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조선에서 온 아씨는 돌아가고 싶다: Capítulo 41 - Capítulo 50

109 Capítulos

왕에게 먼저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왕은 서고 안으로 천천히 들어왔다.내관은 반사적으로 무릎을 꿇었다. 손에 들고 있던 등불이 크게 흔들리며 바닥에 긴 그림자를 만들었다. 조금 전까지 혼자였던 공간에 사람이 하나 더 들어왔을 뿐인데, 공기는 전혀 달라졌다.“전하.”내관의 목소리가 떨렸다.왕은 대답하지 않았다.그의 시선은 내관이 아니라 펼쳐진 문서에 가 있었다. 오래된 종이, 흐려진 먹, 그리고 그 위에 유난히 또렷하게 남은 이름.윤연화.왕은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무엇을 읽고 있었느냐.”내관은 입술을 달싹였다.“소인이…… 이상한 소리를 듣고 들어왔사옵니다.”“무슨 소리.”“종이가…….”그는 감히 믿어달라고 할 수 없는 표정으로 문서를 바라봤다.“저절로 넘어가는 소리가 났사옵니다.”왕의 눈빛이 아주 미세하게 바뀌었다.평범한 사람이라면 헛소리라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왕은 달랐다.그는 오래전부터 왕실 깊은 곳에만 내려오는 몇 가지 기록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역대 왕이 모두 보았던 것은 아니다. 일부 기록은 너무 오래되어 실재 여부조차 의심받았고, 일부는 선대가 의도적으로 봉해두었다.그중 하나가 바로.“……윤연화.”왕이 이름을 읽었다.내관의 어깨가 움찔했다.왕은 문서 앞에 앉았다. 종이를 직접 집어 들지는 않았다. 대신 그 위에 적힌 문장을 천천히 읽었다.「하늘이 검게 갈라진 날, 낯선 옷을 입은 사내 셋이 나타났다.」「그들은 돌아갈 길을 찾았으나, 끝내 한 사람만 돌아갔다.」그리고.「이 일은 왕실 밖에 알리지 말라.」왕의 손가락이 마지막 문장 위에서 멈췄다.먹빛이 이상했다.원래 붉은 먹이었다는 흔적이 가장자리에는 남아 있는데, 중심은 마치 그을린 것처럼 검게 변해 있었다.“이 문서가 원래부터 이랬느냐.”내관이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옵니다. 소인이 처음 보았을 때에는…….”그는 기억을 더듬다가 얼굴이 창백해졌다.“붉은 글씨였사옵니다.”왕의 시선이 날카롭게 돌아왔다.“확실하냐.”“예, 전하.”정적이 내려앉았다.왕은 문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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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 안에 두어서는 안 되는 돌

왕궁 깊은 서고에서 금이 간 목함은 아무도 손대지 않았는데도 조금씩 벌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오래된 나무가 습기를 먹어 갈라지는 소리처럼 작았다. 그러나 사관이 왕의 말을 기록하고, 승정원 관리들이 사백 년 전 문서를 차례로 펼쳐놓는 동안 그 소리는 점점 분명해졌다.쩌적.왕이 고개를 들었다.“무슨 소리냐.”상선이 가장 먼저 주변을 살폈다. 서고 안에는 왕을 포함해 여섯 사람이 있었다. 모두가 같은 소리를 들었기에 착각이라고 넘길 수 없었다. 한쪽 벽에는 왕실의 오래된 기록들이 빼곡했고, 그 뒤편에는 지금은 거의 열지 않는 목함과 궤짝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다시.쩌적.이번에는 가장 안쪽에서였다.내관 하나가 등불을 들고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전하, 오래된 목함 하나가 갈라지는 듯하옵니다.”“가까이 가지 마라.”왕의 명령은 빨랐다.조금 전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서고 안에서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죽은 사람의 기록이 스스로 펼쳐졌고, 붉은 먹이 검게 변했다. 평소라면 낡은 목함 하나쯤 직접 확인하게 했겠지만, 지금은 사소한 이상도 사소하게 볼 수 없었다.왕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모두 보이는 곳에 그대로 두어라. 누구도 혼자 확인하지 않는다.”사관의 붓이 그 말까지 적었다.그 순간 목함에서 세 번째 금이 갔다.쩌적―.이번에는 뚜껑 한쪽이 아주 조금 들렸다.틈 사이로 나온 것은 검은 연기가 아니었다. 희미한 회색빛이었다. 서고의 등불을 받아 반짝이는 것 같다가도, 눈을 돌렸다 다시 보면 제 스스로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상선이 낮게 말했다.“돌…… 같사옵니다.”왕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물었다.“함에 기록이 붙어 있느냐.”“겉에는 없사옵니다.”“그럼 함부로 열지 마라. 먼저 주변 기록부터 찾아.”왕의 말이 떨어지자 승정원 관리 둘이 곧장 인근 서책과 목록을 나눠 살피기 시작했다. 왕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문득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조금 전까지 자신은 사백 년 전의 한 왕과 한 여인이 남긴 대화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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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워진다고 해서 열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두 세계 사이의 거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말은, 누구에게도 희소식처럼 들리지 않았다.에드윈은 백옥 위에 떠오른 회색 선을 한참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직접 만지지는 않았다. 조금 전 검은 파편이 다른 경계석을 향해 결을 뻗었던 것을 본 뒤로는, 익숙한 물건조차 함부로 다룰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배웠다. 그는 마법으로 얇은 측정판을 띄워 백옥 위를 여러 번 훑었다. 선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측정할 때마다 아주 조금씩 길어졌다.“거리가 줄어든다고 해서 두 세계가 실제로 가까워지는 건 아닐 수도 있습니다.”아드리안이 즉시 물었다.“말장난처럼 들리는군.”“저도 그렇게 들립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확히 구분해야 합니다.”에드윈은 종이에 두 개의 원을 그리고 그 사이에 넓은 공백을 남겼다. 왼쪽은 조선, 오른쪽은 아르데시아. 그다음 가운데에 회색 점 하나를 찍었다.“우리는 지금까지 길을 만들려면 양쪽 끝을 연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중심석이 양쪽 세계의 ‘거리’를 기억한다면, 실제 공간을 접는 방식이 아니라 경계가 서로를 인식하는 정도를 바꾸는 것일 수도 있어요.”카시안이 짧게 물었다.“더 쉽게.”에드윈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종이를 새로 꺼냈다.이번에는 사람 둘을 그렸다. 서로 등을 돌리고 아주 멀리 서 있는 사람.그다음.마주 보는 사람.“멀어도 서로 모르면 길이 없습니다.”서화가 그림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에드윈은 마주 보는 두 사람 사이에 선을 하나 그었다.“그런데 서로를 기억하고, 부르고, 같은 약속을 공유하면.”두 사람을 조금 가까이 옮겼다.“실제 땅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그가 자기 관자놀이를 가리켰다.“경계가.”그리고 두 원 사이의 공간을 가리켰다.“서로를 더 정확히 찾습니다.”서화는 한동안 그림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말했다.“길.”“응.”“쉽다?”에드윈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서화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위험.”“많이.”그게 문제였다.서로를 더 정확히 찾을 수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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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은 한 사람을 위해 만들지 않습니다

검은 틈의 목소리가 두 글자 위로 겹쳐졌다.歸返.돌아갈 귀.돌이킬 반.서화는 그 글자를 알고 있었다. 두 글자를 한데 놓았을 때 생기는 뜻까지 완전히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방금 백옥이 보여준 것은 단순히 ‘한 번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조선에서 아르데시아로, 아르데시아에서 조선으로. 떠났다가 돌아오고, 다시 건너갔다가 또 돌아오는 것.한쪽으로 사람을 밀어내는 길이 아니라.양쪽을 모두 기억하는 길.그래서 검은 틈이 두려워한다.『그 글자를 완성하지 마.』백옥 안쪽에 남아 있던 작은 검은 점이 빠르게 흔들렸다. 처음에는 바늘 끝만 하던 것이었다. 그런데 歸返이라는 두 글자가 선명해진 뒤부터 그것은 더 커지지 못하고 오히려 가장자리부터 흐려지고 있었다.에드윈이 그 모습을 보며 숨을 죽였다.“반응이 반대예요.”아드리안이 물었다.“뭐가.”“검은 오염이 글자가 완성될수록 약해지고 있습니다.”세베리안이 바로 백옥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 직접 손을 대지는 않은 채 빛의 결만 살폈다.“귀환의 기억이 오염을 밀어내는 건가.”“그럴 가능성이 큽니다.”마티아스가 낮게 말했다.“당연할 수도 있습니다.”모두가 그를 봤다.마티아스는 잠시 침묵하다가 백옥을 가리켰다.“검은 틈은 끊어진 길에서 생겼습니다. 다시 돌아오지 못한 사람, 끝내 이어지지 못한 약속, 한쪽에서 버려진 기억을 먹고 자랐지요.”그는 歸返을 바라봤다.“그러니 돌아오고 다시 돌아간다는 기억은.”잠시.“저 존재의 반대입니다.”서화는 긴 설명을 전부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에드윈이 그림을 그려주자 금세 이해했다.한 사람.문을 건넌다.다른 쪽.멈춘다.돌아오지 못함.그림 위에 검은 점.다음 그림.한 사람이 건넌다.다시 돌아온다.또 건넌다.양쪽 화살표.그 위.하얀 선.서화는 한참 그림을 내려다보다가 작게 말했다.“끊기다.”검은 점.“저것.”에드윈이 고개를 끄덕였다.“응.”서화는 다시 양쪽 화살표를 봤다.“이어지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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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명령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양의 오래된 관청 창고 앞에 도착한 관리는 자신이 들고 온 명패를 천천히 들어 보였다.왕실 문양이 새겨진 패였다. 어두운 새벽빛 아래에서도 금속 가장자리의 문양은 분명했고, 그것만 본다면 감히 가짜를 의심하기 어려울 만큼 정교했다. 창고를 지키던 서리 셋 가운데 가장 어린 자가 반사적으로 허리를 숙이려 했지만, 조금 전 지하에서 검은 손을 보고 살아 나온 늙은 창고지기가 그의 팔을 거칠게 붙잡아 세웠다.“기다리게.”관리가 눈썹을 찌푸렸다.“무슨 뜻이지?”노인은 대답 대신 명패를 한참 바라봤다. 그는 왕명패의 진위를 가려낼 정도로 높은 관직에 있었던 사람도 아니었고, 왕실의 문서를 자주 접해본 사람도 아니었다. 평생 창고와 장부 사이를 오가며 물건이 어디서 들어왔고 어디로 나갔는지를 적어왔을 뿐이다.그러나 그런 사람이라서 알 수 있는 것도 있었다.물건을 옮기라는 명에는 흔적이 남는다.어디서.어디로.누가.언제.무엇을.얼마나.왕명이라고 해서 그 과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노인이 물었다.“어디로 옮기라는 것입니까.”관리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답했다.“궁으로.”“궁 어디입니까.”“그걸 네가 알아야 하나?”“제가 내어드려야 할 물건이라면 알아야 합니다.”관리의 눈빛이 아주 미세하게 달라졌다.노인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무슨 전각입니까. 어느 관청에서 인수합니까. 인계자는 누구입니까.”“왕명이라 하지 않았느냐.”“그러니까 묻는 겁니다.”노인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죽은 아들의 얼굴을 흉내 낸 검은 것 앞에서 울고 있던 사람이었다. 다리는 아직 후들거렸고 손끝도 떨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떨림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왕명이라면 더 잘 적어야지요.”뒤에 서 있던 젊은 서리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노인은 계속 말했다.“조금 전 궁에서도 기록하는 사람을 늘리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정확한 전갈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적어도 지금 한양 안에서 이상한 돌을 함부로 옮기면 안 된다는 건 알겠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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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기록은 진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었습니다

조문혁이라는 이름이 떨어진 순간, 도겸의 표정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그 이름은 처음 듣는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한양에서 관직을 잃고 집안이 기울기 시작한 뒤, 집 안에서는 누구도 사건에 얽힌 관리들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도겸은 몇 번이고 몰래 문서를 들춰본 적이 있었다. 누가 아버지를 모함했는지, 누가 처음 문제를 제기했고 누가 증언을 바꿨으며 누가 창고 장부에 도장을 찍었는지 알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그 과정에서 여러 번 나타났던 이름 가운데 하나가 바로 조문혁이었다.당시에는 호조 산하 창고 물목을 정리하는 실무 관원에 불과했고, 사건이 끝난 뒤에는 오히려 한 단계 승진했다. 대단히 높은 자리는 아니었지만, 윤정헌에게 문제가 된 문서를 처음 들고 왔던 사람이었고, 나중에는 자신이 그저 윗선의 지시를 전달했을 뿐이라고 발을 뺐다.도겸은 붙잡혀 무릎을 꿇은 조문혁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물었다.“그때도 당신이었지.”조문혁의 얼굴이 굳었다.“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모를 리가 없지. 우리 아버지한테 창고 물목 이전 장부를 내밀고 도장을 찍으라고 했던 사람.”주변에 있던 승정원 관리와 사관의 표정이 동시에 달라졌다. 왕명 위조만 해도 큰일인데, 이 사람이 윤정헌의 과거 사건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자 사건의 무게가 갑자기 달라졌다.조문혁은 처음에는 입을 다물고 버텼다. 그러나 도겸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전 검은 것과 맞서며 깨달은 방식대로, 혼자 몰아붙이는 대신 하나씩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당시 장부에는 창고에서 사라진 물건이 ‘검은 광석 열두 점’이라고 적혀 있었어. 맞아?”조문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도겸은 그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아버지는 실제 창고에서 확인한 수량이 여덟 점뿐이라서 도장을 찍지 않았고.”이번에는 조문혁의 입술이 굳었다.“그 뒤 네가 가져온 두 번째 장부에서는 처음부터 여덟 점만 있었다고 기록이 바뀌었어. 그런데 며칠 뒤 아버지가 네 점을 빼돌렸다는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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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돌을 찾게 만든 사람

왕궁 서고에 번진 검은 먹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여덟이라는 숫자 옆에 뒤늦게 덧붙은 열둘,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한동안 번지다 멈춘 먹자국만이 오래된 장부의 거짓을 드러내고 있었다. 처음부터 돌 네 점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 장부 위에 ‘사라진 네 점’을 만들어냈다. 그 허구를 진실처럼 믿게 된 사람들이 전국에서 비슷한 돌을 찾아 한양으로 모았고, 그렇게 옛 창고에는 본래 서로 떨어져 있어야 했을 경계석 파편들이 오랜 세월 한곳에 쌓였다.윤정헌은 그 사실을 깨달은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이 관직에서 쫓겨나게 된 일도 결국 그 거짓 숫자에서 시작됐다. 당시 자신은 분명 실물 여덟 점과 장부 열두 점의 차이를 지적했지만, 사람들은 네 점이 사라졌다는 전제부터 의심하지 않았다. 사라진 네 점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고, 관리 책임자가 누구냐고 따졌으며, 결국 그 네 점을 찾지 못한 책임을 누군가에게 씌워야 했다.그런데.처음부터 없었다.왕도 같은 생각에 닿은 듯, 오래된 장부를 내려다보다 낮게 말했다.“사라진 물건을 찾은 것이 아니라, 존재하지 않던 물건을 찾느라 나라가 움직였군.”윤정헌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 과정에서 전국의 비슷한 돌이 한양으로 올라왔을 가능성이 큽니다.”“그리고 한곳에 모였고.”“예.”왕의 시선이 회색 중심석으로 향했다. 조금 전까지 돌 안쪽에서 움직이던 검은 점은 다시 잠잠해져 있었지만, 이제 그 고요함조차 안심할 수 없었다.“그러면 저것이 우리에게 직접 돌을 가져다 놓은 게 아니군.”윤정헌은 잠시 생각한 뒤 대답했다.“아마도 그렇습니다. 저 존재가 처음부터 사람의 손을 대신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움직일 만한 이유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큽니다.”왕의 눈빛이 서늘해졌다.“없는 네 점.”“예.”“그 네 점 때문에 사람들이 다른 돌들을 찾았고.”“예.”“찾아온 돌들이 다시 이상을 만들었으며.”“그 이상을 숨기려 장부가 바뀌었고.”윤정헌이 뒤를 이었다.“그 장부 때문에 또 다른 사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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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입으로 남은 기록

강무진은 포로의 입을 빌려 흘러나온 검은 목소리가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칼자루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검은 선은 포로의 목 아래에서 다시 손목 쪽으로 천천히 물러났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고, 조금 전까지 사람의 것이 아니었던 눈동자 역시 제 빛을 되찾았으나 정신은 돌아오지 않았다. 한연화가 조심스럽게 그의 맥을 짚어보니 목숨에는 당장 지장이 없었지만 심장이 지나치게 빠르게 뛰고 있었고, 혀끝까지 검게 물들었던 흔적이 조금씩 옅어지는 것을 보면 무언가가 몸을 잠시 통로로 사용한 것만은 분명했다. 그녀는 침통을 꺼내 몇 군데 혈을 눌러 호흡을 안정시킨 뒤, 사람을 시켜 포로를 다른 이들과 떨어뜨리되 절대로 혼자 두지 말라고 당부했다.“아까 그 말부터 다시 생각해야겠군요.”한연화가 몸을 일으키며 말하자 강무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까지 그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던 세 집안의 구조가 전부라고 생각했다. 강무진의 집안은 돌아터라는 장소를 지켰고, 새롭게 나타난 서이경의 집안은 기록을 베끼고 나눠 보존했으며, 윤연화의 후손은 귀환의 돌과 연결된 물건을 이어받았다. 그런데 오래전 전승에서는 그 셋과 별개로,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옮겨주는 역할이 따로 있었다는 흔적이 드러났다.한연화는 반달 돌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오래 바라보다가 물었다.“그 이야기라는 게 정확히 무엇이었을까요? 책에 적지 않은 이야기라면, 왜 굳이 따로 사람에게 전했을까요.”“책은 빼앗길 수 있으니까요.”강무진의 대답은 빨랐지만, 그 자신도 그 뒤를 이어갈 확신은 없는 듯했다.“불에 탈 수도 있고, 관아에서 거두어갈 수도 있고, 누군가 고쳐 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같은 이야기를 조금씩 나누어 알고 있다면 전부 지우기는 어렵겠지요. 아마 그런 뜻이었을 겁니다.”한연화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그것만이라면 기록하는 집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사람에게 외우게 하는 것과 종이에 적는 것의 차이일 뿐이니까요.”그 말에 강무진의 표정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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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장면을 본 사람은 없었습니다

거짓 장면의 가장자리에서 검은 금이 번지는 순간, 서화는 그제야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알았다. 검은 틈이 보여주는 것을 당장 지워버리려 해서는 안 됐다.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기 싫은 장면부터 없애버리면, 결국 자신들도 검은 틈과 다를 바 없이 보고 싶은 기록만 남기게 될 수 있었다. 그러니 지금 필요한 것은 부정이 아니라 비교였다. 자신이 무엇을 보았는지, 다른 사람이 무엇을 보았는지, 그 장면 가운데 서로 겹치는 부분과 어긋나는 부분이 무엇인지 하나씩 꺼내 놓아야 했다.서화는 에드윈을 가리킨 뒤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최대한 천천히 말했다.“먼저. 당신.”에드윈이 자기 가슴을 가리켰다.“내가 본 걸 말해?”서화가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 숨기다, 안.”그 말이 떨어지자 회의장 안의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서로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는 각자 눈앞에 들이닥친 환영을 견디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이제야 그들이 같은 순간에 전혀 다른 장면을 보았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에드윈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자기가 본 장면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저는 윤연화라는 여인이 아르데시아에서 도망치는 모습을 봤습니다. 누군가가 뒤에서 이름을 불렀고, 그녀는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상했던 건 배경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남쪽 해안이 아니었어요. 검은 문 근처처럼 보였습니다.”세베리안이 바로 물었다.“확실합니까?”“제가 틀릴 수 있다는 의미라면 아닙니다. 검은 문과 비슷했다고만 말하겠습니다.”서화는 그 말을 듣고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구분한다. 그게 지금 가장 중요했다.카시안이 다음으로 말했다.“나는 서화가 조선으로 돌아간 뒤 다시는 이쪽을 보지 않는 장면을 봤다. 가족들과 웃고 있었고, 아르데시아 이야기가 나오자 모르는 곳처럼 대답하더군.”서화의 얼굴이 아주 조금 굳었다.카시안은 그것을 보고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하지만 그건 내가 두려워하는 장면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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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여는 사람보다 먼저 필요한 것

북부의 방향석에서 검은 껍질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순간,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서화가 들고 있던 백옥이 아니었다. 줄곧 카시안의 상태를 살피고 있던 헤르만이 그의 손목을 붙잡은 채 고개를 번쩍 들었고, 거의 동시에 카시안의 가슴 안쪽에서 오래된 상처를 건드린 듯한 둔한 통증이 한 번 지나갔다. 이전처럼 심장을 죄어오는 검은 기운도, 몸속 어딘가에서 살아 움직이는 이물감도 아니었다. 오히려 아주 오래 들고 있던 무거운 짐의 위치가 갑자기 달라졌을 때 몸이 그 빈자리를 낯설어하는 것에 가까웠고, 헤르만은 맥을 몇 번 더 확인한 뒤에야 굳어 있던 표정을 조금 풀었다.“다시 붙은 건 아닙니다. 오히려 맥은 아까보다 안정됐습니다.”그 말을 듣고도 서화는 바로 손을 떼지 않았다. 카시안의 손목을 헤르만이 잡고 있었으니 그녀는 반대쪽 손을 잡은 채 얼굴부터 살폈다. 창백하긴 했지만 숨이 막히는 기색은 없었고, 눈동자도 또렷했다. 그래도 안심하지 못한 서화가 낮게 물었다.“아프다?”카시안은 잠깐 습관처럼 “괜찮다”고 답하려다가, 바로 옆에서 헤르만이 눈을 가늘게 뜨는 것을 보고 말을 고쳤다.“조금.”서화의 눈썹이 즉시 올라갔다.“어디.”카시안이 가슴 한가운데를 가리켰다.“여기. 하지만 짧았어.”서화는 그제야 아주 조금 긴장을 풀었지만 손은 여전히 놓지 않았다. 카시안은 굳이 빼려 하지 않았고, 헤르만은 두 사람을 한 번 번갈아 보더니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맥박을 적어 내려갔다.그 사이 에드윈은 북부에서 들어오는 마력 반응을 여러 겹의 측정판에 겹쳐놓고 있었다. 조금 전 떨어져 나온 검은 껍질 아래에서 드러난 것은 예상대로 창백한 청백색의 원재료였고, 그것이 왕궁의 회색 중심석과 서화의 백옥에서 읽히는 경계석 특유의 결에 아주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다만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북부의 돌은 방향을 기억하는 성질이 훨씬 강했고, 오랜 세월 검은 문과 맞물려 있었기 때문인지 그 위에 남은 오염도 깊었다.“중요한 건 이겁니다.”에드윈이 모두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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