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밝았을 때, 서화는 어젯밤 자신이 했던 생각을 모른 척하기로 했다. 이곳에서도 좋은 것이 생기고 있다. 그 말은 이상할 정도로 오래 마음에 남았다. 마리엘이 가져다준 쌀죽도, 에드윈과 밤늦게까지 기록을 뒤진 일도, 레오넬이 이제는 자신을 볼 때 검부터 잡지 않는 것도. 그리고 무엇보다 카시안이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의 귀환 방법을 함께 찾고 있다는 사실도. 좋은 일이었다. 분명 좋은 일인데. 서화는 자꾸만 그것을 경계하게 되었다. 좋아하게 되면 떠나기 어려워질 것 같아서. 익숙해지면 그만큼 이별이 아파질 것 같아서. 그래서 아침 식사가 끝나자마자 곧장 에드윈을 찾아갔다. 생각할 틈을 만들지 않으면 됐다. 언어를 배우고, 기록을 읽고, 돌아가는 길을 찾으면 된다. “에드윈.” 연구실 문을 열자 안쪽에서 무언가 요란하게 무너졌다. 쾅! “…….” 서화가 멈췄다. 잠시 뒤 책더미 사이에서 에드윈의 머리가 불쑥 올라왔다. “괜찮아!” 서화가 천천히 눈썹을 올렸다. “안 물었습니다.” 조선말이었다. 에드윈은 당연히 알아듣지 못했다. “왜 그런 표정이야?” 서화는 연구실 바닥을 둘러봤다. 책, 종이, 작은 수정구, 마법 도구와 잉크병이 뒤섞여 있었다. 며칠 전보다 더 엉망이었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켰다. “위험.” 에드윈이 아래를 내려다봤다. “아.” 그제야 자신도 책 한 권을 밟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서화의 표정이 더 싸늘해졌다. 에드윈이 재빨리 발을 뗐다. “책은 안 망가졌어.” 서화는 못 알아들었다. 대신 책을 집어 먼지를 털고 책상 위에 올려놨다. “책.” 그리고 에드윈을 가리켰다. “소중.” “…….” “소중.” 그녀가 다시 강조했다. 며칠 전 배운 단어였다. 에드윈은 어쩐지 혼나는 기분이 들었다. “알았어.” 그가 손을 들었다. “정리하겠습니다.” 서화는 ‘정리’라는 단어를 몰랐지만 에드윈이 책을 치우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30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