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조선에서 온 아씨는 돌아가고 싶다: Capítulo 51 - Capítulo 60

109 Capítulos

먼저 건너온 사람은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검은 틈의 목소리가 사라진 뒤에도 백옥 위에 떠오른 두 갈래 선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하나의 선은 조선을, 다른 하나는 아르데시아를 뜻하는 듯 멀리 떨어져 있다가 중간에서 한 번 겹쳤고, 그 뒤에는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채 희미하게 이어져 있었다. 에드윈은 그 모양을 여러 번 옮겨 그려보았지만, 어느 기록에서도 정확히 같은 문양을 찾지 못했다. 중심석의 거리나 방향을 나타내는 표식도 아니었고, 귀환의 돌에 나타났던 歸返이나 還과도 달랐다. 무엇보다 이상한 것은 이 문양이 돌이나 문이 아니라 사람과 관련된 반응이라는 점이었다. “가계라고 보기에는 너무 단순합니다.” 에드윈이 종이에 두 선을 다시 그리며 말했다. “하지만 사람의 이동 흔적이라고 보기에는, 중간에서 갈라지는 부분이 이상해요. 한 사람이 건너와서 그대로 살았다는 표시라면 선 하나로 끝났어야 합니다.” 아드리안이 물었다. “그럼 자식?”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이걸 곧바로 혈통이라고 부르면 안 됩니다.” “또 가능성이군.” “이번에는 정말 중요합니다.” 에드윈은 웃지 않았다. “사람이 다른 세계에서 와서 이쪽에서 가족을 만들었다는 뜻일 수도 있고, 단순히 두 세계의 사람 사이에 어떤 관계가 이어졌다는 표시일 수도 있습니다. 저 문양 하나만 보고 후손이 있다고 결론 내리면 나중에 아주 크게 틀릴 수 있어요.” 서화는 긴 설명을 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사람’, ‘가족’, ‘두 세계’라는 단어만으로도 대강 맥락을 짚었다. 그녀는 잠시 백옥을 바라보다가 손가락으로 한 선을 따라가고, 그다음 다른 선을 짚었다. “사람.” 에드윈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화는 두 선이 겹친 부분을 가리켰다. “같이 살다?” “그럴 수도 있어.” “아이?” 에드윈은 잠시 망설였다. “그럴 수도 있고.” 서화는 그의 대답을 듣고 바로 더 묻지 않았다. 이제 그녀도 ‘모른다’는 답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지고 있었다. 대신 백옥을 품 안으로 끌어당긴 뒤, 조금 전 들었던 검은 틈의 말을 떠올렸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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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지 못한 사람의 기록

에드윈이 고대 아르데시아어로 적힌 마지막 문장을 읽은 뒤에도 회의장에서는 한동안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나를 데리러 오지 마세요. 길을 고쳐 주세요. 다음 사람은 돌아갈 수 있게.」 짧은 세 문장은 지금까지 레아니스의 삶을 둘러싸고 생겨났던 수많은 추측을 한꺼번에 뒤집고 있었다. 그녀는 조선에 남고 싶어서 귀환을 포기한 것이 아니었고, 두 세계에서 동시에 기억되었기 때문에 돌아갈 수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적어도 자신이 직접 남긴 글만 놓고 본다면, 레아니스는 끝까지 돌아갈 길을 찾았고 결국 자신에게는 늦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뒤 다음 사람만큼은 같은 일을 겪지 않기를 바랐다.서화는 백옥 위에 남아 있는 문장을 오래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가가 조금 붉어져 있었지만 울지는 않았다. 오히려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했다.“왜 못 돌아가다?”그 질문에 에드윈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였다면 ‘길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쉽게 말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알아야 하는 것은 바로 그 이유였다. 왜 레아니스가 건너올 때는 경계가 열렸는데, 돌아가려고 할 때는 열리지 않았는가. 그것이 단순한 우연이었는지, 당시 이미 길이 망가져 있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귀환을 막았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됐다.“찾아야 해.”에드윈이 대답했다.서화는 다시 물었다.“기록?”“응. 레아니스가 사라지기 전 기록부터.”세베리안이 곧바로 신전 기록을 끌어당겼고, 마티아스도 자신이 기억하는 검은 문 조사 자료를 하나씩 떠올리기 시작했다. 아드리안은 황실 쪽에 남아 있을 북부 사고 기록까지 함께 확인하도록 사람을 보냈다. 누구도 레아니스의 문장을 감동적인 유언으로만 남겨두려 하지 않았다. 그녀가 ‘길을 고쳐 달라’고 썼다면, 적어도 무엇이 망가졌는지는 찾아야 했다.카시안은 그 움직임을 지켜보다가 낮게 말했다.“북부의 방향석.”에드윈이 고개를 들었다.“저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레아니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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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돌려놓지 않고 자리를 돌려놓는 법

왕궁의 회색 중심석을 원래 있던 서쪽 나루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내려진 뒤, 가장 먼저 찾아온 감정은 안도도 절망도 아니었다. 오히려 모두가 같은 질문 앞에서 조용해졌다. 돌을 움직이지 않고 돌의 원래 자리를 되찾는다는 말은 그럴듯했지만,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왕궁의 돌은 이미 이곳의 기록과 사람, 수십 년 동안 자신을 보관해온 공간을 기억하기 시작했고, 오래된 기록이 경고했듯 지금 그것을 옮기면 돌이 있던 자리에 새로운 상처가 남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본래 자리였던 폐도진을 그대로 내버려두자니, 그곳에는 레아니스의 기억과 이야기지기의 전승, 강물 아래 아직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흰 돌까지 남아 있었다.왕은 한동안 장부를 내려다보다가 이현묵에게 물었다.“‘원래 자리를 되찾는다’는 것과 돌을 되돌려놓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이현묵은 섣불리 답하지 않았다. 관상감 기록을 여러 장 펼쳐놓고 같은 표현이 쓰인 사례를 찾은 뒤에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천문석에 관한 기록만으로는 알 수 없사옵니다. 다만 오래된 관상감 문서에서는 자리를 뜻하는 말이 꼭 돌이 놓인 물리적 위치만을 가리키지는 않았던 듯하옵니다. 어떤 돌이 어디에서 발견되었는지, 무엇을 관측했는지, 누가 그것을 옮겼는지까지 함께 적어야 ‘자리의 기록이 완성된다’는 표현이 있사옵니다.”윤정헌이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그렇다면 지금 왕궁의 돌이 검어진 이유 가운데 하나가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관한 기록을 잃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군요.”“가능성은 있사옵니다.”“또 가능성이군.”왕이 중얼거리자 이현묵은 조금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확정할 수 없는 것을 확정이라 아뢰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사옵니까.”왕이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웃었다.“관상감 사람까지 말을 잘하게 되었군.”윤정헌은 웃음을 참으며 다시 장부를 살폈다. 폐도진에서 발견된 회색 돌이 관상감으로 옮겨졌고, 이후 호조로 이관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나 호조에는 입고 기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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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왕궁 서문에 찾아온 남자를 곧바로 안으로 들이지 말라는 명이 내려진 뒤, 윤정헌은 가장 먼저 그를 ‘가짜 이야기지기’라고 기록하지 말라고 했다. 같은 시각 돌아터에 나타난 여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비슷한 주장을 했고, 그 시점에 회색 중심석과 검은 파편이 동시에 반응했다는 사실만으로 그들 자체를 검은 틈의 수족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됐다. 지금까지 검은 틈이 가장 능숙하게 해온 일은 완전히 새로운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사람의 욕심과 두려움, 기억과 이름 사이에 파고들어 자신에게 필요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비트는 것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을 죄인으로 대하지 마십시오.”윤정헌의 말에 왕이 고개를 끄덕였다.“대신 이야기는 확인한다.”“예. 본인이 직접 본 것, 다른 사람에게 들은 것, 기록으로 읽은 것, 꿈에서 본 것을 먼저 나누어야 합니다.”도겸이 조태윤을 심문할 때 사용했던 방식이었다. 왕은 사관에게 그 기준을 그대로 적게 한 뒤, 서문에 있는 남자에게도 왕궁에 들어올 의사가 있는지부터 묻게 했다. 명령이 아니라 질문이었다. 돌아터의 여인에게도 같은 기준을 전달하도록 했다. 그들이 정말 누군가에게 기억을 주입받았거나 거짓 이야기를 믿게 된 사람들이라면, 강제로 잡아들이는 순간 사람과 이야기를 함께 적으로 돌릴 수 있었다.서이경은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리고 두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동시에 보내서는 안 됩니다.”도겸이 그녀를 봤다.“왜요?”“한쪽의 답이 다른 쪽으로 흘러가면 나중에 서로의 말을 베낀 건지 원래 알고 있던 건지 구분할 수 없으니까요. 왕궁에 온 사람에게는 여기서 질문하고, 돌아터의 사람에게는 강무진 어른과 어머님께서 독립적으로 물으시게 하는 편이 좋습니다. 질문 순서도 서로 다르게 하고요.”도겸이 잠깐 놀란 얼굴을 했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그게 낫겠네요.”왕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사관에게 말했다.“그것도 적어라. 같은 증언을 확인한다고 해서 같은 질문을 베껴 보내지 않는다.”사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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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돌아갈 곳을 하나로 정하지 않았습니다

백옥 위에 두 개의 이름이 나란히 남은 뒤,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에드윈도 세베리안도 아니었다. 서화는 자신이 읽을 수 있는 한자 이름과 그 아래에 떠오른 낯선 아르데시아 문자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손끝으로 천천히 두 이름을 짚었다. 위쪽의 尹書華는 태어나던 날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었다. 윤씨 집안의 딸이자 정헌과 연화의 아이이며, 도겸의 하나뿐인 여동생으로 살아온 스물두 해가 그 이름 안에 있었다. 그런데 아래의 낯선 글자 역시 다른 누군가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었다. 카시안이 처음 발음을 익혀 불렀고, 마리엘과 레오넬, 에드윈과 헤르만을 비롯한 아르데시아 사람들이 조금씩 자기 방식으로 기억하기 시작한 바로 그 사람이었다.“같다.”서화가 낮게 말했다.에드윈이 그녀를 바라봤다.서화는 두 이름을 다시 가리킨 뒤 자기 가슴을 짚었다.“둘. 하지만 사람 하나.”“응.”에드윈의 대답도 이번에는 짧았다. 그 역시 함부로 의미를 덧붙이고 싶지 않은 듯했다.서화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번에는 조선 이름 위에 손을 올렸다.“이거. 아버지 주다.”그다음 아르데시아 문자 쪽으로 손가락을 옮겼다.“이거. 여기 사람 기억하다.”카시안의 시선이 두 번째 이름에 머물렀다. 그는 아르데시아에서 서화의 이름이 어떤 식으로 기록되어 있는지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발음을 정확히 옮기지 못해 서기관마다 철자가 조금씩 달랐고, 북부 대공가의 공식 기록에서도 몇 번이나 수정이 있었다. 지금 백옥에 나타난 것은 그 가운데 특정 기록 하나를 그대로 베낀 형태가 아니었다. 여러 기록에서 공통으로 남은 발음을 가장 오래된 문자 방식으로 다시 옮긴 것에 가까웠다.그 점을 확인한 에드윈이 말했다.“이게 중요할 수도 있어요. 돌이 공식 문서를 골라서 이름으로 삼은 게 아닙니다.”아드리안이 물었다.“그럼 무엇을 골랐지?”“아직은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황실이나 대공가가 적어둔 이름 하나를 절대적인 이름으로 인정한 건 아니에요. 여러 사람이 같은 사람을 반복해서 부르고 기록한 흔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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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지 못한 사람이 남긴 돌

한양 서쪽 나루의 강바닥에서 흰 돌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보고가 왕궁에 도착했을 때, 왕은 가장 먼저 사람을 보내 돌을 건져오라는 명령부터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보고서를 두 번 읽은 뒤 윤정헌과 이현묵, 서이경을 차례로 바라보며 물었다. “아무도 손대지 않았다고?” 보고를 가져온 관리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나루의 노인은 돌이 드러난 것을 보았지만 물속에 들어가지 않았고, 함께 있던 아이에게도 가까이 가지 못하게 했으며, 왕궁에 알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잘했군.”왕은 짧게 말한 뒤 시선을 최경문의 수첩으로 옮겼다. 조금 전까지 아무것도 없던 마지막 장에는 검은 틈이 남긴 문장이 여전히 희미하게 번져 있었고, 그 앞쪽에는 빛에 비춰야 겨우 읽히는 오래된 글씨가 남아 있었다.「귀환석은 둘이었다.」「래원이 가진 것은 돌아간 자의 돌이 아니었다.」「돌아가지 못한 자가 남긴 돌이었다.」문장만 보면 강바닥의 흰 돌과 레아니스, 곧 이래원을 연결하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윤정헌은 그 연결을 가장 먼저 경계했다. “강에서 발견된 흰 돌이 이 기록의 돌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시기가 맞는지, 재질이 같은지, 실제로 래원과 관계된 물건인지 하나씩 확인해야 합니다.”도겸이 아버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그 역시 ‘그렇다면 저게 바로 귀환석이겠네요’라고 먼저 말하지 않았다. 대신 수첩과 나루 보고서를 나란히 놓고 물었다.“그런데 ‘귀환석은 둘이었다’는 말도 애매합니다. 원래 두 개였다는 건지, 래원 시대에 두 개가 있었다는 건지, 아니면 하나를 둘로 나눴다는 건지도 모르잖습니까.”윤정헌의 입가에 아주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옳다.”왕이 도겸을 흘끗 봤다.“이제는 칭찬받아도 표정을 숨기는군.”“전하께서 매번 말씀하시니까 그렇습니다.”“그럼 다음부터는 말하지 말아야겠군.”“그건 또…….”도겸이 무심코 대답하다 입을 다물자 서이경이 고개를 숙여 웃음을 감췄다. 잠깐 가벼워졌던 분위기는 곧 다시 가라앉았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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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고 싶은지 먼저 물어야 합니다

허진명을 왕궁 안으로 들이기 전, 윤정헌은 그가 품고 있다는 종이를 먼저 내놓으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그 종이가 실제로 오래된 전승을 담고 있는지, 누가 쓴 것인지, 허진명 본인에게 그것을 보여줄 권리가 있는지조차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승정원 관리와 사관, 금군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허진명에게 왕궁에 들어와 이야기를 나눌 의사가 있는지 물었고, 허진명이 동의한 뒤에야 별실로 안내했다. 왕은 직접 그 자리에 나서지 않았다. 왕이 처음부터 앉아 있으면 평범한 사람이 왕이 원하는 답을 찾으려 할 수 있다는 윤정헌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허진명은 백윤호보다 젊었다. 서른을 갓 넘겼을까 싶은 얼굴에는 먼 길을 걸어온 피로가 역력했지만, 이상하리만큼 침착했다. 그는 자신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주장하지도 않았고, 이야기지기라는 이름을 먼저 꺼내지도 않았다. 윤정헌이 이름과 사는 곳, 가족 관계처럼 평범한 신원부터 물었을 때도 하나씩 대답했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했다.“허진명이라 하셨지요.”“예.”“이야기를 누구에게 들었습니까?”“증조모님께 들었습니다.”“직접?”“예. 제가 열두 살 때부터 몇 번씩 같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증조모께서는 자신을 이야기지기라고 하셨습니까?”허진명은 고개를 저었다.“그런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으셨습니다.”윤정헌의 시선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그럼 당신은 왜 이야기지기에 관한 일이라고 말했습니까?”“한양으로 오는 길에 그런 이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누구에게?”“주막에서요. 이상한 꿈을 꾸고 왕궁으로 갔다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백윤호.그 이야기가 벌써 민간에 조금씩 퍼지고 있었다.윤정헌은 사관을 바라봤다. 사관은 허진명이 ‘이야기지기’라는 명칭을 최근 소문으로 알게 되었다고 정확히 적었다. 그렇다면 허진명이 오래전부터 그 명칭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로 사용할 수는 없다.“증조모께서 뭐라고 하셨습니까?”허진명은 바로 대답하려다가 멈췄다.“그 전에.”윤정헌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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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마음을 심판하지 않습니다

서쪽 나루에서 발견된 돌판의 내용이 왕궁에 도착한 것은 다음 날 동이 트기 직전이었다. 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글씨를 멀리서 확인한 뒤 그대로 베껴 적은 것이었고, 나루의 늙은 뱃사공을 포함해 세 사람이 각자 본 글자를 따로 기록한 다음 서로 대조했다는 설명까지 붙어 있었다. 누구도 흰 돌을 건드리지 않았고, 돌판을 더 드러내기 위해 주변 흙을 파지도 않았다. 자연스럽게 드러난 부분만 읽었으며 물이 다시 차오르면 그대로 두겠다는 원칙도 함께 적혀 있었다.왕은 잠에서 막 깨어난 얼굴로 보고를 받았지만, 네 문장을 읽는 동안 눈빛만큼은 빠르게 또렷해졌다.「첫째, 돌아갈 뜻을 묻는다.」「둘째, 남겨진 마음을 묻는다.」「셋째, 다시 오고 싶은지를 묻는다.」그리고 마지막.「세 대답이 서로 다르더라도, 어느 하나를 거짓이라 하지 마라. 사람은 떠나고 싶으면서도 돌아오고 싶을 수 있다. 길은 그 모순을 벌하지 않는다.」왕은 마지막 문장을 두 번 읽은 뒤 종이를 윤정헌에게 건넸다. 윤정헌 역시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첫 번째 문장은 허진명이 증조모에게서 들었다는 말과 뜻이 같았고, 두 번째는 문소라가 어머니에게서 전해 들은 문장과 이어졌다. 그런데 세 번째와 네 번째 문장은 지금까지 어느 쪽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 왕궁의 조사 내용을 듣고 나중에 돌판에 새겼다고 보기에는 글자의 마모와 석재 상태가 오래되었다는 일차 관찰이 있었지만, 그것 역시 전문가가 현장에서 확인하기 전까지는 확정할 수 없었다.“허진명과 문소라에게는 아직 이 문장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윤정헌이 먼저 말했다.왕이 고개를 끄덕였다.“이유는?”“그들이 가진 전승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돌판의 내용을 보여준 뒤 기억이 났다고 하면 원래의 기억인지 새로 본 문장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그럼 세 번째 문장을 가진 사람부터 찾겠다는 건가?”“찾되, ‘세 번째 문장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고 소문내지는 말아야 합니다.”서이경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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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대답을 기억합니다

서쪽 나루의 돌판 가장 아래에 잠겨 있던 문장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음 날 새벽이었다. 밤사이 상류에 비가 내리지 않았고 물살도 잔잔해지면서 수위가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더 낮아졌지만, 현장을 지키던 사람들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돌판 주변의 흙을 걷어내거나 흰 돌을 움직이지 않았다. 물이 스스로 물러난 만큼만 읽고,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는 채로 남겨두었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마지막 두 문장은 앞서 발견된 세 가지 질문보다 짧았지만, 그 의미는 오히려 훨씬 무거웠다.「길은 대답을 판결하지 않는다.」「길이 해야 할 일은, 사람이 스스로 한 대답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다.」나루에 파견된 관리는 글자를 확인하자마자 왕궁으로 보고를 올리지 않았다. 이제까지 정해둔 방식에 따라 먼저 서로 떨어져 있던 세 명의 확인자에게 각자 보이는 글자를 베껴 적게 했고, 그들이 적은 문장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한 뒤에야 봉서를 만들었다. 늙은 뱃사공 역시 따로 불려와 자신이 어릴 때 이 돌판을 본 적이 있는지를 다시 질문받았지만,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돌은 봤어도 글은 본 적 없소. 그때는 흙에 묻혀 있었으니까.”“그럼 이 문장을 전에 들은 적은 있습니까?”노인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비슷한 이야기는 들었지.”“누구에게요?”“내 아버지에게.”“정확한 문장을 기억하십니까?”“아니.”관리는 그 대답을 그대로 적었다. 노인은 오히려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요즘은 모른다고 하면 좋아하는군.”“좋아하는 게 아니라 구분하는 겁니다.”“전에는 모른다고 하면 혼났는데.”관리는 잠시 붓을 멈췄다. 노인이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오래된 문제가 들어 있었다. 모른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은 결국 아는 척하게 된다. 아는 척한 말이 기록으로 남으면, 다음 사람은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여덟 개였던 돌이 열두 개가 되었고, 존재하지 않는 네 개의 돌을 찾으려 사람들이 움직였다.“그러니까 이제는 모른다고 하셔도 됩니다.”노인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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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확인하는 것은 의심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왕궁 정문에 나타난 노파의 말이 윤정헌에게 전달되었을 때, 그는 뜻밖에도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두 번째 맹약에 관한 기록을 정리하던 손을 멈추고 문지기가 받아 적은 보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두 번 읽었을 뿐이었다. 옆에 있던 도겸은 첫 번째 문장을 읽자마자 미간을 찌푸렸고, 마지막에 적힌 ‘윤정헌의 이름으로 말하는 사람이 정말 윤정헌이 맞는지’라는 대목에서는 결국 참지 못하고 아버지를 바라봤다.“아버지는 여기 계신데요.”“그래.”“그럼 저 노인은 뭘 확인하겠다는 겁니까?”“모르지.”“설마 아버지가 가짜라는 건 아니겠죠?”윤정헌이 아들을 바라봤다.“내가 가짜라고 생각하느냐?”“아니요.”“그런데 왜 화를 내지?”도겸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자신도 정확히 모르겠다. 누군가 아버지를 의심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던 모양이다.왕은 그런 도겸을 잠시 바라보다 문지기의 보고서를 다시 들었다.“오히려 이상한 말은 아니군.”“전하?”“우리가 지금까지 무엇을 확인했지?”왕은 탁자 위에 놓인 여러 기록을 손끝으로 짚었다. 조문혁의 이름으로 작성된 문서가 있었지만 실제 조문혁이 쓴 문서가 아니었다. 조태윤은 한때 조문혁의 이름을 사용했다. 죽은 민승재와 최경문의 이름은 여러 기록에서 권위처럼 사용되었고, 검은 틈은 레아니스의 이름을 빌려 사람을 불렀다. 심지어 윤정헌의 필체까지 최경문의 수첩에서 연습된 흔적이 발견됐다.“우리는 이름이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이 한 말이라고 믿지 않기로 했다.”도겸의 표정이 천천히 달라졌다.왕이 말을 이었다.“그렇다면 윤정헌이라고 예외일 이유도 없지.”윤정헌은 고개를 숙였다.“옳은 말씀입니다.”“기분 나쁘지 않나?”“조금은 그렇습니다.”왕의 입가에 미세한 웃음이 생겼다.윤정헌도 담담하게 덧붙였다.“그러나 기분이 나쁘다는 것과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도겸은 그 말을 듣고 한숨을 쉬었다.“요즘은 정말 모든 게 둘로 나뉘는군요.”“둘로 나뉘는 게 아니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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