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조선에서 온 아씨는 돌아가고 싶다: Chapter 1 - Chapter 10

105 Chapters

조선에서의 마지막 밤

정헌이 결국 크게 웃었다. 연화도 입을 가리고 웃었다. 도겸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결국 따라 웃었다. 서화도 웃었다. 그날의 저녁은. 그렇게 평범했다. 너무 평범해서. 서화는 그 순간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지 못했다. 밤이 깊었다. 모두 잠든 뒤에도 서화는 잠들지 못했다. 결국 저고리를 하나 더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마루 끝에 앉았다. 달빛이 마당을 비추고 있었다. 오래된 감나무. 어머니가 가꾸던 작은 화단. 어릴 적 넘어져 무릎을 깨뜨렸던 돌계단. 눈을 감아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잠이 오지 않느냐?” 서화가 뒤를 돌아보았다. “아버지.” 정헌이 천천히 걸어왔다. 그리고 딸의 옆에 앉았다. 한동안 두 사람 모두 말이 없었다. “아쉽습니다.” 서화가 먼저 말했다. “무엇이?” “이 집을 떠나는 것이요.” 정헌은 대답하지 않았다. 서화가 마당을 바라보았다. “저 감나무에서 오라버니가 떨어졌던 것 기억하십니까?” “기억하지.” “울었습니다.” “네 오라비는 울지 않았다고 주장하더구나.” “제가 봤는데요.” 정헌이 웃었다. 서화도 웃었다. “어머니와 처음 꽃을 심었던 곳도 저기입니다.” “그래.” “아버지께 처음 글자를 배운 것도 이 집이고요.” “네가 먹을 갈아놓고 졸았지.” “그건 아주 어릴 때입니다.” “아비에게는 얼마 전 같구나.” 서화의 웃음이 조금씩 사라졌다. “아버지.” “그래.” “…괜찮으십니까?” 정헌은 무엇을 묻는지 알고 있었다. 관직. 명예. 집. 그동안 잃어버린 모든 것. “괜찮다.” 대답은 간단했다. “정말이십니까?” “서화야.” 정헌이 딸을 바라보았다. “아비가 벼슬을 잃었다고 해서 네 아비가 아닌 것이 되더냐?” 서화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이 집을 잃었다고 네 어머니가 네 어머니가 아닌 것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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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통하지 않는 남자

눈보라 속에서. 윤서화는 움직이지 못했다. 『문을 여는 아이야.』 분명 들었다. 그것도 아주 또렷하게. 서화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구십니까?” 대답은 없었다.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었다. 후우우웅― 눈발만 거세게 흩날렸다. “방금 말씀하신 분.” 서화가 다시 물었다. “어디 계십니까?”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조금 전 눈앞의 남자가 했던 말은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알아들었다. 마치 처음부터 조선말로 말한 것처럼. 『찾았다.』 『문을 여는 아이야.』 문. 서화의 시선이 허리춤으로 내려갔다. 백옥 노리개. 조금 전까지 희미한 빛을 내던 옥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져 있었다. 서화가 떨리는 손으로 노리개를 감싸 쥐었다. “어머니…….” 그 순간. 턱. 손목이 붙잡혔다. “……!” 서화가 놀라 고개를 돌렸다. 쓰러져 있던 남자였다. 카시안의 회색 눈동자가 서화를 향하고 있었다. 초점이 흐렸다. 하지만 경계심만큼은 선명했다. “……누구냐.” 낮고 갈라진 목소리. 역시 알아들을 수 없었다. 서화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봤다. 남자의 손에는 힘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놓지 않았다. “놓으십시오.” 서화가 말했다. 남자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당연히 알아듣지 못했다. 서화는 자신의 손목을 가리킨 다음 남자의 손을 가리켰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놓으십시오.” 카시안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다. 서화도 그를 바라봤다. 잠시 후. 손에 들어간 힘이 조금 풀렸다. 서화가 손목을 빼냈다. “말은 안 통해도 눈치는 있으시군요.” 알아들을 리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다시 그의 상태를 살폈다. 상처가 많았다. 옆구리에 긴 자상이 하나. 왼쪽 어깨에도 깊은 상처가 있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출혈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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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통하지 않는 남자

서화는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 떠 있는 달. 그 옆으로. 희미하게 또 하나의 작은 빛이 보였다. 달이라고 하기에는 작고. 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컸다. 서화는 그것을 한참 바라봤다. “….” 가슴 깊은 곳에서. 불길한 생각이 올라왔다. 아니다. 그럴 리 없다. 세상은 하나다. 조선이 있고. 청이 있고. 바다 건너 다른 나라들도 있다고 들었다. 아버지가 가진 지도에서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달이 둘인 곳은 없었다. “아니야.” 서화가 작게 말했다. “아닐 거야.” 백옥 노리개를 움켜쥐었다. 어머니. 아버지. 오라버니. 절벽. 마지막으로 붙잡았던 도겸의 손. “오라버니.” 목소리가 떨렸다. 서화는 애써 숨을 삼켰다. 울지 말자. 지금 울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살아야 한다. 살아서. 찾아야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그런데 그 전에. 눈앞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다. 서화가 쓰러진 남자를 바라봤다. “하필이면.” 한숨이 나왔다. “이렇게 크실 것은 또 무엇입니까.”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훌쩍 큰 남자였다. 끌고 갈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렇다고 여기 두면 얼어 죽는다. 서화는 주변을 살폈다. 숲 안쪽. 희미하게 바위가 보였다. 그 아래 공간이 있을지도 모른다. “……해봅시다.” 서화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안 됩니다.” 정말 안 됐다. 남자가 너무 무거웠다. “대체 무엇을 드시고 이렇게 크신 겁니까.” 당연히 대답은 없었다. “조금만 협조하십시오.” 기절한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그래도 서화는 포기하지 않았다. 팔을 끌고. 잠시 쉬고. 다시 끌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허억…….” 결국 바위 아래까지 데려왔다. 다행히 작은 공간이 있었다. 바람을 피하기에는 충분했다. 서화는 카시안을 눕혔다. 그리고 주변에서 마른 나뭇가지를 찾았다. 문제는. 불이었다. 부싯돌이 없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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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조선이 아닙니다

붉은 눈이 하나씩 늘어났다. 하나. 둘. 셋. 어둠 속에서 나타난 짐승들은 늑대를 닮아 있었다. 그러나 서화가 아는 늑대와는 달랐다. 등은 성인 남자의 허리까지 닿을 만큼 높았고, 검은 털 사이로 붉은 핏줄 같은 것이 꿈틀거렸다. 입을 벌릴 때마다 검은 김이 새어 나왔다. 크르르르― 서화의 얼굴이 굳었다. ‘저것은…….’ 짐승인가. 아니면. 정말 요괴라도 되는 것인가. 그 순간. 앞에 서 있던 남자가 움직였다. 카시안이 검을 들어 올렸다. 서화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안 됩니다.” 회색 눈이 내려왔다. “몸이 성하지 않으십니다.” 당연히 알아듣지 못한다. 서화는 답답한 마음에 그의 목덜미를 가리켰다. 검은 선. 조금 전 침으로 잠재웠던 그것이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이것.” 손가락으로 검은 선을 가리키고.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안 됩니다.” 이번에는 카시안도 그녀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는 서화의 손을 떼어냈다. “…….” 낮게 무언가를 말했다.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뜻은 알 것 같았다. 뒤로 물러나 있으라는 것. 서화의 눈썹이 올라갔다. “지금 싸우시겠다고요?” 카시안은 이미 앞으로 나섰다. “정말 말을 듣지 않으시는군요.” 크아아악―! 마수 한 마리가 달려들었다. 카시안의 검이 움직였다. 서화는 그 순간 처음으로 보았다. 사람이 휘두르는 검에서. 검은 빛이 솟아나는 것을. 콰앙―! 마수가 옆으로 튕겨 나갔다. “……!” 서화의 눈이 커졌다. 검기가 아니었다. 그런 것은 서화도 이야기로 들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것은 달랐다. 검은 기운이 살아 있는 것처럼 검을 휘감았다. 카시안이 다시 검을 휘둘렀다. 마수의 몸이 갈라졌다. 그러나. 그 순간. 카시안의 몸이 휘청였다. “……!” 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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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조선이 아닙니다

그 순간. 백옥 노리개가 뜨거워졌다. “……!” 서화가 허리춤을 내려다봤다. 빛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카시안의 검을 감싸던 검은 기운이 흔들렸다. 그리고. 거대한 마수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크르……. 붉은 눈이. 서화에게 향했다. 아니. 정확히는. 노리개를 향했다. 서화가 숨을 죽였다. “왜…….” 마수가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러자 주변의 마수들도 동시에 물러났다. 카시안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 역시 보았다. 마수들이. 서화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니. 그녀가 가진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때. 멀리서 다른 소리가 들렸다. 두두두두―! 말발굽. 카시안이 고개를 들었다. 숲 저편에서 빛이 움직이고 있었다. 횃불. 하나가 아니었다. 수십 개. 그리고. 누군가가 외쳤다. “전하!” 서화는 알아듣지 못했다. “카시안 전하!” 하지만. 한 단어. 카시안. 서화의 눈이 움직였다. “……카시안?” 옆에 있던 남자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서화가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 “카시안?” 카시안의 눈이 아주 조금 커졌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화가 입 안으로 이름을 굴렸다. “카시안.” 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알게 된 이름이었다. 그 순간 기사들이 숲을 뚫고 나타났다. “전하!” 가장 먼저 달려온 남자가 말에서 뛰어내렸다. 레오넬이었다. 그는 카시안을 발견하자 안도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의 시선이 서화에게 향했다. “…누구지?” 서화는 알아듣지 못했다. 레오넬의 손이 검으로 향했다. 그녀의 옷. 검은 머리. 처음 보는 장신구. 그리고. 카시안 몸에 꽂혀 있는 침. 레오넬의 얼굴이 굳었다. 챙―! 검이 뽑혔다. 서화가 움찔했다. 레오넬이 검끝을 서화에게 겨눴다. “전하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 서화는 그를 바라봤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검끝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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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성문이 열렸다. 쿠우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철문이 양옆으로 갈라졌다. 윤서화는 저도 모르게 고삐를 움켜쥐었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이상한 곳이었다. 성벽은 검은 돌로 쌓여 있었다. 한양의 성곽과는 생김새부터 달랐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탑과 뾰족한 지붕, 커다란 유리창. 무엇보다. 사람들이 달랐다. “…….” 서화는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자꾸만 시선이 움직였다. 금빛 머리카락. 붉은 머리카락. 갈색은 그나마 익숙했지만 눈동자 색까지 제각각이었다. 푸른색. 초록색. 회색. ‘정말 조선이 아니구나.’ 조금 전까지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혹시나 했다. 자신이 모르는 먼 나라일지도 모른다고. 오라버니와 함께 아버지의 지도를 들여다보며 수많은 나라 이야기를 들었다. 서역에는 머리카락과 눈동자 색이 다른 사람들이 산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손끝에서 불을 만들어내는 사람까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하늘에는 달이 둘이었다. 서화는 품 안의 백옥 노리개를 만졌다. ‘어머니.’ 손끝에 차가운 옥의 감촉이 닿았다. 그것만이 유일하게 익숙했다. “전하!” 누군가 크게 외쳤다. 그러자 성 안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기사들이 길을 열었다. 사용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허리를 숙였다. 몇몇은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 모든 시선이. 한 사람에게 향했다. 카시안. 서화가 옆을 바라봤다. 남자는 여전히 말 위에 앉아 있었다. 창백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고, 저 이상한 검은 기운까지 몸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런데도 등을 곧게 펴고 있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동안에는 쓰러지지 않으려는 것처럼. ‘이 사람.’ 서화의 눈이 가늘어졌다. ‘상당히 높은 사람인가.’ 높은 정도가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성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니까. 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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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에드윈이 굳었다. 마리엘도 굳었다. 뒤에 있던 기사들도 굳었다. 서화는 아주 당연하다는 얼굴이었다. “남의 물건을 함부로 만지시면 안 됩니다.” 에드윈이 자신의 손등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서화를 봤다. “……방금 날 때린 겁니까?” 서화는 못 알아들었다. “제가?” 에드윈이 자신을 가리켰다. 그리고 맞은 손등을 보여줬다. 서화는 그제야 무슨 말인지 대충 알아차렸다. 고개를 끄덕였다. “예.” 대답만큼은 아주 당당했다. 물론 에드윈은 ‘예’의 뜻을 몰랐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건 알아봤다. “하.” 에드윈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그때 안쪽에서 누군가 다급하게 뛰어나왔다. “마법사님!” 표정이 심각했다. 에드윈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왜.” “대공 전하의 저주가 다시 움직입니다.” 에드윈이 즉시 돌아섰다. 서화 역시 한 단어를 알아들었다. ‘대공?’ 아까도 사람들이 비슷한 말을 했다. 그리고. 카시안. 서화는 에드윈을 따라 움직였다. 마리엘이 막으려 했지만 이번에는 서화가 먼저 손을 들어 보였다. “저도 갑니다.” 말은 안 통해도 표정만큼은 단호했다. 카시안이 누운 방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의원. 마법사. 기사. 서화는 이름을 알지 못했지만 누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는 대강 구분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누구도 카시안에게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검은 문양이 목덜미를 넘어 턱 아래까지 올라와 있었다. “……!” 서화의 얼굴이 변했다. 아까보다 빠르다. 침을 제거한 탓인가. 아니면 이동하면서 무리했기 때문인가. 에드윈이 카시안의 가슴 위에 손을 올렸다. 푸른빛이 피어났다. 화아악― 서화가 멈칫했다. 다시 봐도 놀라웠다. 손끝에서 빛이 생겨났다. 빛이 카시안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그 순간. 검은 문양이 크게 요동쳤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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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자신이 들었던 이름인지조차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전 사람들이 그 여인을 그렇게 부른 것 같았다. “마리엘!” 잠시 후. 저쪽에서 마리엘이 나타났다. 서화가 달려갔다. “제 노리개가 없습니다.” 당연히 이해하지 못했다. 서화가 자신의 허리춤을 가리켰다. 매듭을 묶는 시늉. 옥의 둥근 모양을 손으로 만들었다. 마리엘이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아.” 무언가를 깨달았다. 손짓했다. 따라오라는 뜻. 서화는 곧장 따라갔다. 도착한 곳은 카시안의 방이었다. 서화가 들어갔다. 그리고 멈췄다. 카시안이 깨어 있었다. 침상에 기대어 앉은 그의 손에. 백옥 노리개가 들려 있었다. 서화의 표정이 굳었다. “그걸 왜.” 카시안이 서화를 봤다. 그 순간. 서화는 자신의 차림을 잊었다. 곧장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주십시오.” 카시안이 노리개를 내려다봤다. 다시 서화를 봤다. “이게 무엇이지?” 알아들을 수 없다. 서화가 다시 손을 내밀었다. “제 것입니다.” 카시안은 노리개를 바라봤다. 설원에서. 이것이 빛났다. 마수들이 물러났다. 그리고 자신의 저주가 반응했다. 그렇다고 해도. 카시안은 잠시 후 노리개를 서화에게 내밀었다. 서화가 곧바로 받아 가슴에 품었다. “…….” 눈에 띄게 안도했다. 카시안은 그 표정을 바라봤다. 서화가 노리개를 꼭 쥐었다. “어머니께서 주신 것입니다.” 카시안은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도 서화는 계속 말했다. “제 어머니께서.” 자신을 가리키고. 노리개를 가리켰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어머니.” 카시안의 눈이 움직였다. “……어머니.” 그가 따라 했다. 발음이 어색했다. 서화의 눈이 커졌다. 카시안도 멈췄다. 서화가 다시 말했다. “어머니.” “어……머니.” “예.” 서화의 얼굴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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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아침이 밝았다. 서화는 거의 잠들지 못했다. 낯선 침상은 지나치게 푹신했고. 이불은 따뜻했으며. 방 안에는 밤새 불이 꺼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눈을 감으면. 절벽이 보였다. “서화야!” 빗물에 젖은 오라버니의 얼굴. 자신을 붙잡고 있던 손. 조금씩 미끄러지던 손가락. 그리고. 마지막 순간. “오라버니!” 서화가 눈을 떴다. “…….” 낯선 천장. 잠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돌아왔다. 설원. 검은 옷을 입은 남자. 알아들을 수 없는 말. 거대한 성. 두 개의 달. 그리고. 조선이 없는 지도. 서화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밤새 손에 쥐고 있었던 백옥 노리개가 손바닥 안에 있었다. “……꿈이 아니었구나.” 꿈이기를 바랐던 모양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자신의 방이고. 밖에서는 어머니가 부르고. 사랑채에서는 아버지가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들리고.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도겸이. ‘언제까지 잘 거냐.’ 하고 놀려주기를. 서화는 한동안 노리개만 내려다봤다. 그러다 손등으로 눈가를 문질렀다. “안 돼.” 울 시간에 하나라도 더 알아봐야 한다. 아버지가 그랬다. 모르는 것이 있다면 두려워하기 전에 먼저 알아보라고. ‘여기가 어디인지.’ ‘어떻게 왔는지.’ ‘그리고.’ 서화가 노리개를 꼭 쥐었다. ‘어떻게 돌아갈 수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다면. 하나씩 알아내면 된다. 서화는 침상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곧 문제가 생겼다. “…….” 어제 마리엘이 가져다준 옷. 다시 봐도 익숙하지 않았다. 긴 치마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위였다. “어찌 목을 이렇게…….” 서화가 옷을 들고 심각하게 고민하던 순간.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예.” 문이 열렸다. 마리엘이었다. 그녀는 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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