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조선에서 온 아씨는 돌아가고 싶다: Bab 61 - Bab 70

109 Bab

돌이 먼저 대답하게 두지 마세요

최경문의 수첩에 나타난 검은 글씨는 밤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돌을 모으지 않으면 길은 완성되지 않는다.」며칠 전이었다면 누군가는 이 문장을 보고 흩어진 경계석의 위치부터 찾으려 했을 것이다. 실제로 과거의 사람들은 그렇게 움직였다. 여덟이라는 숫자가 열둘로 바뀌자 존재하지 않는 네 개를 찾기 시작했고, 전국에서 비슷한 돌을 한양으로 모아들였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은 길이 아니라 검은 틈이 파고들 수 있는 상처였다. 그래서 윤정헌은 검은 문장을 한참 바라본 뒤 그 옆에 적어둔 자신의 답을 지우지 않았다.「그 말부터 확인하겠다.」왕 역시 아침 회의가 시작되자 가장 먼저 돌의 위치를 묻지 않았다. 대신 지금까지 확인된 돌들을 하나씩 적게 했다. 왕궁의 회색 중심석, 서쪽 나루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 흰 돌, 돌아터의 반달 모양 돌, 남혜진이 보관하고 있는 聽자가 새겨진 작은 돌. 여기에 아르데시아에서 확인된 북부 방향석과 서화가 가진 백옥까지 더해졌다. 그러나 왕은 목록 가장 위에 굵은 글씨로 한 줄을 덧붙이게 했다.「이 목록은 한곳으로 모을 물건의 목록이 아니다.」도겸이 그 문장을 읽다가 말했다.“그래도 서로 반응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지 않습니까?”“그렇다.”“그럼 언젠가는 가까이 가져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윤정헌이 아들을 바라봤다.“왜?”도겸은 대답하려다가 멈췄다. 돌이 서로 반응한다. 그러니 만나게 해야 한다. 너무 자연스러운 결론처럼 느껴졌지만, 바로 그 자연스러움 때문에 지난 며칠 동안 몇 번이나 잘못된 방향으로 갈 뻔했다.“……서로 반응하니까요.”“반응하면 만나야 한다는 기록이 있느냐?”“아직은 없습니다.”“그럼 반응한다는 사실까지만 적으면 된다.”도겸은 탁자 위의 기록을 내려다봤다. 듣고 보면 당연한 말인데, 사람은 빈칸을 보면 자꾸 다음 말을 채우고 싶어졌다. 돌에 홈이 있으면 무엇인가 끼우고 싶고, 서로 울리는 돌이 있으면 만나게 하고 싶고, 둘이라는 기록이 있으면 두 개의 완성된 귀환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18
Baca selengkapnya

죽은 사람의 이름으로 길을 열지 마세요

서쪽 나루로 향하는 회색 도포의 사내가 품고 있는 문서는 겉으로 보기에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오래된 관청 문서를 베껴 만든 종이에는 적당히 빛이 바랜 먹색이 남아 있었고, 귀환석단에 관한 옛 기록에서 실제로 사용되던 표현까지 들어가 있었다. 무엇보다 문서의 맨 아래에는 이미 죽은 관리의 이름과 수결이 있었다. 그 사람이 생전에 귀환석단을 관리했는지, 그런 직책이 실제로 존재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적어도 이 문서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그럴듯하다고 생각할 만큼 잘 만들어져 있었다.하지만 사내는 걷는 내내 문서함을 몇 번이나 만졌다. 전에는 이름 하나면 충분했다. 관청에서 쓰던 직함 하나, 죽은 사람의 수결 하나, 오래된 장부에서 떼어낸 문장 몇 줄이면 사람들은 나머지를 스스로 채웠다. 관리가 왔다고 하면 관청에서 보냈겠거니 했고, 왕명을 받았다고 하면 어딘가에는 왕명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며, 죽은 사람의 이름이 오래된 기록에 남아 있으면 그 사람이 정말 그런 일을 했을 것이라고 믿었다.그런데 이제는 달랐다.윤정헌이라는 이름을 쓰지 못했다.그 이름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붙었다. 아들이 기억하는 윤정헌, 옛 동료가 기억하는 윤정헌, 서이경이 직접 만난 윤정헌, 역참과 관아와 곡물 장부가 서로 다른 이유로 기록해둔 윤정헌. 이름 한 줄을 베끼는 것만으로는 그 모든 기억을 흉내 낼 수 없었다.사내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정확히는.두려웠다.“번거로워졌군.”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그러자 머릿속 깊은 곳에서 물 흐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사람은 원래 번거롭다.』사내의 걸음이 멈췄다.“당신이 그렇게 만들었잖아.”대답은 바로 오지 않았다.사내는 다시 걸었다.『나는 길을 보여주었을 뿐이다.』“거짓말.”이번에는 사내가 웃었다.“당신은 늘 그렇게 말하지. 길을 보여줬다고.”그는 오른쪽 다리를 조금 끌며 비탈길을 내려갔다. 오래전 입은 부상 때문에 날이 차가워지면 다리가 더 뻣뻣해졌다. 검은 목소리는 그 다리를 고쳐주겠다고 약속한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18
Baca selengkapnya

대답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 묻습니다

임재호가 왕궁에 도착한 것은 다음 날 정오를 조금 넘긴 때였다. 그를 데려온 관리들은 포승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두지도 않았다. 임재호가 오래전부터 위조된 이름과 문서를 사용해왔고 폐도진에서 옮겨진 돌의 기록에도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왕궁에 들어온 순간부터 그의 이동은 제한되었다. 다만 누구도 그 제한을 ‘죄가 확정되었기 때문’이라고 기록하지 않았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혐의가 있고, 조사 과정에서 사라질 경우 확인해야 할 기록망 전체가 끊길 위험이 있다는 것이 정확한 이유였다.임재호는 그 설명을 들은 뒤 뜻밖에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문지기가 그의 이름을 다시 묻자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또박또박 대답했다.“임재호요.”문지기는 종이에 이름을 적은 뒤 그 옆에 작은 글씨를 덧붙였다.본인 진술. 별도 신원 확인 중.임재호는 그 문장을 한참 바라봤다. 어제 서쪽 나루에서도 같은 문장을 봤지만 왕궁까지 와서 다시 보니 기분이 묘했다. 다른 사람의 이름을 사용할 때는 문서에 적힌 이름 하나만으로 문이 열렸고,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더 묻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자기 이름을 말하자 아무도 바로 믿어주지 않았다.이상하게도 모욕적이지 않았다.“확인되면 저 글씨는 지웁니까?”문지기가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처음에는 본인 진술만 있었고, 이후 무엇으로 확인했는지 남깁니다.”“내가 처음부터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걸 믿지 못하겠다는 뜻이군.”“아닙니다.”문지기는 잠시 말을 골랐다.“당신이 임재호라고 말했다는 사실은 이미 기록했습니다. 우리가 확인해야 하는 것은 그 이름이 당신이 살아온 사람을 실제로 가리키는지입니다.”임재호의 눈빛이 흔들렸다.며칠 사이 왕궁의 말투가 달라지고 있었다. 정확히는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었다. 이름을 묻되 이름만 믿지 않고, 의심하되 그 의심 자체를 죄로 만들지 않았다. 임재호에게는 오히려 그 방식이 낯설었다.“가시죠.”문지기가 몸을 비켰다.임재호는 천천히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19
Baca selengkapnya

다시 오고 싶은 사람의 길

서쪽 나루의 물이 다시 빠지기 시작한 것은 다음 날 오후였다. 전날 마지막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문장을 보기 위해 현장에는 이미 사람들이 모여 있었지만, 누구도 물가 가까이 내려가지 않았다. 왕궁에서 내려온 지시는 이전과 같았다. 물을 퍼내지 않는다. 흙을 걷어내지 않는다. 흰 돌과 석판을 움직이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만큼만 보고, 보이지 않는 것은 다음 물때까지 기다린다. 기다리는 일이 답답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 사람들은 빨리 알아내는 것보다 잘못 알아내지 않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었다.어제까지 확인된 문장은 빈 홈 아래에서 끊겨 있었다.「돌아간 자가 다시 오기를 원한다면—」그 뒤를 두고 여러 추측이 나왔다. 다시 오지 못하게 하라, 다시 올 돌을 주어라, 두 돌을 만나게 하라. 어떤 사람은 백옥을 빈 홈에 놓으면 문장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냐고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말은 현장 기록에서 원문과 분리되었다. 추측은 추측으로 남기고, 아직 보이지 않는 글자는 없는 것으로 취급했다.물이 손가락 한 마디만큼 더 낮아졌을 때 첫 글자가 나타났다.길.조금 뒤.을.그리고 한참을 기다린 끝에 문장이 이어졌다.「돌아간 자가 다시 오기를 원한다면, 길을 다시 묻는다.」기록자의 붓이 멈췄다.돌을 다시 찾는다도 아니고, 문을 다시 연다도 아니었다.길을.다시.묻는다.현장을 지키던 노인이 한참 석판을 바라보다 중얼거렸다.“한 번 허락받았다고 계속 드나들 수 있다는 뜻은 아닌 모양이군.”기록자가 바로 물었다.“비문의 뜻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노인은 이제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내 생각이지.”“그렇게 적겠습니다.”“그래.”옆에 있던 여든 넘은 노파가 웃었다.“이제 우리도 말하기 전에 먼저 붙여야겠구먼. ‘이건 내 생각이오.’”“좋지.”“귀찮아.”“그래도 좋잖소.”“그건 그래.”사람들이 작게 웃는 동안 물은 아주 천천히 더 물러났다. 그리고 두 번째 줄이 드러났다.「먼저 떠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19
Baca selengkapnya

대답을 보존한다는 것

서쪽 나루에서 발견된 마지막 두 줄이 왕궁에 도착한 것은 해가 기울기 직전이었다. 봉해진 보고를 받아 든 윤정헌은 곧바로 펼치지 않고 먼저 함께 도착한 조사 기록부터 확인했다. 석판을 움직이지 않았는지, 물을 인위적으로 퍼내지 않았는지, 글자를 확인한 사람이 몇 명인지, 한 사람이 읽은 문장을 다른 사람들이 그대로 받아 적은 것은 아닌지부터 살폈다. 현장에서는 네 사람이 서로 떨어진 자리에서 글자를 옮겨 적었고, 각자의 기록을 봉한 뒤에야 서로 비교했다. 닳은 글자 하나를 제외하면 네 기록은 모두 같았고, 그 한 글자 역시 뜻을 바꾸는 부분은 아니었다.그제야 윤정헌은 마지막 두 줄을 읽었다.「길은 대답을 판결하지 않는다.」「길이 해야 할 일은, 사람이 스스로 한 대답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다.」도겸은 아버지의 어깨 너머로 문장을 읽다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자신은 서화가 돌아온 뒤 다시 아르데시아로 가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 문장은 조금 다른 문제를 던지고 있었다. 길은 서화의 대답 가운데 무엇이 옳은지 고르는 존재가 아니다. 조선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과 아르데시아로 다시 가고 싶다는 마음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해서 하나를 거짓으로 만들지도 않는다.“대답을 잃지 않게 한다는 게…… 기록하라는 뜻일까요?”도겸의 질문에 윤정헌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럴 가능성은 있지.”“또 가능성입니까?”“비문에는 ‘장부에 적어라’고 하지 않았다.”도겸이 다시 문장을 봤다. 정말이었다. 기록이라는 말도, 종이라는 말도 없었다. 사람이 한 대답을 잃지 않게 하라고만 되어 있었다.서이경이 조용히 말했다.“사람이 기억할 수도 있고, 글이 기억할 수도 있고, 물건이 기억할 수도 있겠지요.”“그러나 무엇을 사용하든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윤정헌이 탁자 위에 놓인 허진명과 문소라의 기록을 바라봤다.“대답을 보존한다는 이유로 사람의 마음을 모두 적어두기 시작하면, 결국 그 사람의 마음이 장부가 됩니다.”왕이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19
Baca selengkapnya

이름만으로는 사람이 되지 않습니다

왕궁 정문 앞에 선 노파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기 전에, 왕궁 안에서 윤정헌의 이름으로 말하고 있는 사람이 정말 윤정헌인지 확인해달라고 요구했다. 문지기는 그 말을 듣고도 노파를 수상한 자로 몰아세우지 않았고, 그렇다고 요구대로 곧장 윤정헌을 불러오지도 않았다. 그는 노파가 한 말을 한 글자도 보태지 않고 기록한 뒤, 언제 어디에서 왔는지와 왕궁에 들어오기 전 누구와 접촉했는지를 물었다. 노파는 질문 하나하나에 성실히 대답했지만, 정작 이름을 묻자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내가 이름을 말하면 당신들은 그 이름부터 장부에서 찾겠지.”“신원을 확인해야 하니까요.”“그게 틀렸다는 게 아니오. 다만 장부에서 내 이름이 나온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잖소.”문지기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그럼 내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전에, 당신들이 지금 믿고 있는 사람부터 같은 방식으로 확인해주시오.”“윤정헌 대감을 말씀하시는 겁니까?”“그렇소.”“왜 윤 대감입니까?”노파의 시선이 문 너머 깊숙한 곳을 향했다.“내 어머니가 그렇게 가르쳤으니까.”“무엇을요?”“길에 관한 말을 전하러 갔는데 이미 그 말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면, 가장 먼저 그 사람의 이름을 믿지 말라고.”문지기의 표정이 달라졌다.노파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이름을 부정하라는 게 아니오. 이름이 맞는지 확인하라는 뜻이지. 장부에서 본 이름인지, 다른 사람 입으로 들은 이름인지, 그 사람이 스스로 받아들이는 이름인지, 그리고 그 이름으로 살아온 사람을 실제로 아는 이들이 있는지.”잠시 후 노파가 덧붙였다.“그걸 다 확인하고도 같은 사람을 가리키면 그때 이름을 믿으라고 했소.”이번에는 문지기가 곧바로 물었다.“그 가르침을 누구에게 들으셨습니까?”“내 어머니.”“어머니께서는 누구에게 들으셨습니까?”“외할머니라고 했소.”“그 이전은요?”“모르오.”문지기는 마지막 대답까지 그대로 적었다. 노파는 그 모습을 보고 나서야 조금 웃었다.“이제 좀 마음에 드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19
Baca selengkapnya

기록이 사람을 속일 때

서쪽 폐도진의 기록을 왕궁으로 돌려보내는 작업이 시작된 뒤, 윤정헌은 가장 먼저 오래된 호조 장부를 다시 펼쳤다. 지금까지는 열둘로 고쳐진 돌의 수, 존재하지 않았던 네 개의 경계석, 민승재와 최경문의 흔적을 중심으로 장부를 살폈지만 이번에는 순서를 바꿨다. ‘무엇이 사라졌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어디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졌는가’를 찾기로 한 것이다. 서쪽 나루에서 발견된 흰 돌과 왕궁에 있는 회색 중심석의 출처를 함께 놓고 보자, 이전에는 별개로 보였던 문서 몇 장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첫 번째로 발견된 것은 오래된 물품 이전 목록이었다. 제목은 평범했다. 「서부 폐도진 잔존 물목 정리」. 무너진 나루와 창고를 정리하면서 쓸 만한 국가 소유 물품을 한양으로 옮기고, 가치가 없는 것은 현지에 남기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목록 아래쪽에 유난히 여러 번 고쳐 쓴 항목이 하나 있었다.백색 경계석 부속물 일점.그 옆에는 원래 다른 글씨가 있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종이를 빛에 비스듬히 대자 먹을 긁어낸 자리가 드러났고, 서이경은 확대경을 가져와 한참 살핀 끝에 희미하게 남은 획을 읽어냈다.“귀환…….”도겸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귀환석입니까?”“아직 모르겠습니다. 뒤 글자가 지워졌어요.”서이경은 더 이상 읽어내려고 억지로 종이를 문지르지 않았다. 대신 어느 부분이 보이고 어느 부분이 보이지 않는지 그대로 베껴 그렸다. 원래 ‘귀환’으로 시작하는 명칭이었을 가능성은 높지만, 그것이 귀환석 자체인지 귀환석단의 부속물인지, 혹은 전혀 다른 물건인지 확정할 수 없었다.문제는 그다음 장이었다.그 물품을 한양으로 옮겨도 좋다는 승인 문서가 붙어 있었다.그리고 그 아래.윤정헌의 이름.윤정헌의 수결.도겸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아버지.”윤정헌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문서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와 아주 오래 내려다봤다. 이름의 모양도 닮아 있었다. 수결 역시 자신이 젊은 시절 사용했던 것과 거의 같았다. 얼핏 본 사람이라면 의심하지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20
Baca selengkapnya

누가 내 이름을 필요로 했는가

한양 남쪽의 필사점은 문을 닫은 지 벌써 여섯 해가 지난 곳이었다. 간판은 떼어졌고 창호지는 군데군데 찢어져 있었으며, 한때 손님들이 드나들었을 앞마당에는 잡초가 무릎 가까이 자라 있었다. 하지만 조사관들은 건물부터 뒤지지 않았다. 왕궁에서 내려온 지시는 명확했다. 먼저 이곳을 운영했던 사람의 기억을 확인하고, 그다음 남아 있는 장부가 있다면 서로 섞이지 않게 따로 조사한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질문 속에 넣어 증인의 기억을 끌어내지 말라는 지시까지 붙어 있었다.필사점의 옛 주인 정필구는 일흔을 넘긴 노인이었다. 손가락 마디가 굵게 휘어 붓을 놓은 지도 오래였지만, 사람의 글씨를 보고 따라 쓰는 일만큼은 평생 해왔다고 했다. 조사관이 회색 도포나 최경문, 윤정헌이라는 이름을 먼저 꺼내지 않고 최근 자신을 찾아온 낯선 손님이 있었느냐고 묻자, 정필구는 의외로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있었소. 두 달쯤 전이었나.”“왜 기억하십니까?”“이상한 부탁을 했으니까.”“어떤 부탁이었습니까?”정필구는 무릎 위에 올린 손을 천천히 문질렀다. “죽은 사람 글씨를 베끼는 건 할 수 있느냐고 물었소. 그래서 제사에 쓸 글씨냐고 했더니 아니라고 하더군. 오래된 문서를 복원하려는 거라면서, 원래 쓴 사람이 살아 있지 않아도 똑같이 만들 수 있느냐고 물었지.”“해주셨습니까?”“안 했소.”“왜요?”노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복원이라면 보통 원본을 살리는 거요. 그런데 그 사람은 새 종이에 오래된 글씨를 쓰고 싶어 했어. 그것도 종이까지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느냐고 물었지. 그건 복원이 아니잖소.”조사관은 고개를 끄덕인 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그 사람이 보여준 글씨를 기억하십니까?”“성은 윤씨였소.”그제야 조사관의 붓이 아주 조금 멈췄다.“이름까지 기억하십니까?”“정…….”정필구가 미간을 찌푸렸다.“정헌이었나.”그는 잠시 뒤 확실하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건 지금 당신들이 온 걸 보고 내가 괜히 기억을 맞추는 걸 수도 있겠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20
Baca selengkapnya

지워진 기록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세 개의 짧은 선과 그 아래 놓인 반원. 서로 다른 시대의 문서 세 곳에서 발견된 표시는 닮아 있었지만, 윤정헌은 그것들을 한 줄에 놓고 ‘같은 표식’이라고 기록하는 것부터 막았다. 십삼 년 전의 물품 이전 문서, 십일 년 전 자신의 이름으로 작성된 위조 승인서, 그리고 최근 폐창고터에서 발견된 종이 조각은 작성 시기도 종이도 먹도 달랐다. 눈으로 보기에는 비슷했지만 같은 사람이 그렸는지, 같은 뜻으로 사용되었는지, 심지어 의도적으로 남긴 표시인지조차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도겸은 전날 같으면 벌써 조직의 표식이 아니냐고 물었을 자신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었다가, 한참 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그러면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건 세 문서에 비슷한 모양이 있다는 것뿐이겠네요.”“그래. 그리고 그 모양이 문서의 어느 위치에 놓였는지도 따로 봐야 한다.”윤정헌은 세 문서를 직접 겹치지 않고 각각의 모사본을 펼쳤다. 가장 오래된 문서에서는 물품을 인계받은 사람을 적는 칸 옆에, 자신의 위조 승인서에서는 접수 번호 아래에, 최근 발견된 종이에서는 노출된 모서리에 표시가 있었다. 위치조차 같지 않았다. 만약 비밀 조직의 표식이라면 일정한 자리에 남겼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반대로 필사자의 개인적인 구분 표시나 장부를 묶을 때 쓰는 기호일 수도 있었다.“호조에서 이런 기호를 사용한 적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겠습니다.”서이경의 말에 왕이 고개를 끄덕였다.“십 년이나 이십 년으로 한정하지 마라. 가능한 범위에서 더 오래된 문서까지 찾아보되, 경계석과 관련된 장부만 보지 말고 일반 물품 장부도 함께 보아라. 돌 장부에만 있다고 생각하고 찾으면 우리가 원하는 답만 보게 될 테니까.”도겸은 자신도 모르게 왕을 바라봤다. 왕이 그 시선을 알아차리고 미간을 찌푸렸다.“왜 보느냐?”“전하께서 정말 많이 익숙해지신 것 같아서요.”“누구 덕분에 매일 새벽까지 장부를 보고 있는데.”“아버지 덕분입니다.”“왜 나한테 넘기느냐.”윤정헌이 한숨을 쉬자 방 안에 잠깐 웃음이 번졌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20
Baca selengkapnya

기록에서 죽은 돌

회색 말을 탄 남자를 쫓는 추적대가 한양을 벗어난 것은 동이 트기 전이었다. 그러나 왕궁에서는 추적 결과만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윤정헌은 전날 공식 판단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회색 천문석 반출 승인이 효력을 잃은 직후부터, 오히려 그 문서가 실제로 어떻게 나라의 장부를 통과했는지를 다시 살피기 시작했다. 위조된 윤정헌의 승인서 하나만 있었다면 중간에서 걸러졌어야 했다. 그런데 돌은 실제로 폐도진에서 한양으로 옮겨졌고, 왕궁 내고에 들어간 뒤 오랜 세월 그곳에 보관됐다. 가짜 승인서가 진짜 물건을 움직였다는 것은, 그 사이에 문서를 ‘진짜처럼’ 만들어준 다른 기록이 있었다는 뜻이었다.윤정헌은 가장 먼저 조문혁을 다시 불렀다. 이번에는 그의 과거 잘못을 더 캐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시 호조에서 물품이 실제로 움직일 때 어떤 문서들이 함께 필요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조문혁은 한참 기억을 더듬다가 종이 세 장을 요청했다. 첫 번째에는 반출을 허락하는 승인서, 두 번째에는 물품을 실제로 내어주었다는 인계서, 세 번째에는 목적지에서 받았다는 인수서를 적었다.“셋이 모두 있어야 합니까?”도겸의 질문에 조문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원칙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특히 관청 소유 물품이면 하나라도 없을 때 나중에 감사에서 문제가 됩니다.”“그런데 아버지의 승인서는 위조였습니다.”“예.”“그럼 나머지 둘은요?”조문혁의 표정이 굳었다.“확인해보셔야 합니다.”윤정헌은 이미 사람을 보낸 뒤였다. 잠시 후 창고 기록을 맡은 관리가 오래된 문서철 두 권을 가지고 들어왔다. 폐도진에서 물건을 내어주었다는 인계서는 남아 있지 않았지만, 왕궁 내고의 인수 장부에는 회색 천문석 한 점을 받았다는 기록이 분명히 있었다. 날짜는 위조 승인서가 작성된 지 닷새 뒤였다.도겸은 장부를 읽다가 미간을 좁혔다.“받은 사람은 실명이 없네요.”“직책만 있습니다.”서이경이 해당 부분을 가리켰다.내고 별감 대리 수령.“누가 대리했는지는?”“별도 근무표를 찾아야 합니다.”조
last updateTerakhir Diperbarui : 2026-09-20
Baca selengkapnya
Sebelumnya
1
...
56789
...
11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