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이번 생은 그의 형을 선택했다: Kabanata 141 - Kabanata 150

178 Kabanata

141화. 눈을 맞고 온 사람

군무 방 등잔은 새벽까지 꺼지지 않았다.예령은 날이 트기 전에 장부를 안고 그 방으로 갔다. 문을 두드리기 전에 안에서 무겸의 목소리가 났다.“들어오시오.”무겸은 앉은 자리에서 밤을 보낸 사람의 얼굴이었다. 탁자에 종이가 여러 장 널려 있고, 그중 반은 줄이 그어져 있었다.“안 주무셨습니까?”“세 번 썼는데 세 번 다 지웠소.”“어째서요?”“군영 장부에는 창고로 들어온 것만 적히오. 관문에서 돌아선 수레는 군영 문을 넘지 못했으니, 그런 수레가 있었다는 말이 군영 장부에는 한 줄도 없소. 막힌 날을 적을 수가 없었지.”예령은 그 말에 바로 장부를 펴서 그 앞에 놓았다.“막힌 날은 여기 있습니다.”무겸이 장부를 내려다보았다. 날짜마다 수레 수와 말 수가 적혀 있고, 관문에서 돌려보낸 날에는 그 옆에 작은 표가 붙어 있었다.“이 표는 무엇이오?”“관문에서 막힌 날입니다. 열한 번입니다.”“열한 번.”“그중 아홉 번은 같은 날에 태성상단 수레가 관문을 넘었습니다. 그것도 적어 두었습니다.”무겸이 붓을 들었다. 그러고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썼다.예령은 그 옆에 앉아 날짜를 불러 주었다. 창호지가 희어지는 동안 두 사람의 숨소리와 붓 소리만 났다.“부인.”“예.”“이 장부를 그대가 적기 시작한 것이 언제요?”“북으로 오는 수레에서부터입니다.”“그때는 이 글에 쓰일 줄 몰랐을 것이오.”“쓰이려고 적은 것은 아닙니다. 수레가 몇 대 떠나고 몇 대 돌아왔는지를 적어 두어야 다음 달 셈이 섭니다.”무겸이 붓을 멈추고 그녀를 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종이로 눈을 돌렸다.“조정에서 이 장부를 보면 내 글보다 먼저 믿을 것이오.”예령은 그 말에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장부의 다음 장을 넘겼다.해가 떠서 종이가 환해졌을 때 무겸이 붓을 놓았다.“이것이 네 번째요.”“이번에는 틀리지 않았습니까?”“날짜는 맞소. 다만 이 글을 조정에서 읽을 사람이 물을 것이 하나 더 있소.”“무엇입니까?”“이 일을 누가 보았느냐고 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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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화. 창고를 빌리다

“자사 어른 말씀대로 하면 저희는 겨울을 넘깁니다. 관문도 열리고, 봄에 염창 일로 불려 갈 일도 없겠지요.”“그런데 왜 오셨습니까?”양소정이 처음으로 예령을 똑바로 보았다.“셈이 맞지 않아서요.”“어디가 맞지 않습니까?”“저희가 내주는 것은 말 한마디입니다. 그 대신 받는 것은 이번 겨울 하나지요.”“예.”“그런데 자사 어른이 그 한마디로 얻는 것은 북방 군영입니다. 봄에 장군을 이 땅에서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제 사람을 앉힐 수 있겠지요.”예령은 숨을 한 번 쉬었다.“주는 쪽이 크고 받는 쪽이 작은 거래입니다. 그런 거래를 한 번 해 드리면 다음에는 더 큰 것을 달라 하실 겁니다.”예령이 저도 모르게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다음에는 무엇을 달라 하겠습니까?”“먼저 창고를 내놓으라 하실 겁니다.”양소정이 마당의 눈을 한 번 내려다보았다.“지난봄에 둘째 오라비가 관문에서 걸린 일을 황기문 어른이 덮어 주셨습니다. 그 뒤로 저희는 그 어른이 어느 집 물건을 받으라 하면 받고, 어느 집과 끊으라 하면 끊었습니다. 이번에 말 한마디를 더 보태면 그다음에는 상회를 내놓으라 하실 겁니다.”양석은 딸을 한 번 보고 고개를 숙였다. 말릴 생각이었다면 집에서 말렸을 것이다.예령은 마루 끝에 서서 한참 셈을 했다.값을 물었으니 은자를 한 뭉치 내주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주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다음 겨울에 자사가 또 부르면 양석은 또 이 마당에 와서 같은 것을 물을 것이었다.“상단주.”“예, 부인.”“상단주께서 자사 말씀을 따르려는 까닭은 그 말을 해야 겨울을 넘기기 때문이지요?”양석이 잠깐 입을 다물었다.“……그렇습니다. 문을 닫은 뒤로 들어오는 것이 없습니다.”“그러면 그 말 없이 겨울을 넘기시면 됩니다.”“어떻게요?”“백운상회 창고를 겨울 동안 빌리겠습니다.”양석의 고개가 들렸다.“……창고요?”“강가에서 가장 가까운 창고가 그 집 것입니다. 지금 저희는 얼음을 건넌 곡식을 강마을 헛간에 쌓아 두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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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화. 같은 병

“제 이름을 올리십시오.”마당에서 올라온 말이었다.양석이 고개를 돌렸다.“소정아.”“관문에서 저희 수레가 몇 번 돌아섰는지, 그날 어느 집 수레가 넘어갔는지 제가 직접 보고 적었습니다. 그 장부에는 아버지 이름이 아니라 제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하는 것이냐?”“압니다.”양소정이 아버지를 보았다.“아버지는 아들이 있으니 못 하시는 겁니다. 저는 지키라고 맡겨 두신 장부가 있으니 하는 겁니다.”양석이 입을 열지 못했다.예령은 그 부녀를 보면서 제 아버지를 떠올렸다. 혼례 사흘 전 밤에 전권 문서를 내밀던 손, 그리고 그 뒤에 상단 사람들이 모여 앉아 저를 두고 셈을 하던 자리를.“소정 아가씨.”“예.”“이 일은 봄에 끝나지 않습니다. 이름이 한 번 올라가면 평생 그 일로 불려 다닐 수도 있습니다.”“알고 있습니다.”“그래도 하시겠습니까?”양소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이었다.무겸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상단주는 나와 안쪽 방에서 이야기하시오.”양석이 딸을 한 번 보고 무겸을 따라갔다. 마루에 예령과 양소정만 남았다.“앉으시지요.”양소정이 앉았다. 앉는 자세가 반듯했고, 손은 무릎 위에 놓였다.연화가 차를 들여왔다. 잔을 내려놓으면서 양소정 쪽을 한 번, 예령 쪽을 한 번 보았다.“마님. 저 밖에서 기다릴까요?”“여기 있어라. 찻물이 식으면 갈아 와야지.”연화가 얼른 문 옆으로 가서 섰다. 호기심이 얼굴에 그대로 붙어 있었다.“부인.”“예.”“아까 손에 들고 계시던 장부를 한 번 보여 주시겠습니까?”예령의 손이 멈췄다. 장부를 남에게 펴 보이는 상인은 없고, 더구나 상대는 겨울 내내 제 물건을 받지 않던 집의 딸이었다.“제 장부를 보시려는 까닭이 무엇입니까?”“저희 창고에 쌀이 얼마나 남았는지 제가 압니다. 부인 수레가 열한 번 돌아섰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군영 창고는 비지 않았지요.”양소정이 잔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그 셈이 어떻게 맞는지 겨울 내내 생각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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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화. 남쪽에서 온 것

연화가 찻물을 갈아 와서 또 한마디를 보탰다.“소정 아가씨. 저희 마님은 하루에 주판을 세 번 놓으십니다.”“연화야.”“왜요? 자랑인데요.”양소정이 그 말에 웃었다. 그러고는 잔을 내려놓고 물었다.“부인. 장군께서는 어떤 분이십니까?”예령의 손이 잔 위에서 멈췄다.“……왜 물으십니까?”“북방에서는 정북장군 이야기를 다들 합니다. 다만 다들 싸움 이야기만 하지요. 저는 그런 분이 집에서는 어떤지가 더 궁금합니다.”연화가 대답하려고 입을 열었다. 예령이 먼저 말했다.“말이 적은 분입니다.”“그것뿐입니까?”“하루에 열 마디쯤 하시는데, 그 열 마디가 다 쓸 데가 있는 말입니다.”양소정이 잔을 들었다.“좋은 분을 만나셨습니다.”“제가 택한 혼인입니다.”양소정의 눈이 조금 커졌다.“부인께서 직접 택하셨습니까?”“예.”“그런 혼인이 있습니까?”“원래는 그 집 둘째와 혼담이 있었는데 제가 장군 쪽으로 돌렸습니다.”양소정이 잔을 내려놓았다. 처음으로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그 이야기는 차를 더 끓여 놓고 들어야 하겠습니다.”연화가 문 옆에서 어깨를 들썩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소정 아가씨는 어찌하십니까?”“저는 혼인하지 않을 작정입니다.”“어찌하여요?”“둘째 오라비가 저 꼴이고 아버지는 늙으셨습니다. 큰오라비가 돌아와 집이 제대로 설 때까지는 제가 나갈 자리가 아닙니다.”말이 담담했다. 서러움을 덜어 낸 것이 아니라, 여러 번 혼자 생각해 보고 답을 낸 사람의 담담함이었다.해가 높아질 무렵 군영 문에 말이 들어왔다.연화가 창을 내다보다가 소리를 낮췄다.“마님. 진가상회 상단주십니다.”“무슨 일로 오셨다더냐?”“짐말을 둘 끌고 오셨습니다.”예령이 마루로 나갔을 때 진서헌은 이미 말에서 내려 있었다. 눈을 털지도 않고 곧장 걸어왔다.“부인. 어제 드리려던 것을 못 드리고 갔습니다.”“무엇을요?”진서헌이 수하에게 받은 작은 함을 열었다.안에 마른 짚이 깔려 있고 그 위에 귤이 일곱 알 놓여 있었다. 황도를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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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화. 얼음이 울었다

“내일 아침에 그 이름으로 불러 보시오. 말이 제 이름을 아는 데 사흘쯤 걸리오.”“사흘이면 되는 것입니까?”“부를 때마다 먹을 것을 손에 들고 계시오.”이튿날 아침 연무장에서 예령은 마른 콩을 쥐고 세 번을 불렀다.“월백아.”세 번째에 말이 고개를 돌렸다. 예령이 웃으면서 콩을 내밀었을 때, 군영 문에서 북이 울렸다.한 번이 아니었다. 세 번 끊어 치는 소리였다.무겸의 얼굴이 먼저 변했다.“강이오.”곽진이 뛰어왔다. 숨이 끊겨 말이 반 박자씩 늦게 나왔다.“강마을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얼음이 깨졌습니다.”예령의 손에서 콩이 쏟아졌다.“사람은요?”“……셋이 빠졌다 합니다. 둘은 건졌고 하나는 아직입니다.”무겸이 이미 제 말에 올라 있었다.“곽진, 스물을 뽑아 긴 장대와 밧줄을 챙겨 뒤따라와라. 장호는 나와 간다.”“부인은 마차로 오시오.”예령은 대답하지 않고 월백이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무겸이 그것을 보고 제 말로 돌아가 손을 내밀었다.“아직 혼자는 무리요. 함께 갑시다.”예령이 그 손을 잡았다.강까지 스무 리를 어떻게 왔는지 예령은 기억하지 못했다. 바람에 눈물이 얼어 뺨에 붙는 동안 앞에서 고삐를 쥔 등에 이마를 붙이고 있었다. 그 등은 한 번도 느려지지 않았다.강가에 닿았을 때 사람들이 얼음 위에 길게 늘어서 있었다.예령이 본 것은 깨진 자리였다. 강 가운데에서 열 걸음쯤 떨어진 곳에 검은 물구멍이 벌어져 있고, 그 주위로 쌀자루가 흩어져 떠 있었다.건져 낸 둘은 강가 모래 위에 눕혀져 있었다. 하나는 몸을 떨고 있었고, 하나는 떨지도 못했다.“노 씨!”예령이 말에서 내려 달려갔다. 노 씨가 떨고 있는 쪽을 받치고 앉아 있었다.“마지막 사람은요?”“……못 찾았습니다.”“언제 빠졌습니까?”“반 시진 됐습니다.”예령은 그 수를 입에 올리지 못했다. 얼음물에서 반 시진이면 어떻게 되는지는 북방에 온 지 한 달 된 사람도 알았다.무겸이 벌써 얼음 위로 나가 있었다. 밧줄을 허리에 감고, 끝을 장호에게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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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화. 열

예령이 눈을 뜬 것은 새벽이었다.창호지가 어두웠다. 옆방 불이 꺼져 있었다.예령은 한참 그 창을 보고 누워 있었다. 겨울 들어 그 방 등잔이 꺼지는 것은 처음이었다.이불을 걷고 일어났다. 마루를 건너 군무 방 앞에 서서 한 번 불렀다.“장군.”대답이 없었다.문을 열자 찬 기운이 먼저 나왔다. 화로의 숯이 다 내려앉아 있었다.무겸은 이부자리 위에 겉옷을 입은 채로 누워 있었다. 예령이 등잔을 들고 가까이 갔을 때, 그 숨소리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이마에 손을 댔다.손바닥이 데일 듯 뜨거웠다.“연화야!”예령의 목소리가 관사를 울렸다. 저도 모르게 지른 소리였다.연화가 맨발로 뛰어왔다. 그다음에 곽진이 왔다.“연화야. 더운물과 마른 천을 가져오너라.”“예!”“곽진. 군의를 지금 불러 주세요.”곽진이 무겸의 얼굴을 보고 숨을 들이켰다.“부인. 어제 장군께서 물에서 나오신 뒤에 바로 옷을 갈아입으셨습니까?”“관사에 돌아와서 갈아입으셨습니다.”“……강에서 여기까지 젖은 채로 말을 타고 오셨으면 오는 동안 몸이 다 식었을 겁니다.”군의가 왔을 때는 날이 희끄무레해진 뒤였다. 맥을 짚고 혀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얼음물에 든 뒤에 열이 오르는 것은 흔합니다. 다만 장군께서는 삼 년 전 다리를 다치신 뒤로 겨울마다 한 번씩 앓으셨습니다.”예령이 고개를 들었다.“겨울마다요?”“예. 그때는 사흘을 누우셨습니다.”예령은 그 말을 처음 들었다. 혼인하고 넉 달이 되도록 아무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약을 달이는 동안 예령은 무겸의 이마에 올린 천을 세 번 갈았다.열이 오를 때는 숨이 얕고 빨라졌다. 그러다 잠깐 가라앉으면 눈꺼풀이 떨렸다.한 번은 손이 이불 밖으로 나왔다. 예령이 그 손을 이불 안에 넣어 주려다가, 그 손이 제 손목을 잡는 것을 느꼈다.“……장군?”눈은 감긴 채였다. 깨어서 한 일이 아니었다.예령은 그 손을 빼지 않았다. 빼면 다시 더듬을 것 같았다.해가 중천에 올 무렵 무겸이 뭐라고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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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화. 지금은 열이 없소

예령이 눈을 뜬 것은 벽에 기댄 자세에서였다.무릎 위에 무겸의 겉옷이 덮여 있었다. 이부자리는 비어 있었다.마루로 나가니 무겸이 마당에 서서 곽진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하룻밤을 앓은 사람 같지 않게 허리가 곧았다.“장군, 오늘 하루만 더 누우시는 것이……”“어제 누웠다.”“반나절이었습니다.”“충분하다.”곽진이 더 말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무겸이 고개를 돌렸다.예령은 어젯밤 들은 말을 기다렸다. 무겸이 먼저 입을 열었다.“잘 잤소?”“……예.”“목이 결릴 것이오. 벽에 기대 자면 그렇소.”그러고는 군무 보는 방으로 걸어갔다.예령은 품에 안은 겉옷을 내려다보았다. 어젯밤에 모른다 하기로 한 그 말을 저 사람이 정말로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아침상이 들어왔을 때 예령은 숟가락을 들지 않았다.“왜 안 드시오.”“장군께서 먼저 드십시오.”무겸이 죽을 한 술 떴다.“들었소.”예령이 그제야 숟가락을 들었는데 입에 넣은 밥에서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부인.”“예.”“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물으시오.”예령의 손이 멈췄다.“어젯밤 일이 기억나십니까?”“아니오.”너무 빨랐다.“하나도요?”“하나도.”예령은 입술을 깨물었다. 거짓인지 아닌지 따지려면 제가 먼저 그 말을 옮겨야 했고, 그것은 할 수 없었다.“그러면 되었습니다.”“무엇이 되었소?”“모른다 하기로 했으니 모르시는 것이 맞습니다.”무겸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그대는 기억하오?”“저도 모릅니다.”“둘 다 모르면 그 말은 없던 것이 되오.”“예.”“그러면 다시 해야겠군.”예령이 고개를 들었다. 무겸은 그릇을 보고 있었다.“지금은 열이 없소. 그러니 지금 하는 말은 꿈이 아니오.”“……장군.”“예령.”숟가락이 상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예령이 쥐고 있던 것을 놓쳤다.무겸이 그것을 집어 앞에 놓아 주었다.“국이 식으니 드시오.”예령은 한참이 지나서야 숟가락을 다시 들었다. 귀가 뜨거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상을 물린 뒤에 연화가 그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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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화. 식구에서 빼 달라는 말

“그 말씀이 무슨 뜻입니까?”“저를 부인 상단 사람으로 써 주십시오.”양소정이 치맛자락을 쥐었던 손을 폈다.“제가 백운상회 딸이면 아버지 말씀에 매입니다. 그런데 서씨 상단에서 일하는 사람이 되면, 봄에 제가 본 것을 말해도 그것은 저희 집이 입을 연 것이 아니라 부인 댁 사람이 입을 연 것이 됩니다.”예령은 그 말을 금방 알아들었다. 알아듣고 나니 등이 서늘했다.“아가씨.”“예.”“그러면 아가씨는 그 집에서 나와야 합니다. 아버님이 아가씨를 딸로 치지 않겠다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그러시겠지요.”“그래도 하시겠습니까?”“아버지가 저를 내치는 것과 제가 걸어 나오는 것은 다릅니다. 저는 걸어 나오는 쪽을 하겠습니다.”예령은 잠깐 말을 잃었다. 북으로 온 뒤로 이렇게 제 말을 또박또박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제가 받으면 아가씨는 봄에 황도에서 내려온 사람 앞에 서게 됩니다. 거기서 하는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습니다. 저희가 지면 아가씨는 돌아갈 집도 없습니다.”“압니다.”“아신다고 하시는 분들이 대개 모르십니다.”양소정이 웃었다.“부인은 사람을 받을 때 늘 이렇게 겁을 주십니까?”“받고 나서 원망을 듣는 것보다 낫습니다.”“그러면 겁은 다 들었으니 이제 받아 주십시오.”예령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찻잔을 들었다가 식은 것을 알고 도로 놓았다.“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말씀하십시오.”“아버님께 말씀드리고 나오십시오.”양소정의 얼굴이 굳었다.“말씀드리면 저를 가둬 두실 겁니다.”“그래도 말씀드리고 나오십시오. 숨기고 오시면 저는 못 받습니다.”“어째서요?”“제가 아가씨를 몰래 데려가면, 봄에 저쪽에서 뭐라고 할지 아십니까? 정북군이 상인 집 딸을 빼내어 거짓 증언을 시켰다고 할 겁니다. 그러면 아가씨가 한 말이 전부 무너집니다.”양소정이 입을 다물었다.“아가씨가 제 발로 나왔다는 것을 아버님이 아셔야 합니다. 그래야 아가씨 말이 삽니다.”한참 뒤에 양소정이 일어섰다.“오늘 안에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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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화. 군적에 올리시오

양석은 마당 한가운데 서 있었다. 삿갓도 쓰지 않았고 겉옷 어깨에 눈이 그대로 얹혀 있었다.“제 딸을 내주십시오.”예령이 마루로 나섰다.“아가씨는 여기 없습니다.”“거짓말 마십시오.”“해 지기 전에 다녀가기는 했고 그 뒤로는 오지 않았습니다.”양석이 마루 위를 한 번 훑었다. 그 눈이 믿지 않는 눈이었다.“그 아이가 저녁상 앞에서 집을 나가겠다 했습니다. 서씨 상단에서 일하겠다고요. 제가 묻겠습니다. 그 말을 누가 넣어 주었습니까?”“제가 넣은 것이 아니라 아가씨가 먼저 꺼낸 말입니다.”“부인이 받지 않았으면 그 아이가 집을 나가겠습니까?”그 말에는 예령도 바로 답하지 못했다. 사실이었기 때문이다.“부인.”“예.”“부인은 봄이 지나면 황도로 돌아가실 분입니다.”예령의 어깨가 조금 굳었다.“저희는 여기 남습니다. 부인이 떠나신 뒤에도 저 관아 앞을 지나다녀야 하고, 저 관문에서 수레를 세워야 합니다. 그 겨울을 몇 번 더 나야 할지 모릅니다.”“……”“부인께는 이 일이 한철이지만 저희에게는 평생입니다. 그래서 제 딸을 내주기가 어렵습니다.”그때 열린 문으로 발소리가 들어왔다.양소정이 보퉁이를 지고 마당에 들어섰다. 치맛단에 눈이 묻어 있었다. 아버지를 보고도 걸음을 멈추지 않고 마당 가운데까지 들어와 섰다.“아버지.”양석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돌아가자.”“말씀드리고 나왔습니다.”“허락한 적 없다.”“허락을 받으러 말씀드린 것이 아닙니다. 알려 드리러 말씀드린 겁니다.”마당이 조용해졌다. 연화가 마루 끝에서 숨을 죽였다.양석이 딸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네 오라비가 어찌 되는지 알고 하는 말이냐. 네가 봄에 입을 열면 그날로 관아에서 사람이 온다.”“오라비가 소금을 실었고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소정아.”“그런데 왜 입을 다무는 것은 저입니까?”양석이 말을 잃었다.“아버지는 오라비를 살리려고 저를 쓰고 계십니다. 저는 그것을 탓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도 제 몫을 쓰겠다는 겁니다.”그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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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화. 첫 아침

이튿날 아침, 예령이 눈을 떴을 때 건넌방에는 이미 불이 켜져 있었다.가 보니 양소정이 이부자리를 개어 놓고 앉아 있었다. 머리도 다 빗은 뒤였다.“일찍 일어나셨습니다.”“남의 집에서 늦게 일어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남의 집이 아닙니다.”양소정이 그 말에 잠깐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숙였다.아침상에는 셋이 앉았는데, 연화가 상을 들고 들어오면서부터 입이 쉬지 않았다.“아가씨, 간밤에 추우셨지요? 그 방은 화로를 늦게 들여서 새벽에 식습니다. 오늘부터는 제가 밤마다 숯을 갈아 넣겠습니다.”“숯은 내가 지고 온 것이다.”“그러니 더 넉넉히 때야지요.”예령이 웃었다. 양소정이 국그릇을 들다가 예령을 보았다.“부인.”“예.”“어젯밤에 마당에서 장군께서 하신 말씀 말입니다.”예령의 숟가락이 멈췄다.“……들으셨습니까?”“건넌방 문이 마당 쪽으로 났습니다.”연화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무슨 말씀이요? 저는 못 들었습니다. 아가씨, 무슨 말씀이셨습니까?”“연화야.”“예, 마님.”“밥이나 먹어라.”“마님은 아까부터 국만 뜨고 계십니다.”“연화야.”“밥이나 먹겠습니다.”“아가씨, 저한테만 말씀해 주시면 안 됩니까?”“나는 들은 것이 없다.”“아까는 들으셨다고 하셨잖습니까.”“잘못 들었다.”양소정이 시치미를 떼자 연화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입을 비죽였다. 예령은 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국만 떠먹었다.“부인.”“그만하십시오.”“한마디만 하겠습니다.”양소정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저희 집에서 장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아버지가 늘 하시던 말씀이 있습니다. 저 어른은 사람에게 마음을 쓰는 분이 아니라고요.”“……”“어젯밤에 제가 그 말을 지웠습니다.”예령은 아무 대꾸도 못 하고 밥그릇만 내려다보았다.해가 중천에 오를 무렵 곽진이 마당으로 들어섰다.“부인. 백운상회에서 사람이 왔습니다.”양소정이 먼저 일어섰다.마당에 선 것은 열아홉쯤 되어 보이는 사내였다. 어깨가 좁고 낯빛이 하얬다. 보퉁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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