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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귀요미
하지만 정은서 곁에 있기 위해, 그리고 그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줄곧 정중히 거절해 왔다.

전화기 너머로 인사 담당자는 회사 복지가 얼마나 좋은지, 연봉은 얼마인지, 그리고 나 같은 인재를 얼마나 환영하는지 쉴 새 없이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차를 회사 입구까지 몰고 와 있었다.

한 시간에 달하는 통화 기록을 보자 휴대폰을 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한때 나는 정은서를 위해 당장이라도 입사할 수 있었던 회사 임원 직위를 포기하고 그녀와 함께 완전히 백지상태인 처음부터 시작했다.

그동안 몸을 혹사해 가며 회사를 위해 밤낮으로 뛰어다니며 정신적으로도 늘 긴장한 탓에 몸과 마음 모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정은서와 겨우 뭔가 해냈다고 생각했을 때, 정은서의 마음은 어느새 다른 곳으로 향해 있었다.

이제는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해 살고 싶었다.

잠시 생각한 후, 프로젝트 협력사에도 메시지를 보내 프로젝트 책임자가 교체되었음을 알렸다.

협력사는 나에 대한 신뢰 때문에 이 프로젝트에 흔쾌히 투자하기로 했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물러나려고 결정한 이상, 당연히 그들에게도 알릴 의무가 있었다.

메시지를 보낸 후 다음 날 비행기표를 끊고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옷장 맨 아래에서 코트를 꺼내다가 맨 밑에 눌려 있던 사진첩이 덩달아 펼쳐지면서 나와 정은서의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8년 전, 나와 정은서가 막 사귀기 시작했을 때 찍은 사진이었다. 풋풋했던 우리 두 사람은 서로 기대기만 해도 부끄러워했다.

사진첩을 집어 들고 한 장 한 장 넘겨보았다.

생각해 보면 이 모든 사진은 정은서가 먼저 찍자고 한 것이었다. 일상생활을 기록하고 함께 겪었던 고생을 이렇게 남겨두었다가 나중에 나한테 제대로 보상하겠다고 했다.

정은서와 나는 고난을 함께 겪으며 힘든 시절을 같이 보냈다.

좁은 월세방에 웅크리고 앉아 불법으로 다운받은 영화를 보기도 했고 섣달그믐날에는 고기 한 점을 두고 서로 양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허리를 졸라매던 순간들조차 나에게는 행복이었고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었다.

그렇게 사진 속 사람들은 점점 화려한 옷차림과 배경으로 바뀌었지만 사진 찍는 횟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며칠에 한 장, 한 달에 한 장, 그리고 일 년에 한 장 간격으로 찍다가 지찬우가 나타난 후로는 더 이상 새 사진이 없었다.

정은서와 나의 교류는 연인 간의 대화에서 점차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의 업무적인 보고가 되었다.

언제부터인지 정은서는 내가 한 끼를 거르든, 고객과의 접대로 술을 많이 마셔 위출혈이 나든, 실험하다 다치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지찬우만큼은 불면 날아갈까, 쥐면 부서질까, 모든 걸 다 바칠 정도로 아꼈다. 가벼운 위장병이 있는 지찬우를 위해 고객 접대 자리를 다 미루고 직접 식사를 챙겼다. 지찬우가 뭘 하든 오냐오냐한 탓에 이 녀석도 점점 버릇없이 굴었다.

찬밥 신세가 된 내 모습이 너무 억울해서 이유를 물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정은서는 냉랭한 눈빛으로 말했다. 우리 모두 고생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왜 나이가 들었음에도 이렇게 예민하냐면서 말이다. 지찬우만도 못하다고 비교질까지 했다.

순수하고 착한 지찬우가 우리처럼 고생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잠깐 그때의 추억에 잠기긴 했지만 나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정은서와의 사랑이 가득했던 사진첩을 바라보자 지나간 모든 게 시시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쓰레기통에 버렸다.

계속해서 옷을 정리하고 있는데 바지 주머니 속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5성급 레스토랑 지배인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 것이었다.

“한정훈 씨, 예약하신 촛불 디너 시간이 30분이나 지났습니다. 10분 내로 오시지 않으면 다른 손님에게 자리를 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중식을 좋아하지만 정은서는 양식 분위기와 낭만을 좋아했다. 그래서 나는 프러포즈도 양식 레스토랑에서 했다.

오늘 공식 발표를 기념하기 위해 그녀와 촛불 디너를 즐기려고 시내에서 가장 좋은 양식 레스토랑을 예약해 두었지만 정은서는 결국 약속을 어겼다.

나는 무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못 갈 것 같아요. 자리는 다른 분한테 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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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정은서는 찌푸렸던 인상을 펴더니 가볍게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아직도 찬우를 질투하는 거야? 게다가 우리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모함까지 하다니. 네가 내 목숨을 구해준 걸 생각해서 너를 다시 데려올까 생각도 해봤는데 필요 없을 것 같아.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어?”눈에 독기가 스친 지찬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은서야, 정훈 선배는 다른 회사에 입사했고 새 여자친구도 생겼어. 왜 돌아오겠어.”그러나 정은서는 비웃으며 말했다.“한정훈, 그만해. 언제까지 연기할 셈이야? 다 티나. 너랑 이 여자, 그냥 상사와 부하 직원일 뿐이잖아. 나를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동료를 끌어들인 거지?”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마지막으로 경고했다.“아까 제품이 통제를 벗어난 거 못 봤어?”이번에는 정은서가 눈살을 찌푸리며 내 말을 끊었다.“그만해! 찬우를 모함하는 거, 지겹지도 않아? 잘 들어, 우리 이미 납품도 한 차례 마쳤어. 고객들도 아주 만족해. 그러니 더 이상 이간질하지 마.”진심은 진심이 있는 사람에게만 통하는 법이라고 했던가? 정은서에게 무슨 말을 해도 더는 소용없다는 걸 알았다.그런데 바로 그때 연회장 입구에 갑자기 경찰들이 들이닥쳤다.경찰 곁에서 협력사 대표가 손가락으로 정은서를 가리키며 말했다.“바로 저 사람들입니다. 위조 및 불량 제품을 생산했습니다.”이내 차가운 수갑이 정은서와 지찬우의 손목에 채워졌다.정은서는 당황하여 횡설수설했다.“왜 이러세요! 왜 갑자기 저를 잡아가는 거냐고요!”지찬우도 당황했지만 순식간에 정은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저 아니에요. 대표님이 그렇게 하라고 시킨 거예요. 저는 그냥 시킨 대로 한 것뿐이에요!”몸부림치던 정은서는 그 자리에 굳어진 채 믿기 어렵다는 듯 지찬우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변명할 시간도 없이 경찰에 끌려갔다.차에 오르기 직전, 정은서는 고개를 돌려 나를 깊이 한 번 쳐다보았다.이후 이 사건으로 정은서의 회사는 파산 신청을 했고 동시에 수백억의 빚을 지

  • 내가 떠난 후, 망한 그녀   제11화

    사진 아래에 이런 글귀도 있었다.[언니, 이미 이혼한 전처라고 들었어요. 그러니 이 사람 그만 좀 찾아요. 정훈 씨한테 새 여자 생겼으니 더는 연락하지 말고요.]정은서는 정말로 더 이상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이번을 끝으로 앞으로 정은서와 접촉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그런데 회사 대표가 나와 배민영을 정은서가 있는 도시의 테크 전시회에 출장을 보냈다.정은서와 마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나는 어떻게든 공적인 태도로 일을 처리하려 했다. 옆에 있는 배민영이 주먹을 불끈 쥐며 나쁜 여자를 혼내주겠다고 했다.만찬 자리에서 배민영이 갑자기 춥다고 하자 나는 내 외투를 그녀에게 걸쳐주었다. 그때 뒤에서 콧방귀 소리가 들렸다.“하, 자기 여자를 끔찍이 아끼네.”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들렸다. 바로 정은서였다.고개를 돌리자 정은서가 지찬우의 팔짱을 낀 채 일부러 바짝 붙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정은서는 내 표정 변화를 예의 주시했지만 내 눈에 질투가 하나도 없는 걸 확인하자 실망한 듯했다.배민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한정훈, 네 안목 생각보다 수준 이하네.”연기하기로 작정한 배민영은 내 어깨에 기대어 달콤하게 웃으며 말했다.“언니, 정훈 씨 놓아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제가 정훈 씨를 만날 수 있잖아요.”화가 난 정은서는 입술을 깨물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더니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한정훈, 넌 내가 버린 남자야. 네가 이 세상에 제일 특별한 것 같지? 잘 들어, 찬우가 회사의 위기를 해결했어. 우리 회사, 곧 상장할 거야.”지찬우는 허리를 곧게 펴고 부끄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은서야, 그렇게 칭찬하면 내가 부끄럽잖아.”지찬우의 말에 나는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이런 게 바로 연기 천재인 걸까? 이력서에는 연기 경력 같은 게 없었던 것 같은데...‘은서 선배’라고 부르며 꼬박꼬박 존칭을 쓰던 호칭도 어느새 ‘은서야’로 바뀌었고 말까지 놓았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정 대표, 제품 좀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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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얼굴에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는 것을 본 정은서는 눈에 실망감이 스쳤다.다소 힘이 빠진 듯 이혼 합의서에 서명했다.나는 내 물건을 챙긴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회사를 나섰다.이번에는 정은서도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제때 비행기를 타고 천 킬로미터 떨어진 테크 회사에 도착했다.입사 후, 내 특허 기술이 회사의 핵심이 되면서 나는 빠른 속도로 승진하고 연봉도 껑충 올랐다.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미녀 상사 배민영과 계약 서명 자리에 함께하고 있을 때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진동했다.잠깐 얘기하고 자리에서 나와 화장실로 가서 휴대폰을 확인했다.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바로 정은서였다.정은서와의 마지막 대화는 그녀가 저녁을 같이 못 먹겠다고 문자를 보낸 것에 멈춰 있었다.그런데 지금 갑자기 사진을 잔뜩 보내왔다.다양한 명품 시계 사진들이었다.잠시 후, 메시지까지 왔다.[잘못 보냈네, 취소도 못 하고.][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말해, 이왕 산 김에 덤으로 하나 사줄게.]나는 미간을 찡그리며 답장을 보냈다.[시계 안 좋아해.]정은서는 뭔가 계속 입력하는 듯했으나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려는 찰나 다시 메시지를 보내왔다.[웃겨 정말. 나도 사주고 싶어서 이러는 거 아니야.]‘도대체 뭘 하려고 이러는 건지...’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정은서를 ‘방해 금지’ 모드로 설정했다. 이러면 문자가 와도 휴대폰에 계속 알람이 뜨는 일은 없을 것이다.마음 같아서는 차단하고 싶었지만 같은 업계에 있는 이상, 앞으로 업무상 교류가 있을지도 모르기에 굳이 차단까지는 하지 않았다.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배민영과 마주쳤다.손에 계약서를 들고 있는 걸 보니 일이 잘 끝난 모양이었다.나는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사과했다.“죄송합니다. 갑자기 볼일이 좀 생겨서요.”배민영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여자친구한테서 전화라도 왔나 봐요?”처음에는 적당히 얼버무리려 했지만 생각해 보니 굳이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아 솔직하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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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류를 다시 주워 올린 나는 정은서를 밀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정 대표, 길 막지 마. 비행기 시간 다 됐으니까. 할 말이 정말 있으면 변호사와 얘기해.”정은서는 온몸을 점점 더 심하게 떨었다. 그러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다시 고개를 들더니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한정훈, 너 가면 정말 이혼이야.”“뭐? 한 전무님이 정 대표님의 남편이라고? 그럼 지 부장님은?”“와, 정말 복잡하네. 한 전무님과 지 부장님이 아는 사이인 줄 전혀 몰랐어. 두 사람 평소에 말 한마디도 안 하잖아!”“아, 그랬구나... 어제 한 전무님 반응이 이상한 이유를 이제 알겠네. 프로젝트 책임자 자리를 내놓겠다고 한 이유가...”충격에 휩싸였던 직원들은 이내 우리 둘 사이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지찬우는 다소 난처해했지만 멘탈이 워낙 강한 녀석이라 그런지 오히려 박수를 치며 말했다.“정훈 선배, 사실 저도 두 분이 부부라는 걸 진작 얘기하고 싶었어요. 저도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았거든요. 사실대로 얘기하니 이제야 속이 시원하네요.”표정이 잔뜩 어두워진 정은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제 만족해? 나 직원들 앞에서 우리 둘 사이 공식적으로 얘기했어. 그러니까 물건 내려놓고 비행기표 취소해!”나는 정은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이 여자는 한 번이라도 내가 떠날 거라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을까?회사 규모가 커진 후, 사내 연애가 회사 분위기를 망친다며 나보고 기다리라고 했다.회사가 안정되면 반드시 직원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겠다며 나더러 조금만 더 힘내라고 했다.회사 자금 조달에 성공했는데도 정은서는 여전히 무관심하게 행동하며 지찬우와 알콩달콩 깨를 볶았다.그럼에도 여전히 자신감이 넘쳤다. 본인의 한마디에 내가 돌아설 거라고 확신하는 듯했다.나는 코웃음을 치며 가져온 이혼 합의서를 꺼냈다.“이혼할 거면 빨리 서명해.”이번에야말로 진짜로 멍해진 정은서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여태껏 살면서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완전히 넋이

  • 내가 떠난 후, 망한 그녀   제8화

    나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지 부장, 지 부장 능력도 만만치 않잖아. 협력사랑 한번 얘기해 봐. 혹시 알아? 지 부장 능력을 보고 기회를 줄지도 모르잖아?”내 말에 지찬우는 안색이 붉으락푸르락 몇 번이나 변했다. 하지만 화를 꾹 눌러 담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정훈 선배, 오늘 은서 선배가 저한테 인사이동 얘기하신 건 그냥 농담이었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 우리 회사는 선배님 없이는 안 돼요.”“찬우야, 이런 인간한테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정은서는 얼굴을 찌푸린 채 재빨리 서명을 하고 퇴사 신청서를 내 가슴팍에 툭 내리쳤다. 그러고는 단호하게 말했다.“한정훈, 가. 오늘 회사 문을 나서면 영원히 돌아올 생각 마!”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정 대표, 협조해 줘서 고마워.”협력사 대표가 드디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정 대표님, 위약금 문제는...”“물어줘! 재무팀, 지금 당장 가서 송금해!”정은서는 오늘따라 유난히도 초조하고 짜증이 나 있었다.지찬우는 그 모습에 깜짝 놀라 정은서를 붙잡았다.“은서 선배, 우리 프로젝트... 이렇게 물거품이 되는 건가요?”정은서는 일부러 나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투자 하나쯤 뭐가 대단하다고. 우리 프로젝트에는 핵심 특허가 있어. 제품이 출시되면 어차피 수많은 사람들이 앞다투어 투자할 거야. 그때가 되면 네가 일등 공신이야! 그때 다시 받아달라고 와서 무릎 꿇고 빌어도 소용없을 거야.”나는 정은서의 도발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지금은 그저 빨리 이 회사를 떠나고 싶을 뿐이었다.그런데 정은서는 마치 나와 계속 겨루려는 듯했다.내가 사무실에 들어가 서류 몇 개를 챙기려 하자 문 앞을 막고 비아냥거렸다.“한정훈, 잘 들어. 이건 모두 회사의 핵심 기밀이야, 네가 건드릴 수 있는 게 아니야.”그렇게 말하며 달려와 내 손에 든 서류들을 바닥에 쏟아버렸다.서류들이 내 발밑에 흩어졌지만 나는 담담한 시선으로 정은서를 바라보며 말했다.“이건 모두 내 특허야.”정은서가 비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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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말이 나오자 현장의 모든 직원들이 숨을 들이켜며 일제히 정은서를 바라보았다.지찬우가 정은서의 팔을 붙잡으며 걱정스럽게 말했다.“은서 선배, 우리가 계약 위반했다고요? 그럼 이제 어떡해요? 이틀 전에 다른 회사와 계약 체결한 것도 몇 개 있는데 지금 투자가 철수되면 자금 흐름이...”정은서는 눈살을 찌푸리며 지찬우의 손을 살짝 잡았다. 그러고는 걱정하지 말라고 달랬다.회사 대표이사로서의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겨우 마음을 가다듬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상대방을 향해 물었다.“우리가 무슨 계약을 위반했다는 거죠?”그러자 상대방이 계약서 한 부를 꺼내며 아주 공식적인 어조로 한 조항을 지적했다.“정 대표님, 계약 체결 당시 저희 측에서는 프로젝트 책임자가 반드시 한 전무님이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전무님이 프로젝트에서 발을 빼려고 하니 조항에 따라 위약금 10억 원을 배상해야 합니다. 저희 대표님께서 매우 화가 난 상태라 투자를 회수하겠다고 하셨습니다.”정은서는 겨우 펴고 있던 허리가 어느새 살짝 굽어졌다. 일부러 나를 몇 번 쳐다본 뒤 상대방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모두 오해예요. 한 전무가 왜 갑자기 퇴사하겠어요? 걱정 마세요. 제가 바로 한 전무한테 정확하게 말하라고 할게요.”그러면서 티가 날 정도로 나를 향해 계속 눈짓을 했다.나는 그저 냉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정 대표, 나 방금 비행기표 끊었어. 퇴사 절차 끝나면 바로 공항으로 갈 거야.”쿵!내 말에 휘청한 정은서는 비틀거리며 한 걸음 물러서다가 옆에 있는 동료의 컵을 손으로 건드렸다. 컵이 바닥에 떨어지며 물이 흥건히 튀었다.정은서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내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말도 안 돼! 네가 가긴 어딜 가!”나는 무심한 표정으로 정은서의 손을 자연스럽게 떼어내며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정 대표, 설마 일개 직원이 어디로 이직하는지까지 캐묻는 건가? 정 대표가 이렇게 속 좁은 인간이었나?”가슴을 몇 번 들썩이던 정은서는 갑자기 내 팔을 꽉 움켜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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