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조선에서 온 아씨는 돌아가고 싶다: Capítulo 21 - Capítulo 30

109 Capítulos

신전은 저를 알고 있었습니다

눈보라 너머로 나타난 신전 기사단은 움직이지 않았다.수십 필의 말이 눈밭 위에 길게 늘어서 있었다. 새하얀 망토 위로 새겨진 황금빛 태양 문양만이 흐린 하늘 아래에서도 선명했다. 그들이 나타나자 조금 전까지 불어오던 바람마저 이상할 만큼 잦아든 것 같았다.그리고 그들의 시선은 한곳에 모여 있었다.윤서화.정확히는.서화의 손에 들린 백옥 노리개와 눈밭에 떨어진 작은 옥 조각.“두 번째 문지기.”가장 앞에 선 남자가 다시 말했다.서화는 이제 ‘문지기’라는 단어를 알고 있었다.그래서 더 분명히 알 수 있었다.저들은 자신을 안다.처음 보는 사람인데.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서화의 손이 천천히 백옥을 감쌌다. 방금까지 금빛으로 빛나던 노리개는 잠잠해졌지만, 손바닥 안쪽에는 여전히 미약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카시안의 검이 그녀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한 걸음만 더 와라.”낮은 목소리.“신전이든 뭐든 여기서 끝내주지.”신전 기사들의 손이 동시에 무기로 향했다.챙.레오넬의 검도 뽑혔다.“전하 뒤로.”기사 둘이 서화와 부상당한 수도원 남자를 감쌌다. 에드윈은 지팡이를 들고 주치의 앞에 섰다.순식간이었다.조금 전까지 여행 중이던 일행이 완전히 전투 태세로 바뀌었다.서화만.상황을 전부 이해하지 못했다.그래서 더 답답했다.“에드윈.”“응.”서화가 신전 기사들을 가리켰다.“저 사람들.”그리고 자신.“나.”“왜?”에드윈도 그게 가장 궁금했다.“아직 몰라.”서화의 미간이 좁혀졌다.앞쪽의 남자가 말에서 내렸다.나이는 삼십대 후반쯤.금발을 짧게 정리했고, 신전 기사들과 달리 검이 아닌 긴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흰색과 금색이 섞인 제복의 형태도 달랐다.성직자.그 정도는 서화도 알아볼 수 있었다.남자는 카시안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북부의 주인이신 카시안 에르하르트 대공 전하를 뵙습니다.”“인사는 됐다.”“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내 사람에게 검을 겨누고 나타난 놈들이 자주 하는 말이지.”남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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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문이 빼앗는 것

찢어진 문장 앞에서 서화는 한참 움직이지 못했다.「다만 문을 건너는 순간, 너는――」그 뒤가 없다.무엇을 잃는지.무엇을 감당해야 하는지.가장 중요한 부분만 정확히 사라져 있었다.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절묘했다. 대공성에서 발견한 사백 년 전 기록도 그랬다. 윤연화에 관한 기록은 늘 결정적인 부분에서 끊겨 있었다. 누군가 찢었고, 지웠고, 감췄다.그런데 이번 것은 달랐다.이 편지는 윤연화가 직접 백옥 안에 숨긴 것이다.그렇다면.누가 이 부분을 없앤 것일까.“서화.”카시안의 목소리에 서화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그는 여전히 바로 앞에 앉아 있었다. 조금 전 백옥이 빛나며 서화가 정신을 잃었을 때 붙잡았던 손도 아직 완전히 놓지 않은 상태였다.“뭐라고 쓰여 있지?”서화는 그의 말을 절반쯤 알아들었다.종이를 내려다봤다.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이제 짧은 일상 대화는 어느 정도 가능했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기에는 아직 부족했다.서화가 에드윈을 봤다.“종이.”그리고 자신을 가리켰다.“조선 글.”에드윈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아. 우리가 못 읽는 거지?”“예.”서화는 종이와 펜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에드윈이 바로 건넸다.서화는 종이 가운데 검은 문을 그렸다.그 옆에 사람 하나.그리고 조선이라고 써놓은 곳을 그렸다.검은 문에서 조선으로 향하는 화살표를 그리려다.고개를 저었다.그 선을 지웠다.대신 검은 문 안에서 무언가가 나오는 그림을 그렸다.에드윈의 표정이 달라졌다.“설마.”서화가 말했다.“검은 문.”고개를 저었다.“조선 가다. 아니다.”카시안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그럼?”서화는 검은 문 안쪽의 검은 형체를 가리켰다.그리고 자신.“나.”문.“열다.”검은 형체가 밖으로 나오는 화살표.“이것.”잠시 단어를 찾았다.“나 이용.”에드윈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서화를 이용해서 이쪽으로 나오려는 문이라고?”서화가 그의 말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고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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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문은 길이 아니었습니다

돌바닥 위의 글자는 오래 남아 있지 않았다.「세 번째 문은 장소가 아니다.」그리고.「두 세계가 서로를 기억할 때, 길은 다시 열린다.」마지막 글자가 희미하게 흔들린 뒤 천천히 사라지자, 윤연화의 오래된 약방에는 다시 불빛과 숨소리만 남았다. 누구도 바로 입을 열지 못했다. 카시안과 에드윈, 레오넬은 글을 읽지 못했지만 서화의 얼굴만으로 방금 나타난 문장이 중요하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서화는 여전히 돌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세 번째 문.그 말을 처음 보았을 때는 새로운 장소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검은 문이 북부에 있고, 돌아가는 빛의 문이 남쪽에 있듯 세 번째 문 역시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거라고.그런데.장소가 아니다.“서화.”카시안의 목소리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무슨 뜻이지?”이번에는 반드시 제대로 설명해야 했다. 서화는 잠시 생각하다 바닥에 쭈그려 앉았다. 에드윈에게 종이와 펜을 받아 두 개의 커다란 원을 그렸다.한쪽에는.조선.다른 한쪽에는 아르데시아를 뜻하도록 성과 마법진을 간단히 그렸다.에드윈이 바로 옆에 앉았다.“두 세계?”서화가 고개를 끄덕였다.“예.”두 원 사이에 문 하나를 그렸다.“검은 문.”선 하나.고개를 저었다.“아니다.”다시.남쪽의 빛나는 문.“이것.”서화 자신을 가리켰다.조선 쪽으로 화살표.“돌아가다.”“남쪽 문.”에드윈이 확인하듯 말했다.서화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이번에는 세 번째 문을 그리려다 손을 멈췄다.문을 그리지 않았다.대신.조선 쪽에 사람 셋을 그렸다.아버지.어머니.오라버니.그리고.아르데시아 쪽에는 카시안, 마리엘, 에드윈, 레오넬을 그렸다.서화는 두 세계 사람들의 가슴에서 서로를 향해 뻗는 선을 그었다.“기억.”카시안의 눈이 가늘어졌다.서화가 말했다.“조선.”아르데시아를 가리켰다.“기억.”그리고 아르데시아 쪽 사람들.조선을 가리켰다.“기억.”두 손을 마주 댔다.“같이.”에드윈이 한참 그림을 보다가 입술을 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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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에서 제 손을 잡고 있습니다

검은 균열이 금빛 문을 타고 올라왔다.처음에는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선이었다. 그러나 바다 아래에서 솟구친 검은 기운이 닿을 때마다 균열은 조금씩 굵어졌다. 마치 살아 있는 뿌리가 벽을 타고 오르듯 금빛을 침식하며 위로 번졌다.서화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네가 만든 길을.』검은 문 너머의 존재가 웃었다.『기다리고 있었다.』“안 돼.”서화가 본능적으로 말했다.도겸의 손과 맞닿아 있던 손끝을 급히 거두려 했다.그런데.『서화야!』도겸이 오히려 손을 더 뻗었다.“오라버니, 놓으십시오!”『뭐?』“손 놓으십시오!”도겸의 얼굴이 굳었다.『싫어.』“오라버니!”『또 놓으라고?』그 한마디에.서화가 멈췄다.절벽.비.피투성이가 된 도겸의 손.마지막까지 자신을 붙잡고 있던 오라버니.그리고.놓친 손.도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때도 놓쳤어.』“…….”『이번에는 안 놓쳐.』서화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하지만 이대로 있으면…….”『뭔데.』도겸이 이를 악물었다.『뭐가 오는데.』그는 검은 균열을 볼 수 없는 모양이었다. 조선 쪽에서 보이는 것은 서화와 그 주변을 감싼 금빛뿐이었다.서화가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라 입술을 깨물었다.바로 그때.뒤에서 자신을 붙잡고 있던 힘이 단단해졌다.카시안.서화가 돌아봤다.그 역시 금빛 문을 보면서도 검은 균열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서화.”“카시안.”“문을 닫아.”서화는 그 말을 알아들었다.고개를 저었다.“어떻게?”카시안의 입이 다물렸다.그 역시 모른다.에드윈이 지팡이를 들고 바다 쪽으로 달려왔다.“전하, 저 검은 기운이 문에 달라붙고 있습니다!”“떼어낼 수 있나?”“해봐야 압니다.”푸른 마력이 지팡이 끝에 모였다.서화가 다급하게 외쳤다.“안 돼!”에드윈의 손이 멈췄다.“왜?”서화가 검은 균열을 가리켰다.그리고 카시안의 팔.“저주.”“같다.”에드윈의 표정이 굳었다.카시안의 저주에 치료 마법을 직접 부딪쳤을 때.오히려 폭주했다.저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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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지는 것은 길이 아니었습니다

카시안의 손목 아래에서 검은 문양이 아주 작게 뛰었다.쿵.한 번.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라앉았다.서화는 그 변화를 보지 못했다. 그녀는 여전히 카시안의 맥을 짚고 있었고, 조금 전보다 가라앉은 맥박에 안도하고 있었다. 바다 위에 남은 세 번째 문의 흔적도 희미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좋다.”서화가 말했다.카시안은 그녀를 내려다봤다.“뭐가.”“맥.”그리고 손가락으로 자신의 손목을 짚었다.“조금.”잠시 단어를 고른 뒤.“좋다.”카시안이 피식 웃었다.“그 정도면 다행이군.”서화는 그 말을 전부 알아듣지 못했지만 표정으로 대충 뜻을 짐작했다. 그리고 다시 그의 손목을 놓으려 했다.그 순간.카시안의 손가락이 움직였다.서화의 손을 잡았다.“……?”“조금만.”그가 말했다.“이대로.”서화의 눈이 조금 커졌다.뜻을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다.하지만.손을 놓지 말라는 것쯤은 알아들었다.그녀는 잠깐 망설이다가 그대로 있었다.바람이 불었다.차갑지만.북부의 칼 같은 추위와는 달랐다.소금기 섞인 바닷바람.서화는 눈앞의 희미한 빛을 바라봤다.조금 전까지만 해도.저 너머에 가족이 있었다.아버지.어머니.오라버니.손만 뻗으면 닿을 듯 가까웠다.그런데도.가지 않았다.그 선택을 후회하느냐고 묻는다면.아직은.모르겠다.가슴 한쪽이 아팠다.너무 보고 싶었다.그럼에도.다시 돌아갈 수 없는 길을 택하고 싶지는 않았다.이제는.이쪽도.놓고 싶지 않았으니까.서화가 아주 작게 말했다.“욕심인가.”카시안이 물었다.“뭐라고?”서화는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카시안의 눈썹이 움직였다.“그 말.”“왜.”“에드윈한테 배웠나?”서화는 ‘에드윈’만 알아들었다.그래서.“예.”대답했다.카시안이 웃었다.서화도 뒤늦게 따라 웃었다.세 번째 문의 흔적은 해가 완전히 떠오르기 전 사라졌다.정확히는.눈으로 볼 수 없게 됐다.에드윈은 한참 동안 바닷가 바위 위에 마법진을 펼쳐 반응을 확인했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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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까지 잃고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서화는 한동안 카시안의 손바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손바닥 한가운데 박힌 검은 점은 아주 작았다. 흉터라고 하기에도, 저주 문양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할 만큼 작은 흔적이었다. 하지만 서화는 알고 있었다. 카시안의 몸에 있던 저주는 지금까지 늘 팔 안쪽이나 목, 가슴처럼 몸 안을 타고 번졌다. 손끝을 향해 내려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검은 실이.자신의 백옥을 향해 뻗었다.그리고 둘이 닿았던 짧은 순간, 세 번째 문의 흔적에도 검은 점이 생겼다.우연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카시안.”서화가 그의 손목을 다시 잡으려다 멈췄다.조금 전처럼 또 연결될까 봐.카시안도 그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손을 내밀지도, 서화를 잡지도 않았다. 대신 손바닥을 천천히 뒤집어 검은 점을 바라봤다.“나 때문인가.”서화는 문장을 전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와 그의 시선을 보고 대충 짐작했다.고개를 저었다.“당신 잘못.”잠깐 말을 고르다.“아니다.”카시안의 눈빛이 아주 조금 가라앉았다.서화는 다시 편지를 집어 들었다. 윤연화의 마지막 경고를 가리켰다.「그것은 길을 끊기 위해 가장 먼저, 양쪽을 이어주는 사람을 끊으려 할 테니.」서화는 그 문장을 소리 내 읽고, 자신을 가리킨 뒤 조선 쪽을 뜻하는 손짓을 했다. 그리고 카시안을 가리킨 뒤 아르데시아를 가리켰다.“나.”조선.“여기.”카시안.“연결.”에드윈이 서화가 하고 싶은 말을 알아챘다.“양쪽을 이어주는 사람.”서화가 고개를 끄덕였다.에드윈의 표정이 굳었다.“전하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야?”서화는 ‘역할’이라는 단어는 몰랐지만 카시안을 가리킨 에드윈의 손끝을 보고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아마.”이번에는 누구도 그 단어를 놀리지 않았다.레오넬이 낮게 물었다.“왜 전하입니까?”에드윈이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서화도.하지만.마음속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조선에서는 가족이 자신을 기다린다.그들은 서화가 돌아갈 이유다.그리고 이곳에서는.마리엘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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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저를 잊어도 저는 기억합니다

돌판의 검은 점이 두 번째로 뛰었다.쿵.그 소리는 귀로 들린 것이 아니었다.마치 방 안의 모든 사람이 동시에 심장 한가운데서 느낀 것처럼, 짧고 묵직한 울림이 지나갔다. 카시안의 손바닥에 박힌 검은 점도 같은 박자로 맥동했고, 그와 돌판을 이어주던 검은 실이 조금 더 굵어졌다.에드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두 번째…….”레오넬이 즉시 돌아봤다.“뭐?”“두 번째 연결입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서화는 본능적으로 카시안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그러나.멈췄다.손을 뻗을 수 없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잡고 있던 손.치료할 때마다 수없이 맥을 짚었던 손목.추워진 손을 감싸주던 손.그런데 지금은.닿는 순간 세 번째 연결이 완성될지도 모른다.그렇게 되면.카시안의 몸이 새로운 검은 문이 된다.서화는 손을 꽉 쥐었다.손톱이 손바닥에 파고들었다.“서화?”카시안이 그녀의 이름을 다시 불렀다.처음 배운 낯선 이름을 확인하듯.“그게 네 이름인가?”서화는 문장 전체를 이해하지 못했다.하지만.이름.그 단어를 알아들었다.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예.”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윤서화.”카시안이 따라 했다.“윤…… 서화.”발음이 조금 어색했다.서화의 입술이 떨렸다.처음 만났을 때도.그는 자신의 이름을 몰랐다.하지만 그때는 괜찮았다.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으니까.지금은.달랐다.설원에서의 첫날도.대공성에서의 시간도.치료도.남쪽으로 내려온 길도.조금 전.여기도 돌아오고 싶다.그 말을 들었던 순간도.카시안에게는.전부 없어진 것이다.“전하.”레오넬이 다가갔다.“제 이름은 기억하십니까?”카시안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레오넬.”망설임이 없다.“네가 열여덟에 처음 북부로 왔을 때 내 부관이 되겠다고 사흘을 따라다녔지.”레오넬의 얼굴이 굳었다.기억한다.정확하게.에드윈이 바로 물었다.“저는요?”“에드윈 벨로아.”카시안의 표정이 아주 조금 피곤해졌다.“열세 살 때 내 서재에서 금지 마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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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혼자 가겠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혼자 오십시오.”지하 깊은 곳에서 마티아스의 목소리가 사라진 뒤에도 방 안의 긴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바닥 아래에서 올라오는 검은 기운은 이전보다 약해졌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불길했다. 노골적으로 밀어붙이는 힘이 아니라, 누군가 숨을 죽이고 기다리는 것 같았다.서화는 검은 틈 너머를 내려다봤다.카시안의 기억이 든 검은 조각은 에드윈의 마법 안에서 천천히 떠 있었다. 작은 조각 안에서는 설원과 대공성, 남쪽으로 내려오는 길이 계속 짧게 스쳐 지나갔다. 카시안이 잃어버린 시간. 자신만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전부 저 안에 있었다.그리고 마티아스는 그것을 미끼로 쓰고 있었다.“혼자.”서화가 낮게 중얼거렸다.레오넬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안 됩니다.”서화는 그 문장을 이제 알아들었다. 너무 자주 들은 말이었다.“왜?”“함정입니다.”‘함정.’그 단어도 이제 안다.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알다.”레오넬이 조금 당황했다.“아시는데 가시려고요?”문장이 길어지자 서화는 에드윈을 봤다. 에드윈이 손가락으로 서화, 아래쪽, 내려가는 시늉을 한 뒤 다시 크게 X를 만들었다.“가다. 안 돼.”서화는 잠시 그를 보다가 말했다.“가야 한다.”“왜?”서화가 검은 기억 조각을 가리켰다.“카시안.”그리고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기억.”“그건 우리도 알아.”에드윈이 답답한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혼자 가는 건 안 돼.”서화의 시선이 카시안에게 향했다.그는 손목의 상처를 헤르만에게 처치받은 채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지금 이 방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만은 너무 잘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서화와 눈이 마주치자 카시안이 말했다.“가지 마.”짧다.그래서.정확하게 알아들었다.서화의 눈이 조금 가늘어졌다.“왜.”“함정.”“알다.”“그런데 왜 가.”이번에는 조금 길었다.서화는 절반쯤 알아듣고 대충 뜻을 짐작했다. 그러고는 아주 차분하게 말했다.“기억.”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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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끝을 정하는 사람들

조선. 나무함 위에 떠오른 글자는 한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路定. 길을 정하라. 도겸은 그 두 글자를 오래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올렸다. 손끝이 함의 표면에 닿자 미세한 온기가 전해졌다. 서화의 백옥이 반응할 때와 같은 종류의 따뜻함인지, 아니면 자신이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명했다. 서화가 살아 있다. 저편에 있다. 그리고. 이번 일은 더 이상 서화 혼자 해결할 일이 아니다. “아버지.” 도겸이 말했다. “길의 한쪽 끝이 조선에 있다는 건 알겠습니다.” 윤정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데 어디에 둬야 합니까.” 한연화의 시선도 함 위의 글자에 머물렀다. 윤정헌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늘 그랬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지 않았고, 급하다고 해서 아무 말이나 결론처럼 내놓지도 않았다. 잠시 뒤. “우리가 정할 수 있다면.” 그가 천천히 말했다. “서화가 돌아오고 싶은 곳이어야겠지.” 도겸의 눈썹이 조금 움직였다. “집 말입니까?” “집일 수도 있고.” 윤정헌은 함을 바라봤다. “아닐 수도 있고.” 도겸이 이해하지 못한 얼굴을 하자 한연화가 조용히 말했다. “우리가 살던 한양 집은 이제 우리 것이 아니잖니.” “……예.” “그런데 서화가 그 집을 그리워한다고 해서, 그 집터가 있어야만 우리를 찾는 것은 아니지.” 도겸의 표정이 달라졌다. 한연화가 아들을 바라봤다. “서화가 돌아오고 싶은 건 우리야.” 짧은 말. 그러나. 가장 분명했다. 집이 아니라. 사람. 그 말을 들은 윤정헌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네 어머니 말이 맞다.” 도겸은 함을 봤다. 길의 끝. 한 사람의 곁이 아니라. 그 사람이 돌아올 세계에 두어라. 그렇다면. 어떤 장소 하나를 서화의 ‘집’이라고 정해버리면 안 된다. 그곳이 사라지면. 길도 사라질 테니까.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도겸이 물었다. “조선 전체에 문을 만들 수도 없고.” 윤정헌은 잠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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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자리에도 길은 남습니다

바닥이 먼저 갈라졌다.쩌저적, 하고 길게 번진 금이 순식간에 벽과 기둥으로 올라탔다. 다음 순간, 수도원 전체가 안쪽에서부터 무너지는 듯한 굉음을 토해냈다.서화가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카시안은 반사적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아 끌어당겼다. 둘이 서 있던 자리에는 바로 뒤이어 돌조각이 쏟아져내렸다.“모두 밖으로!”레오넬의 외침이 먼지와 소음 사이를 갈랐다.에드윈은 양팔을 들어 무너지는 천장을 억지로 떠받쳤다. 푸른 마력이 넓게 퍼지며 돌들을 잠시 붙들었지만, 그의 얼굴은 금세 창백해졌다.“오래 못 버텨요! 빨리!”카시안이 바로 명령을 이었다.“부상자부터 내보내. 기록은 들 수 있는 만큼만 챙기고, 사람보다 앞세우지 마.”그 말을 들은 베네딕트의 얼굴이 굳었다.“전하, 하지만 기록은―”“사람이 먼저다.”망설임 없는 말이었다.서화도 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 조금 전까지 기록은 세계의 기억을 지키는 중요한 닻이었다. 하지만 사람을 죽게 내버려둔 채 종이만 살린다고 해서, 그 기록이 제대로 이어질 수 있을까.그녀는 베네딕트의 팔을 붙잡았다.“사람.”그리고 머리를 가리켰다.“기억.”다음에는 종이를 쓰는 시늉을 했다.“다시. 쓰다.”사람이 살아 있다면 다시 적을 수 있다.베네딕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결국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전원 대피한다!”신관들은 기사들에게 끌려 나가기 시작했다.가장 애매한 것은 마티아스였다.그는 아직 제단 가까이에 묶인 채였고, 바닥 아래에서 올라오는 검은 균열이 가장 빠르게 번지는 곳도 그의 주변이었다.레오넬이 그를 한번 내려다봤다.“저자는 두고 가도 되지 않습니까?”마티아스가 피식 웃었다.“부관께서는 참 솔직하시군요.”“칭찬으로 듣겠습니다.”이사크가 단호하게 끼어들었다.“데리고 갑니다.”레오넬이 그를 노려봤다.“저자가 수도원을 무너뜨렸습니다.”“압니다.”“그런데 살려서 나가겠다고요?”이사크의 표정은 차분했다.“그래서 더 살아 있어야 합니다. 아직 대답하지 않은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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