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영을 떠난 마차가 성 안으로 들어섰을 때에도 예령은 한동안 창을 닫지 않았다. 눈발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된 뒤에도, 횃불 아래 서 있던 무겸의 모습이 눈앞에 남아 있었다. 연화가 추위에 감기라도 들겠다며 몇 번이나 청하고 나서야 예령은 창을 내렸다.이튿날 새벽에는 밤새 내리던 눈이 멎었다. 마당에 찍힌 발자국이 희미한 푸른빛을 띠었고, 처마 밑에서는 얼음 녹는 물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예령이 아침상을 물린 참에 연화가 작은 나무함과 서신 한 통을 가져왔다.“마님, 군영에서 사람이 다녀갔습니다. 장군님께서 전하라 하셨답니다.”함 안에는 매화 무늬가 새겨진 은제 손난로가 들어 있었다. 가장자리가 닳고 뚜껑에는 작은 흠집이 있는, 새 물건은 아니었다. 함께 온 서신에는 밤사이 북쪽 초소를 살필 일이 생겨 이틀쯤 군영에 머물겠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끝에는 추운 날 먼 길을 다니지 말고 손을 따뜻이 하라는 짧은 당부가 붙어 있었다.예령은 서신을 접고 손난로를 들어 보았다. 어젯밤 자신에게 겉옷을 둘러 주던 사람이 떠올랐다. 새 물건을 구할 겨를도 없이 평소 쓰던 것을 보냈을 터였다.“장군께서는 손이 시리지 않으시다더냐?”“그것까지는 듣지 못했습니다.”“군영에 심부름 가는 사람이 있으면 숯과 두툼한 장갑을 함께 보내라. 이 손난로도 돌려드릴까 했는데, 그러면 괜한 마음을 쓰신 셈이 되겠구나.”연화는 웃지 않고 얌전히 고개를 숙였다. 예령은 함을 덮은 뒤 서신을 다시 펼쳤다. 낯선 불빛을 보았다는 전갈이 그리 위중한 일은 아니기를 바랐다. 무겸은 염려할 일이 아니라고 했지만, 초소에 관한 일만큼은 직접 확인하고야 마는 사람이었다.아침이 밝자 예령은 상단으로 향했다. 관문이 열린 뒤 들어온 수레가 창고 앞에 서 있었고, 일꾼들은 평소의 속도로 곡식을 날랐다. 얼어붙은 강을 건너던 며칠이 먼일처럼 느껴질 만큼 마당은 평온했다. 예령은 그때 짐을 졌던 이들의 품삯이 빠짐없이 지급되었는지 살피고, 손을 다친 일꾼에게 며칠 더 쉬도록 했다.점심이 지나자 상단
Last Updated : 2026-10-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