나 주면서도 눈빛만은 이미 서린을 가두고 있는 에르딘이었다.하마터면 여기 북부 될 뻔했네.서린은 갑갑한 옷으로 갈아입고 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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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질질 끌고 산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다리라도 천으로 감고 싶었지만 왼팔이 말을 듣지 않았다. 치마도 찢지 못했다.풍성한 치마는 오히려 여기저기 나뭇가지에 걸려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피 냄새까지 나기에 추적이 붙을까 봐 서린은 그냥 옷을 벗어버렸다.속옷 차림으로 한참을 기어 그나마 파여 있는 구덩이 같은 곳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몸을 쉬게 하자 참았던 고통이 밀려왔다.“허흑…….”비명을 삼킬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이 아팠다. 입술을 얼마나 물었는지 다 터져 있었다.시간이 빨리 흐르기를 기다렸다.에르딘이라면.그의 집착이라면 자신을 찾을 것이다.해가 저물고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자객도 자객이지만 늑대라도 마주친다면 그냥 밥이 될 신세였다.밤 기온이 서늘해져 갔다.아까 움직이려고 무리하게 벗은 옷이 생각났다.그냥 입고 있을걸. 입술이 떨려왔다.몇 시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정신이 아득해져 가는 아픔 속에서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입술만 계속해서 깨물었다.아니, 거의 씹어 먹었다.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서린은 잔뜩 예민해져 몸을 웅크렸다.달빛 아래 에르딘이 서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델리아, 죽는 건 허락하지 않겠다고 했는데.”이를 뿌드득 갈던 그는 재킷을 거칠게 벗어 서린을 누에고치처럼 돌돌 말고는 거침없이 들어 올렸다.“아악!”살며시 안아 들었더라도 뼈가 박살 난 서린은 어쩔 수 없이 비명을 토했을 것이다.약한 모습을 보이기는 죽기보다 싫었지만 참을 수 있는 고통이 아니었다. 입에서 거친 숨이 터져 나왔다.추웠는지 몸이 사정없이 떨렸고 온몸의 마디마디가 비명을 질러댔다.에르딘의 손이 멈칫했다.그가 한 번 더 이를 갈았다. 그의 눈에 핏발이 섰다. 그리고 그는 더욱 더 단단하게 자신의 몸에 서린을 끌어안았다.얼마나 뛰었는지 그의 숨소리가 매우 거칠었다. 불규칙한 숨소리만이 적막을 깼다. 그의 몸에서 열이 피어올랐다.달빛에 비친 그의 눈동자는 얼마나 화가 났는지 핏빛으로 보일 지경이었다.“황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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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기분이 좀 나아져서 입에 와구와구 음식을 넣었다.기분 좋은 것이 많이 티가 났는지 에르딘이 한마디 했다.“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말했다.”그의 서슬 퍼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서린은 “응!” 한마디로 상황을 종료해버렸다.내가 하겠다는데 네가 어쩔 거야.세레나에게도 이 상황을 공유해야겠다.어차피 황녀는 서린과 세레나 둘 다 죽이려고 했다.이제 둘이 힘을 합쳐 에르딘을 이용해 황녀를 물리쳐야 할 때였다.왕국 무도회가 다가오고 있었다.왕국 무도회를 앞두고 서린은 혼자 낄낄대며 종이에 해야 할 일을 써 내려갔다.‘팔짱 끼기. 머리카락 넘겨주기. 조용히 하라고 입술을 손가락으로 만지기. 안기기. 업히기. 세레나 공주님 안기 당하기. 옷매무새 다듬어주기. ‘자기야’라고 하기. 귓속말하기.’서린의 낄낄거리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하나씩 할 때마다 똥 씹은 듯한 황녀의 표정이 떠올라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세레나의 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에르딘에게 ‘세레나 공주님 안기’를 시키려는 서린이었다.​드디어 대망의 왕국 무도회 날이었다.‘황녀 골탕 먹이기 작전’을 혼자 세운 서린은 이날까지 세레나를 볼 수 없었다.선물은 잘 받았으려나.사용인의 도움을 받아 검은색 드레스를 입었다. 옆트임은 무릎 위까지 올라와 있었다. 다이아몬드까지 장착한 서린은 전투 준비를 마쳤다.에르딘만 오면 출발이었다.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에르딘이 들어왔다.뒤에 후광을 장착한 듯 찬란한 빛이 쏟아졌다.완전히 넘긴 머리는 철혈 공작 같은 모습에 찰떡이었고, 검은색 옷은 서린과 맞춘 것처럼 보였다. 단단한 몸의 선이 살아나는 옷은 ‘나 피폐해요.’ 하고 말하는 듯했다.그의 눈과 입이 웃고 있었다.“다른 옷으로 갈아입지.”지금 가야 하는데 무슨 소린가.“왜?”에르딘은 옆으로 깊게 찢어진 드레스의 다리 부분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서린은 자랑스럽다는 듯 앞차기를 보여줬다.짜잔.어때?드레스 입어도 발차기가 가능하다고?더욱 구겨지는 에르딘의 얼굴은 전혀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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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딘의 눈썹이 꿈틀댔다. 서린은 재빨리 손으로 그의 눈썹을 펴며 황녀가 보지 못하게 입 모양으로 말했다.‘눈.치.챙.겨.’그러고는 샴페인 쪽으로 에르딘의 몸을 최대한 밀어봤다.다행히 눈치를 챙긴 에르딘은 샴페인 하나를 들어줬다.황녀의 얼굴을 보니, 젠장. 별로 타격이 없어 보였다.사교계의 여왕벌 같으니.완벽하게 안면 근육을 통제하는 그녀를 보면서 사실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적만 아니었어도 존경했을 것 같았다.“제2황자 노엘 에르반 드 솔레이 드십니다.”문이 열리고 금발에 녹안, 흰 제복에 녹색 포인트를 두른 노엘이 웃으며 다가왔다.“세레나 영애, 델리아 영애. 오랜만입니다.”황녀와 달리 에르딘만 빼고 인사하는 노엘이었다.“황태자님을 뵙습니다.”자유분방하게 트여 있는 서린의 드레스를 보고 잠시 놀란 노엘은 음흉한 눈빛으로 에르딘을 쳐다봤다.“자네가 이런 취향인 줄 몰랐군.”에르딘은 눈살을 찌푸렸다.“하. 개가 짖는군요.”무엄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에르딘이었다. 팔에 더욱 힘이 들어와 서린의 팔이 곧 새파래질 것 같았다.노엘, 그만 멈춰줘.“메이드여서 그런지 참 개방적이에요. 그래서 공작님 마음에 든 거겠죠? 잘 어울려요, 델리아 영애.”황녀가 독을 뿜어냈다.입에서 독이 나오다니 신기하군.“공작님이 제 개방적인 면을 참 좋아하시더라고요. 그쵸, 자기야?”서린은 일부러 에르딘의 팔에 머리를 기대어 어지러운 척을 해봤다.“자기야, 나 샴페인 마셔서 좀 어지러운데 기대도 되죠?”황녀의 눈꼬리가 살짝 떨렸다. 부채에서 작게 뽀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뭐, 그럼 내가 감사합니다, 이럴 줄 알았냐?이 돼먹지 못한 황녀야.“하하. 그러면 공, 델리아 영애는 춤추기 힘들 것 같으니 저와 첫 춤을 춰주시겠어요?”“아뇨, 아뇨. 황녀님, 제가 취해서. 아까 에르딘님은 세레나 영애와 춤을 추시기로 이미 약속하셨답니다.”“너!”안 될 말이지, 황녀야.에르딘은 세레나 거야. 네 맘대로 휘두를 수 없을 거야. 너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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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대로 말하면 눈깔이 뒤집어질 게 뻔하니 절대 말하지 않겠다.“그냥. 잘 지냈냐고.”에르딘은 노엘의 표정을 보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분명 무언가 대화가 오갔다.“거짓말하지 마라.”어떻게 알았지?서린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묘하게 눈에서 불꽃이 보이는 기분이었다.맞닿은 몸에서 뜨거운 열감이 느껴졌다. 오늘은 잉크 향 대신 우드 톤의 향수 냄새가 코끝을 스쳐 코가 간지러웠다.심장이 뛰는 소리가 팔을 통해 그에게 전해질 것만 같아 그의 손을 놓아버리고 싶었다.물론 그는 더욱 옭아매어 오고 있었지만.점점 춤을 추며 자신이 그 향에 잡아먹히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왜일까?“거짓말은 아니야. 다 말 안 한 거지.”“다 이야기해주지? 자기야?”서린이 했던 행동을 똑같이 당하니 기분이 묘했다.자신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이 남자를 어찌해야 할 것인가.뭔가를 알고 있는 듯 집요하게 묻는 눈과 입이 오늘따라 더욱 위협적이었다.사실을 말하면 노엘의 목이 정말 몸과 분리될 수 있기에 절대 말하면 안 된다는 것쯤은 단순한 서린도 알고 있었다.서린은 시선을 회피하며 말했다.“진…… 진짜 별거 없어!”버럭 화를 냈다.뭐 있는 사람처럼.망했다.이 곡이 빨리 끝나길 비는 수밖에.그러자 에르딘이 더욱 단단히 서린을 잡아 끌어당겼다.귓가에 입술을 거의 붙인 채 서늘하게 말했다.“말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그놈이 네 손끝 하나라도 탐내는 순간 목을 잘라 네 침대 머리맡에 선물해줄 테니까.”서린은 그 기세에 놀라 그만 그의 어깨를 꽉 쥐고 말았다.서린은 에르딘의 얼굴이 불편해져 옆쪽으로 얼굴을 피해버렸다. 곧바로 그녀가 피한 고개 위로, 에르딘이 얼굴을 겹쳐왔다.“누가 춤추면서 상대의 눈을 피하지?”에르딘의 눈만 웃고 있는 표정이 서린의 눈에 들어왔다. 그때 에르딘 뒤로 그들을 지켜보는 황녀가 보였다. 이때다 싶었던 서린은 손으로 에르딘의 목을 감싸 안고 키스하는 척하려고 했다.아니, ‘척’만 하려고 했는데 에르딘이 진짜로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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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에 힘을 줘 목을 졸랐다. 황녀가 목이 졸려 괴기스럽게 소리쳤다.“에르딘 공! 제발 살려줘요!”처절한 그녀를 누군가 본다면 서린이 악역이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비련의 여주인공이 된 황녀는 눈물을 흘리며 에르딘에게 손을 뻗었다.에르딘이 차가워진 세레나의 시신을 내려놓았다.근처 근위대의 칼 하나를 빼앗아 들고 서린을 차갑게 응시했다. 수많은 이들이 숨죽여 그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공! 이 여자가 감히. 미친 거야. 이 여자를 당장 죽여!”에르딘의 눈에 살기가 담겼다.‘황녀 때문에 귀찮게 됐군.’저쪽으로 넘어가는 건, 그 새끼가 있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세레나도 잃었고, 이서린도 지키지 못했다. 이곳에서는 더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하. 다음번엔 정말 방에 가둬둬야 하나.’에르딘은 망설임 없이 칼을 내찔렀다. 모두의 경악이 터지며 황녀와 서린의 심장을 함께 꿰뚫다. 에르딘의 칼 끝에 서린의 심장까지 닿은 이 느껴졌다.‘여기서 네가 다른 놈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상황은 있을 수 없지’그럴 바엔 자신이 직접 죽여 판을 새로 짜는 게 나았다.그리고 거기서 다시 시작하면 됐다.이서린을 소유한 상태에서.에르딘은 이번 생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이 새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전에 한 번 세레나가 죽었을 때의 고통은 생각나지 않았다. 찢기는 아픔 대신 새로운 욕망만이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자신을 지독하게 원망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저 여자.다음엔 손아귀에 쥐기가 좀 번거롭겠군.그러나 다음번에는 저 여자를 독점할 생각에 오싹한 소름이 일었다.에르딘은 칼 끝에 걸린 서린을 바라보며 칼을 잡은 손에 한 번 더 힘을 줘 꾹 눌렀다.쿨럭.“이번 판은 끝났다, 델리아. 다음 판에서 만나지.”비릿하게 웃은 에르딘이 칼을 뽑고 닥치는 대로 사람을 베기 시작했다.서린은 생각했다.‘황녀를 죽이고 싶은 건 알겠어. 꼭 나까지 같이 했어야 했어?’에르딘은 대답이 없었다. 서린의 입에서 쏟아지는 많은 피가 말을 막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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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잘 살펴봤어요? 저 사람 맞는데?”그렇다.염산 테러범에게 염산이 없었다.이게 어찌 된 일인가.사실 테러범에게는 전날 윤시후가 찾아갔다.배후가 누군지도 알고 있던 윤시후는 거침없이 테러범에게 협박을 가했다.“누가 더 높은지 알고 덤벼야지. 근데 난 사람 진짜 죽여.”정말로 사람을 많이 죽여본 에르딘의 짙은 살기를 받은 테러범은 직감했다.저것은 사람이 낼 법한 살기가 아니었다.그리하여 목숨을 택한 테러범은 테러를 포기했지만, 그 사실을 서린은 몰랐다.그래서 서린에게는 민간인 폭행죄가 생겼다.시간이 조금 흐른 후, 경찰서 문이 열리고 단정하게 정돈된 머리에 지적으로 보이는 안경을 쓴 웬 남성이 들어왔다.“태성그룹 소속 이서린 씨, 보호자 겸 변호인입니다.”‘아, 에르딘이 뒤에서 수작을 부렸구나.’서린은 뒤늦게 알아챘다.이것 또한 그 새끼가 짠 판이라면 자신도 놀아주는 척하면 됐다.어차피 자신에게 실보다 득이 많았다.재현 선배가 멀쩡하고 자신도 빠져나올 수 있었다.‘너의 그 체스판에서 같이 대가리를 굴려줄게.’‘어디 한번 해봐. 계략남인지 뭔지.’변호인은 빠르게 합의를 얻어내고 서린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밖에는 재현 선배와 에르딘이 있었다.“선배! 어떻게 알고 온 거예요?”“너어! 멀쩡한 사람을 왜 때린 거야, 서린아!”그러면서 재현은 서린의 얼굴을 더듬더듬 만지며 다친 곳이 없는지 살펴봤다.서린은 일부러 에르딘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제가 착각을 좀 해서. 선배를 위한 거예요! 이제 다 괜찮아요, 선배!”재현은 종잡을 수 없는 말에 갸웃하며 고개를 꺾어봤다.“빨리 병원으로 돌아가! 너 아직 환자야!”“알겠어요.”그러자 에르딘이 무미건조하게 말했다.“태워주지. 내 옆에 타.”그렇게 말하면 순순히 네 옆에 탈게요, 이럴 줄 알았냐?“네, 감사합니다.”서린은 이럴 줄 알았다.차 타고 데려다준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잖아?싫은 티 내는 건 하수라고 했지.서린은 에르딘과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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