مشاركة

제5화

مؤلف: 명여
다음 순간, 이정빈의 길고 늘씬한 손가락이 유소담의 이마를 톡 하고 쳤다. 모기 물린 것보다는 조금 더 따끔한 충격이었다

이마의 따끔함에 유소담은 살짝 놀랐다. 다만 옆에 있던 한이설은 순식간에 안절부절못하며 소리쳤다.

“정빈 씨!”

“알아서 해결해.”

그 짧은 한마디를 남기고 남자는 유유히 사라졌다.

유소담의 눈짓 한 번에 경비원들이 한이설을 끌어내렸다.

66층에 도착한 유소담은 인수합병팀으로 가 배정원과 매입 협상을 하려던 참인데 놀랍게도 그가 먼저 서류를 들고 나타났다.

“배 상무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대표님께서 옆에서 참관하겠다고 하시니 대표이사실로 이동해서 논의하죠.”

‘난 전혀 들은 바가 없는데?’

유소담은 이정빈이 무슨 속셈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토를 달지 않고 따랐다.

대표이사실에 들어서자 이정빈은 정말로 참관만 할 뿐 아예 끼어들지 않았다.

한편 유소담은 방금 화장을 고쳐서 뺨에 맞은 붉은 자국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오늘 그녀는 옆트임이 있는 치마를 입었는데 늘씬한 몸매에 이정빈의 눈동자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는 태연하게 다리를 꼬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옆에 있던 배정원은 이 광경을 눈치채지 못하고 혼자 말을 이어갔다.

“유 비서님, 보내주신 매입안을 검토했는데 결제 대금이 좀 이상하더군요. 기존에 논의했던 현금 40%, 주식 발행 60% 구조가 아니라 주식 발행을 아예 빼버렸던데 이건 너무 공격적인 거 아닙니까? 창운 그룹을 전액 현금으로 인수했다간 우리 그룹 자금줄에 무리가 갑니다. 보험 차원에서도 주식 발행이 안정적이에요.”

유소담이 빨간 입술을 살짝 열었다.

“겨우 창운 그룹 하나 인수하는 건데 배 상무님은 너무 몸을 사리시는 거 아닌가요?”

“유 비서님, 그래도 제 생각에는...”

“내가 생각해요. 상무님 생각은 필요 없습니다.”

일에서만큼은 타협을 모르는 유소담이었다. 그녀의 탄탄한 실력은 모두가 인정하는 바였기에 누구도 그녀의 말에 쉽게 토를 달지 못했다.

배정원은 인수합병팀 상무로 이정빈 앞에서도 유능함을 인정받았기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거침없이 말했다.

“유 비서님, 인수합병팀 업무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유소담과 이정빈의 미묘한 관계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배정원은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는 이미 내쫓았을 터였다.

“그렇게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면 다음 협상에서 오히려 역효과가 날까 염려됩니다.”

배정원은 화를 참으며 최대한 완곡하게 표현했다. 하마터면 사람을 바꾸고 싶다는 속마음까지 내비칠 뻔했다.

유소담은 그의 의중을 정확히 알아차렸다. 그녀는 오른손 검지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배 상무님, 창운 그룹의 지분 구조는 확인하고 하시는 말씀인가요? 창운은 절대적 지분율을 가진 기업입니다. 전액 현금 인수가 가장 확실해요. 주식 발행은 대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것은 막을 수 있을지언정 경영권 방어에 구멍이라도 생기면 그 손실은 누가 책임지죠?”

“인수합병팀 상무이신 분이 인수합병의 가장 기본적인 지분 구조조차 간과하신 건가요?”

그녀의 눈빛에 서늘한 얼음꽃이 피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으나 압도적인 위압감을 뿜어냈다.

배정원은 침묵했다.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에 거의 질식할 지경이었다.

이 점은 그의 결정적인 실수였다.

유소담은 강압적이지만 은혜와 위엄을 함께 베푸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상무님도 좋은 뜻으로 말씀해주신 거겠죠. 어차피 저랑 배 상무님이야 다 같은 월급쟁이이니 대표님께서 결정하시는 건 어떨까요?”

이정빈의 눈빛에 찰나의 감탄이 서렸지만, 여전히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알아서들 결정해.”

그러고는 배정원을 향해 물었다.

“기씨 가문 쪽 책임자는 누구지?”

“원래는 저와 그쪽 인수합병팀 상무였는데 대표님께서 유 비서님과 함께하라고 하셔서 기씨 가문 쪽에서도 인선이 변경되었습니다. 기 대표님께서 직접 1차 협상에 나서시려는 것 같습니다.”

이정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손가락으로 턱에 원을 그리며 시선이 은근히 유소담에게 머물렀다.

“그렇다면 둘의 능력을 한번 볼게.”

...

사무실을 나온 유소담은 곧장 자신이 키운 비서 원지안을 찾았다.

한이설에게 당한 따귀 한 대를 그대로 갚아주긴 했지만, 그걸로 분이 풀릴 유소담이 아니었다. 그녀는 한이설에게 세상이 얼마나 냉혹한지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다.

마침 옛날 한이설이 이정빈과 사귈 때, 그녀가 몰래 모아둔 흑역사가 빛을 발할 시기가 온 것이다.

모델 업계에서 완전히 퇴출시키기에는 부족하지만 나름 곤란하게 만들 수는 있었다.

유소담은 서류를 원지안에게 건네며 알아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원지안은 절대복종하며 답했다.

“걱정 마세요, 언니! 완벽하게 해결해드리겠습니다.”

유소담은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한이설을 정리하고 나니 배정원과 함께 기 대표를 만날 시간이 다가왔다.

배정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대표님 지시로 오늘 일정은 취소됐습니다. 사람을 다시 배치하시겠답니다.”

결정권은 그녀에게 있다고 하더니 왜 또 인선을 다시 고민한다는 걸까?

이정빈은 역시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

원지안의 일 처리는 눈 깜짝할 새였다. 다음 날, 유소담과 이정빈이 아침 식사를 하고 있을 때 TV에서는 신예 톱 모델 한이설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신예 톱 모델 한이설, 예술적 도덕 결여와 실력 미달로 업계 퇴출... 수십억대 위약금 소송 직면]

커다란 TV 화면에는 한이설의 얼굴이 떠 있었다. 불과 하루 만에 화려한 왕좌에서 바닥으로 추락하여 산산조각이 난 듯 처참한 모습이었다.

유소담은 죽을 먹다 말고 숟가락을 멈췄다.

‘어? 이상하네? 내가 지안 씨한테 넘긴 자료로는 기껏해야 한동안 곤란함을 겪을 정도인데 퇴출이라니?’

게다가 예술적 도덕 결여와 실력 미달이라는 타이틀은 한이설을 평생 매장시키는 수준이었다. 이건 누가 봐도 엄청난 거물을 건드린 격이었다.

그 어마어마한 능력자는 과연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유소담은 슬쩍 떠보듯이 이정빈을 곁눈질했지만, 남자의 질문이 먼저 날아들었다.

“네 작품이야?”

그는 눈꺼풀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이 말을 던졌다. 그 순간 유소담은 스스로가 한심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럼 그렇지. 이 인간일 리가 있겠냐고!’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요. 제가 한 거 아닙니다.”

이정빈의 의심스러운 시선이 닿자 그녀도 눈빛이 어두워졌다. 혹시 이 남자가 한이설을 걱정하는 건 아닐까 지레짐작했다.

“도와주고 싶은 거라면...”

“밥 먹을 때 말 시키지 마.”

유소담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때, 우도영이 안으로 들어섰다. 이정빈의 수행비서로서 그는 당연히 대표님과 유소담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대표님, 회장님께서 찾으십니다.”

그 말을 들은 유소담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리하려 했다. 이정빈이 종종 본가로 돌아갈 때면 그녀 또한 늘 동행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우도영이 제지하듯 나섰다.

“유 비서님, 회장님께서는 대표님만 뵙고 싶다고 하시네요.”

유소담은 눈썹을 치키고 말없이 앉아 있는 이정빈을 힐끗 보았다.

아무래도 비밀리에 진행되는 일이라 그녀는 들을 자격이 없는 모양이었다.

استمر في قراءة هذا الكتاب مجانا
امسح الكود لتنزيل التطبيق

أحدث فصل

  • 날 버린 건 너야, 뒷북치지 마!   제30화

    복수에 성공했다는 통쾌함에 빠져 있던 유소담은 순간 이정빈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강하리가 입만 열면 자연스럽게 이정빈의 형을 가족처럼 부르는 걸 보면, 정말 이미 자신을 이정빈의 아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강하리의 이간질은 그리 고급스러운 수법도 아니었다. 하지만 유소담은 정말 가슴이 철렁했다. 어젯밤 이정빈이 차로 이건후를 치라고 명령하던 장면이 떠오르자 지금도 두피가 서늘해졌다.유소담은 저도 모르게 이정빈을 바라봤다.이정빈은 원래 늘 느슨하고 무심했다. 무슨 일이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것 같았고, 사람을 볼 때도 얼굴에 희미하게 비웃으며 가지고 노는 듯한 미소가 깔려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말 화가 난 듯 얼굴에 아무 표정도 없었다. 새까만 눈에 사나운 기운이 서린 채, 유소담 손목에 찬, 이건후가 준 팔찌를 썩은 고깃덩어리라도 보는 것처럼 바라봤다.유소담의 가슴이 철렁했다.“저 아직 할 일이 있어서 먼저 나갈게요. 두 분 얘기하세요.”이정빈은 꽤 미친 사람이니 삼십육계 줄행랑이 상책이었다.강하리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소담 씨, 제가 돌아왔다고 정빈이랑 민찬이가 오늘 저녁 자리를 마련했어요. 저 환영해 주는 자리라니까 소담 씨도 정빈이랑 꼭 같이 와요. 제 체면 봐서라도 빠지면 안 돼요.”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유소담도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유소담이 사무실을 나와 복도를 지나는데 동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들었어? 이 대표님 약혼한대! 상대가 아까 같이 있던 강하리 씨래.”“진짜야? 여자 바꾸는 걸 옷 갈아입듯 하는 사람이 벌써 결혼한다고?”“이 대표님 같은 사람이야 옆에 여자 있는 게 뭐가 이상해. 밖에서 놀 만큼 놀아도 결국 결혼은 집안에서 정해 주는 상대량 하겠지.”수군거리던 직원이 주변을 살핀 뒤 목소리를 낮췄다.“그래서 이 대표님은 뭐래?”“당연히 좋다고 하겠지. 강하리 씨는 예쁘고 학벌도 좋고 몸매도 좋은데 싫다는 남자가 어디 있겠어.”“강하리 씨 아직 안 갔지?”“안 갔어! 유 비서도 벌써 나왔잖아

  • 날 버린 건 너야, 뒷북치지 마!   제29화

    유소담은 강하리에게 환하게 웃어 보였다.“아주 괜찮은 거래였어요.”자신이 준 물건을 유소담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처분하자 이정빈은 갑자기 짜증이 치밀었다.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한 말이었는데, 유소담이 정말 망설임 없이 팔찌를 넘길 줄은 몰랐다. 인제 와서는 괜히 그 말을 받았다는 후회가 밀려왔다.강하리는 바라던 대로 꼬임 옥 팔찌를 손에 넣었다.“정빈아, 네가 채워 줘.”이정빈은 거절하지 않았다. 유소담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휴대전화만 만지고 있었다.그는 일부러 유소담의 관심을 끌고 약을 올리려는 듯 강하리의 손을 보며 말했다.“네가 차니까 훨씬 예쁘네.”유소담이 낮게 코웃음을 쳤다.“600억 원짜리인데 안 예쁠 수가 있겠어요?”강하리는 유소담의 텅 빈 손목을 보고 다정하고 사려 깊은 척 말했다.“그럼 소담 씨는 이제 찰 게 없잖아요. 제 가방에 여분으로 가져온 게 하나 있는데, 괜찮다면...”‘그러니까 나는 강하리가 쓰지 않는 것 정도나 받아야 한다는 건가?’강하리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유소담은 이미 거절할 말을 생각해 뒀다. 그런데 그때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유소담이 이정빈 대신 바로 말했다.“들어오세요.”들어온 사람은 우도영이었다.“대표님, 큰 도련님 쪽 수행비서가 왔습니다.”이정빈은 무심하게 물었다.“왜 왔대? 무슨 일인지 말했어?”우도영은 유소담을 한번 보며 조금 머뭇거렸다.“유소담 씨를 만나러 왔다고 합니다.”유소담이 나가려는데 이정빈이 느긋하게 한마디 던졌다.“들어오라고 해. 나도 마침 형이 얘한테 무슨 일로 사람을 보냈는지 궁금하네.”유소담은 이정빈을 바라보다가 그의 웃는 듯 마는 듯한 시선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도무지 읽을 수 없는 감정이 그 안에 섞여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은 채 몇 초가 조용히 흘렀다. 말은 없었지만 오히려 더 많은 것이 오갔다.강하리는 그 모습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지켜봤다.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이

  • 날 버린 건 너야, 뒷북치지 마!   제28화

    유소담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계속 듣고 있었지만 속은 이미 싸늘하게 식었다. 강하리가 먼저 요구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정빈이 아무렇지 않게 내줘 버렸다.예상 밖이기는 했지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그가 그렇게 강하리를 좋아하는데 고작 물건 하나 때문에 강하리 마음을 거스를 리 없었다.강하리는 난처한 듯 유소담을 한번 봤다.“그건 좀 그렇지 않나? 네가 소담 씨한테 준 생일 선물인데 어떻게 달라고 해.”이정빈은 나른하게 기대앉아 유소담의 무표정한 얼굴을 훑다가 엄지로 손가락 마디를 꾹 누르며 말했다.“미안할 게 뭐 있어. 네가 원하는 건 다 해 줄 수 있어.”깊은 바다로 가라앉은 듯 거대한 압박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당장이라도 흉곽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유소담의 얼굴은 여전히 아무렇지 않았다. 마음이 메마른 여자가 사랑에 목매고 인정에 굶주리면 결국 탈 나기 마련이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과 많은 자원을 가졌어도 그 깊은 구렁에서 자신을 구할 수 없다.강하리가 무언가 더 말하려던 순간, 유소담은 붉은 입술을 살짝 올렸다.“이 대표님 말이 맞아요. 하리 씨, 전혀 미안해하실 필요 없어요.”무표정하던 유소담이 갑자기 환하게 웃는 순간, 이정빈의 심장이 세게 뛰었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유소담은 손목의 꼬임 옥 팔찌를 빼고 있었다. 손에서 잘 빠지지 않을 걸 알면서도 망설임 없이 힘껏 잡아당겼다. 결국 팔찌는 빠졌고, 뼈가 도드라진 손등은 마찰 때문에 붉게 달아올랐다.유소담은 두 손가락으로 팔찌를 집어 들어 두 사람을 향해 웃었다.“이 팔찌가 비싸긴 해도 돈 주고도 못 구하는 물건까진 아니에요. 하리 씨가 원하신다면 당연히 드릴 수 있죠.”이정빈과 강하리 모두 그녀가 정말 동의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표정이었다.하지만 유소담은 곧 말을 돌려 이정빈을 바라봤다.“다만 이미 제게 준 순간 이건 제 물건이 됐잖아요. 저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해요. 하리 씨의 환심을 사고 싶은 거라면 이 대표님이 제게 다시

  • 날 버린 건 너야, 뒷북치지 마!   제27화

    유소담이 갑자기 이렇게 성질을 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순간 사무실 안의 분위기가 어색하게 굳었다.강하리가 재빨리 정적을 풀 듯 선물 상자 하나를 꺼냈다.“소담 씨, 미안한 마음에 생일 선물을 하나 준비했어요.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상자 안에는 비둘기 알만 한 푸른 다이아몬드가 고요히 놓여 있었다. 밝은 실내에서 옅은 푸른빛을 내뿜는 모습은 마치 ‘바다의 심장’처럼 신비로웠다. 그 자체로 막대한 돈이 만들어 낸 화려함이었다.유소담은 한눈에 알아봤다. 2016년 세계 경매 사상 최대 크기의 팬시 비비드 블루 다이아몬드 ‘오펜하이머 블루’였다. 스위스 제네바 경매에서 익명의 수집가가 5,060만 스위스프랑, 당시 약 850억에 낙찰받아 단일 다이아몬드 최고 거래가 기록을 갈아치웠던 보석이었다.유소담도 이 전설적인 블루 다이아몬드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었다. 그 익명의 수집가가 강하리일 줄은 몰랐다.14.62캐럿짜리 블루 다이아몬드는 직사각형으로 커팅돼 반지에 세팅되어 있었고, 양옆에는 작은 다이아몬드 두 개가 장식돼 있었다.당시 크리스티는 ‘오펜하이머 블루’를 경매에 나온 블루 다이아몬드 중 가장 큰 팬시 비비드 블루라고 소개했다. 유명 보석 전문가 역시 자신이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무결점 다이아몬드라고 평가한 바 있었다.유소담은 티 내지 않고 보석을 살펴봤다. 확실히 눈부시긴 했다.강하리가 이렇게까지 통 큰 선물을 꺼낼 줄은 몰랐다.‘대체 뭘 증명하려는 걸까. 잘난 척하고 싶은 건가?’강하리도 티 내지 않고 유소담의 미세한 반응을 살폈다.“작은 성의인데 마음에 들지 모르겠네요.”유소담이라면 분명 이 선물을 좋아하고, 이렇게 비싼 블루 다이아몬드 앞에서 놀랄 거라고 확신하는 듯했다.하지만 강하리는 한 가지를 잊고 있었다. 유소담이 명문가 출신은 아니어도 어릴 때부터 지수정에게 철저히 교육받아 이런 물건들을 수도 없이 봐 왔다는 사실을.유소담은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고 느긋한 시선으로 강하리를 바라보며 말했다.“사실

  • 날 버린 건 너야, 뒷북치지 마!   제26화

    강하리는 오드리 헵번을 떠올리게 하는 차림이었다. 모자 장식에는 진주가 박혀 있었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흐트러진 곳이 하나도 없었다. 복사해 붙여 놓은 듯 완벽했으며,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까지 오랫동안 다듬어진 사람처럼 우아했다.‘과연 명문가 아가씨 다워.’ 유소담조차 속으로 감탄할 정도였다. 몸에 밴 단정함과 우아함은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었다.“소담 씨, 왔네요.”“하리 씨.”유소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군더더기 없는 옷차림에 선명한 색감, 몸짓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자신감마저, 강하리와 나란히 있어도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소담 씨, 정빈이 찾으러 온 거죠?”강하리가 안쪽 휴게실을 가리켰다.“정빈이가 옷 갈아입는 중이니 조금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유소담이 고개를 끄덕인 순간, 휴게실 안에서 이정빈의 느긋하고 비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걔는 그냥 대체품일 뿐이야.”‘대체품... 설마 나를 말하는 건가? 강하리의 대체품?’이정빈은 어젯밤 자신을 찾아왔던 일을 강하리에게 설명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역시 자신의 존재가 이정빈과 강하리라는 잘 어울리는 한 쌍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던 모양이다.곧이어 강하리가 안쪽을 향해 말했다.“난 신경 쓰지 않아.”유소담은 더 듣고 싶지 않았지만 자리를 뜨지는 않았다. 자신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알아서 차단하는 것도 자기 보호의 한 방법이었다.강하리는 평소와 다름없는 눈빛으로 슬쩍 유소담의 손목에 있는 꼬임 옥 팔찌를 훑었다.“소담 씨, 어젯밤 정말 미안했어요. 어제가 소담 씨 생일인 줄 몰랐거든요. 알았더라면 제가 아무리 아팠어도 정빈이를 소담 씨한테 보냈을 거예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저만 아니었으면 소담 씨가 다치는 일도 없었을 텐데.”유소담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런 류의 말은 이정빈 곁에 있으면서 수도 없이 들어 본 것 같았다.“하리 씨가 마음 쓰실 필요 없어요.”그녀가 다시 물었다.“이렇게 일찍부터 이 대표님이랑 회사에 나오신 걸 보니 몸은 괜찮아지셨나 봐요?

  • 날 버린 건 너야, 뒷북치지 마!   제25화

    말하고 나니 조금 후회됐다. 어떤 일은 굳이 입 밖에 꺼내지 않는 편이 나았다.말해 버리면 재미가 없어지니까.유소담은 어쩔 수 없이 그의 곁에 묶여 지금은 호랑이와 함께 길을 걷는 신세가 되었다. 평소에는 참고 말없이 버티는 것처럼 보여도 속은 꽤 고집 세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다.빈정거리는 말인 줄 알면서도 이정빈의 마음에는 파문이 일었다. 억눌러 둔 감정이 조금씩 번져 나갔다.이정빈의 뜨거운 시선을 받자 유소담은 괜히 몸 둘 바를 몰랐다.어둡고 누런 가로등 불빛이 번갈아 차 안을 스쳤다. 이정빈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빼더니, 뜨겁게 타고 있는 담배 끝을 자신의 손가락 마디에 눌렀다. 차갑고 하얀 피부가 붉은 불씨에 닿는 순간 검붉게 달아올랐고, 담뱃불은 그렇게 조금씩 꺼져 갔다. 거의 자해나 다름없는 행동이었다.유소담은 주먹을 꽉 쥔 채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이정빈을 바라봤다. 이정빈은 전혀 아프지 않은 사람처럼 오히려 즐거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깊고 어두운 눈 속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음침함과 광기가 서려 있었다. 그 모습은 강렬한 충격을 줬다.뼛속까지 위험을 즐기는 미친 인간이었다.이정빈은 완벽에 가까운 집안 배경과 타고난 외모, 치밀한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누구나 그의 앞에서는 공손해야 했고, 늘 그를 올려다봐야 했다. 그런 사람에게 잇따른 반항과 거절은 견디기 힘든 모욕이었다.유소담은 그가 자신에게 경고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만약 이 자리에 이건후가 앉아 있었다면, 방금 담뱃불이 눌린 곳은 이정빈 자신의 손이 아니라 이건후의 손이었을 것이다.이정빈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그의 재떨이가 될 수 있었다.이 방탕한 남자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미쳐 있었다.“우도영, 차 세워.”차가 천천히 멈췄다. 유소담은 그가 뭘 하려는지 몰랐다. 다음 순간 차 문이 열리며 찬바람이 거칠게 들이쳤고, 먹구름 사이로 비치는 달빛이 희미하게 깜빡였다.“내려.”비는 이미 완전히 그쳐있었다. 유소담은

فصول أخرى
استكشاف وقراءة روايات جيدة مجانية
الوصول المجاني إلى عدد كبير من الروايات الجيدة على تطبيق GoodNovel. تنزيل الكتب التي تحبها وقراءتها كلما وأينما أردت
اقرأ الكتب مجانا في التطبيق
امسح الكود للقراءة على التطبيق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