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틈의 목소리가 사라진 뒤에도 백옥 위에 떠오른 두 갈래 선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하나의 선은 조선을, 다른 하나는 아르데시아를 뜻하는 듯 멀리 떨어져 있다가 중간에서 한 번 겹쳤고, 그 뒤에는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채 희미하게 이어져 있었다. 에드윈은 그 모양을 여러 번 옮겨 그려보았지만, 어느 기록에서도 정확히 같은 문양을 찾지 못했다. 중심석의 거리나 방향을 나타내는 표식도 아니었고, 귀환의 돌에 나타났던 歸返이나 還과도 달랐다. 무엇보다 이상한 것은 이 문양이 돌이나 문이 아니라 사람과 관련된 반응이라는 점이었다. “가계라고 보기에는 너무 단순합니다.” 에드윈이 종이에 두 선을 다시 그리며 말했다. “하지만 사람의 이동 흔적이라고 보기에는, 중간에서 갈라지는 부분이 이상해요. 한 사람이 건너와서 그대로 살았다는 표시라면 선 하나로 끝났어야 합니다.” 아드리안이 물었다. “그럼 자식?”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이걸 곧바로 혈통이라고 부르면 안 됩니다.” “또 가능성이군.” “이번에는 정말 중요합니다.” 에드윈은 웃지 않았다. “사람이 다른 세계에서 와서 이쪽에서 가족을 만들었다는 뜻일 수도 있고, 단순히 두 세계의 사람 사이에 어떤 관계가 이어졌다는 표시일 수도 있습니다. 저 문양 하나만 보고 후손이 있다고 결론 내리면 나중에 아주 크게 틀릴 수 있어요.” 서화는 긴 설명을 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사람’, ‘가족’, ‘두 세계’라는 단어만으로도 대강 맥락을 짚었다. 그녀는 잠시 백옥을 바라보다가 손가락으로 한 선을 따라가고, 그다음 다른 선을 짚었다. “사람.” 에드윈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화는 두 선이 겹친 부분을 가리켰다. “같이 살다?” “그럴 수도 있어.” “아이?” 에드윈은 잠시 망설였다. “그럴 수도 있고.” 서화는 그의 대답을 듣고 바로 더 묻지 않았다. 이제 그녀도 ‘모른다’는 답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지고 있었다. 대신 백옥을 품 안으로 끌어당긴 뒤, 조금 전 들었던 검은 틈의 말을 떠올렸다.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5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