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령은 무겸의 손을 잡고 마당으로 내려섰다. 새벽의 냉기가 옷자락 사이로 스며들었으나, 맞닿은 손바닥에는 전날 밤의 온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관사 문 앞에는 두 대의 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는 관아로 향할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백운상회로 갈 참이었다.“소정 낭자는 상회로 가십시오. 장부를 확인하되, 원본을 억지로 가져오지는 마세요. 누가 보관하고 있는지만 알아도 됩니다.”소정이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의 이름이 거짓 장부에 얽혀 있다는 사실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예령은 그녀의 손에 열쇠 인계증 사본을 돌려주었다.“이것도 낭자가 가지고 계세요. 원본과 대조하기 전에는 함부로 내놓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소정이 떠난 뒤 무겸은 예령을 마차까지 바래다주었다. 관아로 가는 길에 군사를 늘어세우는 일은 오히려 자사에게 빌미를 줄 터였다. 무겸은 호위 장호만 마차 곁에 세우고, 곽진에게는 관문 근무자의 진술을 별도로 보전하도록 명했다.“관아 안에서는 내가 먼저 나서지 않을 것이오.”“알고 있습니다. 제 장부에 관한 일은 제가 설명하겠습니다.”무겸은 그녀의 목에 감긴 천을 한 번 살폈다. 손을 뻗으려다 거두는 기색이 보이자 예령이 먼저 웃었다.“약도 발랐고, 상처도 괜찮습니다. 오늘은 걱정을 조금 덜어 두셔도 됩니다.”“부인이 그리 말씀하셔도 걱정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오.”무겸은 낮게 대답하고 마차의 문을 닫아 주었다. 그 담담한 고백에 예령은 한동안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관아 앞은 이른 시각부터 소란스러웠다. 군량을 빼돌렸다는 소문이 이미 장터에 퍼졌는지, 문 앞에 모인 상인들이 서씨 상단의 마차를 알아보고 수군거렸다. 그중에는 얼마 전까지 서씨 상단과 거래하던 얼굴도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들은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억울함을 호소하기 전에 이미 평판이 저울 위에 올랐다는 사실이 서늘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소문을 쫓아다니며 해명할 수는 없었다. 오늘 이곳에서 밝혀야 할 것은 사람들의 시선이나 소문이 아니라, 곡식이
Huling Na-update : 2026-10-23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