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이번 생에는 내가 너를 살릴게.: Capítulo 141 - Capítulo 150

180 Capítulos

141

“그건 내가 너에게 알려준 적이 없거든. 아직은….”​주하가 저도 모르게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현무 가의 가주들은 대대로 또 다른 이름이 있어. 그 이름 안에는 비기가 있어서 함부로 말을 하지 않지. 특히….”​시우는 여전히 떨고 있는 주하의 뺨에 손길이 닿았다.“연인에게만큼은.”​시우의 평온한 말과 다르게 주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왜?!”“그 이름을 알려 준다는 건. 그 사람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다는 말이거든.”​순식간에 주하의 눈망울에 물기가 가득 차올랐다.​“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그 이름을 아는 연인이 시간을 돌릴 수 있는 거라.”간신히 잡고 있던 눈물이 기어이 떨어져 나와 옆으로 흘러 내려갔다.​‘그럼…넌!! 그때부터 나를 두고 가려고 한 거야??!!!’​그때의 시우에 향한 야속한 원망이 치밀어 올랐다.왜! 우리를 두고 가는 그런 결정을 해!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렸다.“보통은 평생을 모르고 지내.”시우의 손끝이 주하의 눈물을 살며시 닦았다.​“시련을 이긴 후계자에게 축복의 의미로 선대 가주가 알려주거든. 그 이름은 몇 대 동안 발휘된 적이 없어.”시우는 주하의 손을 맞잡았다.​“그런데 네가…. 네가 아주 자연스럽게 꺼내길래.”​그가 주하의 손등에 제 입술을 붙였다. ​주하는 숨겨왔던 가장 큰 비밀을 들킨 기분이었다. 놀란 표정을 숨기려 그를 노려보며 일부러 차갑게 말을 꺼냈다.​“네가 잘못 들은 거라면?”“그 이름을 잘못 들었더라.”​여전히 경계하는 주하를 보며 시우가 다정하게 미소 지었다.​“그럴 수도 있지. 그렇지만 현무가 가주인 내 앞에서는 그저 흘러나온 말로 넘길 수 없거든.”​그의 눈빛은 다정하게 휘어졌지만, 주하의 귓가에는 제 죽음과 숨겨온 가문의 비기를 어찌 알았는지 서늘하게 추궁하고 원망하는 속삭임으로 들렸다.“…….” 주하는 그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우의 손에 잡힌 제 손을 빼냈다. 그리고 제 위에 있는 시우를 두 손을 밀쳤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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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네. 네게 줄 것이 있어서. 그것 때문에라도 네가 내 곁에 있다면 기쁜걸.”​“넌….넌, 변함없이 날 사랑했어. 날 위해 뭐든지 하는…그런 사람이잖아. 변함없이 날 기다려준…. 그러니까. 사과하지 마.”“사랑해. 유주하.”“…시간을 줘. 말…할게.”“응. 기다릴게.”​시우가 따뜻한 입술로 주하의 볼에 맺힌 눈물이 지워졌다. 그가 포근하게 웃자, 주하도 그제야 따라 웃었다. ​확실한 건, 주하가 미래를 알고 있는 것.그 미래 속에 주라헬에게 제 목숨을 빼앗겼다는 것.무엇보다 ‘시작이 달랐다’는 말이 신경 쓰였다.시우는 입 안쪽 살을 깨물었다. 피 맛이 번졌지만, 주하가 두려운 일을 겪었다는 생각에 더 괴로웠다.***시우가 주하의 손을 잡고 다시 원래 병실로 내려왔다. 병실에서는 정리를 마무리하던 유진욱이 주하를 보고 반겼다. 하지만 그 옆에 있는 시우를 보자 곧 경계심이 치밀었다.​“주하야, 어디 갔다 온 거야?!”딸아이의 젖은 눈가를 발견한 유진욱은 놀라 목소리를 높였다.​“울었어?!!”​그의 시선이 주하 옆의 시우에게 향했다.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 화가 났다.저 녀석 때문에 주라헬이 주하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어떻게 주라헬에게서 지웠는데.어떤 희생으로 우리가 주하를 지켰는데!!주하는 그런 생각을 알 리 없는 얼굴로 가볍게 말했다. “먼지가 들어가서 그랬어.”“유주하 너!”“왜 죄 없는 시우를 노려보고 그래!”​주하의 목소리에 투정이 묻어났다.얼마나 나에겐 귀한 사람인데.그러면서도 다시 눈물이 날 것처럼 눈을 빠르게 깜박였다.유진욱은 어이가 없었다. 누군가 조심스럽게 다가가기만 해도 긴장하던 주하가 시우와는 스스럼없이 손을 잡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가슴이 먹먹했다.수장이 다가갈 때는 그리 선을 긋더니.진욱은 천천히 다가가 주하의 눈가를 닦아주었다.​“아이코, 먼지가 또 들어간 모양이네.”그러면서 시우를 노려보자, 그는 얕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하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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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 잘생긴 건 인정하네. 크크큭”“주하야, 능력도 중요해. 그리고 너를 아끼는 것도.”“그래도 리안은 오빠야. 가족이지.”​아직 아드리안의 이름도 꺼내지 않았는데 주하가 먼저 선을 그었다. 진욱은 그저 마른세수했다.​“하아, 진짜….”시우가 등장한 뒤로 오래전부터 설계한 계획들이 조금씩 어긋나는 기분이었다.​“네가 안 온다고 하니 리안이 들어온다는데?”“어?!”“오면 다시 상담하자고. 주기적으로 리안과 만나봐.”“아빠, 리안 오빠는 내 주치의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뭐, 상관없지.”​진욱은 속내를 감춘 채 창밖으로 지나가는 건물들을 바라봤다. 조금 전의 불안이 조금은 가셨다. 시작은 다들 그렇게 하니까.​***주하가 다니는 설화 대학교 정문에 들어서자, 진욱의 표정이 굳었다. 그의 동물적 감각으로 유리창 너머에서 자신들을 향한 시선이 느껴졌다.​한쪽 입꼬리가 아주 얇게 올라갔다.어이가 없네. 이렇게 지켜본다고?그래서 다행인 건가.주화병원에 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볼 수 있었다.​세나가 연구동 앞에 차를 잠깐 세우자, 뒷좌석에 있던 주하가 내리려 했다. 진욱의 걱정 어린 한마디가 나왔다.​“짐은 빨리 챙기고.”“어. 노트북만 챙겨올 거야.”“이것도 가져다줘.”진욱은 공항에서 산 평범한 과자 상자를 내밀었다.무심한 척 건네며 덧붙였다.​“네가 병원에 있는 동안, 고생했을 테니….”“…어. 아빠 고마워. 챙겨줘서.”“네 친구인걸.”주하는 상자를 잠깐 내려다보다 품에 끌어안고 연구동으로 걸어갔다.​칩 이식을 받은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연구동 문을 통과하는 주하에게는 4년 만에 돌아온 이곳이었다. 그저 발걸음이 가벼웠다. ​진심으로 이곳이 그리웠다.​오피스에 들어서자 윤진아가 보였다. 살아있는 진아였다.​살아있는 진아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오랜만에 반갑게 이름을 불렀다.​“윤진아!!”주하는 성큼 다가가 그녀를 안았다.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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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나에게 몇 개만 넘겨라. 그 값으로 주연을 보내게.”“안돼!! 윤진아!!”​주하의 절규를 뒤로 하고, 연화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외투에 숨겨 온 손바닥만 한 소형 TNT 장치 몇 개를 꺼내 안전장치를 풀고, 진아의 손에 넘겼다. 겨우 움직이는 손가락 하나로도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마치 처음부터 진아를 위해 가져온 것처럼.“어차피 나가지도 못해…. 그러니까 내 소원 성취하게…눈 감아 줘. 다음에 만나면, 다음이라는 기회가 있다면, 그땐 진짜 친구 되자. 바보 주하.”연화는 주저앉으려는 주하를 이끌고 나왔다. 복도에서 몇 걸음을 떼기도 전에 맞은편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연화가 주하를 끌어 등 뒤에 있던 방으로 몸을 숨겼다.​또각또각.마더와는 다른 구두 소리였다.​“호랑이가 없으니, 개나 여우나 다 왕 노릇이네.”진아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진짜 어이없어.” ​주하와 연화가 가까이 있다는 걸 들키지 않게 하려는 듯, 진아는 일부러 주연을 자극했다.​ “그런다고 네가 가주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닌데!”구두 굽이 진아쪽으로 거칠게 달려갔다. “저년이!!! 너 오늘 죽었어.”주연은 두 사람이 근처에 숨어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자백제도 소용없으니 진짜 죽었어!!”얼마 후,쾅!!폭발음 소리가 들렸다. ​폭발과 함께 건물이 흔들렸다. 연화와 주하는 서둘러 자신들이 들어온 길로 빠져나왔다.“얼마나, 얼마나!!! 더 그렇게…!”울분이 터져 나오자 주하는 참을 수가 없었다. “사람을 도구로 써야 끝나는데!!! ”백연화가 입술을 깨문 채 묵묵히 그녀를 안아 줬다. “그렇게도 살려고 했는데. 왜 ….”​***​주하에게는 생생하게 겪은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진아에게는 아직 모르는 미래였다. 어쩌면 겪지 않아도 될 미래.​목숨을 버리기로 했던 진아의 모습을 주하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그때 놓쳐버린 온기가 너무 아쉬웠는지, 지금 품 안의 따뜻한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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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하는 남아 있는 세포들이 담긴 플라스틱 튜브를 모두 꺼내 냉동고 앞 바닥에 둔 바구니 속 뜨거운 물이 담긴 비커에 떨어뜨렸다.​삐이-삐이-삐이-냉동고의 온도가 올라갔다는 알람음이 울었다.“어. 알았어. 금방 할게.”주하가 -70℃ 냉동고의 육중한 문을 닫았다. 시선이 바닥의 비커로 향했다. 뜨거운 물 위에 떠 있는 검지 두 마디 크기의 투명한 플라스틱 튜브 속에는 몇천개의 세포들이 있었다.​‘저 튜브 하나로도 2~3명에게는 주입할 수 있는 시키 바이러스가 있어.’약한 바이러스긴 하지만.얼어있던 세포들이 녹으면서 핏빛처럼 붉어졌다.​주하는 냉동고의 온도 표시가 다시 내려가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 뒤 비커를 들고 세포 배양실로 향했다. ​6개월의 시간을 거쳐 겨우 어렵사리 만든 세포주였다. 하지만 더는 악용될 가능성을 지워야 했다. ​‘주라헬은 이걸로 시우를 협박하는 데 쓰겠지.’​클린벤치의 투명한 유리창을 부드럽게 밀어 올린 뒤, 석션기를 작동시켜 비커 안의 흐물거리게 녹아내린 세포들을 빨아들여 흔적도 없이 지워 버렸다.​사용했던 플라스틱 튜브와 뚜껑은 흰 폐기물 상자 안의 주황색 비닐에 넣고, 그 위로 다른 폐기물을 올렸다.​박스를 밀봉하고 폐기 날짜를 오늘도 적었다.​***실험을 정리하고, 오피스로 돌아와 노트북을 가방에 넣었다.“안녕. 진아찌.”“어. 월요일에 봐.”연구동 밖으로 나오자, 유진욱이 차를 몰고 와 앞에 세웠다.“어? 아빠가 해?”“그동안 네 엄마가 고생했잖아.”“음… 불안한데.”주하가 눈을 가늘게 떴다.“아빠가 과연 지리를 알까? 하도 외국물만 드셔서요.”​주하는 농담을 던지며 뒷자리에 올라탔다.“아이코. 그래도 우리 딸 하나 집에 못 데려다줄까요.”“아빠! 진아가 고맙대. 과자 줬는데, 먹어볼래?”“아니, 몇 개 안 되는 걸 왜 나눠 줘.”“우리 진아는 그런 아이거든요. 네 개나. 엄마 아빠도 맛을 보시지요.”​주하는 조수석의 세나에게 과자 두 개를 건넸다. 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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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운동도 하지 않았고, 게다가 가까운 출구에 자도 세워 뒀어요. 키도 드릴게요.”갈색 머리의 남자가 바지의 앞주머니로 손을 가져가자, 인질범이 화들짝 놀라 외쳤다.“어디에 손을 대는 거야!”“여기 봐요. 차 키!”​ 남자가 주머니에서 꺼내 차 키를 흔들어 보였다. 키에는 선명한 테슨라 마크가 선명했다.​“바로, 앞 출구 14B에 주차되어 있어요. 나가면 바로 보이는 흰색 차입니다.”인질범의 눈빛이 흔들렸다. 잠시 망설이던 그가 마음을 정한 듯 소리쳤다.“좋아. 당장 이리 와.”갈색 머리 남자가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다가왔다. 인질범은 연화를 거칠게 밀쳐 내고 그의 목덜미에 칼끝을 겨눴다.서늘한 긴장감이 흘렀다.기꺼이 인질이 된 남자가 입술을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무언가 중얼거렸다. 소란에 묻혀 들리지 않았지만, 유겸은 그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잠시 뒤, 인질범의 손이 작게 떨리기 시작했다. 유겸은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두 사람을 지켜봤다.​“차가 어디 있다고?”“저기. 14B.”​인질범이 남자를 데리고 출구로 향하자, 공항 경찰은 그를 뒤따라갔다. ​곧이어 자동문이 열렸다. 무더운 한여름의 공기가 밀려들었지만, 여전히 공기는 긴장으로 얼어붙었다.밖에는 이미 경찰과 SWAT팀이 대기하고 있었다.​밖으로 나간 인질범의 시선에 사방에 깔린 그들을 보자, 표정이 돌변했다. 그는 칼을 세워 보이며 고함쳤다. ​“으아아악!!”그러더니 인질로 잡은 남자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가까운 벽 쪽으로 전력 질주했다. “스톱!!”경고가 끝나기도 전에 총성이 울렸다. 총구에서 튀어나온 총알들이 그의 온몸에 박히자, 움직임이 멈췄다.경찰 관계자 한 명이 인질이었던 남자에게 다가갔다.​“괜찮으십니까? 브라이튼씨”“네. 제이미 팀장님.” 제이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아무리 일반인을 위해서 직접 인질이 되시다니요. 무모하셨습니다.”“다른 사람이 희생되는 것보다는 제가 낫죠.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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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인사를 마치고 돌아선 아드리안은 어느새 군중 속으로 스며들었다.​그 뒷모습을 보며 연화가 중얼거렸다.“분명 멈칫했는데… 그리고 인질이 되었는데도 떨리는 기색이며 식은땀도 없고.”“그래서?”유겸도 아드리안이 사라진 방향으로 눈을 떼지 못했다.“손이 묘했는데. 총기류를 다뤄 본 것 같긴 한데, 미국인이라면 다들 그 정도 하니까. 그런데 미묘해.”“미묘해?”“다른 것으로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 꼭 뱀 같다고 해야 하나.”​연화의 마지막에 유겸은 질색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야, 네 머리엔 현시우 뿐이냐? 거기서 뱀이 왜 나와?”눈썹을 찡그린 연화는 유겸을 째려봤다.​“아니, 거기서 시우오빠가 왜 나와!”짜증을 내던 연화는 유겸을 비웃었다.“ 아…. 맞다 이 새끼의 첫사랑이 시우오빠였지.”​순간 유겸의 눈매가 사나워졌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연화의 정강이를 세게 걷어찼다.“악! 야!”“말 바로 해. 그리고 너 시우에게 쓸데없는 관심 가지지 말고. ”“왜!”​인상을 찌푸린 연화를 보자 유겸은 만족스럽다는 듯 목을 좌우로 움직였다. ​“여친 있거든.”“뭐?! 왜 여친이 생겨? ”연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그 시우 오빠가?​“누가 달라붙는 거 극히 혐오하잖아. 예전에 라희가 달라붙어서 거의 노이로제 걸려서 4대 가문 모임도 안 오잖아.”“그런 게 있어.”유겸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먼저 걸어갔다.“말조심 안 하면 두 번 다시 얼굴 못 볼 수도 있어. 그 녀석 진짜 화나면, 미친 돌아이 쉽게 되거든. ”연화가 서둘러 그의 뒤를 따라붙었다.“야! 백유겸 더 말해봐!!”***​백연화에게서 돌아선 아드리안은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손수건을 꺼냈다.​연화와 맞잡았던 손을 꼼꼼히 닦고는 옆에 있던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몇 걸음 더 걸음을 옮길 때, 뒤에서 두 사람이 다가왔다.​“괜찮으십니까? 저희가 해도.”“…확실한 게 나아. 그런데 하필 고양이 냄새라니.”아드리안이 손끝을 내려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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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겸 곁에 다가온 동양인 여자가 장난스럽게 말하며 옆에 앉았다.“넌, 아직도 유치하게 우유냐?”“유온, 달달한게 최고지.” 유겸은 손에 든 밀크쉐이크를 마시면서 가볍게 말했다. “여기서 술을 찾을 수는 없잖아.”​유온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아까 공항입구에서 난리였다면서?”“어. 연화가 인질이 되었지.”“갑자기 인질범이 불쌍해지네.”​유겸은 그녀의 손에 든 갈색 커피를 힐끗 보고는 농담을 던졌다. ​“야, 나보고 우유 먹는다고 하더니 넌 우유 탄 커피 마시냐?”“커피는 인생의 동반자지. 넌 아직 인생의 쓴맛을 몰라.”​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유온을 보며 백유겸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쓴맛을 알기에 단맛을 찾는 거지.”“너라는 사람도 쓴맛을 봐?”“…우와. 나를 모르네. 있어. 그런 거. 오래전부터 쓴맛인 줄 알았지만, 이번엔 확실하더라.”​유겸은 손에 든 밀크쉐이크를 내려다봤다. 그의 눈빛에는 문득 쓸쓸함이 스치자, 유온은 무언가를 물으려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가 이내 시선을 돌렸다.‘여자 문제인가 보네. 이번엔 누구길래 그동안 참아온 쉐이크까지 마실까?’​유겸이 다시 쉐이크를 한 모금 마시고는 옆에 앉은 유온에게 눈길을 돌렸다.​흘러내린 짙은 남색 단발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옅은 파란색 티셔츠에 검은 청바지, 운동화까지 평소와 다른 가벼운 차림이었다.​“넌? 왜 여기에 있어?”“너 따라온 거 아니다. 미쳤다고 보기 싫은 널 따라가냐. 학회참석 때문에 한국 가는 감.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유온의 말에 유겸은 어딘가 어색함을 느꼈다.“학회?”“어. 대한 의학 분자 생화학회. 이번에 가서 포스터나 발표하려고.”​유겸은 고개를 끄덕였다.‘아, 주작가 와 현무가가 경쟁하고 있다던 거기?’그러다가 문득 유온의 전공이 떠올랐다.​“너, AI 한다고 하지 않았어?”“어. 적용 분야를 질병으로 먼저 잡으려고. 희귀질환은 사례가 적긴 한데, 유전 양상이 뚜렷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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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겸도 아드리안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손에는 백린이 구해 온 책 한 권이 들려 있었다.​표지에 붉은색으로 제목이 상단에 적혀있었다.Counter transference ​역전이. 치료자가 내담자에게 느끼는 감정적 반응으로 애정이나 연애, 성적 끌림 역시 역전이의 한 형태. ​제목 아래에는 노을 진 바닷가를 거닐고 있는 여자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었다.​유겸은 백린에게 먼저 탑승구 쪽으로 가라는 눈짓을 보냈다. ​백린이 앞서가자, 유겸은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한 친구와 통화하는 척하며 걸어가던 중, 우연을 가장해 아드리안의 어깨에 살짝 부딪혔다.툭.유겸은 손에서 책을 일부러 떨어뜨렸다. 바닥에 떨어진 책 표지에 아드리안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닿았다. ​순간 그의 표정이 굳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드리안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표정을 되돌렸다.유겸은 아드리안의 표정에 스친 찰나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아, 죄송합니다. 계약과 관련된 중요한 전화여서요.”“그러시군요.”​유겸은 떨어진 책을 주우면서도 계속 통화하는 척했다.​“아니, 갑자기 그런 의사를 어떻게 구해.”​그는 잠깐 상대의 말을 듣는 시늉을 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야, 너희 병원이 급하다는 건 알지만, 괜찮은 정신과 의사들은 다 밖으로 빠지잖아.”“…….”“알았어. 한번 수소문해 볼게.”​아드리안은 유겸의 앞에서 그의 통화를 유심히 들으며 무표정으로 서 있었다.​통화를 끝낸 유겸은 미안하다는 듯이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혹시라도 불편한 곳이 있으면 여기로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갑자기 계약이 펑크난 곳이 생겨서 급하게 전화를 받다 보니…… 죄송합니다.”“아, 예.”​티켓에 적힌 자리에 앉은 아드리안은 조금 전 부딪쳤던 유겸이 자신과 반대편 좌석에 앉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유겸에게서 받은 명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정신과 의사가 필요하다라.백유겸이 저렇게까지 나설 사람이라면 현무 밖에 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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