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조선에서 온 아씨는 돌아가고 싶다: Capítulo 31 - Capítul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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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문은 당신 안에 남아 있습니다

카시안의 손목 안쪽에 남아 있던 검은 선이 움직였다.아주 느리게.하지만 분명히.손끝에서 팔을 타고 올라가던 이전과는 달랐다. 이번에는 마치 목적지를 정한 것처럼, 피부 아래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며 심장 쪽을 향했다.서화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카시안.”그가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봤다.“나도 봤어.”서화는 그의 말을 다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었다.그도 느꼈다.그녀는 곧장 카시안의 손목을 잡았다.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검은 실이 옥을 향해 뻗지 않는다.접촉했는데도 백옥은 반응하지 않았다.그 사실을 확인하자 서화의 손가락이 곧바로 맥 위에 얹혔다.하나.둘.셋.평소보다 빠르다.그러나 단순히 빠른 것만이 아니었다.맥박 사이.서화가 몇 번이나 경험했던 불쾌한 끊김.마치 다른 박자가.안쪽에서 하나 더 뛰고 있다.“…….”서화의 손끝이 굳었다.카시안이 물었다.“나빠?”서화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다시.맥.조금 더 깊게.그리고.손목에서 팔꿈치.어깨.가슴을 차례로 바라봤다.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하지만.흐름은 느껴졌다.몸 밖으로 빠져나가려던 저주가.세 번째 연결이 무너진 뒤.방향을 바꿨다.밖으로 나올 수 없다면.더 깊이.카시안 안으로.“나쁘다.”서화가 대답했다.카시안의 입가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많이?”서화가 잠시 망설였다.그러다.고개를 끄덕였다.“많이.”“대공 전하를 눕히십시오.”헤르만은 서화의 표정만 보고도 상황을 알아차렸다.카시안이 미간을 좁혔다.“괜찮다.”서화가 즉시 돌아봤다.“안 괜찮다.”“걸을 수 있어.”“걸다.”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손가락으로 그의 가슴을 가리켰다.“여기.”검은 것.“가다.”카시안의 표정이 굳었다.에드윈이 급히 다가왔다.“심장으로 간다고?”서화는 ‘심장’이라는 단어를 아직 몰랐다.에드윈이 자기 가슴을 두드렸다.“여기?”서화가 고개를 끄덕였다.“예.”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동시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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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문으로 돌려보내지 않겠습니다

치료는 해가 완전히 진 뒤에 시작하기로 했다.이유는 단순했다. 남쪽 바다의 파동이 밤에 가장 안정적이었고, 세 번째 길의 흔적 역시 해가 진 뒤 조금 더 선명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에드윈과 이사크는 무너진 수도원 앞 넓은 공터를 정리해 임시 마법진을 만들었고, 헤르만은 카시안의 상태를 확인하며 약재와 붕대를 준비했다.서화는 그 사이 한 번도 쉬지 않았다.침을 다시 닦고.쓰일 혈자리를 종이에 그린 뒤.헤르만에게 순서를 확인시켰다.그리고 에드윈에게는 마력 흐름이 어디에서 들어오고 어디로 빠져야 하는지 몇 번이나 다시 설명하게 했다.카시안은 그 모습을 침상에 앉아 지켜보다가 낮게 말했다.“서화.”그녀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왜.”“쉬어.”“싫다.”“지금 네 얼굴이―”서화가 바로 고개를 들었다.카시안은 말을 멈췄다.서화가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을 가리켰다.“나.”그리고.“괜찮다.”카시안이 헛웃음을 쳤다.“그건 내가 하면 거짓말이라며.”서화는 긴 문장을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카시안이 ‘거짓말’을 말한 순간 무슨 뜻인지는 대충 짐작했다.“…….”잠시.서화는 입을 다물었다.그러고는 조금 작게 말했다.“조금.”손가락으로 아주 작은 틈.“안 괜찮다.”카시안의 표정이 누그러졌다.그녀가 다시 침통을 들여다봤다.“하지만.”카시안.“더.”손으로 크게.“안 괜찮다.”카시안이 웃었다.“그래서 네가 쉬지 않겠다?”“예.”“고집.”서화는 그 단어를 못 알아들었다.에드윈이 멀리서 말했다.“좋은 뜻 아닙니다.”서화가 곧바로 카시안을 봤다.“나쁘다?”카시안이 에드윈을 노려봤다.“일해.”에드윈은 입을 다물었다.치료 순서는 세 단계였다.첫째.표식이 숨어 있는 기억을 열어 뿌리를 밖으로 끌어낸다.둘째.서화가 침술로 몸 안의 흐름을 바꾸고, 헤르만이 심장과 마력핵의 부담을 줄인다.셋째.에드윈과 이사크가 세 번째 길의 양 끝을 닫은 채 중앙의 ‘틈’만 아주 짧게 열어, 끌어낸 표식을 그쪽으로 되돌려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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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에도 이름이 있습니까

카시안은 그날 밤 깨어나지 않았다.맥은 돌아왔지만 안정적이지 않았다. 한 번은 너무 빠르게, 다음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느리게 뛰었다. 검은 박자는 사라졌는데도 그의 몸은 오히려 그 빈자리를 낯설어하는 듯했다.서화는 침상 곁을 떠나지 않았다.손목.맥.호흡.체온.조금이라도 달라지면 바로 확인했다. 헤르만이 약을 달이고 에드윈이 마력핵의 흐름을 살피는 동안에도 서화의 손가락은 카시안의 맥 위에 있었다.몇 시간을 그렇게 있었는지 모른다.“아가씨.”마리엘의 목소리가 들렸다면 아마 당장 쉬라고 했을 것이다.그 생각이 드는 순간, 서화는 문득 대공성을 떠올렸다. 남쪽으로 오기 전 마리엘이 자신에게 했던 말.기다려요. 돌아오면.돌아가면.마리엘이 있을 것이다.그 생각을 하자 이상하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서화는 고개를 숙이고 카시안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돌아가야 합니다.”조선말.“그러니까 당신도 일어나셔야지요.”카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러나.툭.그의 맥이 한 번.조금 더 힘 있게 뛰었다.새벽이 가까워질 무렵.에드윈이 서화의 맞은편에 주저앉았다.머리는 이미 몇 번이나 헝클어졌고, 눈 아래에는 짙은 그늘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래도 그의 손에는 여전히 종이뭉치가 들려 있었다.“서화.”서화가 고개를 들었다.에드윈이 그녀의 백옥을 가리켰다.“그거.”검은 문양.“봐야 해.”서화는 잠시 카시안을 봤다.헤르만이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보고 있겠습니다.”말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손짓으로 뜻은 알았다.서화는 마지못해 카시안의 손을 놓았다.그리고.백옥을 꺼냈다.조선과 아르데시아의 길을 나타내던 흰 선.네 가지 닻의 문양.그 사이.처음 보는 검은 글자 하나가 선명하게 떠 있었다.아르데시아 문자도 아니다.한자도 아니다.서화가 본 어떤 신전 문양과도 달랐다.“이름.”그녀가 말했다.에드윈이 고개를 끄덕였다.“아마.”서화의 눈이 가늘어졌다.“또 아마.”에드윈이 힘없이 웃었다.“이번에는 정말 아마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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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길을 만든 사람들

백옥 안에서 번진 빛은 아주 작았다.검은 문양의 갈라진 틈 사이로 겨우 새어 나오는 정도였다. 그런데 그 작은 빛 하나가 나타난 순간, 주변의 소리가 전부 멀어진 것처럼 느껴졌다.파도 소리도.천막 밖을 오가는 기사들의 발소리도.에드윈이 숨을 삼키는 소리조차.서화에게는 들리지 않았다.오직.백옥 안에서 흘러나오는 아주 오래된 목소리만 또렷했다.『……들립니까.』사람의 목소리였다.문 너머의 존재처럼 머릿속을 긁는 소리도 아니었고, 윤연화의 흔적처럼 따뜻하면서도 먼 울림도 아니었다.낯설었다.그런데 이상하게.말은 이해됐다.아르데시아어도.조선말도 아닌데.의미가 그대로 가슴 안으로 들어왔다.『혹시 아직도, 두 세계 사이에 사람이 있습니까?』서화는 숨을 삼켰다.“있습니다.”자신도 모르게 조선말로 대답했다.에드윈이 옆에서 놀라 그녀를 봤다.“서화?”카시안도 몸을 일으키려 했다.서화가 반사적으로 그의 어깨를 눌렀다.“누워.”카시안은 미간을 찌푸렸다.“이 상황에서도?”서화는 못 알아들었다.“누워.”더 단호해졌다.결국 카시안은 다시 기대앉았다.그러는 동안에도 백옥 안의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사람이…… 있군요.』그 말 끝에.아주 짧은 웃음이 섞였다.기쁜 것 같기도.안도한 것 같기도.그리고 무엇보다.지쳐 있었다.백옥의 빛이 조금 더 넓어졌다.허공에.옅은 장면이 펼쳐졌다.수십 명.아니.더 많다.사람들이 넓은 돌바닥 위에 서 있었다.서화는 처음 보는 옷차림을 바라봤다. 조선보다 훨씬 오래된 시대처럼 보이는 옷도 있었고, 지금의 아르데시아와 닮았으나 더 단순한 옷도 있었다.둘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차림도 있었다.사람들이.서로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들처럼.한곳에 섞여 있었다.그들 가운데.한 남자가 서 있었다.짙은 갈색 피부.긴 검은 머리.어깨에 걸친 희고 긴 천.그리고.손 안.하얀 돌.아직 노리개도.옥 조각도 아니다.손바닥만 한.거칠고.반투명한 돌.서화가 숨을 멈췄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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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소유할 사람은 없습니다

아침이 밝았을 때도 남쪽 바다는 평온하지 않았다.밤새 나타났던 빛의 균열은 사라졌지만, 완전히 흔적을 감춘 것은 아니었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칠 때마다 물결 사이로 희끄무레한 선이 번쩍였다가 없어졌고, 정찰대가 표시해둔 세 지점에서는 일정한 간격으로 약한 마력 반응이 반복됐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길이 바다 밑 어딘가에 놓여 있고, 밀려오는 파도가 그 위를 스칠 때마다 잠시 형태를 드러내는 것 같았다.에드윈은 밤을 거의 새우고도 해 뜨기 전부터 해안에 나와 있었다.그의 앞에는 지도 세 장과 기록지 수십 장이 널려 있었다. 남쪽 선발대가 한 달 가까이 관찰한 균열의 발생 시각, 지속 시간, 조수의 높이, 마력 밀도까지 가능한 한 전부 적혀 있었다.서화는 카시안의 맥을 확인한 뒤에야 그쪽으로 왔다.카시안은 살아 있었다.그리고 어젯밤보다 확실히 안정됐다.아직 심장은 일정한 박자로 뛰지 않았지만, 검은 박자는 완전히 사라졌다. 칠 년 동안 그의 몸 안에 자리 잡았던 저주의 뿌리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그 사실만으로도 서화는 몇 번이나 안도의 숨을 삼켜야 했다.하지만 카시안에게는 쉬라고 했다.아주 많이.몇 번이나.그래서 지금 해안에는 카시안 대신 레오넬이 나와 있었다.“전하께서 정말 안 따라오실 줄은 몰랐습니다.”에드윈이 중얼거렸다.서화는 즉시 말했다.“약속.”레오넬이 고개를 끄덕였다.“아가씨께 약속하셨으니 지키셔야죠.”서화는 ‘아가씨’라는 말을 알아듣고 잠깐 눈을 깜빡였다.마리엘이 떠올랐다.그리고.아주 작게 웃었다.정찰대장은 전날 밤 미처 다 하지 못한 보고를 이어갔다.“처음 균열을 발견한 건 저희가 남부 해안에 도착한 사흘 뒤였습니다. 당시에는 빛이 정말 잠깐 나타났습니다. 길어야 열두 번 정도 숨을 쉬는 동안이었습니다.”에드윈이 기록했다.“몇 분도 안 됐군.”“예. 그리고 누구도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서화가 고개를 들었다.“왜.”정찰대장은 그녀에게 직접 설명하려다가 막혔다. 에드윈이 간단히 물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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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자리를 지키는 사람

남쪽으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한연화의 외가가 있던 지역은 한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고, 윤정헌의 일가가 눈에 띄는 큰길을 피하는 탓에 여정은 더 느려졌다. 낮에는 산길과 작은 고을을 돌아 이동했고, 해가 지기 전이면 반드시 숙소를 잡았다.도겸은 처음 이틀 동안 거의 쉬지 않으려 했다.말을 타고 마차 앞뒤를 오가며 주변을 확인했고, 수상한 사람이 보이면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다. 결국 사흘째 아침, 한연화가 참지 못하고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도겸아.”“예, 어머니.”“내려오렴.”도겸이 말을 몰며 고개를 갸웃했다.“어디서요?”“말에서.”“왜요?”한연화가 마차 안에서 아주 온화하게 웃었다.“네가 계속 그렇게 돌아다니면 네 말이 먼저 쓰러지겠구나.”도겸의 표정이 미묘해졌다.“저는 괜찮습니다.”“그래.”한연화가 고개를 끄덕였다.“말이 안 괜찮다고.”윤정헌이 옆에서 책을 보다가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도겸은 결국 말을 마차 옆에 세웠다.“아버지는 웃지 마십시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표정이 말하고 있습니다.”“그것까지 막을 생각이냐.”도겸은 입을 다물었다.그런 평범한 말다툼이 오가는 동안에도 마차 안 나무함에서는 희미한 빛이 이어졌다.盟.약속할 맹.글자는 사라지지 않았다.마치 조선에서도 이제 무언가를 정해야 한다고 계속 재촉하는 것처럼.도겸은 한참 뒤 나무함을 내려다봤다.“누구하고 약속하라는 걸까요.”윤정헌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아르데시아에는.서화.그 남자.마법사.수도원 사람들.황실.신전.여러 사람이 있다.하지만 조선에서는?지금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윤정헌과 한연화, 도겸.기껏해야.한연화의 외가 기록을 남긴 사람들.“우리 셋이 정한다고 될 일은 아닐 테지.”윤정헌이 말했다.도겸이 바로 고개를 들었다.“그럼 누구에게 말합니까?”이 질문에는.바로 답하기 어렵다.다른 세계가 있다고.그곳에 서화가 살아 있다고.두 세계를 연결하는 길을 만들려고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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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길을 가지지 않겠습니다

사백 년 동안 비어 있던 문장은 생각보다 무거웠다.윤정헌은 오래된 맹약문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종이는 얇고 누렇게 삭아 있었으나, 그 위를 지나간 시간만큼은 선명했다. 첫 줄은 한 사람의 필체였고, 그 아래는 다른 손, 또 그 아래는 더 후대의 손으로 이어져 있었다.누군가는 먹을 갈아 다시 흐릿해진 글자를 덧썼고, 누군가는 찢어진 가장자리를 다른 종이로 받쳐 보수했다. 같은 문장을 그대로 베끼는 데 그치지 않고 옆에 날짜와 이름을 남긴 흔적도 있었다.읽었음.다음 사람에게 전함.아직 길은 열리지 않았음.짧은 기록들이 사백 년을 건너왔다.도겸은 맹약문보다 그 작은 글씨들을 더 오래 바라봤다.“정말 계속 지켜온 겁니까?”강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제 집안만은 아닙니다.”“그럼 또 누가 있습니까?”“처음에는 세 집안이었다고 합니다.”강무진은 빈 터 가장자리에 남은 낡은 돌들을 가리켰다.“한 집안은 기록을 지켰고, 한 집안은 이 자리를 지켰고, 한 집안은 반대편에서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억했습니다.”도겸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반대편에서 돌아온 사람들?”“윤연화 아씨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정적이 내려앉았다.한연화가 천천히 물었다.“다른 사람도…… 이쪽으로 왔다는 뜻입니까?”강무진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기록에는 이름이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일부러 지웠다고 보는 게 맞겠지요. 다만 한 줄이 있습니다.”그는 다른 종이를 꺼냈다.거의 부서질 듯 얇은 종이.그 위에는 짧은 문장 하나만 남아 있었다.「길이 있던 시대에는 떠난 사람보다 돌아온 사람이 더 많았다.」도겸의 얼굴이 굳었다.“그럼 정말 예전에는…….”“오갔겠지요.”윤정헌이 대신 말했다.“한 번이 아니라.”강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이 터의 이름도 ‘문터’가 아닙니다.”“그럼요?”“돌아터.”도겸이 눈을 깜빡였다.강무진은 아주 작게 웃었다.“옛말입니다. 돌아오는 자리라는 뜻으로 대대로 불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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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돌은 조선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검은 돌이 빛나는 순간.가장 먼저 움직인 사람은 강무진이었다.그는 거의 반사적으로 한연화와 나무함 사이를 가로막았다. 조금 전까지 차분하기만 하던 얼굴에서 처음으로 명확한 공포가 드러났다.“그 돌을 어디서 구했습니까.”붉은 관복의 남자가 웃었다.“역시 알아보는군.”“대답하십시오.”“사백 년 전부터 이곳을 지킨 집안이라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지.”강무진의 손이 허리춤의 칼자루를 잡았다.도겸은 그 모습을 곁눈질했다.아까까지만 해도 자신보다 한참 나이가 든 평범한 선비처럼 보였던 남자다. 하지만 검을 잡는 자세가 다르다. 익숙하다.도겸이 낮게 물었다.“저게 뭡니까.”강무진은 대답하지 않았다.아니.바로 대답할 수 없는 것 같았다.그의 시선은 검은 돌에 붙박여 있었다.돌은 엄지손톱 두 개를 합친 정도의 크기였다. 거칠고 불규칙했으며, 빛을 받지 않아도 안쪽에서 검은 결이 천천히 움직였다.마치.살아 있는 것처럼.반달 돌이 한연화의 품 안에서 떨었다.그 반응에 붉은 관복의 남자 눈이 번뜩였다.“저쪽이 먼저 알아보는군.”도겸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더 가까이 오면 베겠습니다.”“혼자?”남자가 웃었다.도겸 뒤로 윤정헌.한연화.강무진.그리고.상대는 이미 수십 명.숫자만 보면 승산이 없다.그런데도 도겸은 물러나지 않았다.“혼자라고 한 적 없습니다.”남자가 눈을 가늘게 떴다.도겸이 낮게 말했다.“아직 가족이 셋이나 제 뒤에 있습니다.”아르데시아.서화는 백옥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검은 점.조선 쪽.분명히 있다.작고.멀다.하지만.익숙하다.카시안의 몸속에 있었던 검은 박동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에드윈은 종이를 정신없이 넘겼다.“잠깐. 잠깐만.”그가 마티아스 쪽을 봤다.“조선 쪽에도 오염된 경계석이 있을 수 있습니까?”마티아스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 얼굴.이미 알고 있다.카시안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말해.”마티아스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있을 수는 있습니다.”서화는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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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보다 먼저 열린 것

검은 점은 열일곱에서 멈췄다.적어도.지금 백옥이 보여주는 것은 그랬다.에드윈은 처음 세었을 때 자신이 잘못 본 줄 알고 다시 세었다. 백옥 위로 떠오른 희미한 면에는 조선의 지형을 그대로 옮긴 지도 같은 것은 없었다. 산맥도 강도 없었고, 도시의 이름도 없었다. 다만 서화와 연결된 사람과 물건, 기록과 장소를 기준으로 방향과 거리가 흐릿한 빛의 결처럼 나타날 뿐이었다.그 위에.검은 점 열일곱 개.그리고 그 사이를 잇기 시작한 아주 가느다란 선.“……열일곱.”에드윈이 낮게 중얼거렸다.서화가 바로 고개를 들었다.“열일곱?”숫자는 알아들었다.에드윈이 고개를 끄덕였다.“지금.”손가락으로 백옥을 가리켰다.“보이다.”열일곱.그리고 양손을 펼쳐 더 많다는 몸짓을 했다.“더?”서화의 얼굴이 굳었다.에드윈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모르다.”그게 가장 정확했다.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다.백옥이 감지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을 수도 있고, 아직 깨어나지 않은 돌은 검은 점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었다.카시안은 탁자에 한 손을 짚은 채 백옥을 내려다봤다. 오래 서 있으면 안 된다는 헤르만의 경고를 이미 두 번이나 들었지만, 지금 앉으라고 말할 사람은 없었다.정확히는.서화가 있었다.“앉다.”카시안이 그녀를 봤다.“괜찮아.”서화의 눈이 가늘어졌다.“거짓말.”에드윈이 입을 다물었다.아드리안은 시선을 돌려 웃음을 참았고, 레오넬은 아예 카시안 뒤에 의자를 가져다 놓았다.“앉으시죠.”“레오넬.”“예.”“너까지 그러지 마.”“저는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의자만 가져왔다.카시안은 잠시 부하를 노려보다가 결국 앉았다.서화는 그제야 다시 백옥을 봤다.세베리안은 오래된 기록 세 권을 나란히 펼쳤다.하나는 신전에서 가져온 사본.하나는 남부 수도원 지하에서 발견된 원본 일부.마지막 하나는 세라피온보다 훨씬 이전 시대의 경계석 관리 기록이었다.“우리가 하나 잘못 생각했습니다.”아드리안이 물었다.“무엇을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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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을 넘은 것은 아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조선의 밤공기는 분명 익숙한 것이었다. 초가을 냄새가 조금 섞인 바람, 밤이 깊어질수록 내려앉는 서늘한 습기, 멀리서 개 짖는 소리와 처마 끝을 스치는 풀벌레 소리까지. 그런데 한양의 오래된 관청 창고 아래에서는. 그 모든 것이 끊겼다. 석실 바닥에 엎어진 늙은 창고지기는 한참 동안 숨을 쉬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손바닥 아래에는 차가운 돌바닥이 있었는데, 이제 한 걸음 앞은 끝을 알 수 없는 검은 공간으로 꺼져 있었다. 그 검은 곳에서. 무언가가 올라왔다. 손처럼 보였다. 하지만 손은 아니었다. 손가락이라 부를 만한 길고 검은 형태가 다섯 갈래로 갈라져 있었고, 끝마다 관절처럼 꺾이는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움직임은 사람과 전혀 달랐다. 뼈가 있는 물건이 아니라 검은 물이 잠시 손의 모양을 흉내 내는 것처럼, 형태가 늘어났다가 흐려지고 다시 굳었다. 그것이 석실 바닥을 짚었다. 철컥.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벽면의 오래된 자물쇠들이 한꺼번에 흔들렸다. 노인은 입을 틀어막았다. ‘소리를 내면 안 된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검은 손이 멈췄다. 마치. 생각을 읽은 것처럼. 『사람.’ 목소리가 석실 전체에서 울렸다. 노인의 몸이 굳었다. 『여기에도 있구나.’ 아르데시아에서는 누구도 바로 움직이지 못했다. 백옥 위에 떠오른 검은 開. 그 글자가 너무 선명했다. 서화는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옥을 쥐고 있었다. 자신이 자랐던 조선. 아버지와 어머니와 오라버니가 있는 곳. 비가 오면 처마 끝에서 물이 떨어지고, 아침이면 어머니가 약초를 말리고, 오라버니가 괜히 방문을 열고 들어와 아침잠을 깨우던 곳. 그곳에. 지금. 저것이 닿았다. “열렸다.” 서화가 아주 작게 말했다. 에드윈이 고개를 들었다. “완전히는 아니야.” 그는 즉시 종이를 끌어당겼다. 서화가 이해할 수 있도록 원 두 개를 그렸다. 조선. 틈. 그리고 그 사이 경계. 검은 선 하나가 경계를 뚫고 조금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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