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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귀요미
“인턴부터 다시 시작해서 회사 규정 제대로 배워!”

지찬우는 일부러 놀란 척하며 정은서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은서 선배, 그건 좀 너무 심한 거 아닐까요...? 프로젝트 거의 다 끝나가는데... 정훈 선배도 고생은 했잖아요.”

정은서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허리를 꼿꼿이 폈다. 그러고는 목을 곧게 세우고 콧방귀를 뀌었다.

“직원들이 이렇게 속 좁은 사람을 리더로 두고 있으면 회사 분위기만 망쳐, 차라리 찬우 네가 혼자 하는 것보다 못해. 찬우야, 앞으로 한정훈이 하던 프로젝트는 네가 맡아. 이제부터 진짜 프로젝트 책임자는 너야.”

지찬우는 탐이 나는 표정이었지만 겉으로는 사양했다.

“은서 선배, 그건 아무래도 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아직 나이도 젊고 경력도 별로 없는데...”

정은서가 나에게 불만이 있음을 알아챈 회사 임직원들은 앞다투어 맞장구를 쳤다.

“정 대표님 말씀이 맞아요. 한 전무님이 너무 자만한 것 같아요. 어제는 야근도 안 하더니 오늘은 지각까지 하고, 엄격히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저는 줄곧 지 부장님이 재능 있는 인재라고 생각했어요. 한 전무님은 경력이 좀 있긴 하지만 지 부장님만 못하죠.”

정은서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더니 일부러 마지못해 은혜를 베푸는 척하며 말했다.

“일 잘하면 내가 못 이기는 척 너를...”

더 이상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떠드는 걸 듣기 싫었던 나는 정은서의 말을 바로 잘라버렸다.

눈살을 찌푸리며 냉담하게 말했다.

“미안. 정 대표, 오해한 것 같네? 회사에 온 건 퇴사 신청서 접수하려고 온 거야.”

멍해진 정은서는 이내 깜짝 놀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인사팀 직원이 다가와 그녀 귀에 무언가 조용히 속삭였다.

그러자 정은서의 얼굴이 확 어두워지더니 눈썹 사이의 주름이 깊어졌다.

“한정훈, 너 보자 보자 하니까 이제 막 나가겠다, 이거야? 갑자기 이혼... 또 갑자기 퇴사하겠다고 비아냥거리기나 하고. 잊었어? 우리 회사, 자금 조달도 성공했고 곧 상장도 할 거야! 그때가 되면 모든 직원한테 보너스로 주식 지분도 줄 거고. 다른 사람들은 들어오지 못해 안달이 난 좋은 회사라고!”

나는 그저 냉담하게 정은서를 바라보았다.

“알아. 정 대표. 일단 퇴사 신청 빨리 승인해 줘. 안 그러면 바로 고용노동부에 신고할 거니까.”

미처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직원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 봤다.

정은서는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지만 전혀 아픔을 느끼지 못한 듯 목을 뻣뻣하게 세우며 뻐기듯 말했다.

“그래, 가! 바로 승인해 줄게! 네가 떠나면 찬우를 프로젝트 책임자로 승진시킬 거야!”

말을 마친 후 인사팀 직원의 손에서 서류를 낚아챘다. 펜으로 서명하려는 듯했지만 시선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내 반응을 살폈다.

내가 여전히 무표정인 걸 확인하자 정은서는 다시 몇 마디 덧붙였다.

“회사 상장하고 나면 찬우를 승진시키고 연봉도 인상해 줄 거야. 그뿐만 아니라 차와 집까지 사줄 거야. 회사에 공헌을 한 사람한테는 그만큼 대우해 줘야지!”

나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일부러 지찬우를 언급해 내 속을 긁고 내가 굴복하길 바란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협력사가 회사에 손해 배상을 청구하러 온 것을 정은서는 모르고 있었다. 협력사는 벌써 회사 건물 아래까지 도착한 상태였다.

올라간 내 입꼬리를 멍하니 바라보던 정은서는 약간 화가 난 어조로 말했다.

“뭐가 그렇게 웃겨?”

나는 냉담하게 말했다.

“설명은 다른 사람이 대신해 줄 거야.”

말을 마친 나는 코웃음을 치며 몸을 살짝 비켰다.

그러자 그 순간, 협력사 대표가 내 뒤에서 걸어 들어왔다.

그러더니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 대표님, 귀사가 계약을 위반하고 프로젝트 책임자를 임의로 교체하였기에 저희 측은 투자를 철수하려고 합니다. 귀사의 상장 계획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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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정은서는 찌푸렸던 인상을 펴더니 가볍게 기침을 한 번 하고 말했다.“아직도 찬우를 질투하는 거야? 게다가 우리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모함까지 하다니. 네가 내 목숨을 구해준 걸 생각해서 너를 다시 데려올까 생각도 해봤는데 필요 없을 것 같아.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어?”눈에 독기가 스친 지찬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은서야, 정훈 선배는 다른 회사에 입사했고 새 여자친구도 생겼어. 왜 돌아오겠어.”그러나 정은서는 비웃으며 말했다.“한정훈, 그만해. 언제까지 연기할 셈이야? 다 티나. 너랑 이 여자, 그냥 상사와 부하 직원일 뿐이잖아. 나를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동료를 끌어들인 거지?”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마지막으로 경고했다.“아까 제품이 통제를 벗어난 거 못 봤어?”이번에는 정은서가 눈살을 찌푸리며 내 말을 끊었다.“그만해! 찬우를 모함하는 거, 지겹지도 않아? 잘 들어, 우리 이미 납품도 한 차례 마쳤어. 고객들도 아주 만족해. 그러니 더 이상 이간질하지 마.”진심은 진심이 있는 사람에게만 통하는 법이라고 했던가? 정은서에게 무슨 말을 해도 더는 소용없다는 걸 알았다.그런데 바로 그때 연회장 입구에 갑자기 경찰들이 들이닥쳤다.경찰 곁에서 협력사 대표가 손가락으로 정은서를 가리키며 말했다.“바로 저 사람들입니다. 위조 및 불량 제품을 생산했습니다.”이내 차가운 수갑이 정은서와 지찬우의 손목에 채워졌다.정은서는 당황하여 횡설수설했다.“왜 이러세요! 왜 갑자기 저를 잡아가는 거냐고요!”지찬우도 당황했지만 순식간에 정은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저 아니에요. 대표님이 그렇게 하라고 시킨 거예요. 저는 그냥 시킨 대로 한 것뿐이에요!”몸부림치던 정은서는 그 자리에 굳어진 채 믿기 어렵다는 듯 지찬우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변명할 시간도 없이 경찰에 끌려갔다.차에 오르기 직전, 정은서는 고개를 돌려 나를 깊이 한 번 쳐다보았다.이후 이 사건으로 정은서의 회사는 파산 신청을 했고 동시에 수백억의 빚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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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아래에 이런 글귀도 있었다.[언니, 이미 이혼한 전처라고 들었어요. 그러니 이 사람 그만 좀 찾아요. 정훈 씨한테 새 여자 생겼으니 더는 연락하지 말고요.]정은서는 정말로 더 이상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이번을 끝으로 앞으로 정은서와 접촉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그런데 회사 대표가 나와 배민영을 정은서가 있는 도시의 테크 전시회에 출장을 보냈다.정은서와 마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나는 어떻게든 공적인 태도로 일을 처리하려 했다. 옆에 있는 배민영이 주먹을 불끈 쥐며 나쁜 여자를 혼내주겠다고 했다.만찬 자리에서 배민영이 갑자기 춥다고 하자 나는 내 외투를 그녀에게 걸쳐주었다. 그때 뒤에서 콧방귀 소리가 들렸다.“하, 자기 여자를 끔찍이 아끼네.”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들렸다. 바로 정은서였다.고개를 돌리자 정은서가 지찬우의 팔짱을 낀 채 일부러 바짝 붙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정은서는 내 표정 변화를 예의 주시했지만 내 눈에 질투가 하나도 없는 걸 확인하자 실망한 듯했다.배민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한정훈, 네 안목 생각보다 수준 이하네.”연기하기로 작정한 배민영은 내 어깨에 기대어 달콤하게 웃으며 말했다.“언니, 정훈 씨 놓아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제가 정훈 씨를 만날 수 있잖아요.”화가 난 정은서는 입술을 깨물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더니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한정훈, 넌 내가 버린 남자야. 네가 이 세상에 제일 특별한 것 같지? 잘 들어, 찬우가 회사의 위기를 해결했어. 우리 회사, 곧 상장할 거야.”지찬우는 허리를 곧게 펴고 부끄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은서야, 그렇게 칭찬하면 내가 부끄럽잖아.”지찬우의 말에 나는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이런 게 바로 연기 천재인 걸까? 이력서에는 연기 경력 같은 게 없었던 것 같은데...‘은서 선배’라고 부르며 꼬박꼬박 존칭을 쓰던 호칭도 어느새 ‘은서야’로 바뀌었고 말까지 놓았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정 대표, 제품 좀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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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류를 다시 주워 올린 나는 정은서를 밀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정 대표, 길 막지 마. 비행기 시간 다 됐으니까. 할 말이 정말 있으면 변호사와 얘기해.”정은서는 온몸을 점점 더 심하게 떨었다. 그러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다시 고개를 들더니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한정훈, 너 가면 정말 이혼이야.”“뭐? 한 전무님이 정 대표님의 남편이라고? 그럼 지 부장님은?”“와, 정말 복잡하네. 한 전무님과 지 부장님이 아는 사이인 줄 전혀 몰랐어. 두 사람 평소에 말 한마디도 안 하잖아!”“아, 그랬구나... 어제 한 전무님 반응이 이상한 이유를 이제 알겠네. 프로젝트 책임자 자리를 내놓겠다고 한 이유가...”충격에 휩싸였던 직원들은 이내 우리 둘 사이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지찬우는 다소 난처해했지만 멘탈이 워낙 강한 녀석이라 그런지 오히려 박수를 치며 말했다.“정훈 선배, 사실 저도 두 분이 부부라는 걸 진작 얘기하고 싶었어요. 저도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았거든요. 사실대로 얘기하니 이제야 속이 시원하네요.”표정이 잔뜩 어두워진 정은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제 만족해? 나 직원들 앞에서 우리 둘 사이 공식적으로 얘기했어. 그러니까 물건 내려놓고 비행기표 취소해!”나는 정은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이 여자는 한 번이라도 내가 떠날 거라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을까?회사 규모가 커진 후, 사내 연애가 회사 분위기를 망친다며 나보고 기다리라고 했다.회사가 안정되면 반드시 직원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겠다며 나더러 조금만 더 힘내라고 했다.회사 자금 조달에 성공했는데도 정은서는 여전히 무관심하게 행동하며 지찬우와 알콩달콩 깨를 볶았다.그럼에도 여전히 자신감이 넘쳤다. 본인의 한마디에 내가 돌아설 거라고 확신하는 듯했다.나는 코웃음을 치며 가져온 이혼 합의서를 꺼냈다.“이혼할 거면 빨리 서명해.”이번에야말로 진짜로 멍해진 정은서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여태껏 살면서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완전히 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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