ホーム / 로판 / 조선에서 온 아씨는 돌아가고 싶다 / チャプター 71 - チャプター 80

조선에서 온 아씨는 돌아가고 싶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71 - チャプター 80

109 チャプター

이름을 바꾸면 허락도 바뀌는가

장 선생이 태우다 만 문서에서 「전 호조판서의 인장 관리인」이라는 문구가 발견되자 왕궁의 조사는 다시 한번 방향을 바꾸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누구도 곧장 민승재의 집으로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 민승재는 이미 삼 년 전에 죽었고, 그의 관직 생활은 길었다. 호조판서로 재임하는 동안 공식 인장을 관리한 사람만 해도 한 명이 아닐 수 있었으며, 집안에서 사적으로 문서를 관리한 사람과 관청에서 관인을 맡았던 사람 역시 구분해야 했다. 무엇보다 장 선생이 적은 ‘인장 관리인’이 실제 직책을 뜻하는지, 특정인을 가리키는 은어인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윤정헌은 먼저 민승재가 호조판서로 재임했던 기간의 당직표와 관인 출납 기록을 가져오게 했다. 오래된 장부는 예상보다 상태가 좋았지만, 문제는 기록 방식이었다. 관인을 꺼내거나 돌려놓을 때마다 관리인의 실명을 적은 것이 아니라 담당 부서와 직책만 남긴 날이 많았다. 도겸은 처음 두 권을 넘길 때까지만 해도 답답한 얼굴이었지만, 세 번째 장부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는 손을 멈췄다.“아버지, 이것 좀 보십시오. 같은 직책인데 글씨가 다릅니다.”윤정헌은 아들이 가리킨 곳을 살폈다. 인장고 서리 대리라는 동일한 직책이 몇 달 동안 반복되어 있었지만, 확인 표시의 필체는 적어도 세 종류였다. 즉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번갈아 같은 자리를 맡았다는 뜻이었다.“그러면 장 선생이 찾는 것도 특정한 이름이 아닐 수 있겠네요.”“그래. 그 직책을 지냈던 사람 가운데 지금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일 수도 있다.”“윤정헌이 아니면 다른 윤정헌을 찾는 게 아니라, 필요한 자격을 가진 다음 사람을 찾는다.”도겸이 그렇게 정리하자 윤정헌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 점이 더 위험했다. 지금까지 그들은 누군가가 윤정헌 개인에게 원한을 품고 그의 이름을 이용했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기록은 전혀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문서에 붙일 수 있는 자격이었다. 윤정헌이 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1
続きを読む

그 이름이 정말 당신입니까

강무진의 이름이 적힌 「폐도진 백색 소석 파손 확인서」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그날 밤 바로 돌아터로 보내지지 않았다. 문서에 이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사자를 범인처럼 취급하지 않겠다는 원칙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종이의 연대, 먹의 성분, 문서 양식, 수결의 형태, 함께 적힌 두 증인이 실제로 그 시대에 존재했는지까지 하나씩 분리해서 살펴야 했다. 무엇보다 장 선생이라 불린 남자의 문서함에서 나온 자료라는 사실 자체가 문서의 진위를 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까지 그가 사람의 이름과 자격을 골라 과거의 빈칸에 끼워 넣으려 했다는 정황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할 것은 내용보다 문서가 만들어진 방식이었다.윤정헌은 문서의 모사본과 강무진이 최근 왕궁에 보낸 보고서의 수결을 나란히 놓았다. 얼핏 보면 닮았다. 마지막 획을 오른쪽 아래로 길게 빼는 습관, 이름의 두 번째 글자를 유난히 좁게 쓰는 방식까지 비슷했다. 도겸도 처음에는 입술을 다물었지만, 오래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기울였다.“너무 비슷하지 않습니까?”“그게 왜 이상하지?”“지금 글씨하고요.”윤정헌이 아들을 바라봤다.도겸은 두 문서를 번갈아 가리켰다.“이 확인서가 오십여 년 전 문서라면 강 어르신도 훨씬 젊었을 때 아닙니까? 그런데 최근에 쓴 수결하고 거의 똑같습니다. 사람 글씨가 그렇게 오래 안 변할 수도 있습니까?”윤정헌은 바로 답하지 않고 서이경을 불렀다. 그녀 역시 두 수결을 살핀 뒤 같은 부분에서 멈췄다. 수결의 형태가 닮은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획의 떨림과 붓을 들어 올리는 위치까지 최근 강무진의 필체와 지나치게 유사했다.“이건 젊은 시절 글씨를 베낀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서이경이 말했다.“그럼?”“최근 글씨를 보고 과거 문서에 넣은 쪽을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도겸의 눈빛이 달라졌다.장 선생은 박문수에게도 같은 실수를 했다. 현재 사용하는 이름을 십일 년 전 문서에 넣었다. 지금의 사람을 찾아 과거의 사람을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1
続きを読む

찾지 않는 것도 조사입니다

왕궁의 봉인함 안에 들어간 「폐도진 서쪽 물길 아래, 기록하지 않은 석단 하나」라는 문장은 밤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였다. 예전 같았다면 날이 밝기도 전에 군관과 관상감 관리가 폐도진으로 달려갔을 것이다. 정말 석단이 있는지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물길을 막고, 땅을 파고, 돌을 찾아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윤정헌은 문서가 발견된 시각과 장소, 함께 있던 사람들, 종이가 다른 두 장 사이에 붙어 있던 상태까지 기록하게 한 뒤 원본을 다시 봉인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가장 먼저 가져오게 한 것은 삽도, 현장 지도도 아닌 지난 백 년 동안의 수해 기록이었다.도겸은 아버지 앞에 쌓이는 장부를 보다가 결국 물었다.“정말 안 가보실 겁니까?”“당장은.”“저도 안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계속 안 가면 있는지 없는지 영원히 모르지 않습니까?”“그래서 안 찾는 것과 확인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윤정헌은 오래된 수해 장부 한 권을 펼쳤다. “우리가 확인하려는 건 ‘정윤재가 적은 곳에 석단이 있는가’가 아니다. 먼저 ‘정윤재의 문서가 없어도 그곳에 무언가 있었다는 증거가 나오는가’다. 그게 하나라도 있어야 저 문장이 우리를 움직인 게 아니라는 최소한의 근거가 생긴다.”도겸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까 저 문서를 지도처럼 쓰지 않는 겁니까?”“그래. 옛 물길이 어디였는지부터 독립적으로 복원한다. 석단을 찾겠다고 생각하지 말고.”“그렇게 조사하다가 아무것도 안 나오면요?”“그럼 당분간 아무것도 안 하는 거지.”도겸이 미묘한 얼굴을 했다.“아버지는 가끔 아무것도 안 하는 걸 너무 잘하십니다.”“너는 못해서 문제고.”“요즘 많이 참는데요.”“그래서 많이 나아졌다.”도겸은 이제 그 말에 반박하는 것도 지친 듯 장부를 한 권 가져갔다.왕 역시 같은 원칙을 확인했다. 폐도진 현장에는 새로운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 정윤재에게 해당 문장이 발견되었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1
続きを読む

돌을 찾는 동안 옮겨진 것

없는 돌 네 개를 찾기 시작한 시기에 아무도 찾지 않았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하자는 윤정헌의 말이 떨어진 뒤, 왕궁 조사실의 책상 위에서는 경계석과 관련된 장부가 처음으로 전부 치워졌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사람과 물건이 움직인 흔적을 남긴 평범한 기록들이었다. 역참의 말 대여 장부, 관청 사이에 오간 공문 목록, 창고의 포목과 약재 출납표, 폐도진 주변의 선박 운항 기록, 지방 관리들의 인사 이동표까지 얼핏 보아서는 돌과 아무 상관도 없어 보이는 자료들이었다. 도겸은 책상 한쪽에서 다른 쪽까지 쌓인 장부를 바라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없는 돌 네 개를 찾는 게 차라리 쉬웠을 것 같습니다.”“그래서 사람들이 그쪽을 봤겠지.”윤정헌은 십수 년 전 물류 장부를 펼치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도겸은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지만, 아버지가 웃지 않는 것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랬다. ‘돌 네 개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명확했다.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정해져 있고, 발견하면 해결된다는 기대도 생긴다. 반면 그 사람들이 돌을 찾는 동안 다른 무엇이 움직였는지를 확인하려면, 애초에 무엇을 찾는지도 모른 채 수천 줄의 기록을 살펴야 했다.왕은 조사 범위를 정하면서 한 가지 조건을 붙였다. 열둘이라는 숫자가 처음 공식 장부에 등장한 시점을 중심으로 앞뒤 삼 년을 우선 살피되, 경계석과 직접 관련된 기록을 특별히 우선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없는 네 개’를 찾기 시작하면서 행정적으로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먼저 보라는 것이었다.“돌이 아니라 다른 물건을 옮겼다는 정윤재의 문장 역시 아직은 그의 진술과 같습니다. 우리가 그 말을 정답으로 놓고 장부를 보면 또 원하는 것만 찾게 됩니다.”윤정헌의 설명에 도겸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무언가를 옮겼다’는 것도 잠시 잊어야겠네요.”“완전히 잊을 수는 없지. 우리가 이 조사를 시작한 이유니까. 다만 모든 이상한 기록을 그 문장에 맞추지는 않는 거다.”“알겠습니다.”도겸은 장부 하나를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1
続きを読む

돌아갈 길을 적은 것

「돌아갈 길을 적은 것」이라는 문장이 발견된 뒤에도 왕궁에서는 곧바로 그것을 ‘귀환 방법이 적힌 기록’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정윤재가 무엇을 보고 그런 표현을 사용했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그가 말하는 ‘길’이 실제 경계를 건너는 방법인지, 폐도진으로 향하는 육로인지, 혹은 누군가를 돌려보내기 위한 행정 절차를 뜻하는지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윤정헌은 오히려 조사관들에게 그 문장을 잠시 잊으라고 했다. 먼저 오래된 기록에서 ‘돌아갈 길’, ‘돌아가는 자’, ‘귀환’이라는 표현이 실제로 어떤 상황에서 사용되었는지 따로 찾아야 했다.이번에는 도겸도 곧장 경계석 장부를 뒤지지 않았다. 그는 폐도진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시기의 객주 기록과 표류민 처리 문서, 외지인이 고향으로 돌아갈 때 발급받았던 통행문서까지 가져왔다. 며칠 전이었다면 지나쳤을 평범한 기록들이었다. 바다에서 구조된 상인을 고향으로 보내고, 길을 잃은 사람에게 역참 이용 허가를 내주고, 외국에서 떠밀려온 사람의 출신지를 확인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여기에도 ‘귀환’이라고 적혀 있습니다.”도겸이 한 문서를 내밀었다. 중국 상인이 풍랑을 만나 조선 해안에 표착한 뒤 본국으로 돌려보내진 기록이었다.윤정헌이 읽고 물었다.“그러면?”“우리가 찾는 ‘귀환’이 반드시 문을 건너는 귀환을 뜻하지 않는다는 거죠.”“그래.”“이제 이런 건 좀 빨리 보이지 않습니까?”“조금.”“조금입니까?”“칭찬받으려고 조사하느냐?”도겸은 대답하지 않고 다음 장부를 펼쳤다. 그러나 입가에는 아주 희미한 웃음이 남아 있었다.그들은 그날 내내 ‘귀환’이라는 단어만으로 문서를 연결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느 문서에서 그 표현이 평범하게 사용되었는지를 먼저 분리했다. 그러자 수백 개였던 기록이 점차 줄었다. 폐도진, 서쪽 물길, 이방인, 객물, 귀환이라는 조건이 동시에 나타나는 문서는 극히 적었다.그리고 해가 기울 무렵.하나가 남았다.「서방 이객 귀환을 위한 물목 별기」도겸은 문서를 발견하고도 바로 아버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1
続きを読む

사람을 지운 기록

한규석이 남긴 문장, 「돌을 늘린 자보다 먼저, 사람을 지운 자를 찾아야 한다」가 발견된 다음 날부터 조선의 조사는 다시 방향을 틀었다. 그렇다고 그림에서 사라진 사람이 곧 레아니스 베르델이며, 지워진 집이 아르데시아의 고향이라고 정해놓은 것은 아니었다. 지금 그들이 가진 것은 여러 번 베껴진 그림 한 장과 한규석의 후대 해석, 그리고 말이 통하지 않던 ‘래아’라는 여인이 자신의 집과 물을 그림으로 설명했다는 몇 개의 독립 기록뿐이었다. 서로 가까이 놓으면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졌지만, 윤정헌은 그럴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야기가 자연스럽다는 것은 증거가 충분하다는 뜻이 아니었다.그래서 그들이 가장 먼저 찾기 시작한 것은 그림이 아니었다. 그림을 보았던 사람들이었다. 정확히는, 폐도진에 나타난 이방 여인을 당시 사람들이 어떤 말로 기록했는지를 시대순으로 모았다. 최초 기록에 가까울수록 ‘서방 여인’, ‘말이 통하지 않는 여인’, ‘래아라 불리는 사람’처럼 사람을 중심으로 적혀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표현이 달라졌다. ‘서방 이객’, ‘귀환 관련자’, ‘천문석 발견과 관련된 이객’, 그리고 더 후대의 장부에서는 마침내 ‘석단 출현 당시의 이방 증인’으로 바뀌어 있었다.도겸은 그 변화를 연도순으로 적다가 붓을 내려놓았다.“처음에는 사람이었는데요.”윤정헌이 맞은편에서 장부를 넘기며 물었다.“나중에는?”“사건의 부속물이 됐습니다.”“정확히.”도겸은 다시 문장을 살폈다. “처음 기록은 그 여인이 무엇을 했는지 적었습니다. 약초를 그렸다, 집을 그렸다, 물가에서 기다렸다, 자기 물건을 돌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그 여인이 무엇을 원했는지는 없어지고, 언제 어디에서 돌이 나타났는지를 증언한 사람처럼 바뀝니다.”윤정헌은 아들의 정리를 바로 기록하게 했다. 다만 한 줄을 덧붙였다.의도적 삭제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음.도겸은 이제 그 문장을 보아도 답답해하지 않았다. 누군가 일부러 사람을 지웠을 수도 있지만, 후대의 기록자가 자신에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1
続きを読む

열지 않는 상자도 답이 된다

노인의 손이 목함 위에 놓인 채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도겸 역시 손을 내밀지 않았다. 불과 몇 달 전의 자신이었다면 ‘돌아갈 길을 찾는 사람이 오면’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먼저 뛰었을 것이다. 서화가 돌아올 방법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상자를 열어야 할 이유부터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전혀 다른 질문이었다. 이 목함을 맡긴 사람이 말한 ‘돌아갈 길을 찾는 사람’은 누구이며, 그 말이 지금 자신들에게 상자를 열 권한까지 주는가.“어르신께서는 어떻게 하고 싶으십니까?”도겸의 질문에 노인은 잠시 눈을 깜빡였다. 아마도 목함 안에 무엇이 있는지부터 물을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내가?”“예. 지금까지 이걸 보관한 건 어르신 댁이잖습니까.”“내 물건은 아닐세.”“그래도 맡아온 사람은 어르신입니다. 저희가 왔다고 해서 마음대로 가져가거나 열 수는 없습니다.”노인은 목함을 내려다보았다. 오래된 나무는 손때가 묻어 검게 변해 있었고, 모서리 한쪽은 닳아 둥글어져 있었다. 한 세대가 아니라 여러 세대를 거쳤다는 사실이 그것만으로도 보였다. 노인은 한참 뒤 손을 거두며 말했다.“우리 어머니는 이것을 열지 말라고 했네. 그 어머니도 그렇게 들었다고 했고. 그런데 영원히 열지 말라는 뜻은 아니었다네. 돌아갈 길을 찾는 사람이 오면 그 사람에게 그냥 주라고도 하지 않았어. 같이 정하라고 했지.”서이경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 말이 정확히 전해졌습니까?”“정확한지는 모르네. 나는 어머니에게 그렇게 들었을 뿐이야.”“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전해진 말 그대로 기록하겠습니다.”노인이 피식 웃었다.“요즘 사람들은 모르는 걸 모른다고 쓰는 데 아주 열심이구먼.”도겸도 따라 웃었다.“그걸 안 해서 일이 많이 꼬였습니다.”그들은 그날 목함을 열지 않았다. 왕궁으로 가져가지도 않았다. 외형과 크기, 잠금장치의 형태만 기록하고, 그림은 노인의 허락을 받아 모사했다. 목함을 맡아온 집안의 구전 역시 노인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2
続きを読む

수레를 세운 사람

이명환의 메모가 발견된 뒤에도 서쪽 나루의 수레 세 대는 움직이지 않았다. 왕궁에서 보낸 확인 전령이 도착하기 전까지 강무진은 돌에 접근하지 말라는 기존 지시만 유지했고, 한연화는 수로청 관리와 인부들을 범인처럼 다루지 않았다. 그들은 실제로 정식 문서를 받고 움직인 사람들이었고,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자신들이 옮기려던 것이 오래전에 폐기된 경계석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오히려 현장 책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난처해했다. 왕궁의 조사 때문에 명령을 거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관서를 무시하고 빈 수레로 돌아갈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제가 받은 명령에는 분명히 오늘 해가 지기 전까지 싣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가 몇 번째인지 모를 만큼 문서를 확인하며 말하자 강무진은 맞은편에 앉은 채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러니 확인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겁니다. 당신에게 명령을 어기라고 하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명령 가운데 어느 것이 유효한지 확인하자는 것이지요.” 관리가 답답한 얼굴로 입을 다물자 한연화가 따뜻한 물을 그의 앞으로 밀어주었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하신 분들이 괜히 욕먹을 일은 아니지요. 다만 저 돌은 오늘 못 가져가십니다. 왕궁에서 직접 확인이 와도, 그 확인이 정말 왕궁에서 온 것인지 다시 볼 겁니다.”관리의 눈이 커졌다. “그럼 대체 뭘 믿으라는 겁니까?”한연화는 잠시 생각하다 웃었다. “하나만 믿지 말라는 뜻이겠지요.”그 말은 복잡하지 않았다. 문서를 버리라는 것도, 인장을 믿지 말라는 것도 아니었다. 문서와 사람과 전달 경로가 서로 맞는지 확인하라는 뜻이었다. 관리도 결국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곳까지 오면서 단 한 번도 자신의 명령서가 거짓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거짓일 필요조차 없었다. 문서의 형식도 진짜였고, 수로청의 장부에도 같은 물품이 있었으며, 상관 역시 실제로 결재했다. 단 하나 잘못된 것이 있다면 ‘서부 폐기 잔석 제칠호’라는 물건이 처음 장부에 올라온 순간이었다.그 한 줄이 진짜 장부에 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2
続きを読む

사람을 보내는 문서

이명환이 남긴 첫 진술은 그날 오전 왕궁 조사실에서 세 번 읽혔다. 하지만 누구도 「가족에게 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는 문장을 레아니스와 연결해 기록하지 않았다. 시기와 장소가 가까웠고, 지금까지 발견된 ‘래아’의 기록과도 놀랄 만큼 잘 맞았지만 그것만으로 동일인을 확정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이명환이 보았다는 원문은 사라진 상태였다. 지금 그들에게 있는 것은 부상당한 사람이 기억에 의지해 말한 내용뿐이었고, 그 기억마저 정확한지 확인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윤정헌은 보고서 가장 위에 짧게 적었다. 원문 미확보. 진술자 회복 후 재확인. 독립 기록 우선 탐색. 도겸은 아버지가 쓰는 것을 지켜보다가 예전처럼 “그래도 레아일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까?”라고 묻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읽던 자료를 다시 끌어당겼다. 사람을 보내달라는 기록이었다면, 돌이나 물품 장부가 아니라 사람의 이동과 관련된 문서에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표류민이나 이방인 송환 문서부터 보겠습니다. 폐도진 것만 보지 않고 같은 시기의 일반 문서 양식도 같이 보고요.”윤정헌이 붓을 멈추고 아들을 바라봤다.“왜 일반 문서까지?”“‘가족에게 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특별한 말인지부터 알아야 하니까요. 원래 송환 문서에서 흔히 쓰던 표현이라면 지금 생각하는 것만큼 특별한 단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잠시 침묵하던 윤정헌이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겸은 기다렸다.이번에는 아버지가 먼저 말했다.“잘 생각했다.”도겸의 입가가 슬며시 올라갔다. “요즘 칭찬이 잦으십니다.”“취소할까?”“아닙니다. 바로 일하겠습니다.”맞은편에서 서이경이 웃음을 참으며 장부를 넘겼다. 긴 조사가 사람들을 지치게 하고 있었지만, 이런 짧은 틈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제 그들은 답을 빨리 만드는 것보다 답이 아닌 것을 먼저 걷어내는 일에 익숙해지고 있었다.그리고 그 습관은 이번에도 필요했다.같은 시대의 일반 송환 문서 서른일곱 건을 확인한 결과, ‘고향으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2
続きを読む

이름이 바뀐 돌

네모 안에 물결 세 개가 그려진 표식은 생각보다 특별하지 않았다. 관상감의 오래된 수로도에서도 비슷한 모양이 발견되었고, 지방 나루의 물품 장부에서도 물길이나 나루터를 간단히 표시할 때 네모 안에 물결을 그려 넣은 사례가 몇 차례 확인됐다. 모양만 같다는 이유로 오래된 원문과 최근 제지소의 수레를 하나의 장소로 연결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윤정헌은 그 사실을 확인하자 오히려 조사 범위를 더 넓혔다. ‘같은 그림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같은 시대와 같은 지역에서 그 그림이 무엇을 뜻했는지를 찾아야 했다.관상감과 수로청, 형조와 호조에서 오래된 지도를 가져왔고, 서쪽 물길과 폐도진이 표시된 자료만 따로 분류했다. 도겸은 이번에는 그림을 발견할 때마다 바로 표시하지 않고 옆에 쓰인 지명과 용도부터 적었다. 어떤 것은 단순히 나루를 뜻했고, 어떤 것은 물길을 관리하는 창고였으며, 또 어떤 것은 수문이었다. 그러던 중 폐도진이 아직 폐쇄되기 전 작성된 지도 한 장에서 같은 표식이 발견됐다. 네모 안에 물결 세 개. 그 옆에는 작은 글씨가 붙어 있었다.서귀진(西歸津).도겸은 이름을 읽고도 바로 아버지를 부르지 않았다. 먼저 같은 지명이 다른 지도에도 있는지 찾았다. 두 번째 지도에는 없었다. 세 번째에도 없었다. 네 번째, 폐도진보다 십오 년가량 오래된 수운도에서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서귀나루라고 적혀 있었다. 위치는 현재 돌아터보다 남쪽으로 반나절 정도 떨어진 물길이었다.그제야 도겸이 자료 두 장을 들고 윤정헌에게 갔다.“같은 표식이 같은 지역의 독립된 지도 두 장에서 확인됐습니다. 이름은 서귀진과 서귀나루로 조금 다르고, 위치는 거의 같습니다. 다만 이곳이 이명환이 본 원문 속 장소라는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윤정헌은 아들의 설명을 들은 뒤 지도를 살폈다. “지금은?”“없습니다. 적어도 현재 지도에는요.”“언제 사라졌지?”“그걸 찾고 있습니다.”도겸은 맞은편에 앉으며 오래된 지도들을 다시 펼쳤다. 이상하게도 마음은 급하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2
続きを読む
前へ
1
...
67891011
コードをスキャンしてアプリで読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